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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확정, 일단락인가 시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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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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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간 자산·부채 실사→기업 존속 능력 평가
PF 대주단 협의체, 빠른 정상화 걸림돌 될까
“태영은 빙산의 일각”, PF 부실 위험 최고조
태영워크아웃_파이낸셜_20240112-1

태영건설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개시가 확정됐다. 당초 12일 결과 집계 예정이었지만, 채권자들이 빠르게 동의 의사를 밝히며 일찌감치 채권액 기준 75%의 동의율을 확보한 것이다. 11일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600여 곳의 태영건설 금융 채권자들로부터 채권액과 동의 여부를 전달받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업계에서는 태영건설 사태가 큰 고비를 넘겼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위험도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이르면 4월 구체적 기업개선계획 발표 예정

1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전날 오후 6시께 워크아웃 개시 가결 요건인 75% 이상(채권액 기준)을 확보했다. 투표는 서면 방식으로 진행됐고, 채권자들은 팩스 또는 이메일 등을 이용해 투표에 참여했다.

업계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가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분위기다. 산업은행을 비롯해 전체 채권액의 약 3분의 1을 보유한 주요 금융지주 산하 계열사들이 일찍이 워크아웃 동의 뜻을 내비친 데다, 채권액 중 40%가량을 보유한 국민연금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이 정부 방침의 영향을 받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태영건설발(發) 부동산 PF 부실이 경제 전반으로 번지는 데 대한 우려를 거듭 밝혀 왔다.

태영건설은 지난해 12월 28일 워크아웃 신청 이후 약 2주간 숱한 부침을 겪은 바 있다. 신청 다음 날인 지난달 29일에는 모기업 태영그룹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을 태영건설이 아닌 지주사 티와이홀딩스 채무 상환에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며 채권단의 공분을 샀고, 이달 3일에는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태영 측이 당초 약속한 자구안을 이행하려는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며 채권단을 대표해 작심 비판에 나서기도 했다.

이후 4일에는 금융당국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태영건설이 제시한 자구안은 회사의 정상화를 위한 게 아니라 소유주를 위한 방안”이라고 일갈하면서다. 결국 태영건설은 9일 티와이홀딩스 지분(33.7%)과 SBS 지분(36.9%)을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추가 자구안을 제시하며 백기를 들었다.

산업은행은 향후 3개월 동안 외부 회계 법인을 지정해 태영건설에 대한 자산 및 부채 실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전국에 흩어진 112개 사업장의 향후 사업성을 평가하고, 보다 구체적인 부채 규모 등을 파악해 기업의 존속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서다. 산업은행은 “이르면 4월 11일 태영건설을 정상화하는 데 필요한 자금의 규모 등을 담은 기업개선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며. 필요에 따라 최대 1개월 연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워크아웃 개시는 시작에 불과” 회의적 시각도

태영건설 워크아웃은 지금까지 진행된 여차 건설사의 그것과는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산업은행 주도 건설사 워크아웃은 2009년 금호산업(현 금호건설) 이후 15년 만인데, 그 사이 구조조정 환경이 대거 변화했기 때문이다.

먼저 워크아웃과 관련한 각종 규제를 담고 있는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이 개정됐다. 2016년 추진된 개정에서는 법의 적용 대상이 기존 금융기관에서 모든 금융 채권자로 확대됐다. 대상 기업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면 금융회사가 아닌 일반 기업이나 투자자도 워크아웃 개시 투표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두고 끝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융당국의 PF 정상화 방안을 워크아웃 절차에 적용하는 사례도 태영건설이 처음이다. 금융감독원은 2012년 시공사 채권은행과 PF 대주단 간 지원범위를 제시한 ‘워크아웃 건설사 경영 정상화 계획 이행 약정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통상 대규모 개발 사업을 전개하는 건설사는 은행에서 직접 차용한 자금보다 PF 사업장 대출 보증 규모가 훨씬 큰데, 채권은행과 PF 대주단이 자금 지원을 서로 미루는 동안 건설사가 자금 부족으로 법정관리에 내몰리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조처다.

해당 지침에 따라 태영건설 PF 대주단은 채권단 내 별도의 협의체를 구성해 자금 지원 방안 및 의견 조정 등을 논의하고, 사업장별 실사를 거쳐 PF 처리 방안을 마련하게 된다. 이처럼 워크아웃의 절차가 복잡해지고 그 과정에 관여하는 인원이 늘어나면서 사업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부동산·건설 업계에서는 정부가 기업 지원과 회생의 의지를 보이는 만큼 태영건설 경영진의 자구 노력이 구조조정의 속도를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예전 같았으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적극적으로 워크아웃을 주도했겠지만, 지금으로선 산업은행도 수많은 채권 은행 중 하나일 뿐”이라고 짚으며 “추후 감사원의 감사 등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이번 워크아웃은 매우 신중하게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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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 사태 해소 기미에도 금융 시장 ‘살얼음판’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가 태영그룹 및 채권단 차원의 문제에서 끝나지 않고 전체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건설업의 특성상 특정 업체에서 발생한 유동성 리스크는 전체 업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데,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을 계기로 여러 건설사의 부실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설명이다.

부동산 시장의 거래 활성화를 의미하는 가계부채의 꾸준한 증가세에도 부동산 PF 위험이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이같은 우려에 무게를 싣는다. 2023년 11월 말 기준 국내 신용등급 A1과 A2 이하 PF-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간 신용스프레드는 2.65%p로 전년 동월(0.87%p)과 비교해 3배가량 확대됐다. 두 채권의 금리 차이를 의미하는 신용스프레드는 그 수치가 커질수록 기업이 돈을 융통하기 어려워짐을 의미한다.

설상가상으로 국내 건설투자액도 대폭 하락이 예고된 상태다. 2022년 이후 건축 착공이 줄어들며 건축 업계의 불황이 예상되는 것이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책 대출을 포함한 전반적 대출 태도의 경직성이 강화됐고, 금리 인하의 시점을 예상할 수 없는 탓에 부동산시장의 하락장 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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