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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훈풍 타고 웃은 미국·일본 증시, 한국만 ‘울상’

AI 반도체 훈풍 타고 웃은 미국·일본 증시, 한국만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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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발표 3일 만에 주가 93% 급등한 ARM
日 닛케이225 지수 올해 들어 5.7% 상승
SK하이닉스 신고가 경신에도 韓 증시 ‘지지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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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에 대한 긍정적인 보고서와 기업의 호실적이 연이어 발표되며 미국 주식시장에서 AI 반도체 관련 주식들이 급등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잠시 주춤했던 기술주 중심 나스닥지수가 올해 들어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면서다.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MS), AMD 등이 신고가를 경신하고 전체 나스닥지수 상승세를 견인했고, ARM의 반도체 실적 호조가 힘을 보탰다.

ARM 필두로 줄줄이 신고가 새로 쓴 AI 반도체 기업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2일(현지 시각)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9.3% 급등한 148.97달러로 장을 마쳤다. 앞서 지난 7일 최근 분기(2024년 1월∼3월) 매출을 최대 9억 달러(약 1조1,948억원)로 예상하며 시장의 평균 예상치(7억7,800만 달러·약 1조329억원)을 크게 웃돈 데 따른 결과로, ARM의 주가는 실적 발표 후 단 3거래일 만에 93%가량 치솟았다. 이로써 ARM의 시가총액은 1,530억 달러(약 203조원)에 달하며 3위 인텔을 약 300억 달러 차이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

ARM은 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설계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ARM의 주력 제품 V9 아키텍처는 엔비디아 그레이스호퍼를 비롯해 MS 코발트, 아마존 그라비톤 등 다수의 AI 데이터센터용 CPU에 활용된다.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증가할수록 ARM 설계에 대한 수요 또한 늘어나게 된다.

ARM 외에도 다수의 AI 반도체 기업들이 신고가를 경신하며 시장의 봄날을 이야기했다. 엔비디아는 같은 날 전장 대비 4.17% 오른 주당 594.91달러로 거래를 마쳤고, MS, AMD, 브로드컴, 슈퍼마이크로컴퓨터 등 여러 기업이 이달 들어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특히 엔비디아는 장 중 한때 1조8,200억 달러(약 2,416조원)의 시가총액을 기록하면서 아마존의 시가총액(1조8,100억 달러)을 추월하기도 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약 49% 상승했다.

이들 기업이 앞다퉈 신고가를 경신한 배경에는 AI 산업이 증시의 주도 테마로 등장했다는 점이 짙게 작용했다. 대표적 사례로는 2022년 등장한 생성형 AI ‘챗GPT’의 상용화를 꼽을 수 있다. 산업 현장 등 생성형 AI를 도입하는 분야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AI를 구동하는 온디바이스 AI 수요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현재 챗GPT 개발사 오픈AI는 자체 AI 반도체 개발을 위해 TSMC 등과 접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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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 분모 ‘반도체’로 미국-일본 증시 강한 연동

일본 증시에서도 미국과 비슷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AI를 비롯한 반도체 관련주가 일제히 급등하며 시장의 상승세를 이끌면서다. 일본 최대 반도체 장비 업체 어드반테스트와 도쿄일렉트론의 주가가 1월 초 대비 각 41.8%(4,615엔→6,547엔), 23.9%(24,005엔→29,755엔) 오르면서 도쿄증시 대표 지수인 닛케이 225를 5.7%가량 끌어올렸다.

이들 기업 외에도 세계 최대 실리콘 웨이퍼 제조사 신에츠화학과 숨코가 각각 연초 대비 3.1%(5,725엔→5,903엔), 11.2%(2,090.5엔→2,325.5엔) 올랐으며, 세계 3대 포토레지스트 생산업체인 도쿄오카공업 주가는 3,075엔에서 3,527로 14.7% 뛰었다. 자산운용사 픽테재팬의 이토시마 다카토시 전략가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미국 증시와 무관한 흐름을 보이던 일본 증시가 반도체주 강세를 계기로 미국 증시와 강하게 연동하는 본래 흐름으로 되돌아왔다”고 분석했다.

韓 반도체 기업, 시장 하방 압력에 기술력 입증 과제까지 떠안아

반도체 관련 기업들의 연이은 신고가 경신에 힘입어 시장 회복의 신호탄을 쏜 미국, 일본과 달리 국내 증시는 유독 그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차전지 관련주의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가 반도체 관련주의 상승세를 상쇄시킨 데 따른 결과다. 실제로 국내 증시는 13일 SK하이닉스가 장중 14만9,300원까지 치솟으면서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지만, 코스피 20위권 내 대형주인 LG에너지솔루션(-0.13%), POSCO홀딩스(-3.2%), 포스코퓨처엠(-2.3%) 등의 하락 폭이 큰 탓에 ‘SK하이닉스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과 일본에 비해 기술 경쟁력에서 우위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주가 상승을 가로막는 요인 중 하나다. 메모리 반도체 및 설계 등 전통적 반도체 분야에서는 안정적인 기술력을 구축하고 있지만, 최근 가장 화두가 된 AI 및 차량용 반도체 부문에서는 미국이나 일본의 기술력에 한참 못미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반도체 산업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한국의 반도체 기술 경쟁력은 평균 71점으로, 미국의 산업 경쟁력(100점)에 30% 가까이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안팎에서는 AI의 등장이 가져올 산업 혁신이 본격화하며 관련 반도체 주 강세 또한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1990년대 중반 아마존이 이끈 www(월드와이드웹) 기반 인터넷 상용화, 2000년대 애플의 아이폰 개발로 인한 IT 기기 대체에 이은 AI 혁명이 인간의 노동력을 필요로 하던 분야 상당수를 AI로 대체할 것이란 예상이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AI를 비롯한 자동화 붐으로 동일한 산출량에 투입되던 인적 노동량은 급감하고, 이를 통해 노동시장의 재구조화가 앞당겨질 것”이라며 “AI 확산의 최대 수혜자는 단기적으로는 반도체 관련 업종을 꼽을 수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산업 전반이 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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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팔아도 대출 다 못 갚아” 미국 상업용 부동산에서 비롯된 위기, 전 세계 금융권 강타

“지금 팔아도 대출 다 못 갚아” 미국 상업용 부동산에서 비롯된 위기, 전 세계 금융권 강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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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오피스 공실률 20% 육박, “역대 최고”
팔지도 못하고 고치지도 못하는 노후 건물 다수
대출 부실 우려에 전 세계 은행권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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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위기론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헐값 매물이 속출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규모 상업용 부동산 대출을 취급하는 은행들의 위기도 본격화했다. 전례 없는 부동산발 위기가 금융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면서 전 세계 은행들은 대응책 마련에 돌입했다.

뉴욕 상업용 부동산 가격 1년 사이 53.9% 급락

8일 미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캐나다국민연금(CPP)은 2021년 7,100만 달러(약 942억원)에 사들인 뉴욕 맨해튼의 360파크애비뉴사우스 빌딩의 지분 29%를 지난달 공동투자자인 보스턴프로퍼티(BXP)에 매도했다. 이 과정에서 BXP가 CPP에 지불한 금액은 단돈 1달러(약 1,300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CPP는 2021년 지분을 매수할 당시 해당 건물의 가치가 4억 달러(약 5,309억원)를 상회할 것으로 기대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대대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상황이 급변했다. 다수의 부동산 소유자가 높은 금리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매물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조사기관 그린스트리트에 따르면 뉴욕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2022년 3분기부터 2023년 3분기까지 불과 1년 사이 53.9% 하락했다. 통상 부동산 매입 과정에 70% 안팎의 대출을 이용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입 가격 그대로 건물을 매도하더라도 대출을 갚기에 부족한 셈이다.

오피스 수요가 급감했다는 점도 상업용 부동산 매물이 넘치는 요인 중 하나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재택근무와 하이브리드 근무가 보편화하면서 오피스 수요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무디스애널리틱스의 조사에서 2022년 12월 18.8% 수준이던 미국 오피스 공실률은 지난해 12월 19.6%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인공지능(AI)을 도입하며 감원에 나선 정보기술(IT)기업이 급증하는 등 오피스 수요 감소가 가팔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갈수록 높아지는 공실률에 금리까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자 부동산 관련 대출 연체율도 오름세를 거듭하는 모습이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트렙에 의하면 지난해 1월 1.86%에 불과하던 미국 사무용 부동산 대출 연체율은 올해 1월 6.3%까지 치솟았다. 이같은 연체는 주로 노후화한 소형 빌딩에 집중된 것으로 드러났다. 블룸버그통신은 “낡고 작은 건물일수록 공실률이 높은 탓”이라고 분석하며 “노후화한 건물은 현행법이 요구하는 친환경 설비 요건 등을 구비하기 힘들어 용도 전환도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노후화 빌딩 용도 변경 한계, 공실률 증가 불가피

전문가들은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이른 시일 내 정상화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팬데믹 종료 후에도 사무실로 돌아오는 기업과 직장인이 극소수인 탓에 오피스 공실률의 증가 또한 계속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카이런 라이추라 부동산 부문 부수석은 “상업용 부동산 침체는 2025년 말까지 단계적으로 하락해 그 가치가 고점 대비 35% 수준까지 하락할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 내년 말 이후에도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JP모건의 상업용 부동산 책임자 알 브룩스 또한 “오피스 부동산 시장은 큰 변화를 겪고 있다”고 진단하며 “다시는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은행의 치솟는 연체율이 노후화한 소형 부동산에 집중된 만큼 이들 상업용 부동산이 용도 변경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순차적 몰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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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손실 가시화, 뱅크런 사태 재현되나

상업용 부동산 대출 관련 손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은행은 물론 금융시스템 전체에도 비상이 걸렸다. 자산 포트폴리오 중 상업용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은행들을 위주로 위기감이 고조됨에 따라 지난해 실리콘밸리은행발(發)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가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케이비더블유(KBW) 나스닥 지역은행 지수가 불과 이틀 사이 8.1% 하락하는 등 시장 불안이 가중되기도 했다.

이같은 위기감은 미국을 넘어 유럽과 일본 등 전 세계 곳곳으로 번지고 있다. 비용 절감을 위한 인원 감축 등 구조조정에 나선 은행이 속속 포착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비용 절감에 팔을 걷어붙인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가 대표적 예다. 도이체방크는 이달 1일 진행된 실적 발표 자리에서 “운영 효율화를 위해 인력 3,500명을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도이체방크가 고용한 전 세계 인력의 약 4%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난해 57억 유로(세전, 약 8조1,638억원)에 달하는 이익을 거둔 도이체방크가 이처럼 대대적인 인원 감축을 선언한 배경에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 익스포저(위험노출액)에 따른 미래 불확실성이 짙게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도이체방크는 지난해 4분기 상업 부동산 손실에 대비한 충당금이 1억2,300만 유로(약 1,761억원)로 전년 동기(2,600만 유로·약 372억원) 대비 4배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도이체방크의 미국 오피스 대출은 전체 대출의 1.5% 수준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 은행들의 관련 손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만큼 불안 요소를 지울 수 없다는 설명이다.

도이체방크 외에도 미국 오자크은행과 밸리내셔널뱅코프, 뉴욕커뮤니티뱅코프 등 다수의 지역 은행들이 위기설과 함께 주가 하락에 직면했으며, 스위스 줄리어스베어은행과 일본 아조오라은행 등 자산 중 미국 상업용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전 세계 은행들은 커지는 손실 우려에 경영자 교체를 선언하기도 했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의 부진 여파가 갈수록 그 위력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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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없었으면 어쩔 뻔”, 경상수지 8개월 연속 흑자에도 비관론 ‘솔솔’

“반도체 없었으면 어쩔 뻔”, 경상수지 8개월 연속 흑자에도 비관론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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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차·반도체 수출 증가율 20% 육박
특허권 사용료 급감, 지적재산권수지 적자전환
반도체 의존도 ‘심각’, 여타 부문 개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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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반기부터 업황이 개선된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 호조에 힘입어 국내 경상수지가 8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당초 한국은행이 제시한 연간 경상수지를 크게 초과 달성한 가운데, 반도체 등 일부 품목에 편중된 회복세에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지적 또한 이어져 눈길을 끈다.

한은 전망치 ‘훌쩍’ 상회한 연간 경상수지, 37%↑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국내 경상수지는 74억1,000만 달러(잠정치, 약 9조8,390억원) 흑자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부터 4월까지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던 경상수지는 5월 흑자전환에 성공한 후 8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이었다. 2023년 연간 경상수지는 354억9,000만 달러(약 47조1,307억원)로 전년(258억3,000만 달러·약 34조3,022억원) 대비 37.4% 증가했다. 이는 당초 한은이 제시한 전망치인 300억 달러(약 39조8,400억원)를 한참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수출은 590억 달러(약 78조3,520억원)로 전년 동월 대비 5.8% 증가했다. 수출 품목 가운데선 승용차(+19.2%)와 반도체(+19.1%)의 수출 증가가 눈에 띄었으며, 지역별 수출에서는 미국(+20.7%)과 동남아(+15.4%)로의 수출이 뚜렷한 증가세를 기록했다.

반면 수입은 509억7,000만 달러(약67조6,882억원)로 전년 동월과 비교해 9.3% 감소했다. 에너지 수입 가격이 하락한 데 따른 결과로, 지난해 12월 에너지 원자재 수입은 전년 동월 대비 14.0% 줄어들며 수입 규모 축소를 견인했다. 특히 가스와 석탄 수입액은 각 30.6%와 30.4%로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으며, 화학공업제품과 원유 수입액 감소율도 각 17.0%, 4.7%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반도체 제조장비(-24.4%), 반도체(-7.7%) 등 자본재 수입 또한 7.9% 줄었으며, 곡물(-17.9%)과 승용차(-3.1%) 등 소비재 수입 역시 5.8% 줄었다.

지난해 11월 22억1,000만 달러(약 2조9,349억원) 적자를 기록한 바 있는 서비스수지는 12월에도 그 폭을 키우며 25억4,000만 달러(약 3조3,731억원) 적자를 냈다. 일본인 관광객이 크게 줄어든 데 따른 여파로, 대(對)일본 여행수지 적자는 12월 한 달에만 13억4,000만 달러(약 1조 7,795억원)에 달했다.

한동안 흑자행진을 이어오던 지적재산권수지도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12월 국내 지적재산권수지는 2억5,000만 달러(약 3,320억원) 적자로 불과 한 달 전(2억4,000만 달러·약 3,187억원)과 상반된 성적표를 받았다. 한은은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 있는 자회사로부터 거둬들인 특허권 사용료 수입이 급감한 데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자산에서 부채를 차감한 금융계정 순자산은 지난해 12월 중 56억8,000만 달러(약 7조5,430억원) 증가했다. 직접투자에서는 이차전지 업종을 중심으로 한 내국인의 해외 투자가 58억3,000만 달러(약 7조7,422억원) 늘었고,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14억1,000만 달러(약 1조8,717억원)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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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els

탄력받은 반도체 업황 개선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 전환의 일등 공신으로 꼽힌 반도체는 올해 상반기에도 수출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초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월 수출입 동향’에 의하면 국내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56.2% 증가하며 2017년 12월 이후 6년여 만에 최고 수준의 증가 폭을 보였다. 수출액 기준으로는 546억9,000만 달러(약 72조5,736억)로 전년 동월 대비 18%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 연속 증가한 결과다.

다만 이같은 수출 호조에도 반도체나 자동차 등 특정 품목 편중 현상이 심화하는 것에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월별 경상수지 등 단기적 성과는 분명하지만, 우리나라의 실물경기가 중장기적 회복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부 품목에 집중된 반등이 아닌, 다양한 부문의 성장과 반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제외 수출산업 체감 경기는 ‘여전히 쌀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반도체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디스플레이나 철강, 화학 등 주력 수출산업의 체감 경기가 후퇴했다는 조사 결과도 이같은 지적에 힘을 싣는 요소다. 한은이 조사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국내 전체 산업의 업황 실적 BSI는 70으로 3개월 연속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장기 평균치 77을 밑도는 수준일 뿐만 아니라 지난해 2월(69) 이후 최저 기록이다. BSI는 현재 경영상황에 대한 기업 관계자들의 판단과 전망을 바탕으로 산출하는 통계로,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을수록 지수가 낮아진다.

금융권에서도 중장기적 경기 회복을 위해 여타 부문의 업황 개선이 시급하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건설을 비롯한 대부분 산업이 팬데믹 종료 후에도 약세를 거듭하고 있는 데다, 금융 및 부동산 부문 서비스 생산량 같은 중장기적 산업 활동 회복세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임환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 우리 제조업이 회복의 기미를 보인 것은 대외 수요가 회복된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업종의 분전에 따른 결과”라고 짚으며 “극소수 품목에 편중된 제조업 회복 양상을 감안했을 때 경기 개선세 전반적으로 확대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인플레이션에서 비롯된 실질소득 감소가 이어질 경우, 건설 등 투자 부문의 역성장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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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버거운데" 위기의 LG에너지솔루션 몰아세우는 '성과급 트럭 시위'

"안 그래도 버거운데" 위기의 LG에너지솔루션 몰아세우는 '성과급 트럭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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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A 수익 성과 지표서 제외한 LG에너지솔루션, 성과급 줄며 노사 갈등
4분기 실적, IRA 이익 제외하면 처참하다? 시장 침체 기조 본격화
중국 전기차의 '고속 성장' 압박까지 가세, 비용 절감 절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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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이 서울 여의도에서 트럭 시위를 벌이고 있다. ‘경영 목표 명확하게 성과 보상 공정하게’, ‘피와 땀에 부합하는 성과 체계 공개하라’ 등 성과와 관련한 구호를 앞세워 사측의 성과급 축소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양상이다. 전기차·배터리 시장 전반이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이어가는 가운데, 비용 절감을 추구하는 사측과 더 많은 보상을 원하는 직원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한 것으로 풀이된다.

"IRA 관련 노동 성과급 달라" 뿔난 직원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영업이익 2조1,632억원을 기록, 출범 이후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연간 기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혜택인 첨단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이익이 실적 상승세를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AMPC는 첨단제조 기술을 활용한 제품을 미국 내에서 생산·판매하는 경우 부여되는 세액공제 혜택이다.

단 LG에너지솔루션은 AMPC의 높은 변동성을 고려, 관련 이익을 성과 지표에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AMPC 공제액을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약 1조5,000억원으로 낮아지게 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기본급의 870%, 최대 900%에 달했던 LG에너지솔루션의 성과급 역시 올해 기본급의 340∼380%, 전체 평균 362%까지 줄었다. 성과급 감소에 분노한 직원들은 사측이 IRA에 따른 이익금을 재무제표상 이익으로 구분했음에도 불구, 성과급 산정 시에는 해당 금액을 제외해 비용을 절감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사측은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지난 2일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1분기 내로 합리적인 성과급 개선안을 마련하고, 차후 경쟁사 대비 더 나은 보상과 처우를 보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한 번 끓어오른 직원들의 불만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다. 직원 1,700여 명의 익명 모금을 통해 마련된 시위용 트럭은 오는 29일까지 여의도 한복판을 달릴 예정이다.

4분기 실적부터 휘청, 위태로운 LG에너지솔루션

문제는 LG에너지솔루션이 몸담고 있는 전기차·배터리 업계의 사정이 녹록지 못하다는 점이다. 당장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8조14억원, 영업이익은 3,382억원에 그쳤다. 이는 전 분기 대비 각각 2.7%, 53.7% 하락한 수준이다. 특히 영업이익의 경우 IRA 세액 공제 금액(2,501억원)을 제외하면 881억원까지 줄어들게 된다. LG에너지솔루션의 분기 기준 영업이익이 1,000억원 이하까지 미끄러진 것은 상장(2022년 1월) 이후 최초다. 

LG에너지솔루션 실적 약세의 원인으로는 전기차 수요 둔화가 지목된다. 전 세계 전기차 판매는 2022년 1,050만 대에서 지난해 1,380만 대로 약 31% 증가했다. 2022년 전기차 판매량 증가율(전년 대비)이 62%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부진한 성장세다. 차량 수요 감소를 확인한 완성차 업체들은 보수적인 배터리 재고 정책을 펼쳤다. 배터리 판매량 전반이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는 의미다. 여기에 리튬 등 배터리 주요 원재료 가격 하락도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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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예정된 미국 대선 역시 LG에너지솔루션에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유력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IRA를 통해 중국 배터리 회사들로 미국 세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주장, IRA 폐기 논리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IRA 수혜를 위해 현대차와 5조7,000억원을 공동 투입해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 합작 공장을 짓고 있다. IRA가 폐기될 경우 AMPC 수익이 사라지며 영업이익이 급감함은 물론, 미국 시장 내 대규모 투자까지 '물거품'이 되는 셈이다.

쌓여가는 악재, 대비 않으면 무너진다

미래 전망 역시 밝지만은 않다. 업계 곳곳에서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시장이 '침체기'를 맞이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금리 상황 △글로벌 경기 침체 △높은 전기차 가격 △각국 정부의 보조금 감축 △충전 인프라 부족 등 다양한 악재가 시장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연구원(KIET)은 '2024년 경제산업 보고서'를 통해 올해 국내 13대 주력 산업 중 이차전지(-2.6%)의 수출이 가장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중국 전기차·배터리 업계의 고속 성장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전기차 전문 매체 '일렉트렉'에 따르면, 중국 1위 전기차 업체 BYD의 1월 전기차 판매량은 10만5,304대에 달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7.6% 급증한 수준이다. 수출량도 3만6,174대로 1년 만에 247.56% 폭증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52만6,409대의 순수전기차를 판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선두 주자인 테슬라(48만4,507대)를 최초로 추월하기도 했다.

BYD를 중심으로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전기차의 존재감이 점차 뚜렷해지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차후 각국 전기차·배터리 기업들이 줄줄이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선제적으로 충분한 위기 대응 여력을 확보해 두지 않으면 시장의 가치 사슬 붕괴를 견딜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의 무리한 성과급 요구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꼴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시장 상황 악화로 위기에 빠진 기업의 목을 옥죄며 미래의 '고용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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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도 금통위도 금리 '동결', 시장 '인하 기대감'에도 파월 "신중히 접근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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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물가 안정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시장선 '이른 금리 인하' 기대감도, "결국 부담감 있을 것"
부동산PF 뇌관 여전한 한국, "거시경제 리스크까지 확대되진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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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모습/사진=Fed 유튜브 갈무리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이 이른 시점의 금리 인하에 재차 경계감을 드러냈다. 5일(현지시간) 미국 국영 방송사 CBS와의 대담에 출연한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연 2%대 초반으로 진입하고 있는 상황을 확인할 수 있을 때까지는 금리 인하 시점을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매파적 시각을 드러냈다.

세계 각국의 금융 정책 담당자들의 입장도 대체로 일맥상통한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Кристалина Георгиева) 국제통화기금 총재는 "기준금리를 일찍 내리는 것보다 늦게 내리는 게 차라리 낫다"고 언급했으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6개월 이상 기준금리 인하는 어렵다"고 아예 못을 박아 놓기도 했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시장의 압박감이 높아짐은 명백한 사실이니만큼 시장에선 이른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솟아난다. 아직 시장 특유의 낙관론에 불과하긴 하나 거듭되는 압박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단 점은 고려할 만하단 평가가 나온다.

파월 "인플레 하락, 아직 확신 필요해"

파월 의장은 4일(현지 시각) 미국 CBS '60분(60 Minutes)'과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2%로 낮아지고 있단 확신을 더 갖고 싶다"며 "어제도 말씀을 드렸지만, 7주 뒤인 3월 정례회의까지 위원회가 그 정도의 자신감에 도달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Fed의 거의 모든 위원들은 올해 금리 인하를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금리 인하를 시작한다는 매우 중요한 단계를 밟기 전에 좀 더 확신을 갖고 싶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최근 6개월간의 데이터가 충분치 않다는 것"이라면서 "그 연장선에서 더 좋은 데이터를 보고 싶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Fed의 첫 금리 인하 시점은 3월이 아닌 5월 또는 6월, 인하 횟수는 당초보다 절반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파월 의장은 "올해 첫 6개월간 인플레이션이 지속해 하락하는 것을 기본 시나리오로 삼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을 살펴보는 단위는 12개월 정도인데, 지난해 첫 5개월은 상당히 높은 수치였다"고 언급했다. 올해 중반까지 인플레 진정을 확인한 뒤 인하를 확정 짓겠단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이른 시점의 금리 인하에 거듭 경계의 목소리를 내보내기도 했다. 파월 의장은 "물가 안정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너무 빨리 움직이면 인플레이션이 우리의 목표치인 2%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안정될 가능성이 더 높다. 경제가 강세이기에 결정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반대의 경우 경기 침체가 올 수 있다면서 "간단하고 분명한 길은 어디에도 없다"라고도 덧붙였다.

Fed, 기준금리 재차 '동결'

정책 담당자들의 입장은 대체로 확고하다. 인플레이션 리스크 하락이 확실해질 때까지 기다림으로써 전반적인 경제 구조를 안정화하겠단 것이다. 이에 따라 Fed는 지난달 31일 기준금리를 5.25~5.50%로 재차 동결했다. 지난해 9월, 11월, 12월에 이어 4번째 동결이다. 이에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당일 기자 브리핑에서 "중앙은행은 시장의 과도한 기대가 아닌 데이터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며 “지금 시점에선 통화정책이 조기에 완화할 위험이 있다”고 언급했다. "Fed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일찍 내리는 것보다 다소 늦게 내리는 게 낫다"라고도 했다.

Fed가 금리를 동결한 것을 긍정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후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너무 빨리 금리를 인하하면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는 소비자나 투자자의 신뢰가 떨어지고, 지금까지 취해진 인플레이션 하락이 역전될 수 있다”며 "금리 인하가 약간 늦는 것보다 조기 완화로 인한 위험이 더 높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의 인터뷰와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다만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브리핑 말미에 "높은 금리가 너무 오래 유지될 경우 미국 경제가 둔화하고 달러에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신흥 시장에 해를 끼칠 위험이 높다"라는 언급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시장에선 "결국 인플레이션을 관망하기만 하다 경제 침체가 가속할 경우 지게 될 막대한 책임에 압박감을 느끼는 것 아니겠나"라는 의견이 대두되면서 이르면 3월 금리가 인하할 가능성도 결코 적지 않다는 낙관론이 부상했다. Fed가 지난해 12월 FOMC 전례회의 직후 발표한 전망에서 올해 말 기준금리가 현재보다 0.65~0.90%p 낮은 4.6%에 이를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는 점도 시장의 기대에 불을 지폈다.

다만 게오르기에바 총재의 언급을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으로 곧바로 연결하는 건 지나친 비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애초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해당 발언 이후 "지표를 보고 지표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게오르기에바 총재의 언급은 '지표상' 긴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에 불과하단 의미다. 애초 파월 의장이 3월 금리 인하에 대해 "금리 인하를 보증할 수준의 확신을 얻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상태이니만큼 시장의 낙관론은 현실화하기 어려우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당분간 '안정감'을 강조하는 금융 기조에 변함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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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월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이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한은 "적어도 6개월은 금리 인하 어려울 것"

우리나라의 경우 "적어도 6개월 이상은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사실상 금리 동결을 못 박아둔 상태다. 실제 지난달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도 기준금리는 연 3.5% 선에서 동결됐다. 이로써 지난해 2·4·5·7·8·10·11월에 이어 올해 1월까지 8번 연속 금리가 고정됐다.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기준 금리를 인하하려면 미국 물가 상승률 변화에 따른 Fed의 금리 결정, 유가가 계속 안정될지, 소비 등 경기 상황이 예상대로 갈지, 무엇보다도 물가 경로가 예상대로 갈지 등을 봐야 한다”면서 “개인적으로 6개월 내 금리 인하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섣부른 금리 인하는 가계부채를 늘릴 수 있다"며 "부동산 가격에 대한 예측도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데 역할을 한다. 고금리 기조를 장기적으로 가져가서 부동산 가격이 올라간다는 기대심리를 줄여주는 게 정책금리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라고 역설했다.

이 총재 또한 Fed와 비슷한 입장을 내보인 것으로, 리스크가 안정화되는 '최적의 시기'를 찾겠다는 게 이들 주장의 골자다. 문제는 이 같은 지나친 '안정 유지' 의지가 오히려 시장에 독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미 경제 시스템 전반에 적잖은 압박감이 만연해 있음은 명백한 사실이며, 일각에선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같은 '특이점'이 다시 한번 도래할 것이란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부동산PF 부실의 뇌관이 여전히 시장 깊숙이 자리 잡은 상태다. 당장 부동산PF 문제가 거시경제 리스크로 확장될 가능성이 현저히 적긴 하나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을 이고 있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 "사실상 막대 하나를 두고 어느 쪽이 먼저 쓰러질까 지켜보는 치킨 게임 아니냐"는 농담 반 진담 반의 우스갯소리가 괜히 나오는 건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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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 원금 ‘반토막’에도 수수료는 꼬박꼬박, 5조원 상당 손실 앞에선 “법정 공방 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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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H 기초 ELS 만기 2024년 상반기 집중
올해 만기 상품 평균 손실률 53%
금감원, 불완전판매 검사 및 분쟁조정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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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을 판매해 최근 3년 동안 7,000억원에 가까운 막대한 이익을 거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처럼 높은 은행의 수수료 이익에도 상당수의 ELS 가입자가 원금의 절반이 넘는 손실률을 기록하고 있어 금융당국이 상황 점검에 나섰다.

ELS 수수료, 투자금의 1% 안팎

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 은행(NH농협·KB국민·신한·하나·우리)이 2021년부터 2023년 3분기까지 ELS 판매를 통해 얻은 수수료 이익은 총 6,815억7,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연도별 수수료 이익은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가 12,000을 돌파해 최고점을 기록한 2021년 관련 ELS의 판매가 급증하며 2,806억9,000만원의 이익을 냈고, 2022년과 2023년(1~3분기)에는 각 1,996억9,000만원과 2,011억9,000만원을 거뒀다.

ELS는 기초자산으로 삼은 특정 지수 등의 흐름에 따라 투자 수익률을 결정하는 상품으로, 지금까지 은행들은 주로 증권사가 설계 및 발행한 ELS를 가져와 신탁(주가연계신탁·ELT) 또는 펀드(주가연계펀드·ELF) 형태로 판매해 왔다. 이 과정에서 은행이 거두는 수수료는 통상 ELT의 경우 판매액의 1%, ELF의 경우 0.7%~0.9% 수준이다. 대면과 비대면 등 판매 채널에 따라 수수료는 차등 부과되며, 최근 3년간 은행에서 판매된 ELS는 대부분 ELT가 차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은행들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수수료를 거둬들이는 동안 많은 ELS 가입자가 원금 손실에도 손 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 만기가 집중된 홍콩H지수 ELS가 대표적 예다. 5일 오후 2시 기준 홍콩H지수는 5,219.73으로 2021년 2월 기록한 최고점(12,271.60)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5대 시중 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 기초 ELS 상품 중 올해 만기가 돌아온 상품은 모두 7,061억원어치다. 이 가운데 소비자가 돌려받은 자금은 3,748억원으로, 평균 손실률은 53.1%에 달한다. 심지어 해당 지수가 4,900대로 떨어진 1월 22일 전후로 만기를 맞은 일부 상품의 경우 58.2%에 달하는 손실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변동성 큰 홍콩거래소, 설명 없었다”

이처럼 홍콩H지수 기초 ELS의 손실이 본격화하며 시중 은행의 불완전판매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줄을 잇고 있다. 은행들이 문제의 ELS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설명과 정보 제공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홍콩증권거래소는 외국인 및 기관투자자의 비중이 높으면서도 거래 규모와 변동성이 매우 큰데, 이와 관련한 안내가 전혀 없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일부 가입자는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에 분쟁조정을 신청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현재 최소 17명의 개인투자자가 투자 금액, 경위, 가입 절차 등을 정리해 금감원 분조위에 분쟁조정을 신청했거나 신청 준비 중이며, 이들의 투자 규모는 총 3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17명의 개인투자자 법률대리인을 맡은 로집사법률사무소는 “민법에서 규정한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근거로 투자금 전액을 손해액으로 청구했다”며 “아직 상품의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분들도 손실률이 50%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분쟁조정을 신청하는 사례는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금감원도 은행의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인정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4일 오전 한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최근 문제가 된 ELS 판매 과정에서 고령층 소비자에 대해 ‘적합성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적합성의 원칙은 금융기관이 상품을 판매할 때 소비자의 재정 상태와 투자 목적, 기간과 용도 등을 고려해 상품을 권유해야 한다는 내용의 원칙이다.

이 원장은 “소비자가 노후를 위해 마련한 자금이나 암보험 수령금 등 가까운 시일 내 해당 자금이 필요한 게 유력한 상황에서 이를 손해 볼 수 있는 상품에 가입시키면 안 된다”고 강조하며 “이같은 불완전판매에서 발생한 손실을 누가 책임질지 손실 분배 방안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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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손실액만 5조원↑ 예상

금감원까지 ELS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나서자 주요 시중 은행들은 전체 ELS 관련 상품 판매를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2021년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맞춰 ELS 판매 전 과정을 녹취하는 등 불완전판매 가능성은 없지만, 소비자 불만과 손해배상 요구가 잇따르면서 추후 문제가 될 수 있는 요소들을 점검하는 등 보다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려는 의도라는 설명이다.

한국예탁결제원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홍콩H ELS 만기 상환 금액은 지난 1월 9,172억원에 이어 2월에는 1조6,586억원, 3월엔 1조8,170억원, 4월엔 2조5,553억원 등으로 점점 늘어나 상반기에만 10조2,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만기된 홍콩H ELS 상품의 평균 손실률이 53%라는 점을 떠올리면 최소 5조원 이상의 막대한 손실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금감원은 문제가 된 상품의 불완전판매 검사와 분쟁조정 절차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만약 은행의 불완전판매가 인정되면 투자자들은 최대 15%p의 추가 배상을 받을 수 있다. 다만 2019년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F) 분쟁조정의 사례를 살펴보면 연령별 차등 배상 비율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고, 재투자 이력 또한 배상액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금감원의 분쟁조정에 강제성이 없어 은행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특히 현재로서는 은행과 투자자들 간 입장차가 큰 만큼 향후 민사소송에서 법정 공방을 벌여야 할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룬다. 은행이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소송전을 불사할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그 과정에서 또 한 번의 대규모 출혈이 예고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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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공급에서 '공급부족'으로 급선회, ‘구리 광산’으로 쏠리는 글로벌 뭉칫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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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몬트·캐나다 배릭 골드 등 금 채굴 기업, 구리 투자 집중
몽골 미래 먹거리로도 낙점, 본격 채굴 시 빈곤률 감소 기대
파마나 광산 생산 중단 타격, 공급 대란 우려에 ‘귀한몸’된 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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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대규모 과잉 공급을 이유로 맥을 못 추던 구리 시장에 투자금이 대거 몰리고 있다. 주요 광산 기업들의 생산이 축소되고 있는 데다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전환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당장 올해부터 구리 공급 대란이 올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면서다. 구리 수요는 급증하고 있는 데 반해 공급량은 충분치 않아 가격 폭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적 금 채굴 기업들 ‘구리 광산’ 투자 랠리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금 채굴 업계 1위 기업인 미국 뉴몬트와 2위인 캐나다의 배릭 골드를 중심으로 구리 광산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먼저 배릭 골드는 파키스탄 레코디크 지역에서 70억 달러(약 9조3,200억원) 규모의 구리·금광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레코디크 지역은 미국 국무부가 테러 조직으로 지정한 발루치스탄 해방군(BLA) 등 다수의 반군 단체가 출몰하는 지역으로, 테러 위협으로 인해 중국도 진출을 꺼리는 곳이다. 

배릭골드는 이곳에서 2028년부터 생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마크 브리스토우 배릭 골드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1월 투자자들에게 "파키스탄에 사업장을 건설하고 잠비아 코퍼 벨트 지역의 룸와나 광산을 확장해 메이저 구리 생산업체가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아울러 배릭골드는 지난해 실패했던 캐나다 광산기업 퍼스트퀀텀미네랄(FQM) 인수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FQM은 파나마에 초대형 구리 광산을 개발한 뒤 행정 소송에서 패소해 채굴 허가권이 무효가 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이다.

미국 콜로라도에 본사를 둔 뉴몬트는 지난해 11월 호주 뉴크레스트 마이닝을 약 150억 달러(약 20조원)에 인수했다. 세계 최대 금 생산기업 자리를 지키기 위함이 아닌, 뉴크레스트의 구리 사업을 노린 인수였다. 뉴몬트는 뉴크레스트 인수 후 전체 매출의 약 10%를 구리에서 얻고 있다. 광산 개발이 예정대로 이뤄질 경우 구리 비중은 20%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몽골 정부도 ‘오유톨고이’ 구리 광산 개발에 박차

몽골도 오유톨고이(Oyu Tolgoi) 구리 광산 개발에 나서며 경제 도약을 꿈꾸고 있다. 몽골 남쪽 고비 지역에 위치한 오유톨고이 구리 광산은 세계 수요 증가에 발맞춰 몽골 경제에 큰 도움이 될 ‘미래 먹거리’로 꼽힌다. 오유톨고이 광산이 보유한 구리의 약 80%가 지하에 매장돼 있는 상태로, 현재 진행 중인 70억 달러 규모의 공사가 완료돼 본격적인 채굴이 시작되면, 매년 50만 톤의 구리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전기자동차 600만 대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오유톨고이 광산에서 채굴된 자원의 가치는 연간 약 50억 달러(약 6조6,600억원)에 달하는 만큼 34%의 지분을 보유한 몽골 정부는 매년 약 2억 달러(약 2,600억원) 상당의 로열티를 받게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몽골 정부 재정도 대폭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몽골은 1990년 시장경제로 전환한 이후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 금융을 여섯 차례나 받는 등 극심한 경제 침체에 허덕이고 있다. 높은 원자재 가격과 중국의 석탄 수요 증가로 마이너스 성장은 면했으나, 여전히 몽골 정부는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몽골 정부는 구리 자원 호황에 힘입어 지난해 150억 달러였던 자국의 국내총생산(GDP)이 2030년까지 약 500억 달러로,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몽골의 빈곤율도 현 수준보다 절반 이상 낮은 15%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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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퀀텀미네랄즈(First Quantum Minerals) 파나마 광산 채굴 현장/사진=퍼스트퀀텀미네랄즈

수요 급증한다는데 공급은 오히려 축소, ‘몸값’ 치솟는 구리

최근 구리 투자에 뭉칫돈이 몰리는 이유는 10년 내 구리 수요가 현재의 2배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발전설비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송전망 구축을 위해 구리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한 구리는 전기차 생산에 핵심 재료로 쓰인다는 점에서 미래형 소재로도 각광받고 있다. 이런 이유로 글로벌 원자재 업계에서는 구리를 ‘새로운 석유’라 부르기도 한다.

주요 투자은행(IB) 및 원자재 애널리스트들은 탈탄소화가 진행될수록 구리의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관측한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평균 구리 가격이 9,750달러까지 오르다가 내년에 1만2,000달러(약 1,600만원)로 점프할 것으로 전망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달러 강세가 완화될 경우 올해 2분기에 1만2,000달러를 찍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최근 구리 가격의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세계 최대 비철 금속 장터인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지난해 7월 톤당 7,000달러까지 하락했던 구리 가격은 지난해 말 수요가 되살아나면서 현재는 1만 달러에 육박한다. 

구리 가격의 상승 요인은 수요와 공급에서 모두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글로벌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향후 몇 년간 구리가 과잉 생산될 것으로 여겨졌다. 국제구리연구그룹은 지난해 10월 보고서를 통해 올해 글로벌 구리 시장에서 약 46만7,000톤이 과잉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구리 시장에서 공급이 부족해질 조짐이 커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파나마 정부가 세계 10위 생산력을 가진 코브레 파나마 구리광산의 채굴과 가공 및 판매 활동을 중단하라고 명령하면서다.

앞서 파나마 정부는 광산 소유사인 FQM의 구리 채굴권을 연장해 준 바 있으나, 환경 파괴를 이유로 이를 반대하는 시위가 6주 넘게 이어지자 파나마 대법원이 광산계약을 위헌으로 판결, 파나마 대통령이 폐쇄 명령을 선언한 것이다. 이 조치로 해당 광산의 작년 4분기 정광 생산량은 전년 대비 42% 감소했으며, 수출 항구 운영도 중단돼 12만1,000톤의 정광 수출이 모두 막힌 상태다. 글로벌 광산기업 앵글로 아메리칸도 2026년까지 비용 절감이란 명분하에 지난해 12월 구리를 비롯한 주요 원자재의 감산을 결정했다. 구체적으로 내년 구리 생산량 목표치를 기존 대비 20만 톤 낮춘 73만∼79만 톤으로 제시했고, 2025년에는 생산량이 69만∼75만 톤 수준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이에 씨티뱅크는 지난해 12월 보고서를 통해 최근 UN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8) 회의에서 60개국 이상이 2030년까지 전 세계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로 늘리려는 계획을 지지했다며 이러한 움직임은 구리 가격에 매우 긍정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2030년까지 구리 수요가 420만 톤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2025년 구리 가격이 톤당 1만5천 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3월에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톤당 1만730달러보다 훨씬 높은 가격이다. 구리 공급 부족이 심각해질 경우 가격 폭등은 물론, 국가 간 구리 쟁탈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덴마크 투자은행 삭소의 올레 핸슨 상품전략가는 “구리는 녹색 에너지 전환을 위해 각국이 막대한 투자를 하는 과정에서 거대한 정치적 자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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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밭길 걷는 아시아나항공, 재무 건전성 '버드 스트라이크'에 연착륙도 '간당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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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채용 요원한 아시아나, 직원 '줄퇴사'에 내부서도 '앓는 소리'
경쟁력 '수직하락', 항공기도 직원도 슬롯도 모두 '부족'
부채비율만 2,100%, 화물사업부 매각마저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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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가시화되고 있다.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하는 14개국 중 12개국의 승인을 마쳤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다만 기나긴 합병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의 기력은 점차 쇠하는 모양새다. 이미 항공 업계 내 경쟁력은 추락을 면치 못했고, 5년 새 1,000명이 넘는 직원이 빠져나가면서 내부에서도 불만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선 하루빨리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상황이나,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

JFTC, 대한-아시아나 기업결합 승인

1일 항공 업계에 따르면 일본 경쟁당국인 공정취인위원회(JFTC)는 지난달 31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하는 14개국 중 미국과 유럽연합(EU)을 제외한 12개국의 승인을 마쳤다. 모든 승인이 통과될 경우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63.9%를 인수하고 자회사로 편입할 예정이다. 양사의 통합 목표 시점은 2024년 말쯤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분 인수 후에도 당장 물리적 통합은 이뤄지지 않을 계획이다. 완전 통합은 지분 인수 후 약 2년 뒤로 예정됐다. 즉 2026년 말은 돼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완전한 단일 브랜드로 탄생할 것이란 의미다.

그러나 합병 과정이 길어짐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임직원들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코로나 이후 퇴사자는 급격히 늘었지만 신규 채용은 감감무소식인 데다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음에도 성과급과는 거리가 멀어서다. 아시아나항공의 마지막 공개채용은 지난 2020년 1월로, 엔데믹 이후 국내 주요 항공사 중에서는 아시아나항공만 유일하게 신규 채용을 진행하지 않았다. 기존 직원들의 업무 강도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익명을 요청한 한 아시아나항공 직원은 “최근 들어 업무 강도, 향후 구조조정 등을 문제로 회사에 미래가 없다고 퇴사하는 저연차 직원들이 늘고 있다”며 “직원들 사이에서 진급은 ‘하늘의 별 따기’란 소리가 나온 지도 이미 오래됐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 수는 2019년 9,155명에서 2020년 8,952명, 2021년 8,664명, 2022년 8,344명, 2023년 9월 기준 8,088명으로 꾸준히 줄고 있다. 코로나 직전인 2019년과 비교해 1,000명이 넘는 직원들이 빠져나간 셈이다. 올해 역시 채용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에 머물면서 아시아나항공 내부의 볼멘소리는 커져만 간다.

악화일로 걷는 아시아나항공

다만 이는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재무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2023년 1분기 기준 2,013%에 달했다. 직번 분기 부채비율이 1,780%였음을 감안하면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수치다. 재무상황이 악화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경쟁력도 추락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2년 전 85대에 달했던 보유 항공기는 현재 78대까지 줄었다. 아시아나항공 보유 항공기 대수가 70대 규모로 줄어든 건 10년 내 처음 있는 일이다.

당초 항공사들은 임대 계약이 끝나면 항공기를 반납하고 새 항공기를 도입하는 방식을 이용해 항공기 수를 유지한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은 새로 도입하는 항공기 수가 반납하는 항공기 수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을 연속적으로 겪으면서 보유 항공기 수를 대폭 줄일 수밖에 없었다. 실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19년 5대의 항공기를 새로 도입하고 2대를 반납했지만, 2022년엔 1대만 새로 들이고 6대를 반납했다.

항공기는 운수권과 함께 항공사의 핵심 자산 중 하나다. 항공사의 항공기 보유 대수 감소는 결국 항공사의 신규 노선 취항과 증편 여력 감소를 불러일으킨다. 특히 항공사가 각 공항에서 배정받은 슬롯(특정 시간대 공항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은 일정 기준 이상 미사용 시 회수될 수 있다. 주요 공항에서 슬롯 배정이 어려운 상황이니만큼 이에 대한 권리 상실은 국적사 경쟁력 약화는 물론 이용객의 불편으로까지 이어진다.

운수권 배분을 틀어쥔 국토교통부가 대한항공과 합병을 이유로 아시아나항공에 운수권 추가배분을 꺼리는 점도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국토부는 지난 2022~2023년 아시아나항공에 인천-울란바토르(몽골) 주1회 운수권을 부여하는 데 그쳤지만, 대한항공은 울란바토르는 물론 뉴질랜드, 이탈리아, 태국, 싱가포르 관련 운수권도 추가 확보했다.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에어프레미아 등 LCC도 운수권을 여럿 확보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쟁력 약화가 더욱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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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가시밭길', 최대 과제는 '재무구조 개선'

상황이 이런 만큼 아시아나항공의 최대 과제는 재무구조 개선이다. 이를 위해 아시아나항공은 줄곧 화물사업부 매각을 꿈꾸고 있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될지는 미지수로 남아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현재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몸값은 5,000억~7,000억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국내 2위 화물사업부라는 점에서 기업가치는 충분하다는 평이나, 인수 후 부채 상환 등 기업 정상화를 위한 자금을 고려하면 최대 2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출연해야 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선뜻 인수하겠다 나서는 이가 없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상태가 좋지 않은 만큼 구주 인수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기에 부담이 크다는 점도 악재다. 구조조정 기업을 인수하는 원매자들 입장에선 별도의 기업 정상화 자금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2,100%에 달하는 부채비율을 감당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나마 저가 항공사(LCC)들이 어렴풋이나마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이들은 현실적으로 인수 체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 이미 타웨이항공은 인수 의사를 완전히 접었다. 또한 제주항공 정도가 화물사업을 받아와 유지할 만한 곳으로 꼽히지만, LCC 차원에서 인수 의지를 보인다 해서 유럽 경쟁당국(EC)이 이들을 대한항공의 실효적인 경쟁자로 볼 것인지는 미지수다. 제주항공이 유력 원매자로 부상할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대한항공 입장에선 ‘탄탄한 경쟁자’의 등장이 반가울 리 없다. 이에 대해 한 항공 업계 관계자는 "EC는 제주항공 정도는 돼야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인수 적격이 있다고 보는 분위기”라며 “화물사업을 매각하고 EC를 설득하는 작업이 초반부터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낙관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으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재무 건전성 '버드 스트라이크' 앞에 무력한 아시아나항공의 앞길은 여전히 가시밭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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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만에 떨어진 물가 상승률, 2% 초반대 안착하나

6개월 만에 떨어진 물가 상승률, 2% 초반대 안착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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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앞둔 1월 물가 2%대로 '뚝', 지난해 7월 이후 처음
EU·일본도 전년 대비 둔화, 각각 2.8%, 2.3% 상승
단, 대내외 변수 많아 경계감 늦추긴 이르다는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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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로 내려왔다. 공공요금 동결 기조와 국제유가 안정화로 국내 석유류 가격이 하락한 것이 주효했다. 이는 지난해 7월 이후 6개월 만으로, 시장 일각에서는 피벗(정책 기조 전환)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다만 최근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세를 보이는 등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변수가 곳곳에 퍼져있는 만큼 안도하긴 이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요 압력 약화 및 국제유가 하락 등 영향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15(2020=100)로 1년 전보다 2.8% 상승했다. 이로써 지난해 8월(3.4%)부터 △9월(3.7%) △10월(3.8%) △11월(3.3%) △12월(3.2%)까지 5개월 연속 3%대에 머물렀던 물가는 새해 들어 2%대에 안착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물가 상승세 둔화 흐름도 계속됐다. 월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로 들어온 것은 지난해 7월(2.4%) 이후 6개월 만이다.

소비자물가의 상승 둔화를 부추긴 건 석유류였다. 1년 전보다 5.0% 하락하면서 전체 물가를 0.21%포인트(p) 떨어뜨렸다. 반면 농산물은 15.4% 오르면서 물가 상승률을 0.59%p 끌어올렸다. 지난달(15.7%)에 이어 두 달 연속 15%대 상승이다. 외식 물가도 전년 동월보다 4.3% 상승해 0.60%p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상승 폭은 2021년 11월 4.1% 상승 이후 가장 낮았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지난해 같은달 대비 2.6% 올랐다. 이는 2021년 11월 2.4% 이후 26개월 만에 최저 상승폭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2.5% 상승했다. 이 또한 2021년 12월 2.2% 상승한 이후 25개월 만에 최저치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장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3.4% 올랐다. 지난해 10월 4.5%를 시작으로 11월 3.9%, 12월 3.7%를 기록하며 둔화하는 흐름이다.

명절 대목을 앞두고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과일과 채소는 여전히 높은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신선 어개·채소·과실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변동이 큰 품목으로 구성된 신선식품지수는 14.4% 올랐다. 신선 과실은 28.5% 올라 2011년 1월(31.9%)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신선 채소와 신선 어개도 각각 8.9%, 2.0% 올랐다.

주요국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하락세 전환

물가 하락 흐름은 주요국에서도 포착된다. 1일 유럽연합(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1월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2.8%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2.9%와 비교해 0.1%p 둔화한 수치다. 근원물가 상승폭도 12월 3.4%에서 1월 3.3%로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유럽의 인플레이션 둔화가 전문가들의 예상과도 일치한다고 봤다. 품목별로 보면 식품·담배·주류 가격 상승률은 5.7%, 서비스는 4.0%, 공업제품은 2.0%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에너지 가격은 -6.3% 떨어졌다.

EU 회원국 가운데서는 경제규모 1위 독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월 3.1%로, 전월 대비 0.7%p 낮아지면서 다시 안정세로 돌아섰다. 독일 물가 상승률은 2022년 10월 10.4%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이어가다가 지난해 11월 3.2%에서 12월 3.8%로 반등한 바 있다. 독일 역시 에너지 가격 하락이 인플레이션 둔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에너지 가격은 1년 전과 비교해 지난달 4.1% 올랐으나 1월에는 2.8% 하락했다. 식료품은 3.8% 올라 여전히 인플레이션을 주도했지만 지난달 4.5%에 비하면 상승 폭이 줄었다. 프랑스의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전년 동기 대비 3.4%로 예상(3.3%)을 소폭 웃돌았으나 지난해 12월(4.1%)보다 크게 낮아지며 물가 둔화 추세를 확인시켜줬다.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 역시 2개월 연속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9일 발표된 인플레이션 보고서에 따르면 12월 변동성이 큰 신선식품을 제외한 핵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3% 올랐다. 이는 2개월 연속 둔화세로, 2022년 6월 이후 18개월 만에 최저로 내려왔다. 전기·가스 요금 하락세도 지속되고 있으며, 가공 식품의 상승 속도도 느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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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사진=Fed 유튜브 캡처

인플레이션 둔화세에 피벗 기대감↑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가시화하자 일각에선 긴축 통화정책의 피벗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3월 금리 인하설’을 일축한 가운데, 한국과 미국의 중앙은행이 제시한 인플레이션 목표 수준인 2%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상반기까지 2% 후반대에 머물다 하반기 들어 2%대 초반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파월 의장은 지난달 30∼31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5.25~5.50%로 동결하면서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2%)으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려면 연속되는 증거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국은행도 물가 상승률이 2% 초반대로 안착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는 긴축 기조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대내외 변수가 많아 당장 경계감을 풀긴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물가 상방 압력 변수로는 작황 부진에 따른 농수산물 가격 상승, 총선 이후 또는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 중동 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 리스크 확산 등이 거론된다. 또한 이달 소비자물가 둔화를 견인한 국제유가의 불확실성 증폭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러시아 등 비회원 주요 산유국 협의체)의 감산이 올해 들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중동 리스크 심화로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될 경우 공급자 측 가격 상방 압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환율 역시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변수다. 중국 경기침체 심화, 중동지역 확전 가능성 등이 현실화할 경우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함에 따라 달러화 강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소비자물가 상승세를 부추길 수 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팀장은 “물가가 완만한 하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럼에도 올해 물가를 자극할 변수가 적지 않다”며 대외적으론 환율의 변동성 확대와 우리와 동조성이 높은 중국 경제의 회복 속도, 전쟁과 국제 분쟁 등을 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내적으로는 하반기에 미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우리도 그에 따라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원화량이 늘어 경기와 물가를 동시에 자극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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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대중 수출 늘자마자' 다시 시작된 美 수출통제 입김

'반도체·대중 수출 늘자마자' 다시 시작된 美 수출통제 입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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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반도체·대중국 수출 나란히 호조, 반도체 업황 회복 결과인가
"우리만 규제 시달린다" 다자 수출통제 제안한 미국반도체협회
최대 수출국 잃으면 어쩌나, 국내 반도체 장비 업계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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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반도체 수출과 대중 수출이 동시에 '호조'를 보인 가운데, 미국의 수출통제 입김이 재차 거세지고 있다. 꾸준히 약세를 보이던 반도체·대중 수출이 동반 상승세를 보이자, 한동안 유예됐던 미국의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린 것이다. 대중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반도체 장비 업계에는 다시금 싸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1월 반도체·대중 수출 동시에 상승세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4년 1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546억9,000만 달러(약 72조5,134억원)로, 전년 동월 대비 18% 급성장했다. 월 수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대까지 성장한 것은 2022년 5월(21.4%) 이후 20개월 만의 일이다. 수입은 7.8% 감소한 543억9,000만 달러, 무역수지는 3억 달러(약 3,978억원)로 집계됐다. 수출액이 급증하고 무역수지가 8개월 연속 흑자를 유지하며 수출 회복세가 점차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56.2% 급증했다는 점이다. 이는 2017년 12월(64.9%)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중국으로의 수출이 107억 달러(약 14조1,850억원)로 전년 동월 대비 16.1% 늘었다는 점도 눈에 띈다. 2022년 6월부터 19개월째 감소세를 이어오던 대중국 수출이 20개월 만에 상승 전환한 것이다. 반도체 시장이 본격적인 업황 회복기를 맞이한 가운데, 중국으로의 반도체 장비 수출에도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풀이된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세계적 고금리 기조 장기화와 미·중 경쟁, 공급망 재편, 지정학적 위기 등 우리 수출을 둘러싼 대외 여건이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중국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해 수출 플러스, 무역수지 흑자, 반도체 수출 플러스 등 수출 회복의 네 가지 퍼즐이 완벽히 맞춰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완연한 회복세가 올해 최대 수출 실적이라는 도전적인 목표 달성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는 범부처 정책 역량을 결집해 총력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SIA "한국도 반도체 수출 통제해라" 날벼락

산업통상자원부가 수출입 동향을 발표한 날,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가 동맹국의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제한을 주장했다는 소식도 함께 전해졌다. 미국 정부 관보에 따르면 SIA는 지난 17일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에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강도가 동맹국 대비 높으며, 이로 인해 미국 기업들이 경쟁에서 불리한 입지에 놓였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한국, 일본, 대만 등 동맹국 경쟁사들은 품목별 수출통제(list-based control) 대상이 아닌 장비·서비스를 중국의 첨단 반도체 공장에 자유롭게 수출할 수 있지만, 미국 기업들은 수출통제 대상으로 명시하지 않은 품목에서도 제한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SIA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동맹국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도체 장비를 생산하는 동맹국들이 미국과 동일한 품목을 통제하고 동일한 허가 절차를 밟는, 이른바 '다자 수출통제'를 제안한 것이다. 이는 최근 미국 정부가 밝힌 수출 통제 방안과 유사한 형태의 발상이다. 지난달 12일 엘렌 에스테베스 상무부 산업안보차관은 한국 전략물자관리원이 워싱턴DC에서 개최한 행사에 참석, "첨단 기술이 적국에 유출되지 않도록 한국 등 관련 기술을 보유한 동맹과 새로운 다자 수출통제 체제를 만드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금까지 미국의 국내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는 비교적 그 강도가 낮은 편이었다. 한국의 반도체 장비는 시장 선도국 대비 기술 수준이 낮아 대중 수출 시에도 위험이 적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국은 국내 기업의 중국 내 반도체 생산에도 비교적 수용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지난해 10월에는 국내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목록에 등재, 대중 수출통제 유예 기간을 무기한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중 수출과 반도체 수출이 동시에 급증한 1일, 미국의 다자 수출통제 위협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업계의 불안감이 급격히 고조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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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국 수출 막히면 끝이다" 업계는 울상

특히 국내 반도체 장비 기업들은 반도체 업황 회복의 기쁨도 채 누리지 못한 채 긴장 상태에 빠졌다. '반도체 장비'는 중국 반도체 시장의 두드러지는 약점으로 꼽힌다. 국내 반도체 장비 업계는 대중국 수출을 통해 이 같은 중국 시장의 '빈틈'을 메꾸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2022년 기준 국내 전체 반도체 장비 수출액(24억4,650만 달러·약 3조2,443억원) 중 대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자그마치 56%(13억7,082만 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제한이 본격화한 이후 상황이 뒤집혔다. 네덜란드·일본 등에서 생산된 첨단 반도체 장비를 수입할 수 없게 된 중국이 '장비 국산화'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베이팡화창(Naura), 중웨이반도체(AMEC) 등 중국 반도체 장비 기업들은 정부의 막대한 투자와 연구 지원에 힘입어 빠르게 기술력을 확보해 나갔고, 2022년 기준 국산화율을 35%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기술 수준이 비교적 낮아 '대체재' 성격을 띠던 국내 반도체 장비의 설 자리는 점차 좁아져 가기 시작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SIA의 주장대로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이 본격화할 경우, 국내 반도체 장비 업계 전반이 줄도산을 맞이할 것이라는 극단적인 우려가 제기된다. 국내 업계에는 최대 수출로 차단의 충격을 견딜 만한 '체력'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졸지에 생사의 갈림길로 내몰린 시장은 날아오는 미·중 반도체 갈등의 '유탄'을 무력하게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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