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 중기부 장관 “자금 많아도 벤처투자 경색, 모태펀드 문제 아냐”

모태펀드 예산 삭감 논란에 이영 장관 “민간 펀드 형성 비중 커지고 있다”고 설명 정부, 최근 산업기술혁신펀드 안 발표로 혁신 활동 지원 의지 드러내 민간주도형 모태펀드 추진으로 정부 출자 금액 감소, 세제 혜택 제공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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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모태펀드 예산삭감 논란과 관련해 “지금은 돈이 많아도 투자가 경색되는 것이 문제”라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투자가 축소됐을 때 정책 자금을 어떻게 지원할지로 정책을 선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중기부 종합감사에서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모태펀드 예산 삭감 관련 질의에 이같이 응답했다. 김 의원은 “레고랜드 사태로 금융시장이 초토화되고 시장 불안은 점점 고조되고 있다”며 모태펀드 예산 관련 우려를 드러냈다. 이와 관련해 “지난 8월까지만 해도 벤처펀드 조성액이나 투자 집행률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며 “지금까지 투자 열기 부분은 굉장히 좋았다”고 짚었다. 이어 “전체 벤처펀드 중 모태펀드 자금의 비중은 과거 73%에서 지난해 43%까지 감소했다”며 “민간의 펀드 형성 비중은 커지고 있고, 도전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앞으로도 투자 추이를 보고 (모태펀드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을 진행할 예정인 만큼 믿음을 가지고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정부, 최근에도 신규 펀드 조성 발표했다

중기부의 모태펀드 예산이 삭감되었지만, 정부는 여전히 각종 펀드 조성을 통해 사업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업의 혁신 활동과 탄소 중립 등의 지원을 위해 산업기술혁신펀드를 4,200억원 규모로 신규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2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IBK기업은행, 신한은행, 한국성장금융 등과 함께 산업기술혁신펀드 조성 협약식을 진행했다. 올해 산업기술혁신펀드는 R&D자금 전담은행인 기업은행(600억원), 신한은행(400억원) 출자금과 R&D 지원펀드에 투자되었던 정부 출자금 회수액(500억원) 등 1,500억원을 모출자로 총 4,200억원 규모의 자펀드를 조성한다.

혁신기업 성장을 위해서 기업 간 협력을 통해 산업 밸류체인 강화를 추진하는 CVC 연계 스케일업 펀드 800억원, 중소·중견기업 및 중견 후보 기업의 오픈이노베이션을 지원하는 중견기업 도약 지원 펀드 1,400억원, 소부장 특화단지를 중심으로 안정적 국내 소부장 공급망 구축을 위한 소부장 클러스터 지원 펀드는 200억원 등이 조성된다.

산업 대전환을 위해 탄소중립 공정 기술과 에너지혁신벤처의 혁신 활동을 지원하는 탄소중립·에너지 혁신벤처 펀드는 1,000억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산업 간 융합을 촉진하는 산업 디지털 전환 펀드는 800억원 규모로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산업기술혁신펀드는 모펀드 운용사인 한국성장금융 등에서 연내 자펀드 운용사 선정을 마무리한 뒤 외부자금 모집을 진행한다. 본격적인 투자 활동은 내년부터 이뤄질 예정이다.

민간 영역 확대하는 ‘민간주도형 모태펀드’ 추진

중기부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모태펀드 출자예산으로 편성한 금액은 3,135억원이다. 중기부는 모태펀드 출자액으로 본예산 기준 2020년에는 1조원, 2021년 8,000억원, 2022년 5,200억원을 편성한 바 있다. 내년도 모태펀드 출자액이 많이 감소한 원인은 새 정부가 ‘민간주도형 모태펀드’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모태펀드는 정부 주도로 설립된 한국벤처투자가 정부 자금으로 모펀드를 조성하고, 이를 민간에서 운영하는 벤처펀드에 출자해 운영하는 재간접펀드를 뜻했다. 그러나 새 정부는 민간주도 성장이라는 국정 기조를 강조하며 자금 조달과 운용 주체 모두 민간이 맡는 방식을 새롭게 추진하고 있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민간주도형 모태펀드는 운용 주체와 자금 조달 모두 민간이 맡게 된다. 이를 통해 모험자본 공급을 확대하고, 민간 투자의 자생적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공적 자금 기반 투자는 정책적인 목적성이 우선되어 민간 모험자본 공급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어온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민간 자금이라는 것은 정부 기관 자금을 제외한 나머지를 뜻한다”며 “정책적 성격의 사업은 배제하고, 유망한 사업을 민간의 시각에서 선별해 투자하는 방식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민간주도형 모태펀드에서 정부는 자금을 조달하는 역할이 아닌 시스템을 설계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중기부에 배정되는 모태펀드 예산이 점점 적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부 자금이 투입되지 않고 순전히 민간이 자금을 모으게 되는 만큼, 대신해 세제 등의 면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이 고려되고 있다. 현재 정부의 벤처 정책은 민간 주도 투자를 통해 혁신 성장에 집중하는 성과창출형 정책으로의 전환 과정에 놓여 있다. 사업 초창기에는 사업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정부가 개입할 필요성이 있다. 하지만 결국 중소기업 생존을 위한 정부의 ‘지원’ 위주 정책은 시장의 근본적 경쟁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 민간 투자 영역 확대를 통한 도전적인 투자와 기업 발굴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