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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려도 문제, 내려도 문제" ECB, 기준금리 조정 딜레마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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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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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물가 안정세, ECB 금리 인하 여건 조성
유로화 패권·美 50% 고율 관세가 '핵심 변수'
경기 침체 상황 벗어나려면 금리 인하 필요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역내 주요국들의 경제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금리 인하가 필수적이지만, 유로화 통화 패권과 미국발(發) 관세 리스크 등을 고려하면 오히려 금리 동결·인상 결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ECB가 금리 동결 시 따라오는 이점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경기 회복에 중점을 둘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제 통화' 자리 노리는 EU

28일(이하 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프랑스의 5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0.6% 상승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0.9%)를 눈에 띄게 하회하는 수치다. 지난 한 달간 서비스와 에너지 물가가 대폭 안정되며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일부분 해소된 것으로 풀이된다. 프랑수아 빌루아 드 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이번 물가 지표를 두고 “디스인플레이션이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고무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

EU 역내 주요국인 프랑스의 물가 상황이 안정세를 보이자, 시장에서는 ECB가 오는 6월 5일 개최될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0%까지 낮출 것(0.25%p 인하)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ECB는 지난해 6월 이후 이미 7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한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ECB가 섣불리 금리를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들어 달러화 패권이 눈에 띄게 약화했기 때문이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미 달러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 인덱스는 4월 2일 103.66에서 이달 27일 한때 99.31까지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극단적인 관세 정책 △대규모 감세 법안의 미 하원 통과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 등 악재가 누적되며 달러 가치가 고꾸라진 것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러한 환경이 EU에 있어 전략적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지난 26일 독일 베를린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글로벌 유로화의 시간을 만들 기회가 열리고 있다"며 "유럽의 운명을 더욱 강력하게 자기 주도로 이끌어갈 기회"라고 발언, 유로화가 미국 달러의 불안정성에 대응할 수 있는 국제 통화로서 도약할 수 있다고 직접 강조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 ECB가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할 경우, 유로화 자산의 이자 수익이 줄어들며 해외 자산이 유럽 시장을 이탈할 가능성이 커진다. EU의 통화 패권 강화 기회가 사실상 증발하는 셈이다.

관세 리스크에도 발목 잡혀

미국발(發) 관세 리스크 역시 ECB의 기준금리 인하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애초 EU에는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상호관세 방침에 따라 20%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EU가 관세 협상을 지연시키고 미국 기업에 부당한 규제 및 소송을 가하고 있다며 관세율을 50%까지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EU는 지난주 미국에 수정된 무역 제안서를 제출하고, 미국 측에 관세 시행 유예를 부탁하는 등 즉각 대응에 나섰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EU 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고율 관세 시행 시점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지난 25일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오늘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으로부터 6월 1일 부과 예정이던 50% 관세의 유예를 요청하는 전화를 받았다”며 “이 요청을 받아들여 (부과 시점을) 7월 9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집행위원장은 협상이 신속하게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금리 인하를 반대하는 ECB 인사들은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가 '유예'됐을 뿐, 관세율 자체가 하향 조정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금리를 너무 일찍 낮추면 향후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 재개됐을 때 대응 수단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의 우려대로 금리 인하 이후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실패해 EU에 고율 관세가 부과될 경우, 겨우 가라앉은 역내 인플레이션이 다시 자극받을 위험이 있다.

전문가 "금리 내려야 경제 산다"

문제는 ECB가 무작정 금리 인하를 미룰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침체의 늪에 빠져 있던 역내 주요국들의 경제가 최근 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독일의 경우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직전 분기 대비 0.4% 성장했다. 이는 지난달 말 발표된 잠정치(0.2%)를 대폭 웃도는 수치다. 통계청은 독일의 주요 대미 수출 품목인 자동차와 의약품을 수입하는 미국 업체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를 예상해 구매를 앞당겼고, 이로 인해 3월 제조업 생산과 수출이 예상보다 더 강한 성장세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유럽 벤처업계에도 봄바람이 불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이 발표한 ‘2025 1분기 유럽 VC 밸류에이션 리포트’에 따르면, 유럽 성장 단계 스타트업들의 프리 머니 밸류에이션(투자금이 들어오기 전 기업가치) 중간값은 올해 1분기 기준 69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분기(533억원) 대비 30% 상승한 수준이다. 스타트업들의 자금 조달 속도도 전반적으로 빨라졌다. 1분기 시드 및 초기 단계 스타트업의 투자 라운드 간 평균 간격은 각각 1.5년과 1.3년으로 전년 동기 대비 수개월 단축됐다. 투자 라운드 간 평균 간격이 단축됐다는 것은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가 개선되면서 유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신호로 풀이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ECB가 이 같은 시장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한 시장 전문가는 "유로화가 달러화를 당장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오히려 금리 인하를 통해 독일을 비롯한 주요국의 경제 성장을 유도하는 것이 유로화 시장 가치를 제고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금리를 내리지 않고 계속 버티면 각국의 경제 성장이 정체되며 침체 흐름이 되살아날 위험이 있는 만큼, 과감한 금리 인하가 필요한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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