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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채용 요원한 아시아나, 직원 '줄퇴사'에 내부서도 '앓는 소리' 경쟁력 '수직하락', 항공기도 직원도 슬롯도 모두 '부족' 부채비율만 2,100%, 화물사업부 매각마저 '안갯속'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가시화되고 있다.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하는 14개국 중 12개국의 승인을 마쳤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다만 기나긴 합병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의 기력은 점차 쇠하는 모양새다. 이미 항공 업계 내 경쟁력은 추락을 면치 못했고, 5년 새 1,000명이 넘는 직원이 빠져나가면서 내부에서도 불만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선 하루빨리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상황이나,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
JFTC, 대한-아시아나 기업결합 승인
1일 항공 업계에 따르면 일본 경쟁당국인 공정취인위원회(JFTC)는 지난달 31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하는 14개국 중 미국과 유럽연합(EU)을 제외한 12개국의 승인을 마쳤다. 모든 승인이 통과될 경우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63.9%를 인수하고 자회사로 편입할 예정이다. 양사의 통합 목표 시점은 2024년 말쯤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분 인수 후에도 당장 물리적 통합은 이뤄지지 않을 계획이다. 완전 통합은 지분 인수 후 약 2년 뒤로 예정됐다. 즉 2026년 말은 돼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완전한 단일 브랜드로 탄생할 것이란 의미다.
그러나 합병 과정이 길어짐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임직원들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코로나 이후 퇴사자는 급격히 늘었지만 신규 채용은 감감무소식인 데다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음에도 성과급과는 거리가 멀어서다. 아시아나항공의 마지막 공개채용은 지난 2020년 1월로, 엔데믹 이후 국내 주요 항공사 중에서는 아시아나항공만 유일하게 신규 채용을 진행하지 않았다. 기존 직원들의 업무 강도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익명을 요청한 한 아시아나항공 직원은 “최근 들어 업무 강도, 향후 구조조정 등을 문제로 회사에 미래가 없다고 퇴사하는 저연차 직원들이 늘고 있다”며 “직원들 사이에서 진급은 ‘하늘의 별 따기’란 소리가 나온 지도 이미 오래됐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 수는 2019년 9,155명에서 2020년 8,952명, 2021년 8,664명, 2022년 8,344명, 2023년 9월 기준 8,088명으로 꾸준히 줄고 있다. 코로나 직전인 2019년과 비교해 1,000명이 넘는 직원들이 빠져나간 셈이다. 올해 역시 채용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에 머물면서 아시아나항공 내부의 볼멘소리는 커져만 간다.
악화일로 걷는 아시아나항공
다만 이는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재무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2023년 1분기 기준 2,013%에 달했다. 직번 분기 부채비율이 1,780%였음을 감안하면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수치다. 재무상황이 악화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경쟁력도 추락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2년 전 85대에 달했던 보유 항공기는 현재 78대까지 줄었다. 아시아나항공 보유 항공기 대수가 70대 규모로 줄어든 건 10년 내 처음 있는 일이다.
당초 항공사들은 임대 계약이 끝나면 항공기를 반납하고 새 항공기를 도입하는 방식을 이용해 항공기 수를 유지한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은 새로 도입하는 항공기 수가 반납하는 항공기 수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을 연속적으로 겪으면서 보유 항공기 수를 대폭 줄일 수밖에 없었다. 실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19년 5대의 항공기를 새로 도입하고 2대를 반납했지만, 2022년엔 1대만 새로 들이고 6대를 반납했다.
항공기는 운수권과 함께 항공사의 핵심 자산 중 하나다. 항공사의 항공기 보유 대수 감소는 결국 항공사의 신규 노선 취항과 증편 여력 감소를 불러일으킨다. 특히 항공사가 각 공항에서 배정받은 슬롯(특정 시간대 공항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은 일정 기준 이상 미사용 시 회수될 수 있다. 주요 공항에서 슬롯 배정이 어려운 상황이니만큼 이에 대한 권리 상실은 국적사 경쟁력 약화는 물론 이용객의 불편으로까지 이어진다.
운수권 배분을 틀어쥔 국토교통부가 대한항공과 합병을 이유로 아시아나항공에 운수권 추가배분을 꺼리는 점도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국토부는 지난 2022~2023년 아시아나항공에 인천-울란바토르(몽골) 주1회 운수권을 부여하는 데 그쳤지만, 대한항공은 울란바토르는 물론 뉴질랜드, 이탈리아, 태국, 싱가포르 관련 운수권도 추가 확보했다.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에어프레미아 등 LCC도 운수권을 여럿 확보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쟁력 약화가 더욱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여전한 '가시밭길', 최대 과제는 '재무구조 개선'
상황이 이런 만큼 아시아나항공의 최대 과제는 재무구조 개선이다. 이를 위해 아시아나항공은 줄곧 화물사업부 매각을 꿈꾸고 있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될지는 미지수로 남아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현재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몸값은 5,000억~7,000억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국내 2위 화물사업부라는 점에서 기업가치는 충분하다는 평이나, 인수 후 부채 상환 등 기업 정상화를 위한 자금을 고려하면 최대 2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출연해야 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선뜻 인수하겠다 나서는 이가 없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상태가 좋지 않은 만큼 구주 인수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기에 부담이 크다는 점도 악재다. 구조조정 기업을 인수하는 원매자들 입장에선 별도의 기업 정상화 자금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2,100%에 달하는 부채비율을 감당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나마 저가 항공사(LCC)들이 어렴풋이나마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이들은 현실적으로 인수 체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 이미 타웨이항공은 인수 의사를 완전히 접었다. 또한 제주항공 정도가 화물사업을 받아와 유지할 만한 곳으로 꼽히지만, LCC 차원에서 인수 의지를 보인다 해서 유럽 경쟁당국(EC)이 이들을 대한항공의 실효적인 경쟁자로 볼 것인지는 미지수다. 제주항공이 유력 원매자로 부상할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대한항공 입장에선 ‘탄탄한 경쟁자’의 등장이 반가울 리 없다. 이에 대해 한 항공 업계 관계자는 "EC는 제주항공 정도는 돼야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인수 적격이 있다고 보는 분위기”라며 “화물사업을 매각하고 EC를 설득하는 작업이 초반부터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낙관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으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재무 건전성 '버드 스트라이크' 앞에 무력한 아시아나항공의 앞길은 여전히 가시밭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