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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A 수익 성과 지표서 제외한 LG에너지솔루션, 성과급 줄며 노사 갈등 4분기 실적, IRA 이익 제외하면 처참하다? 시장 침체 기조 본격화 중국 전기차의 '고속 성장' 압박까지 가세, 비용 절감 절실해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이 서울 여의도에서 트럭 시위를 벌이고 있다. ‘경영 목표 명확하게 성과 보상 공정하게’, ‘피와 땀에 부합하는 성과 체계 공개하라’ 등 성과와 관련한 구호를 앞세워 사측의 성과급 축소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양상이다. 전기차·배터리 시장 전반이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이어가는 가운데, 비용 절감을 추구하는 사측과 더 많은 보상을 원하는 직원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한 것으로 풀이된다.
"IRA 관련 노동 성과급 달라" 뿔난 직원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영업이익 2조1,632억원을 기록, 출범 이후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연간 기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혜택인 첨단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이익이 실적 상승세를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AMPC는 첨단제조 기술을 활용한 제품을 미국 내에서 생산·판매하는 경우 부여되는 세액공제 혜택이다.
단 LG에너지솔루션은 AMPC의 높은 변동성을 고려, 관련 이익을 성과 지표에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AMPC 공제액을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약 1조5,000억원으로 낮아지게 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기본급의 870%, 최대 900%에 달했던 LG에너지솔루션의 성과급 역시 올해 기본급의 340∼380%, 전체 평균 362%까지 줄었다. 성과급 감소에 분노한 직원들은 사측이 IRA에 따른 이익금을 재무제표상 이익으로 구분했음에도 불구, 성과급 산정 시에는 해당 금액을 제외해 비용을 절감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사측은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지난 2일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1분기 내로 합리적인 성과급 개선안을 마련하고, 차후 경쟁사 대비 더 나은 보상과 처우를 보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한 번 끓어오른 직원들의 불만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다. 직원 1,700여 명의 익명 모금을 통해 마련된 시위용 트럭은 오는 29일까지 여의도 한복판을 달릴 예정이다.
4분기 실적부터 휘청, 위태로운 LG에너지솔루션
문제는 LG에너지솔루션이 몸담고 있는 전기차·배터리 업계의 사정이 녹록지 못하다는 점이다. 당장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8조14억원, 영업이익은 3,382억원에 그쳤다. 이는 전 분기 대비 각각 2.7%, 53.7% 하락한 수준이다. 특히 영업이익의 경우 IRA 세액 공제 금액(2,501억원)을 제외하면 881억원까지 줄어들게 된다. LG에너지솔루션의 분기 기준 영업이익이 1,000억원 이하까지 미끄러진 것은 상장(2022년 1월) 이후 최초다.
LG에너지솔루션 실적 약세의 원인으로는 전기차 수요 둔화가 지목된다. 전 세계 전기차 판매는 2022년 1,050만 대에서 지난해 1,380만 대로 약 31% 증가했다. 2022년 전기차 판매량 증가율(전년 대비)이 62%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부진한 성장세다. 차량 수요 감소를 확인한 완성차 업체들은 보수적인 배터리 재고 정책을 펼쳤다. 배터리 판매량 전반이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는 의미다. 여기에 리튬 등 배터리 주요 원재료 가격 하락도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오는 11월 예정된 미국 대선 역시 LG에너지솔루션에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유력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IRA를 통해 중국 배터리 회사들로 미국 세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주장, IRA 폐기 논리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IRA 수혜를 위해 현대차와 5조7,000억원을 공동 투입해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 합작 공장을 짓고 있다. IRA가 폐기될 경우 AMPC 수익이 사라지며 영업이익이 급감함은 물론, 미국 시장 내 대규모 투자까지 '물거품'이 되는 셈이다.
쌓여가는 악재, 대비 않으면 무너진다
미래 전망 역시 밝지만은 않다. 업계 곳곳에서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시장이 '침체기'를 맞이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금리 상황 △글로벌 경기 침체 △높은 전기차 가격 △각국 정부의 보조금 감축 △충전 인프라 부족 등 다양한 악재가 시장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연구원(KIET)은 '2024년 경제산업 보고서'를 통해 올해 국내 13대 주력 산업 중 이차전지(-2.6%)의 수출이 가장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중국 전기차·배터리 업계의 고속 성장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전기차 전문 매체 '일렉트렉'에 따르면, 중국 1위 전기차 업체 BYD의 1월 전기차 판매량은 10만5,304대에 달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7.6% 급증한 수준이다. 수출량도 3만6,174대로 1년 만에 247.56% 폭증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52만6,409대의 순수전기차를 판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선두 주자인 테슬라(48만4,507대)를 최초로 추월하기도 했다.
BYD를 중심으로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전기차의 존재감이 점차 뚜렷해지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차후 각국 전기차·배터리 기업들이 줄줄이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선제적으로 충분한 위기 대응 여력을 확보해 두지 않으면 시장의 가치 사슬 붕괴를 견딜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의 무리한 성과급 요구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꼴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시장 상황 악화로 위기에 빠진 기업의 목을 옥죄며 미래의 '고용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