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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 목표주가 하향 조정 줄 이어 이차전지 관련주 일제히 ‘파란 불’ 韓 배터리 글로벌 시장 점유율 6.5%p↓
LG에너지솔루션의 어닝 쇼크를 시작으로 국내 이차전지 관련주들이 줄줄이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이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하반기 본격 회복세를 그리는 ‘상저하고’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산업계는 중국이 빠른 속도로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는 만큼 국내 이차전지 업계의 불황이 지속될 것이란 예측이 주를 이룬다.
불과 2개월 사이 20%가량 주가 하락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전날 39만9,500원에 장을 마쳤다.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종가 기준)가 40만원을 하회한 건 지난해 11월 2일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당시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공매도 금지와 함께 49만3,500원까지 치솟았지만, 현재는 상승분을 모두 토해낸 모습이다.
이같은 주가 하락의 배경에는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4분기 실적 부진으로 인한 투자 심리 악화가 깔려 있다. 이달 9일 LG에너지솔루션은 2023년 4분기 영업이익이 3,382억원으로 직전 분기(7,312억원)보다 53%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증권가의 컨센서스를 42%가량 밑도는 수준이다.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기습적인 가격 인하도 LG에너지솔루션에 악재로 작용했다. 최근 테슬라는 중국 시장에서 기본 모델인 '모델3' 가격을 5.9% 낮추는 등 대폭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지난해까지 이미 여러 차례 가격 인하책을 펼쳐 온 테슬라가 추가 인하를 결정하면서 시장에는 배터리를 비롯한 전기차 후방 산업으로 마진 압박이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이 때문에 기관 투자자들이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매각하며 하락세를 주도하고 있다. 최근 1개월 사이 기관은 2,216억원어치의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순매도했다. 그중 연기금이 1,671억원을 매각하며 가장 큰 순매도 비중을 차지했다. 개인과 외국인은 이 기간 각각 1,262억원, 982억원을 순매수했다.
증권가에서는 앞다퉈 LG에너지솔루션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신한투자증권은 기존 55만원이던 LG에너지솔루션 목표주가를 50만원으로 내렸으며, 하이투자증권 또한 58만원에서 53만원으로 내렸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배터리 업계에 올해는 만만치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짚으며 “제너럴 모터스(GM)와의 생산세액공제(AMPC) 지급 관련 협의와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있어 현재의 실적 전망치는 언제든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하반기부터는 주가가 살아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현재 업황은 다소 어렵지만, 북미 사업 경쟁력이 날로 향상되고 있어 주가 역시 빠르게 반등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 정부가 외국우려기업(FEOC)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이면서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며 “테슬라의 사이버트럭 등 새로운 모델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 반등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똑같은 실적 부진에도 반도체주는 ‘장밋빛 전망’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의 어닝 쇼크 여파는 이차전지 업계 전반으로 번지며 주가 회복에 대한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15일 전 거래일 대비 1.96% 내린 40만원에 장을 마감한 삼성SDI를 비롯해 에코프로비엠(-3.78%·29만2,500원), 포스코퓨처엠(-2.55%·30만6,000원), 에코프로(-1.42%·62만3,000원), SK이노베이션(-0.96%·12만3,400원) 등 이차전지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세를 그리면서다.
이차전지 관련주들의 비관적 전망은 반도체 관련주와의 비교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LG에너지솔루션과 비슷한 수준의 실적 부진을 기록하고도 주가 상승에 무게가 실린 삼성전자를 꼽을 수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공시한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2조8,000억원(잠정치)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03% 감소했다. 연간 영업이익은 6조5,400억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친 2008년 이후 처음으로 10조원을 하회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업체들의 주가가 ‘바닥을 찍었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삼성전자 실적 발표 후 BNK투자증권은 목표가를 기존 8만2,000원에서 8만6000원으로 상향했으며, 하이투자증권은 8만3,000원에서 8만7,000원으로 올려 잡았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속도는 느리지만, 반도체 업황은 바닥을 지나 개선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하며 “상반기에 미국 등 주요국의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만큼 그 이후로는 본격적인 회복세가 예상된다”고 목표주가 상향 조정의 이유를 밝혔다.
가격 경쟁력에 성능까지, 세계 시장 장악한 중국 배터리
전 세계 이차전지 시장에서 50% 넘는 점유율을 자랑하는 중국 업체들의 성장세도 우리 기업들에는 걸림돌이다. 과거 가격 경쟁력만을 앞세웠던 중국산 배터리들이 상향 표준화된 품질과 안정적인 공급망을 앞세워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면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이차천지 수출국 순위는 중국(50.3%), 폴란드(8.6%), 한국(7.3%), 헝가리(7.0%) 등 순으로 확인됐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과 비교해 중국은 11.9%p 늘고(38.4%→50.3%) 한국은 6.5%p 줄어든(13.8%→7.3%) 결과다.
그간 리튬·인산·철(LFP)을 양극재로 사용하는 리튬이온 배터리에 주력해 온 중국은 2020년 이후 알루미늄을 추가하면서 시장의 변화를 주도했다. 한국의 주력 상품인 니켈·코발트·망간(NCM) 사용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고 무겁다는 단점을 단숨에 극복한 것이다. 중국산 저렴한 배터리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자 테슬라, 벤츠, 폴크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줄줄이 LFP 탑재를 선언했고, 현대차그룹 역시 “LFP를 적극 탑재하는 등 배터리 다변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웨덴, 중국 등이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고, 독일과 프랑스 등이 관련 지원을 축소하면서 이차전지의 수요 조정이 예상된다는 점도 국내 이차전지 업계의 불황을 부채질하는 요소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 공급 초과, 전기차 보조금 축소 등으로 이차전지 수요 조정이 예상되는 만큼 시장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신소재 등을 발굴하고 관련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