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vs. 민주당 대치 속 美 정부 셧다운 돌입, 장기화 땐 금융·사회 전방위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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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으로 공공 서비스 공백 심화 시장 불확실 속 금리인하 가능성도 정치적 공방으로 여론전 격화

미국 연방정부가 7년 만에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에 돌입했다. 시장은 단기적 충격에는 비교적 차분한 모습이지만, 사태가 2주 이상 이어질 경우 노동시장 타격과 금융 불안이 겹쳐 파장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책임을 민주당 쪽으로 돌리며 여론전을 강화했고, 민주당 역시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교착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치적 계산이 협상을 압도하는 국면 속 셧다운 장기화 가능성도 점점 커지는 형국이다.
시민 불만 누적, 사회·시장 분위기 어수선
1일(이하 현지시각)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정치권은 물론 금융시장 등 사회 전반에서 연방정부의 셧다운이 얼마나 이어질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바이털놀리지의 아담 크리사풀리 전략가는 CNBC 인터뷰에서 “시장이 셧다운을 이미 예상하고 있어 당장은 관망세가 유지되고 있다”면서도 “이 상황이 2주를 넘기면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도 “1990년 이후 사례를 살펴보면, 평균 셧다운 기간은 약 14일이었다”고 짚으며 “장기화 시 파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투자은행(IB) 울프리서치의 토빈 마커스 전략가는 “이번 사태가 일주일은 넘길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면서도 “2013년만큼 길게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그는 고용지표와 같은 핵심 통계 발표가 지연될 가능성을 제기하며 “셧다운이 길어지면, 경제 관련 정보 수집과 정책 판단에도 차질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장 9월 고용보고서가 연기될 수 있으며, 여타 사회·경제 지표들도 수집 일정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셧다운이 장기화될 경우 연방정부의 정책 판단 근거 자체가 약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번 셧다운은 미 의회가 지난달 30일 자정까지 2026회계연도 예산안 및 임시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면서 시작됐다. 상원에서는 공화당이 제시한 7주간 임시 예산안이 찬성 55대 반대 45로 부결됐고, 기준선인 60표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연방정부는 2018년 12월 이후 7년 만에 업무정지에 들어갔다. 비필수 인력은 무급휴직에 들어갔고, 필수 인력은 급여 없이 근무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처럼 행정 공백 가능성이 현실화하면서 시민 불편과 불만 또한 빠르게 쌓이는 실정이다.
바클레이즈는 “양당이 이성을 되찾아 단기간 내 합의할 가능성은 있지만, 2018~2019년의 34일간 셧다운처럼 장기화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대규모 연방 공무원 해고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새로운 불확실성을 키운 점도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실제 해고가 단행된다면 단순한 예산 갈등을 넘어 경제·사회 전반에 장기적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하며 “과거와 달리 구조적 여파가 증폭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와 기업 모두 신중한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금융시장 파장 우려, 통화정책 완화될까
미 의회예산국(CBO)은 정부 셧다운이 하루 지속될 때마다 75만 명의 근로자가 일시 해고되고, 총 보상 비용은 4억 달러(약 5,6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추정을 내놨다. 과거에는 복귀 후 체불임금을 보전해 줬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현 연방 인건비 구조 전반을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일부 무급휴직이 영구적 해고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는 이미 약화한 노동시장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과도 맞물린다. 고용정보기업 ADP 집계에 의하면 9월 미국 내 민간 고용은 전월 대비 3만2,000명 감소했다.
이 같은 이유로 시장에선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28~29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을 사실상 확정 짓는 분위기다. 셧다운이 일정 기간 이어질 경우 FOMC 위원들은 인플레이션보다 경기 둔화 리스크에 더 무게를 두고 통화정책 완화에 기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월가 대형 투자자문사 에버코어 ISI의 글로벌 정책 및 중앙은행 전략 책임자 크리슈나 구하는 고객 노트에서 “미국 정부 셧다운과 그로 인한 통계 지연은 이미 10월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던 상황을 더 확실하게 만든다”면서 “셧다운 피해와 노동시장 불안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압도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BofA는 과거 사례를 들어 “10월 28~29일 FOMC 회의 전에는 셧다운이 끝날 가능성이 크고, 그 경우 연준은 최신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교착 상태가 회의 시점까지 이어진다면, 금리인하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BofA의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주노는 “첫째, 9월 고용보고서가 확실히 좋아야 10월 동결 가능성이 유지된다”며 “그러나 9월 고용 통계가 공개되지 않으면 파월 의장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인하를 밀어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둘째, 정부 근로자들이 해고된다면 연준은 셧다운 장기화로 인한 하방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9월 FOMC 회의에서는 FOMC 위원 19명 중 7명은 연말까지 한 번이 아닌 두 차례 금리인하를 선호한 바 있다. 일부 위원은 관세가 물가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대부분은 효과가 일시적이며 장기적으로는 점진적 완화를 통해 인플레이션이 2% 목표치로 수렴할 것이라고 봤다.

합의보다 대립 구도, 협상 지연 장기화 조짐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민주당으로 돌리며 여론전에 불을 지폈다. 그는 의회 합의 시한인 지난달 30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셧다운을 원한다”면서 “셧다운이 되면, 많은 사람들의 해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나라도 불법 이민자들과 이 나라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에게 의료복지를 제공하기 위해 비용을 댈 여력이 없다”며 “그런데 민주당은 그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민주당은 전국민건강보험법인 ‘오바마케어’ 보조금 지급 연장 등을 주장하며 공화당이 제출한 7주짜리 임시예산안 처리에 반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공화당)는 셧다운을 정말로 하길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셧다운을 통해서 우리가 무언가를 없앨 수 있다면, 그건 민주당이 추진하는 방안들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은 국경 개방을 원하고, 남성이 여성 스포츠에 출전하는 것과 모두를 위한 트렌스젠더를 원한다”며 “그들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백악관 예산관리국 역시 이에 앞서 “셧다운 시 현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에 맞지 않는 부처를 중심으로 직원 감축에 나서겠다”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민주당은 강하게 맞섰다.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우리는 물론 모든 미국 국민이 셧다운을 원하지 않는다”고 꼬집으며 “셧다운이 코앞에 있는 상황에서도 대통령은 마치 10살짜리 아이처럼 인터넷에서 장난을 치느라 바쁘다”고 일갈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트루스소셜에 슈머 원내대표와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가 등장하는 인공지능(AI) 생성 추정 영상을 올린 것을 겨냥한 발언으로 읽혔다. 해당 영상에서 슈머 원내대표는 불법 이민자에 대한 민주당의 애정을 언급하는데, 그는 문제의 영상이 가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