Skip to main content
"당국에 시달리고, 대형사에 치이고" 위기의 중소 회계법인, M&A로 활로 모색
Picture

Member for

7 months 3 weeks
Real name
전수빈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

수정

BDO회계법인-보현회계법인, 회계감사 부문 합병
금융당국 압박·업계 출혈 경쟁에 신음하는 중소 회계법인
생존 위해 M&A 택하는 법인 속출

중소 회계법인들이 시장 생존에 난항을 겪고 있다. 금융당국이 등록회계법인 제도(상장사 감사인 등록제)를 앞세워 감사 품질 강화를 요구하는 가운데, 대형 회계법인들의 감사비 출혈 경쟁까지 심화하며 중소 회계법인의 입지가 눈에 띄게 좁아진 것이다. 경쟁력을 잃은 이들 법인은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불리며 활로를 모색하고 나섰다.

보현회계법인, 등록회계법인 자격 포기

9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최근 BDO성현회계법인과 보현회계법인의 회계감사 부문이 합병했다. 등록회계법인에 요구되는 높은 품질관리 수준을 충족하기 위해 합병을 결정했다는 것이 이들 법인 측의 설명이다. 등록회계법인은 금융위가 인력과 물적 설비 등이 일정 수준 이상인 회계법인에만 상장사 외부감사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로, 2018년 신(新)외부감사법이 제정되면서 이듬해 도입됐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보현회계법인이 합병 과정에서 등록회계법인 간판을 스스로 내려놨다는 점이다. 합병으로 인해 16명의 공인회계사가 성현회계범인으로 넘어가며 등록회계법인 요건을 충족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당국은 △40인 이상의 공인회계사 △회계법인 규모에 비례하는 품질관리 인력 확보 △통합 품질 관리 체계 구축 △감사 보고서 심리 체계 구축 △성과 평가 시 품질 평가 지표 활용 등을 상장사 감사인 등록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금융위원회는 현행법상 등록 자진 철회가 아닌 등록 취소 절차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현회계법인의 상장사 감사인 등록은 이달 내 취소될 예정이다.

중소 회계법인 둘러싼 악재

성현회계법인과 보현회계법인의 합병 근거가 된 등록회계법인 제도는 업계에서 중소 회계법인에 지나친 압박을 가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제도다. 경쟁력이 부족한 중소 회계법인이 금융위가 내세운 상장사 감사인 등록 요건을 완벽하게 충족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지난해 삼정·안진 등 대형 회계법인 2곳을 포함해 총 14곳을 감리한 결과, 총 122건의 지적 사항이 나왔다. 4대 법인의 지적 건수는 평균 6.0건, 나머지 중소 회계법인 12곳의 지적 건수는 9.2건이었다. 대형 회계법인에 비해 중소 회계법인이 업무 품질 관리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중소 회계법인이 가장 많이 지적받은 항목은 업무 수행이다. 110건의 지적 중 28건으로, 평균 2.3건이었다. 업무 수행은 감사보고서 발행 전 사전 심리 등 절차를 잘 운영했는지, 감사 조서를 잘 관리했는지를 평가하는 항목이다. 통합 관리 체계 수준과 직접적 연관이 있는 리더십 책임 항목에선 평균 2.1건의 지적을 받았다. 소속 회계사들이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중소 회계법인의 특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에 더해 대형 회계법인이 외부감사 주기적 지정제에서 자유선임제로 전환된 상장사들을 확보하기 위해 벌이는 '감사비 출혈 경쟁' 역시 중소 회계법인에 있어 악재다. 외부감사 주기적 지정제는 기업이 6년간 감사인을 자유 선임하도록 하고, 다음 3년간은 증선위가 감사인을 직접 지정해주는 제도다. 증선위는 앞서 2014~2019년 6년 동안 자유롭게 감사인을 선임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2020~2022년에 걸쳐 감사인을 지정한 바 있다.

2020년 주기적 감사인 지정을 받은 기업 220곳은 지난 2023년부터 감사인을 자유 선임할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됐다. 2021년 감사인 지정을 받은 기업들은 2024년(434곳)에, 2022년 지정을 받은 기업들은 2025년(593곳)에 자유 선임이 가능해졌다. 경쟁 시장에 순차적으로 고객들이 풀리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회계법인 기준 전체 매출에서 감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30~40% 수준"이라며 "감사인 자유 수임 경쟁 결과가 업계 순위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대형 회계법인들이 지정감사 보수 대비 30% 이상 낮은 가격을 제시하며 출혈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쟁력이 부족한 중소 회계법인들은 꼼짝없이 매출 감소에 시달리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회계법인, 작을수록 '뭉쳐야 산다'

위기를 맞닥뜨린 중소 회계법인들은 M&A를 통해 생존을 도모하고 있다. 회계법인 사이 M&A가 흔하지 않았던 국내 회계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난 것이다. 지난 2016~2018년까지만 해도 국내 회계법인 합병 사례는 총 3건에 불과했다. 2016년엔 한 건의 합병도 없었고, 2017년 대성·삼경회계법인이 합병해 대성삼경회계법인이 탄생했다. 2018년에는 한길회계법인이 새 외부감사법이 시행된 직후인 11월에 두레를, 12월에 성신회계법인을 차례로 인수했다.

하지만 등록회계법인 제도가 등장하고, 소위 '뭉쳐야'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며 상황이 뒤집혔다. 등록회계법인 제도가 도입된 지난 2019년 중소 회계법인 28곳이 몸집을 키우기 위해 합종연횡했고, 합병사 15곳이 재출범했다. 20~30명의 회계사를 보유한 중소형 회계법인들이 생존을 위해 줄줄이 손을 잡은 것이다. 이번 BDO성현회계법인과 보현회계법인의 합병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 이 같은 중소 회계법인들의 생존 전략은 최근까지도 통용되고 있다.

문제는 합병을 통해 등록회계법인 요건을 충족해도 중소 회계법인을 둘러싼 제도적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업들이 지정감사인 선택제 도입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정감사인 선택 제도는 당국이 기업에 외부감사인을 지정할 때 두 개 이상의 회계법인을 제시해 기업이 선택하게 하는 제도다. 기업에 선택권이 생기는 만큼 현행 제도에 비해 기업의 감사 보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다만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지정감사인 선택제에 대한 검토를 제도 분석 데이터가 충분히 확보되는 시점까지 유보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Picture

Member for

7 months 3 weeks
Real name
전수빈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