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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박 수위 높인 영풍·MBK, 고려아연은 ‘소수주주 과반결의제’로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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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영풍 경영권 행사 견제 시도
국민연금 ESG 평가 노렸나
유상증자 철회로 역전 기회 무산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기관 투자자 및 소액주주 마음잡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소수주주 과반결의제(MOM·Majority of Minority Voting)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업계는 수세에 몰린 최 회장의 MOM 카드가 실현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이 과정에서 기관 투자자의 환심을 살 수 있을지 주목하는 모양새다.

전체 주주 이익 위해 지배주주 의결권 행사 차단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13일 기자회견에서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소액주주 권리 보호의 일환으로 MOM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MOM을 통해 일정한 이사를 추천하는 방안 등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소액주주의 의사와 여론을 이사회 구성과 주요 경영 판단에 반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고려아연의 지배 주주인 MBK·영풍 연합의 경영권 행사를 견제 또는 차단하는 장치를 만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MOM은 합병이나 분할합병, 포괄적 주식교환 등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는 안건에서 지배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제도다. 예컨대 주주인 이사가 자신의 보수를 정하는 안건 또는 오너 일가 구성원의 개인 자산을 회사에 양도하는 안건 등에서 이해관계인은 의결권이 없다. 이는 해당 의사 결정이 전체 주주의 이익에 반하지 않도록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미국 내 기업들은 합병 과정에서 이같은 MOM을 자주 활용한다. 의무는 아니지만, 법적 분쟁이 따를 것을 우려한 대주주가 자발적으로 도입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이는 주주소송이 잦은 미국의 기업 환경과도 관련이 있는데, 미국의 경우 디스커버리(증거개시) 제도가 있어 주주의 피해사실을 입증하기 쉽고, 우리와 달리 배상이 주주들에게 직접 주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선 2015년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행정소송과 올해 7월 두산그룹 내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불공정 합병 논란 당시 도입이 논의된 바 있다.

국내에서 주로 활용되는 지배주주 견제 장치는 상법상 ‘총회의 결의방법과 의결권의 행사’다. 상법 제368조 제3항은 “총회의 결의에 관하여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자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특별한 이해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가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상법에 지배주주 견제 장치가 있는데, 선례가 별로 없다”며 “주주들이 소송을 걸고 판례가 축적돼야만 이를 따져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분 열세 ‘명확’, 우군 확보 관건

업계에선 MBK·영풍 연합 측의 압박에 몰린 최 회장이 절박함에 MOM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르면 연말 임시 주총이 열릴 가능성이 큰 현재 MBK·영풍 연합 측보다 지분 열세를 보이는 최 회장 입장에선 우군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영풍 측에서 고려아연 이사들이 선관주의의무를 다하지 않고 회사에 6,733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쳐 해당 금액만큼의 배상금을 회사에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MBK·영풍 측이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선 고려아연이 MOM을 도입할 경우 MBK·영풍 연합의 의결권 행사를 막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안건에 따라서는 고려아연 특별 이해관계인의 범주에 MBK·영풍 연합을 포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경우엔 양측 모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문제는 MOM 도입을 위해 주주총회 정관을 변경해야 한다는 점이다. 상법에 따르면 주총 특별결의는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율을 39.83%까지 늘린 MBK·영풍 연합이 동조하지 않는 한 정관 변경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최 회장의 MOM 도입 발언을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환심을 사려는 의도로 풀이하기도 한다. 국민연금은 ESG(Environmental·Social·Governance, 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를 통해 소액주주 보호 및 지배구조 개선 등을 실시한 기업에 우호적인 점수를 매긴다. 현재 국민연금이 보유 중인 고려아연 지분은 7.5%로, 이를 확보하는 쪽에서 경영권을 가져갈 것은 자명하다.

이익 앞에 친분 없다

그간 우호 세력으로 분류되던 주주들이 속속 떠나고 있다는 점도 최 회장에겐 악재다. 9월 중순까지만 해도 60만원을 밑돌던 고려아연 주가가 10월 말 150만원 선까지 치솟으면서 이익을 실현한 투자자들의 이탈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는 한국투자증권을 꼽을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과 최 회장의 친분을 바탕으로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최 회장의 우호 세력으로 분류돼 왔다. 하지만 최근 보유 중이던 고려아연 지분 0.8%(15만8,861주)를 모두 처분했다. 매각 시기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 매수 이후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의 초등학교 동문이자, 고(故)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맏사위인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도 투자전문회사 에이알티를 통해 보유하던 고려아연 주식 약 0.2%를 대부분 매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에이알티가 지난해 말 고려아연 주식 4만1,044주를 매입하고 올 10월께 처분하는 과정에서 최소 132억원의 차익을 실현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런 가운데 고려아연은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했다. MBK·영풍 연합과의 지분율 격차(약 4.5%p)를 뒤집을 수 있는 역전 카드가 무산된 셈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MBK·영풍 연합의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데 의견이 모이고 있다. 수세에 몰린 최 회장이 기관 투자자 및 소액주주의 마음 잡기에 성공해 긴 경영권 분쟁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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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준, '트럼플레이션'에 내년 금리인하 궤도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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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플레이션 우려에 국채 금리 치솟아
연준 기준금리 인하에도 시장금리 올라
한은, 내년 1월 이후 금리 인하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금융통화정책을 관장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보편 관세와 감세 등 경기 부양책을 강조해 온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이 물가 상승세를 부추긴다는 이른바 '트럼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 금리도 요동쳤다. 여기에 내년 1월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고 물가 상승세가 본격화하면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까지 멈출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美 국채 10년 금리, 트럼프 당선 이후 4.5% 눈앞

12일(현지 시각) 장기 시장 금리의 벤치마크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전 거래일보다 0.12%포인트 상승한 4.43%를 기록했다. 고금리 장기화 우려에 시장 금리가 치솟았던 지난 7월 2일(4.4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대표적 단기 시장금리인 2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도 0.088%포인트 오른 4.342%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와 경기 침체 우려로 지난 9월 3.6%대까지 하락했지만, 고용 등 경기 지표가 예상보다 선전한 데다 트럼플레이션 가능성까지 더해지면서 두 달 새 급등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도 불구하고 장·단기 시장금리가 모두 오르는 것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물가 상승률을 다시 부추길 거란 우려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대표적인 물가 상승 요인으로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폭탄' 공약을 꼽았다. 그간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국가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물리고, 중국에는 60%까지 관세를 높일 거라고 공언해 왔다. 해당 공약이 실현되면 수입품 가격이 오르면서 물가 상승세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투자 자문회사 올스프링 글로벌 인베스트먼트는 취임 후 미국 국채 금리가 5%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에 대한 우려는 연준 내부에서도 나왔다. 10일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일회성 관세는 장기적으로 물가 상승률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문제는 다른 나라의 보복성 조치(tit for tat)"라며 “한 국가가 관세를 부과하고 다른 나라가 대응하며 상황이 격화되면 훨씬 우려스럽고 불확실해진다”고 경고했다. 이 외에도 트럼프가 내세우는 감세와 재정 확장 정책, 여기에 이민자 정책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 등이 물가를 자극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이렇게 물가 상승세가 아직 다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플레이션이 현실화하면,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를 멈출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연준이 금리 결정에 참고하는 물가 지표인 근원 PCE(개인소비지출)는 지난 9월 전년 동월 대비 2.7% 오르면서, 시장 예상치인 2.6%를 상회했다. 연준의 목표 물가 상승률(2%)과도 큰 차이가 난다. 12일 카시카리 총재도 "지금부터 오는 12월 사이에 물가 상승률이 오르는 상황이 온다면 금리 인하를 잠시 멈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카시카리 총재 역시 당장 12월까지 물가 상승세 커질 가능성은 적다고 봤다.

사진=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유튜브

연준, 트럼플레이션 우려에도 0.25%P 금리 인하

이런 상황에서 지난 7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정례회의를 열어 연방기금 목표금리를 만장일치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기존 4.75~5%에서 4.5%~4.75%로 낮아졌다. 이는 지난 9월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 단행에 이은 두 번째 인하 조치로 안정적인 물가와 약화된 고용시장이 배경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성명서를 통해 점진적인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한 바 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정례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다음 달 추가 금리 인하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배제하지도 찬성하지도 않는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반면 '트럼프 당선인이 사퇴를 요구하면 그만둘 것이냐'는 질문에는 "안 하겠다(No)"고 잘라 말했다. 이어 '미국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포함한 연준의 이사진을 해임하거나 강등할 법적 권한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법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지난 7일에도 그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트럼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단기적으로 통화정책에 큰 영향이 없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파월 의장이 자신과 각을 세워 온 트럼프 후보의 당선과 상관없이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시장에서는 오는 12월 올해 마지막 FOMC에서 한 번 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다만 내년에는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점도표대로라면 FOMC는 내년 1월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인하해야 하지만, 이 시기에는 트럼프 대통령 공식 취임에 따른 재정지출에 대한 변화 점검 등으로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韓, 성장률과 수출 부진에 통화정책 불확실성 고조

한편 국내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강달러 기조가 지속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내년 1월 이후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오는 28일 연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가 열리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이달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금리인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한풀 꺾였던 가계부채 증가세가 반등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연준의 금리인하 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한은의 금리 인하를 지연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로썬 통화정책 결정의 가장 큰 변수는 성장과 환율이다. 3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0.1%에 그치면서 내년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진 상황이다. 특히 수출이 예상과 달리 부진한 성적을 내면서 수출 경기에도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는 내년에는 수출 여건이 악화할 가능성이 큰 만큼 수출 호조에 따른 낙수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다만 내수 경기는 한은의 예상 경로대로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냈다. 내수에 비해 수출은 통화정책의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한은의 셈법도 복잡해진 셈이다.

1,400원 선을 넘나드는 높은 원·달러 환율도 통화정책 결정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고환율이 이어지면 수입 물가를 자극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통화정책의 최우선 목표인 물가안정 측면에서 금리를 섣불리 내릴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물가와 가계대출 증가세도 안심할 수 없는 형국이다. 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택 가격 상승세나 가계부채 증가세를 재점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은행권 가계대출 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넘어가면서 지난달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6조6,000억원 증가했다.

물가는 기저효과가 사라지는 이번 달부터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 한은 내부에서는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 후반대 수준을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9월과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각각 3.7%, 3.8%로 높았다가 같은 해 11월 국제유가 하락으로 물가 상승률이 3.3%로 내려왔던 만큼 올해 11월 지표도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경제 상황을 종합할 때 다음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트럼프 당선인이 공식 취임하는 내년 1월 20일 이후가 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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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자보호 1억원 한도 목전, 저축은행 ‘머니 무브’ 시작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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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자보호법 개정안 국회 통과 유력
‘신중론’ 금융당국도 입장 선회
소비자 실익, 각종 부작용 상쇄할까

현행 5,000만원인 예금자보호 한도가 1억원으로 대폭 상향될 전망이다. 여야가 한도 상향을 골자로 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하면서다.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금융 소비자를 보호하자는 데 뜻을 모은 것이다.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저축은행으로 대규모 ‘머니 무브’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2001년부터 23년간 ‘5,000만원’ 제자리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과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전날 국회에서 만나 예금자보호법 개정안 처리에 뜻을 모았다. 진 의장은 “예금자보호법 등 민생을 위한 법안은 지금이라도 수용 가능하다는 데 (양당의) 의견이 같았다”고 밝혔다. 양당이 합의함에 따라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비롯한 6개 민생법안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예금자보호는 은행 등 금융기관이 파산했을 때 고객이 맡긴 돈을 일정 한도 내에서 보장해 주는 제도다. 예금보험공사가 금융사로부터 예금 보험료를 걷어 적립하고, 이후 금융사가 예금 지급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면 해당 금융사를 대신해 소비자에게 예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2001년까지 2,000만원이던 한도는 5,000만원으로 인상된 후 23년째 그 자리에 머물고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소비자들의 자산 규모 변화를 반영해 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어 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공포가 커지면서 금융 안전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예금자보호 한도를 초과하는 예금에 대한 대규모 인출 사태가 일어나면 시장의 불안정성 또한 가속할 것이란 우려에 따른 것이다. 주요국에서 예금자보호 한도를 높게 설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의 예금자보호 한도는 25만 달러(약 3억5,000만원)로 우리나라의 7배에 달하며, 영국(8만5,000파운드·1억5,200만원)과 일본(1,000만 엔·약 9,000만원) 또한 한국에 비해 2배가량 높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은행업권의 보호 한도 비율 역시 우리나라는 1.2배로 미국(3.1배), 영국(2.2배), 일본(2.1배) 등 주요국과 비교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번 개정안 처리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예금자 보호 한도 상향을 반대하던 금융당국이 입장을 선회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금융위원회가 최근 윤한홍 정무위원장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 역시 한도 상향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다만 저축은행 건전성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 상황 등을 고려해 순차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법 개정안이 처리되더라도 3년간의 유예기간을 둬 2028년부터 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보호 한도를 법률로 명시하기보다 시행령으로 정해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밝혔다. 향후 정무위는 기존에 발의된 법안들을 바탕으로 금융당국의 입장을 반영해 최종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여당 관계자는 “예금자보호 한도를 높이되, 당국 의견에 따라 시행을 내년 이후로 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실익 미미, 예보료 부담 전가 위험까지?

금융위를 비롯한 금융당국이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에 신중한 데는 그에 따른 혜택이 일부 자산가들에게만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짙게 작용했다. 국제예금보험기구협회(IADI)는 예금자보호 한도 관련 지침에서 예금자 90~95%가 보호돼야 한다고 권고했는데, 한국은 업권에 상관없이 현행 한도 내에서 보호받는 소비자 비중이 IADI의 권고치에 부합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지난해 9월 기준 소비자 보호 비중은 은행 97.8%, 금융투자 99.7%, 생명보험 93.9%, 손해보험 99.4%, 종합금융 94.1%, 상호저축 97.2% 등에 달했다. 전체 예금 보유자 가운데 잔액이 5,000만원을 넘는 사람은 100명 중 5명도 안 된다는 의미다. 이에 금융위는 지난해 예금자보호 한도를 현행 유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하며 “한도 상향의 편익은 소수의 예금자에만 국한될 수 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으로 예보료율이 올라갈 경우 금융기관의 보험료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신중론에 힘을 실었다. 예금자보호 한도가 높아지면 금융사는 그만큼 더 많은 보험료를 예보에 내야 하는데, 이렇게 올라간 보험료 부담은 결국 소비자에게 대출 이자율 등으로 전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예보료 상승 등 사업비용 증가에 따른 수익 하락은 역마진 등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며 “예보료율을 먼저 조정하는 등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형 저축은행만 유리할 것” 지적도

시장에선 예금자보호 한도가 상향되면 대규모 자금 이동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5,000만원씩 여러 은행에 쪼개 저축하던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찾아 저축은행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예금자보호 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릴 경우 저축은행 예금이 현재보다 16~25%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문제는 이같은 대규모 자금 이동이 각종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먼저 저축은행으로 단기간 많은 자금이 이동할 경우 자본 대비 예금의 규모가 급증해 저축은행의 자기자본(BIS)비율 하락이 불가피하다. 총자산 중 자기자본이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BIS비율은 은행 등의 안정성을 평가하는 지표로 활용되며, 국제결제은행은 이를 최소 8%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저축은행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자금 능력이 좋은 대형 회사만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 이유다.

금융당국의 우려처럼 높은 예보료율 또한 저축은행들에는 부담이다. 이미 저축은행은 다른 업권에 비해 높은 예보료율을 적용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예금자보호법상 저축은행은 예금 잔액 대비 0.4%를 예보료로 납입하는데, 이는 은행(0.08%)이나 증권사·보험사(0.15%)와 비교해 최대 5배 높은 수준이다.

아울러 저축은행 업권에서 예금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며 과도한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예금자보호 한도가 높아지면 재무 건전성이 좋지 않은 금융사도 고금리 경쟁에 가담하게 되고, 예금자에게 더 많은 이자를 지급하기 위해 고위험·고수익 투자를 늘릴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금자보호 한도가 상향되면 저축은행의 수신액이 증가할 것은 자명하다”며 “이 경우 저축은행도 시중은행만큼의 건전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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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銀 쌍방향 규제에 주담대·신용대출 '금리 역전' 3개월째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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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인터넷은행의 주담대 비중 늘어나
가계대출 억제 정책으로 갈아타기 수요 증가
중·저신용자 대출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인터넷은행 업계에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중·저신용자의 신용대출 금리보다 높은 기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주담대는 담보물의 가치가 안정적인 만큼 언제 대출금이 떼일지 모르는 신용대출보다 금리를 낮게 책정하는데, 이런 금융 상식을 뒤엎는 금리 역전 현상이 제1금융권에서 발생한 것이다. 전체 신용대출의 최소 30%를 중·저신용자 신용대출로 채워야 하는 규제와 가계대출 억제 정책이 맞물리면서 인터넷은행을 옥죈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뱅크, 주담대보다 신용대출 금리 1%P 높아

13일 인터넷은행업계에 따르면 총자산 기준 업계 1위 카카오뱅크는 전날 5년간 고정하는 주기형 주담대 금리를 연 4.103~6.372%로 책정했다. 같은 날 신용점수가 하위 50%인 중·저신용자에게 판매하는 신용대출 상품인 중신용대출 금리는 연 3.139~10.874%로 정해 주담대 최저금리가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의 최저금리보다 1%포인트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사이의 금리 역전 현상은 올해 8월부터 시작돼 3개월 넘게 지속되고 있다.

은행권에서 주담대는 '가장 안전한 대출'로 불린다. 담보인정비율(LTV) 70% 범위에서 대출해 준 만큼 차주가 빚을 갚지 못해 부실이 발생해도 은행이 원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작은 편이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신용대출은 담보가 없어 부실로 인한 원금 손실을 은행이 그대로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위험한 대출로 꼽힌다. 특히 신용점수가 하위 50%에 속하는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은 부실률이 높아 금리가 낮으면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어렵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금리는 중신용대출보다 줄곧 0.5%포인트 정도 낮게 책정됐다. 하지만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에 따라 하반기 들어 주담대 금리를 올렸다. 반면 비중이 줄어든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은 금리를 낮췄다. 이달 7일부터는 중신용대출 금리를 0.3%포인트 인하하는 특판에 나서기도 했다. 특판 대출을 받은 중·저신용 고객에게 최대 3만원의 첫 달 이자도 지원한다.

1월 신용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확대로 주담대 급증

기본적인 금융 원리와는 달리 유독 인터넷은행이 금리를 낮추면서까지 중·저신용자 신용대출을 늘리려는 데는 정부의 대출 규제가 원인으로 꼽힌다. 금융당국은 2017년 인터넷은행에 은행업 인가를 내준 정책 목표가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확대'임을 고려해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에 대한 신용대출 비중(가계 총신용대출액 대비·2024~2026년) 목표치로 30%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분기 기준 카카오뱅크는 해당 비율이 32.4%였으며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는 각각 33.3%, 34.9%로 3사 모두 규제 비율을 준수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은행 3사의 총여신 가운데 주담대가 중·저신용자대출금액에 육박할 정도로 급증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달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3사의 가계대출자금은 총 68조9,253억원이다. 이 중 주담대는 33조6,185억원으로 35조3,068억원을 기록한 신용대출에 육박했다. 지난해 같은 시기를 보면 당시 주담대 잔액은 21조157억원으로 신용대출(32조7,255억원)에 견줘 10조원 남짓 작았다.

이를 두고 인터넷은행이 설립 취지와 달리 주담대 쪽으로 여신 전략의 무게중심이 이동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2022년부터 주담대 상품을 출시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경우 가계신용대출은 지난 1년 새 16조500억원에서 16조1500억원(카카오뱅크), 8,400억원에서 7,400억원(케이뱅크)으로 정체 또는 감소한 반면, 주담대는 17조3,200억원에서 24조9,800억원(카카오뱅크), 3조6,900억원에서 7조1,500억원(케이뱅크)으로 급증했다.

인터넷은행의 주담대 급증세는 올해 1월부터 주담대 및 전세대출까지 대환대출(신용대출 갈아타기) 서비스가 확대된 것이 핵심 요인으로 추정된다. 은행권 주담대 수요가 보다 금리가 낮은 인터넷은행으로 옮겨온 영향이라는 것이다. 일례로 카카오뱅크의 1분기 주담대 신규취급액 중 5대 은행 등 일반은행에서 넘어온 대출 비중은 62%에 이른다. 다른 인터넷은행도 올해 초 대환대출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갈아타기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 신용대출 비율 기준 '총여신'으로 수정 추진

전문가들은 가계대출을 억제하면서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을 확대해야 하는 인터넷은행의 쌍방향 규제가 인터넷은행의 성장을 제한하고 건전성 악화만 불러왔다고 지적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신용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0.78%에서 올해 8월 말 1.03%로 올랐다. 케이뱅크의 신용대출 연체율은 같은 기간 1.48%에서 1.92%로 치솟았다. 토스뱅크는 1.15%에서 1.12%로 소폭 낮아졌지만 2022년 말(0.79%)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에 인터넷은행은 정부의 쌍방향 규제를 피하고자 주담대 중에서 가계대출에 속하지 않는 개인사업자 대상 주담대를 늘리는 식으로 우회로를 찾고 있다. 케이뱅크는 8월 인터넷은행 최초로 100% 비대면 방식의 개인사업자 대상 주담대를 출시했다. 내년에는 중소기업 대상 담보대출을 합쳐 최대 5조원까지 사업자 대상 담보대출 잔액을 늘린다는 구상이다. 카카오뱅크도 비대면 방식의 개인사업자 대상 주담대 판매를 준비 중이다.

문제는 개인사업자 대상 주담대도 아파트만을 담보로 판매되고 있어 사실상 가계대출과 성격이 비슷하다는 점이다. 영세한 개인사업자의 아파트담보대출은 사실상 가계대출의 일종으로 볼 수 있어 자칫 가계대출 억제 정책의 구멍으로 작용해 풍선효과만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비대면 대환대출이 자유로운 상황에서 잔액 기준 비중 규제는 인터넷은행의 신용평가모형(CSS) 고도화를 유도하기보다는 기존 고객을 은행끼리 뺏고 빼앗기는 소모적 경쟁만 유발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에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율 산정 방식에 대한 수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은 중·저신용자 대출액을 가계신용대출로 나눠 비율을 산정하는데, 앞으로는 총여신으로 나누는 방식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총여신에는 가계신용대출뿐만 아니라 주담대, 대·중소기업 대출, 개인사업자 대출 등이 두루 포함되기 때문에 중·저신용자 대출에는 적극적이지 않으면서 주담대는 크게 늘려 온 인터넷은행의 행태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란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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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기자회견 앞둔 고려아연, 유상증자 철회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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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대규모 유상증자로 뭇매 맞은 고려아연, 긴급 기자회견 개최
시장서는 유상증자 철회 전망에 힘 실려, 지분율 경쟁 어쩌나
경영권 분쟁 '캐스팅 보트' 국민연금 표심이 변수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과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일반공모 유상증자 결정 등에 관한 입장을 밝힌다. 고려아연 측이 시장 여론을 고려해 유상증자를 철회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시장의 이목은 지분 경쟁에서 열위로 밀려난 최 회장 측이 꺼내 들 '플랜 B' 카드에 집중되고 있다.

고려아연, 이사회·기자회견 연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고려아연은 오전 중 유상증자 관련 의사 결정을 위한 이사회를 열어 일반공모 유상증자 철회 여부를 결정하고,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관련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이사회 내부적으로는 시장과 금융당국의 우려를 고려해 유상증자 결정을 철회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아연은 앞서 지난달 30일 일반공모 방식의 2조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고려아연의 증권신고서에 △유상증자 추진 경위 및 의사 결정 과정 △청약 한도 제한 배경 △공개매수 신고서와의 차이점 등에 대한 기재가 미흡하다며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 유상증자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시장 역시 고려아연의 대규모 유상증자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고려아연이 유상증자로 발행되는 신주의 예상 발행가액을 최근 진행한 공개매수 가격(89만원)보다 훨씬 낮은 67만원으로 공시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이 공시한 가격대로 유상증자가 진행될 경우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 훼손이 불가피하다.

고려아연이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유상증자 철회 소식을 밝힐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고려아연 주가는 장 초반부터 강세를 보이고 있다. 13일 오전 11시 7분 기준 코스피 시장에서 고려아연은 전 거래일보다 2.28% 오른 116만8,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개장 직후에는 주가가 6.39% 급등하며 120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최 회장, 지분 경쟁에서는 '열위'

문제는 고려아연 이사회가 유상증자 철회를 결정할 경우 최 회장이 의결권 열위를 뒤집을 수단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를 통해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1일까지 NH투자증권에 증거금을 전액 예치하고 ‘자유재량매매(CD, Careful Discretion)’ 방식으로 매수를 요청, 고려아연 보통주 28만2,366주(1.36%)를 추가 취득했다. 자유재량매매는 투자자의 매매 주문을 받은 증권사가 주가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제한된 가격대에서 소량의 지분을 꾸준히 매매하는 방식이다.

이번 매수에 따라 한국기업투자홀딩스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6.68%까지 높아지게 됐다. 한국기업투자홀딩스의 지분에 기존 영풍 및 장씨 일가의 고려아연 지분, 영풍 측이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통해 확보한 지분 등을 더하면 MBK·영풍 연합의 지분은 발행주식 총수의 39.83%까지 상승하게 된다. 차후 고려아연이 자기주식을 소각한다면 MBK·영풍 연합의 의결권 지분율은 45% 수준까지 높아질 것으로 추산된다. 양측의 지분율 격차가 한층 벌어진 셈이다.

현재 최윤범 회장 측 지분율은 우호 세력으로 분류되는 주주를 포함해 35% 내외로 추산된다. 그러나 최근 최 회장의 우군으로 꼽히던 한국투자증권이 보유 중이던 고려아연 지분 0.8%를 모두 처분한 만큼, 최 회장 측의 지분율 역시 감소했을 가능성이 크다. 시장 일각에서는 최 회장 측 우호 지분으로 분류되던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도 고려아연 지분 0.7% 중 일부를 처분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들의 지분을 모두 제하면 최 회장 측은 의결권 경쟁에서 한층 불리한 입지에 놓이게 된다.

고려아연의 '플랜 B'

지분 경쟁에서 MBK·영풍 연합이 우위를 점한 가운데, 최 회장 측은 향후 펼쳐질 표 대결을 고려해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고 나섰다. 고려아연은 우선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 보트'로 꼽히는 국민연금을 설득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지분 7.83%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5년간 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서 회사 측 안건 중 92.5%에 찬성하며 현 경영진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국민연금은 지금까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앞서 진행된 고려아연과 MBK·영풍 연합의 공개매수 경쟁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지난달 18일 진행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고려아연 의결권 행사에 대해 “장기적인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하겠다”고 언급하며 말을 아끼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향후 의결권 행사와 관련한 판단을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에 맡길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일반적인 의결권 행사는 기금운용본부에서 결정하지만, 자체적인 판단이 어렵거나 종합적인 판단이 요구되는 민감한 사안은 수책위가 맡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수책위는 국민연금기금이 보유한 상장 주식에 대한 주주권 및 의결권 행사, 책임투자 관련 주요 사안 등을 검토・결정하기 위해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산하에 설치된 위원회다.

일각에선 지배구조개선자문위원회(개선위)의 등판 가능성도 제기된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민연금은 내부적으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대한 판단을 개선위에 맡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수책위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 개선위의 자문 내용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한 IB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이번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서 개선위 쪽의 자문을 구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개선위 자체가 수책위에서도 판단하기에 부담스러운, 사회적 관심이 큰 사안에 대한 자문을 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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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금융권 ‘금리 경쟁’ 사라진 주담대 시장, 1만2천 가구 둔촌주공도 예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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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최대 3,000억원 낮은 대출 한도
대출 총량 ‘리셋’되는 1월 노리기도
2금융권 찾는 발걸음, ‘풍선효과’ 발생

한때 치열했던 은행들의 소비자 유치 경쟁이 시들해진 모습이다. 정부의 가계대출 조이기 기조가 이어지며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눈치 싸움’에 돌입한 것이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로 주목받은 둔촌주공아파트(올림픽파크오레온) 입주자들이 그 피해자가 됐다. 입주자들 사이에서는 잔금대출 금리와 조건 등이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연내 입주 앞둔 4,000여 가구 대출 찾아 ‘발 동동’

12일 올림픽파크포레온(이하 포레온) 재건축 조합에 따르면 공공임대를 제외한 약 1만1,000가구 중 이달 7일까지 입주 시기를 확정한 가구는 6,100가구 정도다. 이 가운데 연내 입주를 확정한 가구는 약 4,000가구로, 연말까지 두 달 가까운 시간이 남아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입주 가구는 훨씬 늘어날 전망이다. 포레온은 오는 27일부터 입주를 시작한다.

최소 4,000가구 이상이 입주를 위해 잔금 대출을 이용할 예정이지만, 1금융권의 포레온 잔금대출 취급 내용은 이달 초에야 마련됐다. 먼저 6일에는 KB국민은행이 입주 예정자를 대상으로 연 4.8% 수준(5년 고정형 기준)의 잔금대출을 시작한다는 안내문을 발송했다. KB국민은행의 포레온 잔금대출 한도는 3,000억원이다. 11일에는 하나은행이 고정 금리 최저 4.64%, 변동금리 최저 5.09% 수준의 금리로 잔금대출을 실시한다고 알렸다. 하나은행의 포레온 잔금대출 한도 역시 3,000억원이다. 같은 날 NH농협은행도 연 4.80% 고정금리 상품을 판매한다고 밝혔다. 다만 NH농협은행의 포레온 잔금대출 한도는 2,000억원으로 KB국민·하나은행보다 낮은 수준에 책정됐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정하지 못한 은행도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한도 500억원 수준의 잔금대출을 판매한다는 계획만 알려졌으며, IBK기업은행은 포레온 잔금 대출 여부를 확정하지 못했다. 신한은행은 금융채 5년물 금리에 1.5%를 더한 대출을 실시하는 방안이 유력하지만,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올해는 해당 상품을 판매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처럼 입주가 불과 보름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대부분 은행의 금리나 대출 규모가 확정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통상 대단지 아파트는 입주 시점 한 달 전부터 금리가 정해지고 은행들의 소비자 유치 경쟁이 시작된다.

이처럼 시중은행들이 포레온 잔금대출의 세부 내용 확정에 어려움을 겪은 데는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기조 영향이 짙게 작용했다. 총 1만2,000여 가구 규모의 포레온은 입주 관련 대출만 최소 1만 건 이상 체결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연말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 중인 은행 입장에선 낮은 금리를 책정할 경우 소비자가 몰려 대출 잔액 급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8월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를 초과한 은행의 경우 내년 영업에 제약을 주는 페널티를 예고한 바 있다.

이에 입주 예정자들의 불만도 거세지고 있다. 현재 거주 중인 집을 비워줘야 하는 상황에서 대출이 막혀 포레온 입주 날짜를 정하지 못한 탓이다. 당초 12월 이사를 계획했다는 한 입주 예정자는 “당장 내일모레 이사 날짜를 정해야 하는데, 금리를 비교하는 건 고사하고 대출 자체도 불확실해 일반 분양자들은 속이 탄다”며 “그나마 대출을 취급하는 은행도 한도가 적거나 금리가 높아 아예 입주를 미루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내년 대출 완화 기대감 솔솔

다만 일부 입주민 사이에서는 내년 1월이면 지금보다는 유리한 조건으로 대출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은행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기준이 연간 단위인 데다, 포레온 입주 기한도 내년 3월 말까지인 만큼 은행 입장에선 이러한 기준이 초기화된 다음에 대출을 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은행의 실적 관리 차원에서도 포레온은 놓칠 수 없는 ‘황금어장’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총 85개 동, 12,032세대에 달하는 포레온은 전체 대출 규모만 8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일부 은행이 둔촌주공 입주 예정자에 대한 조건부 전세대출 재개를 고려하고 있다는 점도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싣는다. 조건부 전세대출은 소유권이 바뀌는 집에 대한 전세대출로, 전세 세입자를 구해서 이들로부터 받는 전세 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는 거래에 주로 이용된다. 하지만 조건부 전세대출 가운데 상당수가 갭투자에 이용되는 등 대출 폭증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KB국민·신한·우리은행 등은 한시적으로 조건부 전세대출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 현재 시중 은행 가운데선 하나은행과 SC제일은행만이 포레온 입주 예정자들을 상대로 조건부 전세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일각에선 포레온 잔금대출 규모가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적은 규모일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포레온 재건축 조합에 의하면 일반분양 기준 잔금대출 규모는 3조원가량이다. 이는 일반 잔금과 후취담보대출 금액을 모두 합한 것으로, 여기에 기존 조합원들의 이주비와 분담금 납부를 위한 대출까지 더하면 3조원 정도가 추가될 것으로 예상했다. 전체적으로는 둔촌주공 재건축 대출시장 규모가 6조원 수준에 형성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조합 관계자는 “8조원이라고 하는 것은 다소 과장되고 와전된 것 같다”며 “일반분양 중 대출을 받지 않는 가구도 있을 테니 최종 대출 수요는 이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2금융권 4.2% 변동금리 일주일 만에 ‘완판’

포레온 입주자 사이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를 찾아 2금융권을 이용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시중은행의 잔금대출 관련 내용 확정이 늦어진 데다, 최근 발표된 내용에서는 비교적 높은 금리가 제시된 까닭이다. 일례로 포레온 집단대출을 취급하는 광주농협 용주지점의 경우 연 4.2%대 변동금리 상품이 불과 일주일 만에 모두 소진되며 입주 예정자들의 높은 관심을 방증했다.

이는 1금융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 2금융권 등으로 소비자들이 몰리는 ‘풍선 효과’의 대표적 사례로, 주택담보대출 시장 전체의 흐름이기도 하다. 실제로 11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10월 가계부채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2조7,000원 증가하며 전월(3,000억원 감소) 대비 크게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은행권의 주담대 증가 폭은 3조6,000억원 늘며 전월(6조1,000억원 증가)과 비교해 크게 줄었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세 대응 차원에서 올해 남은 기간 2금융권에도 가계부채 관리계획을 마련할 것을 지시할 방침이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가계대출을 확고하고 엄격하게 관리하되, 그 과정에서 서민·취약계층에 과도한 자금 애로가 발생하지 않도록 균형감 있게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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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트럼프發 강달러에 재차 1,400원 돌파

원·달러 환율, 트럼프發 강달러에 재차 1,400원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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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준금리 내려갔는데" 꺾이지 않는 강달러
트럼프 당선인 관세 강화·감세 공약이 금리 상승 기대 키워
기준금리 조정 앞둔 韓·엔저 시달리는 日 '난감'

원·달러 환율 시가가 재차 1,400원을 넘어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지자, 시장 전반에서 강(强)달러 흐름이 지속되며 환율이 치솟는 양상이다. 기준금리 조정에 제동이 걸린 한국과 엔저 장기화 가능성이 커진 일본 등 주변국의 셈법은 한층 복잡해지게 됐다.

치솟는 원·달러 환율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9시 20분 기준 1,400.7원을 기록했다. 전 거래일 종가(1,394.7원)보다 4.4원 오른 1,399.1원에 개장한 뒤 곧바로 1,400원대까지 올라선 것이다. 환율 시가가 1,400원을 넘긴 것은 지난 7일(1,401.10원) 이후 3거래일만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6일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압승을 거뒀다는 소식에 1,400원대를 넘나들다가 8일 연준이 스몰컷(0.25%p 금리 인하)을 단행하며 1,380원대까지 밀린 바 있다.

달러인덱스는 이날 105.7까지 오르면서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인덱스는 경제 규모가 크거나 통화가치가 안정적인 세계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미국 달러의 평균 가치를 지수화한 것으로, 달러의 가치 변동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달러 강세가 이어지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하면 금리 뛴다?

미 대선 이후 달러 강세가 이어지는 배경에는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이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미국으로 오는 모든 수입품에 10%의 보편 관세를 매기고, 중국산 수입품에는 60%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이에 시장에선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세계적으로 통상 갈등이 심해지고 물가가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트럼프 당선인이 2025년 만료되는 '감세와 일자리법(TCJA)'을 연장할 것이라는 전망 역시 달러 강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와 의회가 통과시킨 TCJA는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소득세 최고세율을 39.6%에서 37%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해당 법안을 연장하고 법인세율을 15%까지 낮추겠다고 공약한 상태다. 공화당이 백악관과 의회의 상·하원을 동시에 장악하는 '레드스윕(Red sweep)' 현상이 나타난 만큼, 이 같은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들이 금리 인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수입품 관세를 인상할 경우 자연스럽게 물가가 상승하게 되고, 연준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세금 감면 시에는 세수가 줄고 재정 적자가 커지며 국채 발행이 늘어나게 되는데, 금리 역시 이에 맞춰 상승할 확률이 높다. 미국의 금리가 상승하면 전 세계의 자금이 미국으로 쏠리게 되고, 달러 수요가 급증하면서 강달러 현상이 심화하게 된다.

셈법 복잡해진 韓·日

강달러 기조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세계 각국의 셈법도 한층 복잡해지게 됐다. 우선 우리나라의 경우 한동안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조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강달러로 인해 고환율이 이어지면 수입 물가를 자극해 소비자 물가가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시장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28일 진행될 연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엔저 장기화로 신음하고 있는 일본의 고민 역시 깊어지는 모습이다. 지난 9월 달러당 140엔선까지 떨어졌던 달러·엔 환율은 트럼프 당선인이 미 대선 승기를 잡은 지난 6일 달러당 154엔까지 뛰었다. 과거 엔저는 일본의 수출을 떠받치는 호재로 작용했으나, 대기업 공장들이 해외로 대거 이탈한 현시점에는 내수 기업의 수입 부담을 가중시키는 악재로 꼽힌다. 엔저가 장기화하며 소비자물가가 치솟을 경우 출범 한 달 만에 30%대로 고꾸라진 이시바 시게루 내각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크다.

달러·엔 환율이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이자 일본 정부는 시장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섰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가토 가쓰노부 일본 재무상은 지난 8일 각의(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최근 외환시장에 대해 "일방적이고 급격한 움직임이 보인다"며 "지나친 움직임에는 적절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와 관련해 "미국은 주요 무역상대국"이라며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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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행동주의 펀드 "韓 증시 금투세 폐지로 매력 높아져", 행동주의 표적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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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행동주의 펀드 돌턴, 금투세 폐지 등 韓 증시 분석
"저평가된 韓 증시, 상법 개정안은 소액주주에 기회"
4년 새 행동주의 펀드 표적 된 韓 기업 10배가량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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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행동주의 펀드가 "한국 주식이 '초특가 세일(deeply discounted)'에 돌입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코리아 밸류업 정책과 금융투자소득세 폐지가 맞물려 시장 환경이 개선되면서 저평가된 우량 기업을 중심으로 가치를 창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이에 재계에서는 국내 기업이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돌턴, 한국콜마 지분 5% 확보 등 주주행동주의 전개 전망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미국의 행동주의 펀드 돌턴 인베스트먼트(Dalton Investment)는 '금투세 폐지 다음은 상법 개정인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하고 "한국의 주식시장이 여전히 저평가된 상태지만 향후 투자 환경이 개선되면서 기지개를 켤 것"이라고 전망했다. 돌턴은 금융위기가 아시아를 휩쓴 1999년 출범한 행동주의 펀드로, 당시 쑥대밭이 된 아시아 증시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돌턴은 보고서를 통해 "올해 들어 아시아 주요 시장이 일제히 오름세를 보인 것과 달리 한국 증시는 내림세를 이어가며 아시아 증시 가운데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했다"며 "특히 올해 하반기에는 금투세 도입에 대한 우려로 증시 거래량마저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더불어민주당이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금투세 폐지와 밸류업 정책이 상법 개정과 맞물리면서 한국 증시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돌턴의 제임스 임 수석 애널리스트는 "지금은 여야 모두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를 해결하고 시장의 성과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현재 한국의 우량 기업들이 심하게 저평가된(deeply discounted) 상태임을 감안할 때 다수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의 움직임은 적극적 주주에게 매력적 투자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변화는 돌턴을 비롯한 소액 주주의 이해관계에도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행동주의 펀드에 긍정적 시장 환경이 열릴 것이란 해석이다.

앞서 돌턴은 2019년 현대홈쇼핑, 2020년 삼영무역에 대해 주주행동주의를 펼친 바 있다. 2022년에는 SK그룹에 적극적 주주환원책 등을 요구하는 주주 서한을 보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 6일에는 화장품 기업 한국콜마의 지주사인 콜마홀딩스 지분 5.02%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올해 초부터 지분을 사들여 오다가 상장사 주식 5% 이상 매입 시 공시해야 하는 '5% 규정'에 따라 정체가 드러난 것이다. 돌턴은 단순 투자라고 밝혔으나 업계에서는 조만간 주주 환원 확대를 앞세운 행동주의 운동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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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 거래량(단위: 조원)/출처=돌턴 인베스트먼트

SK스퀘어·KT&G·고려아연 등도 행동주의 펀드 표적 돼

한국 시장을 타깃으로 삼은 행동주의 펀드는 돌턴만이 아니다. 영국 데이터 분석 기관 인사이티아에 따르면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된 국내 기업 수는 2017년 3개에 불과했으나 2019년 8개에서 2023년 77개로 5년 새 9.6배나 증가했다. 조사 대상 23개국 중 미국,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한국경제인연합회는 "국내 기업들이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역대급 실적을 거뒀지만, 주가는 저평가된 곳이 많다 보니 국내외 펀드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에는 내년 주주총회 철을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의 움직임이 더욱 본격화되고 있다. 이들은 주총 안건 제안, 이사회 구성 변경 등과 관련해 협상에 나서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업 경영에 개입한다. 영국계 행동주의 펀드 팰리서캐피털은 최근 SK스퀘어 지분율 1%를 넘기며 10대 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아직은 자사주 매입 등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향후 SK그룹의 지배구조 이슈에 개입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SK스퀘어는 SK하이닉스 외에 11번가, SK플래닛, 티맵모바일 등을 보유한 SK그룹 정보통신기술(ICT) 부문의 중간 지주사다.

또 동북아시아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 경영진과 다툼을 벌이고 있으며, 두산밥캣의 지분 1% 이상을 확보한 얼라인파트너스도 자회사 합병에 쓰려던 1조5,000억원을 주주 환원용으로 돌리라고 요구했다. 싱가포르계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털파트너스(FCP)는 KT&G 경영진에 한국인삼공사(KGC인삼공사) 지분 100%를 1조9,000억원에 인수하겠다는 투자의향서(LOI)를 발송하기도 했다.

행동주의 펀드의 공습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상법 개정안을 놓고도 재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로써는 돌턴의 분석처럼 연내 정기국회에서 민주당의 주도로 상법 개정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무분별한 기업 지배구조 규제로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공격을 늘려 기업을 부실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모든 주주의 이해관계를 만족시키기 어려운 만큼 자칫 이사진이 배임 소송에 내몰리고 미래를 내다본 장기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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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행동주의가 자본시장 체질 개선에 주요 촉매로 작용

재계의 우려처럼 현재 국내 자본시장에는 행동주의 펀드가 단기 주가 부양에만 매달려 경영권을 위협할 것이란 부정적인 인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일부 행동주의 펀드는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 삼아 기업을 압박한 뒤 주가가 오르면 막대한 시세 차익을 챙겨 떠난 바 있다. 지난 2003년 SK그룹은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으로 심각한 위기를 경험했다. 당시 외국계 헤지펀드 소버린자산운용은 SK그룹 지주사인 SK㈜ 지분을 집중적으로 매입, 14.99%까지 끌어올리며 SK㈜의 최대 주주에 올랐다.

이후 소버린은 사외이사 추천, 자산 매각, 주주 배당, 최태원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SK그룹을 압박했다. 당시 SK그룹의 직접 보유지분은 13%, 최 회장의 지분율은 1%에 불과했다. 최 회장과 SK그룹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지분 매입과 우군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고 이 과정에서 1조원이 넘는 비용을 투입해야 했다. 2003년 3월 6,000원 수준에 불과했던 주가가 경영권 다툼을 겪으며 5만원대까지 치솟았고 소버린은 1조원에 가까운 차익을 실현했다. 결과적으로 이 싸움은 SK그룹 측의 승리로 끝났지만, 국내 자본시장에는 굴욕을 안긴 대표적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다만 행동주의 펀드가 경영에 직접 개입하는 과정에서 기업이 주주가치 제고와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도록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적지 않다. 실제로 잉여현금흐름에 비해 배당이 인색하거나, 자산 대비 대주주 지분율이 낮으면서 배당이 박한 기업이 행동주의 펀드의 표적이 되는 경우가 잦다. 국내 대기업들이 3~4세 경영으로 넘어가면서 지분이 잘게 나누는 데다, 상속세 부담 때문에 적극적으로 주가 부양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을 정면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의 경우 행동주의 펀드가 자본시장 체질 개선에 주요한 촉매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들은 주주제안을 통해 도쿄증권거래소(TSE)의 개혁안에 동참하기를 요구하거나 정책 설정에 자문하는 방식으로 일본 현지에 맞는 행동주의 전략을 추진하면서 기업가치 제고 활동의 파트너로 거듭났다. 일례로 돌턴은 올해 대형 제과기업 에자키 글리코에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하라는 주주제안을 했고 해당 안건은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30%의 찬성표를 모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를 두고 '모두가 행동주의자가 되는 시대'라고 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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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악재 쌓였다" SGI서울보증보험, 증권신고서 제출 내년으로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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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공모주 시장, SGI서울보증보험 IPO도 '주춤'
'조 단위 대어' 케이뱅크는 상장 철회, 토스는 미국行
"예금보험공사가 물량 쏟아낼 텐데" 시장 우려도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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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재도전에 나선 SGI서울보증보험이 증권신고서 제출을 내년으로 미룬다. 공모주 시장에 찬바람이 몰아치며 증시에 신규 입성한 종목들의 주가가 줄줄이 미끄러지는 가운데, 케이뱅크·비바리퍼블리카 등 'IPO(기업공개) 대어'들의 상장마저 줄줄이 지연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SGI서울보증보험이 고질적인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우려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내년에도 증시 입성에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GI서울보증보험 상장 연기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GI서울보증보험은 최근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상장 주관사와 만나 증권신고서 제출 시기를 내년으로 잠정 확정했다. 아울러 희망 공모가 범위 산출과 보호예수기간 등 공모 구조도 내년 초 재차 점검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애초 내년 1월로 예정돼 있었던 SGI서울보증보험의 상장 시기도 미뤄지게 됐다. 증권신고서 제출 이후 금융감독원의 심사,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 일반 투자자 청약 등에 2~3개월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SGI서울보증보험의 증시 입성은 빨라도 내년 1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당초 시장에선 SGI서울보증보험이 이달 중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봤다. 지난달 21일 이미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로부터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데다, 연내 청약을 진행해 상장 후 청약 투자자들로의 배당금 지급 계획도 정해뒀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공모주 시장이 얼어붙으며 SGI서울보증보험의 상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6일 상장한 더본코리아의 경우 상장 첫날 주가가 51% 넘게 상승하며 흥행에 성공했지만, 그 이전 2주 동안 증시에 입성한 8개 종목은 모두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았다. 지난 1일 상장한 드론 및 로봇 에듀테크 전문기업 에이럭스의 경우 상장 첫날 하락률이 38.35%에 달했다.

'대어'들도 줄줄이 시장 이탈

SGI서울보증보험과 같이 조 단위 몸값을 내세운 'IPO 대어'들의 상장 지연도 이 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8일 케이뱅크는 “수요예측 결과 총공모주식이 8,200만 주에 달하는 현재 공모 구조로는 성공적인 상장을 위한 충분한 투자 수요를 끌어내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상장을 연기하기로 했다”며 IPO 철회 소식을 밝혔다. 케이뱅크는 당초 지난달 18일 중 공모가를 확정하고, 10월 21~22일 일반 청약을 진행해 10월 30일 상장할 예정이었다. 공모 규모는 총 8,200만 주며 주당 희망공모가는 9,500~1만2,000원, 희망공모가 범위 상단 기준 공모 금액은 9,840억원이다. 공모가 밴드에 따른 상장 후 시가총액은 약 4조∼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지난달 10~16일 진행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케이뱅크가 부진한 성적표를 받으며 이 같은 상장 계획에 먹구름이 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 수요예측에 참여한 대다수 기관투자자는 하단 가격인 9,500원 또는 이보다 낮은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기관은 주당 9,000원대 공모가가 지나치게 비싸다고 판단, 수요예측에 아예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모바일 금융 플랫폼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 역시 지난달 국내 IPO 주관사에 국내 상장 작업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타진했다. 앞서 지난 2월 국내 상장을 위해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삼성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선정한 지 8개월 만이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이르면 연내 미국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고 미국 증시 입성을 준비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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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소되지 않는 '오버행' 우려

SGI서울보증보험이 상장 연기를 택한 가운데, 업계는 SGI서울보증보험이 내년 상장을 앞두고 시장의 '오버행' 우려를 불식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SGI서울보증보험은 최대주주인 예조(지분율 93.85%)의 공적 자금 회수를 위해 반드시 상장에 성공해야 하는 상황이다. 예보는 지난 1999년부터 2001년까지 SGI서울보증보험에 총 10조2,500억원의 공적 자금을 투입했으며 이후 약 4조6,000억원을 회수했다. 미회수분은 코스피 상장 후 지분 매각(최대 33.85%), 경영권 지분 매각 등의 단계를 거쳐 회수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 같은 예보의 움직임이 SGI서울보증보험의 투자 매력을 반감하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SGI서울보증보험 IPO 실패의 배경에도 예보의 지분 처분 계획이 있었다. 지난해 SGI서울보증보험은 약 3조6,000억원(희망 공모가 범위 상단 기준) 규모 기업가치를 앞세워 IPO 시장 최대어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으나,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들이 오버행 우려로 희망 공모가 범위 하단보다 낮은 금액에 주문을 넣으면서 상장 철회를 결정한 바 있다.

SGI서울보증보험은 이 같은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배당주'로서의 매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시장의 의구심은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모습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SGI서울보증보험은 최근 실적이 상당히 부진한 상태"라며 "순이익이 계속해서 감소하는 상황에 무작정 배당을 확대한다는 계획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SGI서울보증보험은 올해 상반기 79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879억원) 대비 57.8% 급감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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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문제다" 美 스몰컷에도 한은 11월 금리 인하는 '불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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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11월 FOMC에서도 스몰컷 단행
"금리 격차 줄어들었는데" 트럼프 당선 후 원·달러 환율 치솟아
환율에 주목하는 한은, 11월 금융통화위원회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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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0.25%p 인하했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가 좁혀짐에 따라 한국은행의 운신 폭이 넓어진 가운데, 시장에서는 한은이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사실상 작다는 평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후보가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치솟은 영향이다.

연준, 2회 연속 금리 인하

연준은 7일(현지시각) FOMC 정례회의 직후 낸 성명에서 기존 연 4.75~5.00%이었던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연 4.50~4.75%로 인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9월에 이어 2회 연속 금리를 내린 것이다. 파월 의장은 FOMC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 경제가 건실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회의 전까지의 경제활동 데이터를 보면 기대보다 상당히 강력했다”면서 “고용 보고서도 상당히 좋았고, 소매판매도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전반적으로 경제 활동의 하방 리스크가 줄어들었다”고 평가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시각도 드러냈다. 그는 “비주택 서비스와 상품이 근원 PCE의 80%를 차지하는데, 그 수준이 인플레이션이 2%대를 기록했던 2000년대 초 수준으로 돌아갔다”면서 “노동 시장도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해외 기관은 이번 기준금리 인하 결정이 '예상에 부합했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한은 뉴욕 사무소가 주요 투자은행(IB)의 반응을 취합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JP모건은 “이번 25bp 인하 결정이 지난 회의와 달리 만장일치로 결정된 만큼 특별한 이변은 없었다”면서 “정책 결정문에도 의미 있는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회의는 시장에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만큼 역시나 새로운 정보가 없었다”면서 “미국 경제는 여전히 견조해 보이고 인플레이션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경제 판단에 크게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파월 의장도 시장에 새로운 정보를 주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won dollar exchange FE 20240617

'강달러'에 발목 잡힌 한은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함에 따라 한·미 금리차를 주시하던 한은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작년 7월부터 지난 8월까지 역대 최대 수준인 2%p로 유지되던 한·미 금리차는 이번 연준의 결정으로 1.5%p까지 줄어들게 됐다. 원론적으로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질 경우,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 자금이 이탈하며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

금리차가 좁혀지면서 금통위의 운신 폭이 넓어졌지만, 시장에서는 한은이 오는 28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사실상 작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45대 미국 대통령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당선으로 강(强)달러 현상이 본격화한 탓이다. 관세 인상, 이민자 추방 등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이 실행되며 인건비와 물가가 높아질 경우 연준은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원화 가치 하락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미국 대선 결과가 공개된 7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5.8원 오른 1,402원에 개장했다. 시가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은 것은 2022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장중에는 달러 강세가 한층 두드러지며 환율이 1,404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다만 8일 환율은 FOMC 결과가 반영된 영향으로 장 마감 시점 기준 1,385.70원까지 하락했다.

이창용 총재 "환율, 금리 인하 시 고려 요인"

한은은 미국 대선 결과 발표 이전부터 원·달러 환율 변동에 대한 경각심을 드러내 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방문한 미국 워싱턴 D.C.에서 "환율이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 높게 올라가 있고, 상승 속도도 크다"며 "지난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고려 요인이 아니었던 환율이 다시 고려 요인으로 들어왔다"고 발언했다.

그는 미국 대선, 견고한 미국 경제 지표 등의 영향으로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가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했고, 이로 인해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우리가 환율 정책을 할 때는 특정한 수준을 염두에 두고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원칙적인 얘기지만, 레벨보다는 스피드라든지, 한쪽으로 너무 치우쳐서 변화할 때 생길 수 있는 시장 기능(Function)이 잘 작동하는지를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이달 개최 예정인 금융통화위원회에 대해선 "수출 증가율이 둔화하는 것이 내년 경제성장률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 지금 우리가 하는 거시건전성 정책이 금융 안정에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는지, 미국 대선이 끝난 뒤에도 달러 강세가 계속 지속될지, 이런 것들을 데이터를 보며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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