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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뒤집어 쓴 롯데케미칼, '최고의 M&A' LCPL도 '낙동강 오리알'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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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자회사 매각 계획 무산, 롯데케미칼 리스크 '폭증'
'사업 재편' 꿈꿨지만, 녹록잖았던 현실
PF 유동성 위기 부정하는 롯데, '리스크' 해소하긴 힘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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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대산공장의 모습/사진=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의 고순도 테레프탈산(PTA) 생산 등 비핵심 사업을 하는 파키스탄 자회사 매각 계획이 무산됐다. 당초 롯데케미칼이 LCPL을 사들일 당시만 해도 인수 2년 만에 배당금으로만 인수대금 모두를 회수하는 최고의 M&A(인수합병)로 꼽혔으나, 파키스탄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면서 불안정성이 늘었다. 더군다나 자회사 롯데건설 재무구조 우려도 겹치면서 회사채 조달 계획도 접었다. 6,000억원에 달하는 유동성 마련 계획이 무산되는 등 연초부터 재무전략 가동에 차질이 생기는 모양새다.

롯데케미칼 LCPL 지분 매각 '무산'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전날 자회사인 LCPL 지분 75.01% 매각 작업이 무산됐다고 공시했다. 롯데케미칼은 매각 무산 배경에 대해 "주식 매수를 진행하기 위한 파키스탄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승인 등이 현지 정치·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으로 장기간 지연됐다"며 "거래 상대방이 계약을 해지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은 작년 1월 파키스탄 화학회사인 럭키코어에 LCPL 지분 75.01%를 1,924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인수가(147억원)의 10배를 훌쩍넘는 금액이다.

LCPL은 페트병과 합성섬유의 원료인 페레프탈산(PTA)을 생산하는 업체다. 롯데케미칼은 2009년 LCPL을 네덜란드 화학업체인 악소노벨로부터 147억원에 인수했으며, 인수 직후 2011년까지 LCPL로부터 200억원이 웃도는 배당 수입을 올렸다. LCPL은 이후에도 100억~500억원대 순이익을 올렸다. 투자은행(IB) 관계자들이 롯데케미칼의 LCPL 인수에 대해 "롯데그룹 M&A 최고의 거래"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LCPL 인수 성공 이후 롯데그룹은 파키스탄 매물을 샅샅이 훑기 시작했다. 2011년 롯데제과가 파키스탄 제과 회사인 콜손을 인수하는가 하면 2018년엔 롯데칠성음료가 파키스탄 음료 회사인 악타르를 사들였다. 그러나 롯데케미칼은 이후 PTA를 비주력 사업으로 보고 LCPL을 매물로 내놨다. M&A 무산에 이어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 작업도 차질을 빚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이달에 최대 4,000억원가량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했지만, 태영건설 워크아웃의 여파로 발행 작업을 연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으로 롯데건설의 자금난 우려도 불거졌다. 덩달아 롯데건설 최대 주주인 롯데케미칼의 자금조달 작업에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금 부자' 롯데케미칼의 몰락

최근 롯데케미칼은 자본시장 거래 2건이 무산되면서 최대 6,000억원가량의 유동성 공백이 생겼다. 한때 '현금 부자', '무차입 경영의 화신'으로 통했던 롯데케미칼의 몰락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순차입금은 4조6,964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작년 9월 말 1년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금도 3조7,344억원으로 분기 말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작년 말 부채비율이 63.9%로 낮은 수준이지만 상당수 보유 자산이 석유화학설비인 만큼 당장 현금화할 자산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 실적도 하락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영업손익 컨센서스는 -1,197억원으로 2022년에 이어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당초 롯데케미칼은 저수익 사업을 정리한 뒤 본격적인 흑자 전환을 위한 프로세스를 가동하겠단 계획이었다. 이는 지난해 11월 롯데케미칼이 "급격한 국제 정세 및 화학산업 변화에 맞춰 기존 사업은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 확대 등 수익성 최대 확보와 효율성 최적화를 추진하고 전지소재, 수소에너지 및 리사이클 사업 등은 계획대로 속도감 있게 진행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 수 있다. 당시 롯데케미칼은 이미 파키스탄 PTA 생산법인 및 중국 등 공장을 매각 완료한 상황이었던 만큼 무난한 정리가 이뤄지리라 예상했지만, 구매자 측이 발을 완전히 빼버리면서 롯데케미칼의 노림수가 어그러졌다. 석유화학산업에서의 탈피 및 '전지소재·수소에너지·리사이클' 중심의 사업구조 재편 등 미래 계획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셈이다.

태영건설_파산_20240102

유동성 위기 맞은 롯데, 리스크 해소 '요원'

더군다나 최근 롯데는 롯데건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채 문제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상태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4일 ‘2024년 한국신용평가 인더스트리아웃룩’ 웨비나에서 주요 모니터링 대상으로 꼽은 건설사 4곳 가운데 롯데건설과 GS건설, 신세계건설을 PF 우발채무와 관련한 건설사로 꼽았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기준 8위였다. 고금리에 경기 침체까지 겹친 상황에서 예정된 PF 사업의 지연, 이에 따른 금융비용 누적 등으로 우발채무 위험이 높아지면서 롯데건설을 넘어 롯데그룹 자체가 흔들리는 모양새다.

특히 롯데건설은 하나증권으로부터도 PF 우발채무에 따른 유동성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나증권은 "올해 1분기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3조2,000억원 규모의 미착공 PF 규모의 구체적 상황과 비교해 현재 현금성 자산(2조2,591억원), 1년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2조1,000억원) 규모를 따지면 리스크가 높다"고 분석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롯데건설의 미착공 PF 가운데 서울 이외의 지역이 2조5,000억원에 달한다. 서울 밖에서는 청약 흥행이 불투명하다는 점을 근거로 이 미착공 PF가 낮은 위험도를 지닌 본 PF로 전환하는 데는 보수적 관점이 필요하다고 하나증권은 설명했다.

롯데건설은 관련 언급을 전면 부정했다. 3조2,000억원 규모의 미착공 PF의 우발채무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자금조달 계획이 이미 세워진 상황이며, 지방 미착공 PF 사업장도 부산 해운대구 등 분양성이 우수한 곳이란 것이다. 이 밖에도 차입금 및 부채비율 감소 등으로 재무 안정성을 높인 점, 단기 차입금의 대부분 연장협의가 완료된 점 등을 바탕으로 PF 우발채무 관리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외부적 시선에서 롯데건설이 위태로운 건 여전하다. 더욱이 롯데건설의 최대주주는 현재 롯데케미칼이다. 롯데건설이 차후 실제로 자금난에 빠질 경우 롯데케미칼도 연달아 폭격을 맞을 수 있다는 의미다. PF 우발채무 우려가 현실화할지 여부에 아직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린다곤 하지만, 관련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한 롯데건설 및 롯데케미칼을 둘러싼 리스크는 해소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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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전지 관련주 일제히 내리막길, 가격·성능 앞세운 중국산 배터리 영향력에 반등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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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 목표주가 하향 조정 줄 이어
이차전지 관련주 일제히 ‘파란 불’
韓 배터리 글로벌 시장 점유율 6.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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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 오창 공장/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의 어닝 쇼크를 시작으로 국내 이차전지 관련주들이 줄줄이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이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하반기 본격 회복세를 그리는 ‘상저하고’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산업계는 중국이 빠른 속도로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는 만큼 국내 이차전지 업계의 불황이 지속될 것이란 예측이 주를 이룬다.

불과 2개월 사이 20%가량 주가 하락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전날 39만9,500원에 장을 마쳤다.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종가 기준)가 40만원을 하회한 건 지난해 11월 2일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당시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공매도 금지와 함께 49만3,500원까지 치솟았지만, 현재는 상승분을 모두 토해낸 모습이다.

이같은 주가 하락의 배경에는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4분기 실적 부진으로 인한 투자 심리 악화가 깔려 있다. 이달 9일 LG에너지솔루션은 2023년 4분기 영업이익이 3,382억원으로 직전 분기(7,312억원)보다 53%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증권가의 컨센서스를 42%가량 밑도는 수준이다.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기습적인 가격 인하도 LG에너지솔루션에 악재로 작용했다. 최근 테슬라는 중국 시장에서 기본 모델인 '모델3' 가격을 5.9% 낮추는 등 대폭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지난해까지 이미 여러 차례 가격 인하책을 펼쳐 온 테슬라가 추가 인하를 결정하면서 시장에는 배터리를 비롯한 전기차 후방 산업으로 마진 압박이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이 때문에 기관 투자자들이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매각하며 하락세를 주도하고 있다. 최근 1개월 사이 기관은 2,216억원어치의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순매도했다. 그중 연기금이 1,671억원을 매각하며 가장 큰 순매도 비중을 차지했다. 개인과 외국인은 이 기간 각각 1,262억원, 982억원을 순매수했다.

증권가에서는 앞다퉈 LG에너지솔루션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신한투자증권은 기존 55만원이던 LG에너지솔루션 목표주가를 50만원으로 내렸으며, 하이투자증권 또한 58만원에서 53만원으로 내렸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배터리 업계에 올해는 만만치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짚으며 “제너럴 모터스(GM)와의 생산세액공제(AMPC) 지급 관련 협의와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있어 현재의 실적 전망치는 언제든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하반기부터는 주가가 살아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현재 업황은 다소 어렵지만, 북미 사업 경쟁력이 날로 향상되고 있어 주가 역시 빠르게 반등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 정부가 외국우려기업(FEOC)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이면서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며 “테슬라의 사이버트럭 등 새로운 모델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 반등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똑같은 실적 부진에도 반도체주는 ‘장밋빛 전망’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의 어닝 쇼크 여파는 이차전지 업계 전반으로 번지며 주가 회복에 대한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15일 전 거래일 대비 1.96% 내린 40만원에 장을 마감한 삼성SDI를 비롯해 에코프로비엠(-3.78%·29만2,500원), 포스코퓨처엠(-2.55%·30만6,000원), 에코프로(-1.42%·62만3,000원), SK이노베이션(-0.96%·12만3,400원) 등 이차전지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세를 그리면서다.

이차전지 관련주들의 비관적 전망은 반도체 관련주와의 비교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LG에너지솔루션과 비슷한 수준의 실적 부진을 기록하고도 주가 상승에 무게가 실린 삼성전자를 꼽을 수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공시한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2조8,000억원(잠정치)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03% 감소했다. 연간 영업이익은 6조5,400억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친 2008년 이후 처음으로 10조원을 하회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업체들의 주가가 ‘바닥을 찍었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삼성전자 실적 발표 후 BNK투자증권은 목표가를 기존 8만2,000원에서 8만6000원으로 상향했으며, 하이투자증권은 8만3,000원에서 8만7,000원으로 올려 잡았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속도는 느리지만, 반도체 업황은 바닥을 지나 개선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하며 “상반기에 미국 등 주요국의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만큼 그 이후로는 본격적인 회복세가 예상된다”고 목표주가 상향 조정의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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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경쟁력에 성능까지, 세계 시장 장악한 중국 배터리

전 세계 이차전지 시장에서 50% 넘는 점유율을 자랑하는 중국 업체들의 성장세도 우리 기업들에는 걸림돌이다. 과거 가격 경쟁력만을 앞세웠던 중국산 배터리들이 상향 표준화된 품질과 안정적인 공급망을 앞세워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면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이차천지 수출국 순위는 중국(50.3%), 폴란드(8.6%), 한국(7.3%), 헝가리(7.0%) 등 순으로 확인됐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과 비교해 중국은 11.9%p 늘고(38.4%→50.3%) 한국은 6.5%p 줄어든(13.8%→7.3%) 결과다.

그간 리튬·인산·철(LFP)을 양극재로 사용하는 리튬이온 배터리에 주력해 온 중국은 2020년 이후 알루미늄을 추가하면서 시장의 변화를 주도했다. 한국의 주력 상품인 니켈·코발트·망간(NCM) 사용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고 무겁다는 단점을 단숨에 극복한 것이다. 중국산 저렴한 배터리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자 테슬라, 벤츠, 폴크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줄줄이 LFP 탑재를 선언했고, 현대차그룹 역시 “LFP를 적극 탑재하는 등 배터리 다변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웨덴, 중국 등이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고, 독일과 프랑스 등이 관련 지원을 축소하면서 이차전지의 수요 조정이 예상된다는 점도 국내 이차전지 업계의 불황을 부채질하는 요소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 공급 초과, 전기차 보조금 축소 등으로 이차전지 수요 조정이 예상되는 만큼 시장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신소재 등을 발굴하고 관련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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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기대감은 옛말”, 노원구 일대 부동산 ‘한파’에 영끌족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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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가격에도 매수자 못 찾아”, 집주인 한숨
재건축 패스트트랙으로 시장 활성화 노리는 정부
막대한 분담금·세입자 거취 문제 논의는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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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급등기 2·30대 젊은 층 수요자들을 대거 유인하며 호황을 누렸던 서울 노원구 일대 아파트들이 가격 급락을 맞았다. 해당 지역의 대규모 정비 사업을 통해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노렸던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가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모습이다. ‘재건축 3대장’으로 불렸던 노원·도봉·강북구에서는 대출 상환에 부담을 느껴 매입가의 절반 수준에 집을 내놓는 사례까지 포착되며 추가 하락의 우려를 키운다.

가격 하락에 대출 상환 부담까지 이중고

1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 5단지(저층·전용면적 31㎡)는 지난달 4억4,000만원에 새 주인을 만났다. 해당 단지는 지난해 3월까지만 해도 5억원대 중반에 거래된 바 있다. 불과 9개월 만에 20%가량 하락한 셈이지만, 현장에서는 더 낮은 금액의 급매물이 쏟아질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룬다. 상계동 일대에서 활동 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대출 상환이 어려운 젊은 집주인 가운데는 산 가격의 반값에라도 팔겠다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수도권 지하철 4호선과 7호선이 맞물리는 지역에 위치한 상계주공 5단지는 2020년 이후 시작된 부동산 급등기에 2·30대 젊은 매수자들을 대거 불러들이며 전용면적 31㎡ 기준 8억원의 신고가를 기록하는 등 ‘영끌’(대출을 최대한 활용해 매수) 성지로 떠올랐다. 하지만 최근 거래에서는 절반에 가까운 4억원대까지 가격이 급락하며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

MBC 시사 프로그램 'PD수첩'에 출연한 30대 직장인 A씨는 “30년 전에 짓고 한 번도 수리하지 않은 아파트를 내 돈 2억7,500만원에 은행 대출 3억7,500까지 땡겨 6억5,000만원에 샀는데, 최근 4억6,000만원까지 떨어졌다”고 울분을 토했다. 눈 깜짝할 사이 1억9,000만원이 사라진 것도 모자라 떨어진 가격에도 매수자를 찾을 수 없어 이자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는 설명이다.

매매가 하락과 대출 상환에 대한 부담은 비단 해당 단지만의 일이 아니다. 한때 상계동 일대의 아파트 대다수가 노후화해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매수자들의 수요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으며 큰 폭의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최근 3개월 사이 평균 11.3% 하락한 상계주공 12단지가 대표적인 예로, 지난해 상반기 4억5,000만원에 거래된 해당 단지(41.3㎡)는 12월 3억2,000만원까지 떨어지며 가파른 하락세를 그렸다.

노원구와 맞닿은 도봉구, 강북구도 상황이 비슷하다. 2021년 7억원대 매매가를 기록하며 매수자들의 높은 관심을 보여줬던 도봉구 창동 창동주공 1단지(49㎡)는 지난해 11월 4억8,500만원에 거래되면서 집값 하락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5억원 아래로 떨어졌고, 강북구 미아동 삼성래미안트리베라 2단지는 11억원대에 거래되던 84㎡가 이달 1일 8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이들 지역의 가파른 집값 하락과 관련해 여경희 부동산R114 연구원은 “고금리 지속으로 서울 외곽 지역에서 이전보다 가격을 낮춘 거래 비중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노원·도봉·강북구처럼 소위 영끌 매수가 많았던 중저가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는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집주인들이 매물을 쏟아내고 있어 당분간 가격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절반 이상이 노후 아파트, 재건축은 시간문제?

노원·도봉·강북구는 서울 중심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아 내 집 마련을 꿈꾸는 2·30대 사이에서 영끌 성지로 꼽힌다. 실제로 노원구의 경우 2021년 매수자 중 30대 이하가 절반에 가까운 49.2%를 차지하며 젊은 층 시장 참여자들의 높은 관심을 입증하기도 했다.

재건축에 대한 높은 기대감도 대규모 수요를 끌어들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노원구의 경우 지난해 12월 기준 전체 16만3,136가구 중 9만6,159가구가 준공 후 30년을 넘어서면서 재건축 논의가 본격화했으며, 도봉구 역시 6만4,121가구 중 3만6,428가구가 30년을 넘으며 시장의 기대감을 자극했다.

재건축_파이낸_240115

이에 정부도 이달 10일 ‘재건축 패스트트랙’ 구상안을 발표하며 재건축을 통한 시장 회복과 주택 공급에 팔을 걷었다. 정부는 준공 후 30년이 지난 아파트에 대한 안전진단을 유예하는 등 절차를 간소화하고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해 재건축 사업의 속도를 높이고 시장 활성화를 이룰 것으로 기대했다.

사업성은 뒷전, 엉뚱한 곳 긁은 정부

하지만 정부의 발표 후에도 시장은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재건축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린 단지 대부분이 절차나 규제 탓이 아닌 낮은 사업성을 이유로 내부 갈등을 겪는 사례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는 재건축 예상 공사비 등을 근거로 산출한 분담금이 가구당 5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며 GS건설의 시공사 선정을 취소했다. 최근 시세가 4억원대에 형성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집값보다 비싼 분담금을 내야 하는 셈이다.

노후 아파트 거주 세대 상당수가 세입자라는 점도 정부의 재건축 완화 방안이 호응을 얻지 못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는 “90년대 이후에 지어져 이미 용적률이 높은 아파트들은 재건축으로 늘릴 수 있는 세대 수에 한계가 있어 사업성보다는 주거환경 개선에 의미를 둬야 하는데, 세입자들의 경우 주거 안정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사업성을 극대화할 방안을 고려하는 동시에 기존 세입자들의 임대주택 재입주 등 공공성까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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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확정, 일단락인가 시작인가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확정, 일단락인가 시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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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간 자산·부채 실사→기업 존속 능력 평가
PF 대주단 협의체, 빠른 정상화 걸림돌 될까
“태영은 빙산의 일각”, PF 부실 위험 최고조
태영워크아웃_파이낸셜_20240112-1

태영건설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개시가 확정됐다. 당초 12일 결과 집계 예정이었지만, 채권자들이 빠르게 동의 의사를 밝히며 일찌감치 채권액 기준 75%의 동의율을 확보한 것이다. 11일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600여 곳의 태영건설 금융 채권자들로부터 채권액과 동의 여부를 전달받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업계에서는 태영건설 사태가 큰 고비를 넘겼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위험도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이르면 4월 구체적 기업개선계획 발표 예정

1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전날 오후 6시께 워크아웃 개시 가결 요건인 75% 이상(채권액 기준)을 확보했다. 투표는 서면 방식으로 진행됐고, 채권자들은 팩스 또는 이메일 등을 이용해 투표에 참여했다.

업계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가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분위기다. 산업은행을 비롯해 전체 채권액의 약 3분의 1을 보유한 주요 금융지주 산하 계열사들이 일찍이 워크아웃 동의 뜻을 내비친 데다, 채권액 중 40%가량을 보유한 국민연금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이 정부 방침의 영향을 받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태영건설발(發) 부동산 PF 부실이 경제 전반으로 번지는 데 대한 우려를 거듭 밝혀 왔다.

태영건설은 지난해 12월 28일 워크아웃 신청 이후 약 2주간 숱한 부침을 겪은 바 있다. 신청 다음 날인 지난달 29일에는 모기업 태영그룹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을 태영건설이 아닌 지주사 티와이홀딩스 채무 상환에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며 채권단의 공분을 샀고, 이달 3일에는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태영 측이 당초 약속한 자구안을 이행하려는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며 채권단을 대표해 작심 비판에 나서기도 했다.

이후 4일에는 금융당국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태영건설이 제시한 자구안은 회사의 정상화를 위한 게 아니라 소유주를 위한 방안”이라고 일갈하면서다. 결국 태영건설은 9일 티와이홀딩스 지분(33.7%)과 SBS 지분(36.9%)을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추가 자구안을 제시하며 백기를 들었다.

산업은행은 향후 3개월 동안 외부 회계 법인을 지정해 태영건설에 대한 자산 및 부채 실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전국에 흩어진 112개 사업장의 향후 사업성을 평가하고, 보다 구체적인 부채 규모 등을 파악해 기업의 존속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서다. 산업은행은 “이르면 4월 11일 태영건설을 정상화하는 데 필요한 자금의 규모 등을 담은 기업개선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며. 필요에 따라 최대 1개월 연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워크아웃 개시는 시작에 불과” 회의적 시각도

태영건설 워크아웃은 지금까지 진행된 여차 건설사의 그것과는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산업은행 주도 건설사 워크아웃은 2009년 금호산업(현 금호건설) 이후 15년 만인데, 그 사이 구조조정 환경이 대거 변화했기 때문이다.

먼저 워크아웃과 관련한 각종 규제를 담고 있는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이 개정됐다. 2016년 추진된 개정에서는 법의 적용 대상이 기존 금융기관에서 모든 금융 채권자로 확대됐다. 대상 기업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면 금융회사가 아닌 일반 기업이나 투자자도 워크아웃 개시 투표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두고 끝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융당국의 PF 정상화 방안을 워크아웃 절차에 적용하는 사례도 태영건설이 처음이다. 금융감독원은 2012년 시공사 채권은행과 PF 대주단 간 지원범위를 제시한 ‘워크아웃 건설사 경영 정상화 계획 이행 약정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통상 대규모 개발 사업을 전개하는 건설사는 은행에서 직접 차용한 자금보다 PF 사업장 대출 보증 규모가 훨씬 큰데, 채권은행과 PF 대주단이 자금 지원을 서로 미루는 동안 건설사가 자금 부족으로 법정관리에 내몰리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조처다.

해당 지침에 따라 태영건설 PF 대주단은 채권단 내 별도의 협의체를 구성해 자금 지원 방안 및 의견 조정 등을 논의하고, 사업장별 실사를 거쳐 PF 처리 방안을 마련하게 된다. 이처럼 워크아웃의 절차가 복잡해지고 그 과정에 관여하는 인원이 늘어나면서 사업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부동산·건설 업계에서는 정부가 기업 지원과 회생의 의지를 보이는 만큼 태영건설 경영진의 자구 노력이 구조조정의 속도를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예전 같았으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적극적으로 워크아웃을 주도했겠지만, 지금으로선 산업은행도 수많은 채권 은행 중 하나일 뿐”이라고 짚으며 “추후 감사원의 감사 등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이번 워크아웃은 매우 신중하게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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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 사태 해소 기미에도 금융 시장 ‘살얼음판’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가 태영그룹 및 채권단 차원의 문제에서 끝나지 않고 전체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건설업의 특성상 특정 업체에서 발생한 유동성 리스크는 전체 업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데,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을 계기로 여러 건설사의 부실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설명이다.

부동산 시장의 거래 활성화를 의미하는 가계부채의 꾸준한 증가세에도 부동산 PF 위험이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이같은 우려에 무게를 싣는다. 2023년 11월 말 기준 국내 신용등급 A1과 A2 이하 PF-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간 신용스프레드는 2.65%p로 전년 동월(0.87%p)과 비교해 3배가량 확대됐다. 두 채권의 금리 차이를 의미하는 신용스프레드는 그 수치가 커질수록 기업이 돈을 융통하기 어려워짐을 의미한다.

설상가상으로 국내 건설투자액도 대폭 하락이 예고된 상태다. 2022년 이후 건축 착공이 줄어들며 건축 업계의 불황이 예상되는 것이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책 대출을 포함한 전반적 대출 태도의 경직성이 강화됐고, 금리 인하의 시점을 예상할 수 없는 탓에 부동산시장의 하락장 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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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총재 "태영건설 부동산PF 부실 위기, 금융불안 확산 가능성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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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이 총재 “한은이 부동산PF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설 상황은 아니야“
다만 시장에선 태영發 부동산 PF 부실 위기 우려하는 시선 여전
특히 위기 대응 더 취약한 ‘제2금융권’ 향한 우려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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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 사태가 전체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은 적다고 언급하며 한은이 나설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시장에선 올해 상반기 내 만기가 도래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비중과 고금리 기조에 따라 악화된 대외 환경 등을 이유로 금융권 PF 부실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특히 위기 대응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는 제2금융권에서 위기가 시작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총재 “대포와 소총 있지만, 소총 쓸 정도도 아냐”

11일 이 총재는 한국은행에서 진행된 통화정책 방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태영건설의 부동산 PF 부실 사태를 진단하고 금융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 등에 관해 설명했다. 그는 태영건설 사태에 대해 “부동산 PF 중에서도 위험관리가 잘못된 대표적인 사례”라며 “태영건설 사태가 부동산PF, 건설업의 큰 위기로 번져 시스템 위기로 확산할 가능성은 적다”고 진단했다.

시장의 불안정으로 이어질만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정책적으로 대응하는 기관이 한은이지만, 현재 태영건설 사태가 시장 불안을 가져올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이 총재의 설명이다. 그는 “개별 사례가 시장 불안정으로 이어진다면 한국은행이 시장 안전판 역할을 하지만 지금 그런 상황은 아니다”라며 “대포를 쏠 수도 있고 소총으로 막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소총도 쓸 정도가 아니라는 뜻”이라고 빗대어 말했다.

최근 한은이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 유보분을 활용해 중소기업 지원에 나선 것을 두고, 태영건설 사태가 시장에 미칠 여파를 우려해 선제 조치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바로 잡았다. 이 총재는 “금융중개지원대출 지원 결정과 태영건설 문제를 연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지원을 결정한 것은 상당 기간 고금리가 유지될 것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 있는 지방 중소기업 등을 선별적·한시적으로 지원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한편 한은은 이날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동결했다. 이 총재를 제외한 5명의 금통위원 모두 향후 3개월 금리를 3.50% 수준에서 동결하면서 물가안정 기반을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또 기준금리 인하 시점과 관련해선 금통위원 모두 금리인하 논의 자체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였다. 특히 이 총재는 사견을 전제로 “적어도 6개월 이상은 기준금리 인하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려 불식되지 않는 시장 분위기 “올 상반기만 만기 도래 PF 12조원 넘어”

다만 시장에선 태영건설 사태로 금융권 PF 부실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올해 상반기 내 만기가 도래하는 PF 비중이 높은 데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등 대외 환경마저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간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 PF 규모는 130조원으로, 이 가운데 브릿지론은 30조원, 본PF는 100조원에 달한다. 여기서 브릿지론과 본PF의 만기 연장 비율은 각각 70%(21조원), 50%(50조원)에 이르는데, 만기 연장 비율이 높은 만큼 실제 부실 우려도 커질 수밖에 없다. 또한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이 급증하고 있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2020년 말 92조5,000억원이었던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지난해 9월 말 134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5% 이상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금리인하 기대감이 약화되면서 부동산 경기마저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아파트 입주율은 67.3%로, 전월(72.3%) 대비 5%p 낮아졌으며, 특히 주요 PF 사업이 집중된 서울과 인천·경기권에서 하락이 두드러졌다. 주산연 관계자는 “경기침체, 고금리 기조로 위축됐던 주택시장에 부동산 PF 부실 악재가 겹치면서 거래절벽이 심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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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구멍이 큰 둑 무너뜨릴 수도

현재 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위기 대응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는 제2금융권의 ‘부실 폭탄 돌리기’다. 제1금융권이 아닌 보험사, 증권사, 카드사,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이 현재 대출 연장 취급 기관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기업평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23개 증권사가 보유한 PF 위험노출액(대출채권과 채무보증 합산액 기준) 24조원 가운데 올해 6월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규모는 11조9,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브릿지론이 7조3,000억원 규모로 전체 60%가 넘는다. 브릿지론은 부동산 개발 사업이 착공되기 전에 받은 자금으로, 시행사는 이 자금을 토지 매입과 사업 인허가, 시공사 보증금 등에 투입하고, 1금융권 본PF로 넘어가기 전에 사용한다. 통상 대출 기간이 1년으로 짧고 금리가 높기 때문에 부실 위험이 더욱 높은 편이다.

제2금융권 가운데서도 자본력이 약한 지역금고를 향한 우려가 크다. 특히 새마을금고는 시중은행과 달리 금고마다 독립된 회사로, 신규 설립 기준이 150~200억원 선으로 자기자본 규모가 작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태영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하며 연대보증을 선 사업장에 대출을 내준 지역금고는 총 174곳으로, 대출 규모가 3,764억원에 달한다. 산업은행에선 태영건설 채권단 600여곳 중에 상호금융 절반을 넘는 300~400곳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새마을금고는 이번 태영건설 사태로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하고 있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현재 시장에서 제기하고 있는 용인새마을금고와 성남새마을금고를 포함한 몇몇 금고의 태영건설 보증채무는 향후 회수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단계를 밝고 있지만, 시공 능력 자체를 상실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건설이 마무리되면 금고의 보증채무 대부분이 회수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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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현물 ETF 시대’ 개막에 개당 ‘2억설’까지, 달라지는 것은?

‘비트코인 현물 ETF 시대’ 개막에 개당 ‘2억설’까지, 달라지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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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美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 시장선 환영의 목소리
승인 발표 나온 직후 비트코인 가격 3%가량 급등
높은 가격 변동성, 범죄 가능성 등은 여전히 우려 요소
비트코인ETF_게티이미지뱅크_20240112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올해 가상자산 시장 최대 화두로 꼽히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이 결정됐다. 이로써 가상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이 일정 부분 자산 가치를 인정받는 동시에 전 세계 기관 자금이 유입될 수 있는 합법적 통로가 마련됐다. 지난 1년 이상 '크립토 윈터(가상화폐 침체기)'를 보내온 가상화폐 업계는 일제히 환호하는 분위기다. 다만 가상자산 특유의 변동성 리스크까지 사라진 게 아닌 만큼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가상자산 비트코인, 제도권 진입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1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트·비트와이즈 등이 신청한 11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개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성명에서 연방항소법원이 SEC가 그레이스케일 측이 제안한 ETF를 승인하지 않은 것에 대해 적절한 설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사례를 언급하며 "가장 지속 가능한 경로는 비트코인 현물 ETF의 상장 및 거래를 승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했다는 것은 비트코인을 주식이나 석유, 금과 같은 공인 자산으로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빗썸, 바이낸스 등 가상자산 전문 거래소를 통해서만 매매가 가능했던 비트코인을 이제 다른 자산들과 동일한 선상에서 거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승인 근거는 지난해 8월 그레이스케일과의 소송 패소다. 앞서 SEC는 지난 2018년부터 2023년 3월까지 그레이스케일 신청 건을 포함해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상품(ETP)과 관련된 신청을 20여 건 이상 반려했으나, 법원이 상장 거부 사유가 충분치 않다고 판단하면서 역전됐다. 겐슬러 위원장은 "위원회는 투자자와 공익을 보호하게 설계됐는지, 증권거래법과 이하 규정에 부합하는지 평가할 것"이라며 "이번 승인에는 투자자들을 위한 특정 보호 조치가 포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상장 승인된 11개 ETF 중 6개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 상장될 예정이다. 3개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2개는 나스닥에서 거래된다. CNBC는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트러스트가 첫 타자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블랙록 자산운용과 피델리티 등 역시 경쟁 상품을 내놓을 전망이다.

상장승인된 비트코인 현물ETF_파이낸셜_20240112

130조원 유입 전망, 개당 2억원 도달 예측도

이번 승인으로 가장 기대되는 변화는 신규 자금의 대거 유입이다. 특히 금융기관의 경우 기존 금융 인프라를 활용해 원자재 ETF처럼 접근할 수 있다. 이는 그간 세무, 회계, 수탁 등 여러 면에서 발생하는 불편으로 인해 비트코인 매입을 꺼려온 기관투자자들에게 희소식인 셈이다. 그런 만큼 규제 불확실성으로 비트코인 투자를 주저했던 기관 투자자의 자금 유입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전통 금융사들이 점치는 유입 자금 규모는 130조원이 넘는다. 실제로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를 조만간 승인할 것이란 전망이 고조되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10월 이후 현재까지 무려 70%가량 급등한 상황이다. 영국 대형은행 스탠다드차타드(SC)는 지난 8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면 올해만 최대 1,000억 달러(약 131조원)가 유입될 것"이라며 "현물 ETF 승인은 기관 투자자의 비트코인 투자를 일반화하는 계기"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승인 소식에 시장도 즉시 들썩였다. 비트코인은 전날부터 기대감을 재료로 오르기 시작하다 승인 발표가 나온 직후 3% 가까이 급등했다. 이날 오전 7시 빗썸 기준 비트코인은 전날 대비 2.88% 오른 6,228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가격 상승을 유발하는 자금 유입에 따라 추가 상승도 점쳐지고 있다. 특히 이번 승인으로 비트코인이 개당 1억원을 넘어 2억원까지 도달할 것이란 전망이 앞다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100일 앞으로 다가온 반감기가 이를 견인할 것이란 분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지난 4일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은 올해 신고점을 경신하고 2025년에는 최대 15만 달러(약 1억9,815만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전통시장에서 가상자산으로 자본이 대거 유입되는 전례 없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특히 비트코인 반감기와 ETF 마케팅 등 강세 재료는 여전히 풍부히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단순히 가격 면에서의 호재를 넘어 현물 ETF 승인이 비트코인의 쓰임새가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현재 비트코인은 가치 저장 수단으로써 수용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데, 현물 ETF 승인으로 이 같은 사용 사례의 저변이 전통 금융권까지 확대될 것이란 예측이다.

“비트코인은 여전히 투기적이고 변동성 큰 자산” 

이렇듯 시장에선 일제히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으나, 그렇다고 SEC를 비롯한 주요국 금융당국이 가상자산에 우호적으로 돌아섰다고 보기는 어렵다. 겐슬러 위원장은 10일 성명문을 통해 ETP 승인과 별개로 “비트코인을 승인하거나 지지하지 않는다”며 가상자산에 대한 기존 입장을 공고히 했다. SEC가 ETF 대신 ETP(상장지수상품·Exchange Traded Products)라는 명칭을 사용한 건 향후 비트코인 ETF를 비롯한 다른 여러 파생상품에 대한 관할권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으로 풀이된다. ETP는 ETF를 포함하는 상위 개념으로, ETF는 물론 ETN(상장지수증권·Exchange Traded Notes), ETC(상장지수원자재·Exchange Traded Commodities)까지 포괄한다.

SEC는 비트코인 현물 ETF가 부실한 투자자보호, 높은 가격 변동성, 범죄 가능성 등으로 투자자에게 큰 손실을 입힐 수 있다는 점도 경고했다. 앞서 승인을 거부해 왔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겐슬러 위원장은 ”비트코인은 주로 랜섬웨어, 돈세탁, 제재 회피, 테러 자금 조달을 포함한 불법 활동에도 사용되는 투기적이고 변동성이 큰 자산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면서 “우리는 비트코인을 승인하거나 지지하지는 않는다.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및 암호화폐와 가치가 연결된 상품과 관련된 수많은 위험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적인 이유로 승인하긴 했지만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 리스크는 여전히 크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고위험-고수익 상품인 ETF의 잠재적 리스크 역시 간과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기관투자자 전반의 수요는 즉각적이지 않을 수 있다"며 "현물형 비트코인 ETF에 대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수요는 상품의 적합성, 넓은 시장의 채택률에 따라 달라진다"고 경고했다. 이어 "투자자는 현물 비트코인을 소유하지 않은 채로 ETF 매니저의 운용 전략 능력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며 "ETF의 거래 시간도 암호화폐 거래소의 24시간 365일 거래와 달리 시간제한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에서 해외 비트코인 현물 ETF 매수는 당장 불가능하다. 국내 증권사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은 가상자산에 대한 기존 정부 입장 및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금융당국이 유권해석을 내렸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상 비트코인은 기초자산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현물 ETF의 상장은 물론 거래 또한 불법이라는 결론이다. 이에 골드만삭스 같은 외국계 증권사를 통할 순 있으나 개인투자자가 접근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법개정에 대한 여지는 열려있는 상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가상자산에 대한 국내 규율이 마련되고 있고, 해외 사례도 있는 만큼 추가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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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준, 은행 비상 대출 프로그램 예정대로 종료키로 "이자 장사 수단으로 쓰는 은행 탓?"

美 연준, 은행 비상 대출 프로그램 예정대로 종료키로 "이자 장사 수단으로 쓰는 은행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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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BTFP 대출 규모, 지난해 11월 중순 대비 25% 이상 늘어
“이자 장사, 수익성 악화된 은행들 생존 위한 필수 전략”이라는 지적도
국내서도 은행권 공적자금 수혈 사례 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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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해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당시 만든 긴급대출 프로그램을 예정대로 올해 3월 종료하기로 했다. 은행 시스템 불안 우려가 크게 낮아진 것과 더불어 최근 은행권이 예대마진을 거두기 위해 해당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은행권의 대출 규모가 2개월 전보다 크게 늘어난 가운데 일각에선 은행권이 수익성을 개선해 ‘제2의 SVB’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시도로 해석해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연준이 예상보다 일찍 'BTFP 종료' 발언 꺼낸 배경

9일(현지 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마이클 바 연준 부의장은 이날 열린 한 지역은행 협회 콘퍼런스에서 연준의 긴급대출 프로그램(BTFP)이 당초 계획한 1년 시한에 따라 오는 3월 11일에 종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 부의장은 “프로그램은 매우 효과적이었다”며 “미국 은행 시스템의 스트레스를 매우 빠르게 줄여줬고, 당초 연준의 의도 대로 작동했다”고 평가했다.

BTFP는 연준이 시중은행이 보유한 미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 등의 담보가치를 액면가격대로 인정해주고, 이를 담보로 최대 1년간 자금을 대출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SVB에 이어 시그니처은행 등이 대규모 뱅크런으로 파산하자 연준이 은행 시스템을 안정화하기 도입됏다.

연준이 예상보다 일찍 종료 시사 발언을 꺼낸 이유는 그간 금융기관들이 BTFP를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서다. 여기에 지난해 말부터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전망이 대두되면서 BTFP 대출금리가 하락하자, 대출을 늘리는 은행이 늘어났다. 실제로 연준 최신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일까지 일주일간 BTFP를 통한 대출 규모는 전주 대비 4% 증가한 1,412억 달러(약 186조원)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연준의 2024년 금리인하 기대감이 자리하기 시작하던 지난해 11월 중순 대비 25% 이상 늘어난 규모다.

BTFP의 대출금리는 시장의 향후 1년 기준금리 전망치에 0.1%p를 합산한 금리로 산정된다. 현재 BTFP 금리는 4.93%로 지금준비금 금리인 5.4%보다 낮다. 금융기관이 이 금리로 돈을 빌려 연 5.4% 연준의 만기 하루짜리 예금에 넣을 경우 0.47%p 정도의 무위험 차익을 얻을 수 있다.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는 “사실상 은행들이 차익거래로 수익을 내기 위한 행동으로 보인다”며 “연준은 금융권의 긴급 지원을 위해 만든 프로그램을 은행들이 이득을 취하는 데 사용하는 걸 원치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이클 바 연준 부의장/사진=미국 상원 홈페이지 캡처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은행의 수익성과 안전성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 늘어난 대출 양상을 금융기관들이 수익성을 개선해 안전성을 높이려는 시도로 해석해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고금리로 실적이 악화하고 보유한 국채 등의 자산 가치마저 하락한 상황에서 BTFP 종료 직전 유동성을 충분히 쌓아 ‘제2의 SVB 사태’에 대비하려는 전략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한계기업들이 늘면서 SVB 사태가 전 세계 은행에서 다시 벌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달 주식 분석회사 울프리서치는 미국 금융회사를 제외한 기업의 부채 중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금액이 지난해 2,040억 달러(약 267조원)보다 342.6% 급증한 9,030억 달러(약 1,186조원)가 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울프리서치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유럽중앙은행(ECB)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채무불이행(디폴트) 또는 연체 상태에 있는 은행 대출금 규모도 연말까지 급격히 늘어났다”며 “누적된 악성 부채와 고금리, 경기 침체 국면이 중소형 은행들의 수익성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중소형 은행들은 고금리로 인한 자금 조달비용 상승 및 상업용 부동산 불안 등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자 생존전략으로 은행 간 M&A(인수합병)마저 늘리는 추세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미국 은행 간 M&A는 2021년 205건에서 2022년 168건으로 감소했지만, 지난해 SVB 사태 이후 7월부터 2건의 대형 딜이 성사된 이후 증가하는 양상이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1980년대 S&L(저축대부조합) 사태 등 과거 위기 사례들에 비춰볼 때, 은행의 대형화 유인이 크고 밸류에이션이 낮을 때는 합병이 효과적이라는 것이 검증됐다”며 “앞으로 미국 중소은행들이 경쟁력 제고를 위해 은행 간 M&A를 더욱 활발히 전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적자금 수혈받은 국내 은행권, 올해부터 4년간 8조 ‘준조세’ 부담

공공재적 성격이 강한 금융서비스 특성상 금융기관들이 중앙은행의 공적자금을 수혈받아 유동성 및 부실 위기에 대응한 사례는 국내에도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정부가 도산 위기에 빠진 금융사들의 구조조정을 위해 168조원을 투입한 것을 시작으로, 2002년에는 카드사,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은행들에 외화지급보증을 해주며 금융시장 안정을 꾀한 바 있다.

공적자금은 국민의 혈세로 마련된 재원인 만큼 반드시 상환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금융권은 지난 2002년 마련된 공적자금 상환대책에 따라 2022년 상반기까지 총 42조2,000억원을 상환했다. 은행들이 2021년 예상보다 빨리 구조조정 비용을 모두 상환함에 따라 현재 잔여 공적자금 12조6,000억원 전부 정부가 갚아야 할 몫으로 남아있다.

문제는 은행들이 사실상 빚을 다 갚았음에도 명목상 납부 만기가 2027년이라는 이유로 연간 2조원 안팎의 특별기여금을 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금융 업계에 따르면 예보의 예보채상환기금에서 금융위원회 공적자금상환기금을 거쳐 기획재정부 공공자금관리기금으로 전출된 금액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약 6조2,5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올해부터 2027년까지 매년 2조원가량의 기금이 추가로 전출되는 몫을 합산하면 전출 금액은 총 14조1,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고금리로 서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에서 은행권이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금융당국의 질책과 달리, 은행권은 지금도 수조원을 부담해 나라 곳간을 메우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은행권은 지난해 대통령의 ‘은행 종노릇’ 발언에 기존 차주들에게 약 2조원을 되돌려주는 민생금융까지 지원하고 나섰다. 일각에선 이 같은 은행의 역할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특별기여금을 통해 정부 재원으로 채워진 은행 돈이 결국 정부의 정책 사업을 뒷받침하는 데 쓰이는 가운데 시중 은행들이 매년 2조원의 준조세를 내고 있다”며 “이에 더해 이제는 횡재세까지 부과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는데, 이러한 정책 기조는 장기적 관점에서 은행권 안전성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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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 '파산 신청' 급증, "금리인하 시점 지연 시 올해도 늘어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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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파산 45만4,000건 넘어, 사업구조조정 신청 건수도 전년 대비 72% 증가
‘위워크, 버드’ 등 기업 가치 10억 달러 넘던 유니콘 기업도 줄줄이 파산
최근엔 ‘금리인하 기대감’ 재조정되는 분위기, 올해도 파산 신청 늘어날 전망
파산_게티이미지뱅크_2024011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미국의 법인 및 개인들의 파산 신청이 크게 늘었다. 지난 2년간 지속된 고금리 기조 아래 대출기준이 크게 강화됨에 따라 기업과 가계 재정이 악화한 영향이다. 중소형 업체들뿐 아니라 위워크, 버드 등 유니콘 기업들도 파산을 면치 못한 가운데, 올해 역시 미국의 기업 및 개인들의 파산 신청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파산 신청 건수 전년 대비 18% 증가

3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이 파산정보 제공업체 에픽(Epiq) AACER의 보고서를 인용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법인의 파산 신청 건수는 전년(37만8,390건)보다 18% 늘어난 44만5,186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은 전월(3만7,860건)보다 3,413건 감소한 3만4,447건로 집계됐지만, 전년 동기 대비론 16%나 증가했다.

파산법 11조(챕터11)에 따른 법인 파산보호 신청도 전년의 3,819건보다 72% 급증한 6,569건으로 나타났다. 챕터11은 자력으로 회생이 어려운 기업이 파산법원의 감독으로 구조조정 절차를 진행해 기업회생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조항이다. 아울러 개인 파산 신청도 전년도(36만6,911건)에서 18% 증가한 총 41만9,559건으로 나타났다.

팬데믹 기간 쏟아졌던 경기 부양책이 축소되면서 강화된 기업과 개인의 대출기준이 파산 신청 급증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22년 3월부터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11차례 인상하면서 급격히 높아진 고금리 역시 경제 주체의 금융여건을 크게 위축시킨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5.25~5.5%로 22년 만에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대표 유니콘 기업도 피하지 못한 위기

최근 파산한 기업들 중에는 한때 기업 가치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 이상의 스타트업을 일컫는 유니콘 기업들도 포함돼 있다. 대표적인 기업은 글로벌 공유 오피스 기업 위워크다. 일찍이 공유 오피스 돌풍을 일으켰던 위워크는 2019년 초 주가가 최고점에 이르며 당시 시가총액이 470억 달러(약 62조원)를 웃돌았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과거 수년간 지속된 경영 악화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파산하면서 주가는 휴지 조각이 됐다.

위워크의 몰락은 2019년 자금을 조달하고자 처음 뉴욕증시 상장에 도전했던 것이 실패하면서 시작됐다. 상장 실패 이후 위워크의 공동 창업자 애덤 뉴먼이 축출되는 등 주요 경영진이 이탈했고,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 아래 놓이며 거듭 위기에 처했다. 팬데믹 기간 근로자들의 재택근무 비율이 늘어나자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고, 신규 사업들마저도 실패로 끝을 맺으며 몰락했다.

공유 스쿠터 업계 선구자로 꼽혀온 버드도 지난해 파산 신청을 유니콘 기업 중 하나다. 2017년 스타트업 업계에 불었던 공유 경제 열풍에 힘입어 단기간 내 빠른 성장을 이뤄낸 버드는 실리콘밸리의 주류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를 받으며 글로벌 350개 도시로 전기 스쿠터 공유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한때 기업 가치가 최대 25억 달러(약 3조3,000억원)로 평가되기도 했지만, 팬데믹 당시 감염 우려로 제품을 공유해 사용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된 탓에 사업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2021년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상장을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섰지만, 상장 후 주가가 폭락했다. 결국 지난해 9월 상장 폐지됐으며 그로부터 3개월 뒤 파산을 신청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3월에는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했다. 실리콘밸리의 주요 자금조달원이었던 SVB의 파산 여파는 관련 스타트업과 중소기업들의 연쇄 파산으로 이어졌다. 이미 연준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정책이 시작된 2022년 이후 기업들의 재정 여건이 크게 악화한 상태였고, 여기에 SVB 붕괴를 막기 위해 당국이 은행권 대출 규제마저 추가로 강화한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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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업은행 총 대출 연체율(블루) 및 전분기 대비 변화율(레드)/출처=Fred

견조한 美 경기 지표가 되려 파산율 높일 수도

문제는 올해도 파산 신청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는 점이다. 파산 신청 건수가 아직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의 75만7,816건에는 크게 못 미치고 있긴 하나, 제한된 금융여건이 지속된다면 파산율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픽AACER의 마이클 헌터 부사장은 “예상대로 2023년 신규 파산 신청 건수는 전년에 비해 증가했다”며 “팬데믹 지원책의 고갈과, 자금 조달 비용 증가, 높아진 금리, 신용카드와 자동차 대출 등에서의 연체율 상승, 사상 최고 수준의 가계 부채 등을 고려할 때 2024년에도 파산보호를 신청하는 법인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인 파산 증가 역시 우려되는 부분이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미국의 가계부채는 이미 지난해 3분기 말 17조3,000억 달러(약 2경2,862조원)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으며, 여기에 모기지 금리와 신용가드 연체율마저 지속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의 30년 만기 고정 모기지 금리가 8%에 근접한 수준까지 치솟으며 23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고, 같은 기간 신용카드 연체율도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선 약 3%로 지속 상승 중이다. 미국파산협회(ABI) 관계자는 “지난 2010년 주택소유자에 대한 파산이 70% 이상을 차지했지만 지금은 크게 줄었다”며 “다만 금융위기 때 주택 가치가 급격히 하락한 것을 고려하면 지금은 그렇지 않아 개인 파산은 주로 세입자일 가능성이 3~4배 정도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학자금 대출 규모 또한 크게 늘었는데, 파산 신청이 증가할 경우 학자금 대출이 면제되지 않을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최근 연준의 금리인하 시작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점도 파산율을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주 미국의 고용시장이 여전히 견조하다는 지표가 발표된 이후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재조정된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국내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기업과 개인의 파산율은 시장 금리에 영향을 주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며 “아직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로 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연준의 예상보다 경기가 잘 버텨준다면 연준이 고금리 정책을 빠르게 후퇴할 필요가 없어지고, 이에 따라 시장에선 고금리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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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마르고 전월세 뛰었다, 오피스텔 시장의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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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공도 거래도 급감한 오피스텔, 시장 침체 본격화
공급 줄며 전월세는 급등, 오피스텔 선호 청년층 갈 곳 잃었다
가격 인상과 공급 확대의 '연결고리', 수년 내 시장 정상화 전망
오피스텔_주의_20240110

오피스텔을 비롯한 비(非)아파트 착공·입주 물량이 급감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작년 1~11월 전국 연립·다세대주택 인허가 물량은 1만3,868가구에 그쳤다. 2022년(4만2,803가구)의 3분의 1 수준이다. 도시형생활주택 인허가 물량 역시 같은 기간 2만,8533가구에서 6,476가구로 급감했다. 정부의 급격한 부동산 부양 정책 전개, 고금리 상황 등 악재가 겹치며 비아파트 시장 전반이 혼란을 겪는 모양새다.

거래도 공급도 말랐다, 외면받는 오피스텔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12월 20일 기준) 서울에서 발생한 오피스텔 매매 건수는 7,685건으로, 2022년 1만4,486건 대비 6,801건(46.94%) 급감했다. 부동산 시장이 호황을 누렸던 2021년(1만9,245건)과 비교하면 자그마치 1만1,560건(60.06%)이 줄었다. 경기 여건과 금리에 민감한 수익형 부동산인 만큼,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풀이된다.

오피스텔 공급 역시 눈에 띄는 감소 추이를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서울 오피스텔 인허가 및 착공 물량은 60% 이상 감소했다. 인허가 물량은 연면적 기준 2022년 119만7,572㎡에서 2023년 1~11월 40만9,014㎡로 65.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착공 물량 역시 99만7,278㎡에서 30만8,515㎡로 69.0% 급감했다. 같은 기간 연립·다세대주택 착공 물량 역시 4,223가구에 그쳤다. 2022년(1만5,606가구)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오피스텔 시장 침체의 주요 원인으로는 '아파트 선호'가 지목된다. 최근 아파트는 집값 하락세, 규제 완화 등에 힘입어 실수요를 대거 흡수하고 있다. 반면 오피스텔은 2022년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적용 대상에 이름을 올렸고, DSR 규제 없이 대출이 가능한 ‘특례보금자리론’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주택 실수요자가 굳이 오피스텔을 찾을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부동산 투자자 역시 고금리 상황에 수익성이 떨어지는 오피스텔 투자에서 줄줄이 손을 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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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오르는 전세가, 임대 수요자 '난감'

신축 빌라·오피스텔 공급이 말라붙자, 비아파트 임대 거주를 선호하는 서민들은 졸지에 갈 곳을 잃게 됐다. 절대적인 공급 부족으로 인해 오피스텔 월세가 급등하면서다. 2022년 1~11월 4만2,803가구에 달했던 전국 연립·다세대주택 인허가 물량은 지난해 3만660가구까지 줄어들었다. 1만 가구 이상이 시장에 나오지 못한 채 '대기' 중이라는 의미다.

청년층이 선호하는 도심 내 직주근접 소형주택 공급도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2020년 서울 중구에서 분양된 도시형생활주택(30가구 이상 기준)은 약 780가구에 달했다. 하지만 2021년엔 282가구까지 그 수가 대폭 줄었고, 2022년 이후로는 공급이 아예 말라붙었다. 비아파트 임대 매물을 찾지 못한 청년층은 '울며 겨자 먹기'로 고가의 월세를 지불하거나, 외곽 지역으로 눈을 돌려야 하는 실정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경제만랩에 따르면 지난해(1~11월) 서울 오피스텔 월세 거래량은 3만6,068건 수준이었다. 이 중 월 임대료 60만원 이상 고가 계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자그마치 60.5%에 달했다. 2021년 45.8%, 2022년 54.1% 대비 대폭 증가한 수준이다. 월세 100만원 이상 거래도 12.4%에 달했다. 오피스텔과 함께 비아파트 시장의 '쌍두마차'로 꼽히는 빌라 월세 역시 작년 7월부터 매달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전세가 뛰면 공급도 는다? 부동산 시장의 순환

한편 일각에서는 현재의 전월세 가격 상승세가 차후 오피스텔 공급 정상화를 촉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시장 전반이 2020년 '전세 대란' 당시와 유사한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시 신규 주택임대차보호법 등으로 인해 아파트 전세난이 심화하자, 오피스텔 전세가 역시 빠르게 뛰어오른 바 있다. 갈 곳을 잃은 실수요자 규모에 비해 매물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오피스텔 전세가 매매가를 뛰어넘는 역전세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전세난이 심화하자 정부는 2021년 도시형 생활주택과 주거용 오피스텔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다. 도시형 생활주택의 허용 면적을 기존 50㎡에서 60㎡까지 확대하고, 주거형 오피스텔에 대한 바닥 난방 기준을 완화하는 등 중대형 오피스텔 공급에 힘을 싣는 방식이었다. 이후 전세가 폭등과 규제 완화에 힘입어 오피스텔 착공이 급증했고, 본격적으로 공급의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다.

당시 착공을 시작한 오피스텔 물량은 수년 뒤 시장에 쏟아져 나왔고, 지난해 초과 공급으로 인한 매매·전세가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공급이 말라붙어 전세가가 뛰자, 수익을 노린 새로운 공급이 발생하는 일종의 '순환'이 발생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미 전세가 급등 및 공급 부족이 가시화한 이상, 이후 수년 내로 또다시 이 같은 시장 순환이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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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칼자루 쥔 '공정위', 4대 은행 '담보대출 담합 의혹' 제재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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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은행 간 거래 조건 공유해 고객에게 유리한 대출 조건 막았다”
은행 측 “부당 이익 얻기 위해서가 아닌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공유”
대출금리 담합 의혹 근거는 이번에도 없어, ‘총선용 압박’이란 지적도
4대은행_자체제작_20240109

공정거래위원회가 4대 시중은행이 대출 시 거래 조건을 암묵적으로 공유하고 담합했다는 혐의에 대해 제재를 검토 중이다. 공정거래법에선 담합과 관련한 최대 과징금을 관련 매출의 20%로 규정하고 있는 가운데 제재안 확정 시 역대 최고액인 수천억원대의 과징금이 발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은행권은 "실제 대출은 금리 수준이나 거래 조건 등 각 사 방침에 따라 정해지고, 은행 간 거래 정보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참고 용도로만 사용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공정위, 4대 은행에 담합 의혹 지적한 심사보고서 발송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정위는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에 담합 혐의로 검찰의 공소장 격인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심사보고서에는 과징금 부과와 함께 법인 검찰 고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포함됐으며, 조사 대상에 포함됐던 NH농협은행과 IBK기업은행은 발송 대상에서 제외됐다.

공정위가 문제로 지적한 건 이들 은행이 담보 가치 대비 대출금의 비율인 담보인정비율(LTV) 정보를 서로 교환한 행위다. 공정위는 은행들이 수년간 정부가 정한 LTV 기준을 적용받지 않는 비규제 지역의 주택, 건물, 공장 등의 LTV 정보를 공유하고, 이를 통해 LTV를 정상적인 상황보다 낮게 유지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들 은행의 LTV는 NH농협과 기업은행 등 정보 교환에 가담하지 않은 은행들의 LTV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또한 공정위는 이들 은행이 7,000여 개에 달하는 LTV 시트를 은행별로 나눠 정리하는 작업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은 담보의 종류 및 지역별로 나뉜 이 시트를 통해 특정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실행할 때 자사의 대출 한도가 경쟁사에 비해 많은지 적은지 등을 파악해 대출 한도를 조정했다. 이를테면 경쟁사에 비해 대출을 내줄 수 있는 한도에 여유가 있다면 한도를 낮춰 설정하는 식이다. 이 경우 고객이 받는 대출액이 그만큼 줄어드는 만큼 소비자 후생도 감소하게 된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2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한 금융 분야 경쟁을 촉진할 대책을 마련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 이후 본격화됐다. 공정위는 향후 4대 은행들의 의견 등을 수렴한 뒤 제재 여부를 논의할 심의 일정을 결정할 방침이다.

제재안 확정 시 과징금 수천억원 달할 전망, 과징금 규모론 ‘역대 최고’

제재안이 확정될 경우 2021년 12월 제도 도입 이후 정보교환도 담합으로 인정하는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아직 과징금 액수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공정위가 은행들의 담합 행위를 심각하게 평가한 데 따라 수천억원대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공정거래법에서는 담합과 관련한 최대 과징금을 관련 매출의 20%로 규정하고 있다.

만약 수천억원대의 과징금이 부과된다면 현재까지 금융당국이 은행 등 금융업에 부과한 과징금액의 최고액이 된다. 금융당국은 과거 통화스왑 입찰 담합이나 조단위 불법 외화송금 등의 위법 사례에 대해 대체로 수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해 왔다. 지난해 장기간 고의로 불법공매도를 저지른 BNP파리바와 HSBC에 각 100억원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 역대 최고액이며, 이전 과징금액 최고액은 38억원으로 알려졌다.

다만 은행들은 담보대출 담합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반박하고 있다. 기업대출은 금리 수준이나 거래 조건 등 사내 방침에 따라 정해지고, LTV 시트는 참고 정도로 사용하는데 이걸 담합으로 보는 건 억울하다는 것이다. 특히 은행권은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는 목적이 아닌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공유한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한 은행 업계 관계자는 “가계대출과 달리 기업대출은 LTV 조건만으로 대출을 내주는 시장이 아니다”라며 “LTV 정보 공유가 실제 대출 금리와 한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을 은행권이 적극 소명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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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 세종청사/사진=네이버지도 캡처

과거에도 여러 번 담합 의혹 조사했으나 별 소득 없이 끝나기도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2월 윤석열 대통령 지시 아래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IBK기업은행 등 은행권의 담합 혐의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대출금리 산정 과정에서 은행 간 담합이 있었는지를 이해관계인에 대한 진술조사와 함께 현장조사를 벌였지만, 결국 담합 근거를 찾지 못하고 ‘먼지털기식 조사’로 마무리됐다. 이보다 앞선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5대 은행과 SC제일은행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담합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였으나 별다른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당시 조사 과정에서 은행들은 채권시장의 시장 상황, 기준금리와 은행채 금리의 등락 등의 영향으로 은행 간 금리가 비슷한 흐름을 보일 수는 있지만, 담합은 아니라는 입장을 소명해 왔다. 실제로 은행의 개별 신용평가와 금리 산정 기준은 각 은행의 영업 전략에 따른 대외비에 속한다. 역시나 이번 심사보고서에도 앞서 제기됐던 대출금리 담합 의혹에 대한 근거가 담기지 않자, 은행권에선 공정위가 대출금리 담합 근거를 찾지 못해 LTV 정보 공유를 담합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아울러 공정위의 직권조사가 담합 적발보다는 금융권 압박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K대 글로벌금융학과 관계자는 “총선이 가까워지자 정부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것 같다”며 “이번 심사보고서도 이전 조사와 마찬가지로 담합 적발보다는 압박 수단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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