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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각종 사회재난이 장기화·일상화되고 있어 재난방송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뿐만 아니라 10.29 이태원참사, SK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 마비 사태 등 재난은 점점 복잡하고 다양성을 띠며 피해도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8월 재난방송과 관련된 운영상 문제를 진단해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며, 국회입법조사처는 12일 ‘재난의 일상화에 대비한 재난방송 정책 현황 및 향후 과제’를 다룬 보고서를 발간해 구체적인 안과 보완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언급했다.
보고서에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개선책 중 재난전문채널 신설, 재난방송 평가, 지역 재난방송협의회 활성화 등 일부 과제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재난방송 늑장 대응 또 다른 재난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개선 조치
현재 우리나라는 재난방송 요청 주체, 요건, 의무 방송사업자, 송출 방법 등을 여러 법률에서 부처 소관별 해당 내용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테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은 재난의 종류를 구분하고,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재난에 관한 예보를 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한다.
재난관리주관기관이 행안부에 재난 상황을 통보하면 행안부는 재난 온라인방송시스템으로 방송사업자에게 재난방송을 요청한다. 지진이나 해일, 화산 등 경보에 대해서도 기상청장의 판단에 따라 국민들에게 긴급히 전달할 필요가 있을 경우 방송사업자에게 요청할 수 있으며 방송사업자들은 재난방송을 실시하지 않을 경우 제재를 가할 수 있다.
지난 2019년 4월 강원도 산불 발생 당시 재난주관방송사인 KBS가 늑장 대응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당시에 전국의 소방차 긴급 동원령이 발령될 만큼 긴박한 상황이었음에도 산불 소식을 전하다 말고 밤 23시 5분에 정규프로인 ‘오늘밤 김제동’을 방영했던 것이다.
타 방송사들 역시 수어 방송을 진행하지 않았으며, 화재 발생 6시간 후에야 카카오톡을 이용한 재난방송이 흘러나왔고, 자막은 오타투성이에 무리한 현장 생중계를 이어가는 등 실수를 연발했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의무방송사에 대한 재난방송 요청 지연 ▲주관방송사의 책임의식 부족 ▲실질적 도움이 되는 대피 정보와 맞춤형 정보의 부족 등으로 판단하고,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여 추진했다.
먼저, 자연재난과 달리 사회재난은 주관기관이 다수(20개)이고, 복합재난의 경우 혼선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재난방송 요청 주체를 행정안전부로 일원화했다. 또 주관방송사인 KBS의 재난대응 책임자를 사장으로 격상하고 재난방송센터를 확대·개편했으며, 행정안전부 및 다른 방송사와의 협력체계를 강화했다.
나아가 지리정보시스템을 활용하여 재난지역 및 재난 예측 경로, 임시대피소 등에 대한 세부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재난방송 전문 한국수어 통역사에 대한 재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KBS에 한국수어방송 제작을 지원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방통위, ‘재난방송 강화 종합계획’ 방송사 실적과 연관, 국민참여형 정보 체계 구축.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는 2021년 8월에 변화하는 재난 환경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그간의 정책진단을 통한 종합적 대안을 제시했다.
첫째, 국민들의 재난방송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방송통신발전 기본법’을 개정하여 주요 방송사를 중심으로 실시되고 있는 의무 재난방송을 공동체 라디오까지 확대한다. 또 지상파 UHD 방송망을 활용한 이동형 서비스나 옥외 전광판 서비스 등을 시범 운영 중이며, OTT, SNS 등 온라인을 통한 긴급 정보 제공 역시 개발지원 및 참여유도에 나선 상황이다.
두 번째로, 심층적인 재난정보 제공을 위해 주관방송사인 KBS에 지상파 다채널방송(MMS, Multi-Mode Service) 방식으로 재난전문채널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수도권과 제주도에서 시범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나아가 현장 중심의 재난방송이 신속하게 실시될 수 있도록 지역 방송사 중심의 재난방송을 강화하고, 지역 재난방송협의회를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 번째로, 국민참여형 재난정보 체계 구축을 위해 재난정보를 수집·공유하기 위한 인력풀을 구축하여 육성하고, 지원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전했다. 누구나 재난정보를 제공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재난 제보 영상에 대한 보상 지원 등 참여기회를 다각화하겠다는 점도 계획의 일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네 번째로, 재난방송 환류 체계 개선을 위해 방송사의 자율규제 및 재난방송 실적 등을 방송평가에 반영할 수 있도록 지표를 개발할 것이며, 이용자 관점에서 재난방송을 점검하고, 국가재난 극복에 기여한 방송사, 관계자 등을 선정하여 방송대상, 정부포상 등 시상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재난방송 관리·운영 체계 개선을 위해 특별법(가칭 ‘재난방송 실시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여 여러 법률에 산재된 재난방송 법체계를 정비할 계획이며 제정안을 마련 중에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재난전문채널·재난방송평가 마련 등 개편안 보수 및 제안
국회입법조사처는 재난전문채널의 신설을 두고 법적 근거 마련, 재원 마련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KBS가 재난전문채널을 MMS 방식으로 운영하려면 방송법 개정이 필요하며 전국민적 공감대 형성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현재 재난전문채널 운영을 위한 인력, 예산, 재원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점도 수신료 마련을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입법처는 현행 재난방송 평가에 대해 재난방송 편성실적, 매뉴얼 마련 여부, 재난방송 관련 인력 운영 여부, 교육실적 등 정량적인 척도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으나, 한국수어나 자막실적, 신속성, 정확성 등을 평가할 수 있는 항목의 도입 및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환류체계를 개선해야 된다는 것이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재난방송협의회를 활성화하여 재난 관련 안전수칙을 마련하고, 제보의 가이드라인을 세워 자극적이거나 사생활 침해 정도가 심한 제보를 지양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이를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지, 각 지역별 재난의 특수성을 반영해 맞춤형 대응방안을 어떻게 강구할 것인지 구체안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멀티미디어가 발전한 만큼 시청자 제보 영상과 관련된 안전수칙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재난방송을 TV 외에 유튜브, 포털사이트, SNS 등의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다고 밝힌 만큼 장점을 견인하기 위해 제보 영상 기준지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러한 시도는 다시는 비슷한 유의 재난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을 수 있다. 입법처와 각 방송사업자, 민간 방송사업자들이 실제 재난 상황에서 차질없이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침마련과 각 지자체의 맞춤 안, 반복적인 교육과 훈련 등 시스템 점검이 필요하다. 재난 축소와 국민 신뢰를 견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