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잠재적 인수 후보들 ‘거절 또는 침묵’
자산 비중, 실적 부진 등 인수 부담 커
기업가치 회복보다 어려운 브랜드 회복

롯데카드 매각이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못하면서 최대 주주인 MBK파트너스가 또 한 번의 투자 실패를 기록할 위기에 놓였다. 거듭된 매각 시도에서 롯데카드는 실적 정체, 부실 자산 부담 등 구조적 리스크를 고스란히 드러냈으며, 가격을 대폭 낮추는 방식으로도 근본적 매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시장과 여론 모두에서 MBK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 또한 더 큰 악재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몸값 대폭 할인에도 흥행 참패 조짐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MBK는 이달 초 롯데카드 잠재 인수 후보군 7~8곳에 투자안내서(티저레터)를 배포했다. 이르면 다음 달 초 예비입찰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돌입한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한 달이 돼가는 현시점까지 이렇다 할 원매자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때 인수 후보 1순위로 꼽혔던 하나금융지주는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으며, 지분 20%를 보유한 우리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는 아예 언급을 피하고 있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롯데카드의 매각 가능성을 매우 낮게 점치는 분위기다. 최근 실적 부진과 건전성 악화로 인해 매각가를 2조원대로 하향 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수를 추진할 만큼의 매력은 없다는 평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롯데카드의 연체율 상승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저(위험노출비중) 등 건전성 문제로 인수 이후 오히려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합병을 하더라도 고용 승계와 임금 격차 해소, 정보기술(IT) 시스템 통합 등 후속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2조원대 가격은 그리 낮은 수준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롯데카드는 지난해 말 기준 약 8,000억원의 부동산 PF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1분기 기준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2.4% 감소한 143억원에 그쳤고, 연체율은 1.94%로 2%대에 근접했다. 아울러 수익 기반 또한 부족하다는 평이 우세하다. 롯데카드 수익의 큰 축을 담당하는 롯데그룹의 오프라인 유통 채널이 좀처럼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어 인수 후 수익성 개선 또한 요원하다는 게 카드 업계의 중론이다.

사용자 기반 차별성 낮아, 본업 성장성에 의문부호
롯데카드는 지난 2019년 롯데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금산분리 정책에 따라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당시 MBK는 우리은행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롯데카드 지분 79.83%를 1조7,500억원에 인수했다. 현재 MBK는 특수목적법인(SPC) 한국리테일카드홀딩스를 통해 롯데카드 주식 4,471만7,000주(59.83%)를 보유 중이다.
MBK는 인수 4년차인 2022년 JP모건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첫 매각을 시도했다. 당시 예비입찰에는 하나금융지주와 KT 등이 참여했지만, 본입찰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얼어붙은 M&A 시장과 3조원대 높은 몸값, 계열사 PF 부실 관리 부담, 실적 부진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MBK가 이번 매각에서 희망 몸값을 2조원대로 크게 낮추며 거래 성사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PF 자산 확대도 꾸준히 지적되는 문제다. 2022년 첫 매각 시도 당시 롯데카드의 부동산 PF 비중은 약 10%에 육박했는데, 이 가운데 1조2,000억원가량이 부동산 시장 거품이 최대에 달했던 2021년 하반기에 집중됐다. 이를 두고 한국기업평가는 “롯데카드의 부동산 PF 80% 이상이 선순위 대출인 점을 감안할 때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다만 대부분 건당 50억원 이상의 거액 여신이고, 부동산 경기 또한 갈수록 침체하고 있어 건전성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통 카드사로서의 성장성 또한 의문부호를 남겼다. 간편결제나 핀테크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기술적 우위나 사용자 기반의 차별성이 떨어지는 가운데, 과거처럼 카드 이용 실적만으로 기업가치를 뒷받침하기엔 그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토스나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인뱅)이 롯데카드를 인수해 외연을 확장할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인수 후보로 거론되던 이들 인뱅 모두 “기존 카드사 인수보다는 직접 카드업 라이센스를 취득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라며 선을 그었다.
MBK 리스크 부상 “흥행은커녕 거래도 힘들어”
롯데카드 매각 무산은 MBK의 시장 내 신뢰도에 결정타를 날린 사건으로 평가된다. 이미 홈플러스, 네파, 고려아연 등에서 잇따른 투자 실패를 경험한 MBK는 시장에서 ‘고점에 사서 회수 못 하는 사모펀드’라는 이미지가 굳어지고 있었다. 여기에 롯데카드까지 매각이 불발되면서 투자자들은 물론, 산업계 전반에서 MBK의 딜 메이킹 능력에 대한 불신이 짙어지는 모습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MBK를 둘러싼 여론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김병주 도서관’ 논란이 대표적 예다.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에 건립 중인 해당 도서관은 김병주 MBK 회장이 거액을 기부하면서 시립 도서관으론 이례적으로 ‘김병주’란 이름을 넣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최근 홈플러스 사태 등으로 반대 여론이 짙어지며 착공 기념 현수막 등을 모두 제거한 채 조용히 공사를 진행 중이다. 이러한 지역사회의 냉소적 반응은 논란은 MBK의 이미지 마케팅 전략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같은 평판 리스크는 단순한 이미지 문제를 넘어 실제 거래에서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MBK가 주도하는 M&A에 대해 잠재 매수자들이 보수적으로 반응하고, 금융당국 역시 불신을 감추지 않으면서 “MBK 딜은 피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이다. 사모펀드의 존재 이유는 기업 구조조정과 가치 상승을 통한 투자금 회수인데, MBK는 최근 이러한 공식에 부합하는 사례를 거의 만들지 못하고 있다. 롯데카드의 매각 실패는 그런 흐름을 다시 한번 각인시킨 계기가 됐으며, 향후 타 매물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게 시장 전반의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