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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한음저협)이 국내 대형 OTT사들이 2차례 행정소송 패소에도 여전히 저작권료를 미납하고 있다고 밝혔다. 웨이브, 티빙 등 국내 대형 OTT 사업자들이 저작권료 인상 방침에 불복하며 행정소송을 냈지만 1심서 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 1부(강동혁 부장판사)는 지난 23일, OTT사 측의 주장을 모두 기각하며 원고 패소 판결을 선고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2020년 12월 OTT 서비스 업체들이 부담하는 음악 저작권료를 인상하는 내용의 징수 규정 개정안을 승인했다. 개정안은 OTT에 적용되는 ‘영상물 전송서비스’ 조항을 신설해 2021년부터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요율은 1.5%에서 시작해 2026년까지 1.9995%로 단계적으로 올리기로 했다.
이에 미디어 업계와 저작권자 간 소송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법원이 OTT 산업을 비롯한 미디어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과거 기준에 매여 '합법이냐, 불법이냐' 소극적 판결을 내리는데만 집중하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은 글로벌 시장 편입을 위해 저작권료 납부를 강행해야 하는지, 국내 OTT성장을 위해 정부가 보조해야 하는지 포괄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저작권료 납부 거부하는 국내 대형 OTT사
2020년 7월 한음저협이 국내 OTT 사업자에게 음악저작물 사용료 협의를 촉구한 이후 OTT 내 저작물 사용료에 대한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국내·외 음악저작물은 한음저협에 신탁돼있다. 현재 국내 중·소형 OTT 사업자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OTT 사업자들은 음악을 사용하기 위해 한음저협과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국내 대형 OTT 사업자들은 정부가 승인한 저작권료가 부당하다며 계속해서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저작권료 납부를 거부하고 있다. KT, LG U+가 동일한 사안으로 제기한 행정소송 역시 지난 10월 27일 OTT 측 패소로 선고됐다.
문체부가 승인한 OTT의 저작권사용료율은 1.5%(음악이 부가적으로 사용되는 OTT 기준)이다. 이는 해외에 통용되는 수준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실제로 상호관리계약이 체결된 해외 저작권관리단체의 요율은 미국(2.76%)·영국(2.5%)·독일(3.125%)·일본(2.5%) 등 2~3% 수준이다. 실제 한음저협은 문체부가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을 수정승인하기 전까지, 해외에 통용되는 수준과 유사한 수준으로 주요 해외 OTT 사업자들과 계약을 체결해 저작권료를 징수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음저협이 실제 계약에 근거해 설정한 저작권 사용료율을 문체부가 직권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해외 OTT 사업자들은 오히려 징수규정 수정승인의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한음저협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방송사 또는 OTT 사업자 같은 미디어 사업자들이 절대적인 ‘갑’의 위치에 있다”며 해외에 통용되는 합리적인 요율을 제시해도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없다”고 성토했다. 더불어 “그런데도, 협회는 징수규정과 정부 권고안을 모두 수용하고 있으나, 웨이브, 티빙 등 일부 국내 OTT 사업자들은 협의 과정에서 정부가 승인한 징수규정의 효력 자체를 부인하려고 하고 있어 협의를 이어 나갈 수 없었다”고 밝혔다. 한편, 장기화되는 분쟁으로 일부 저작권료 채권은 소멸시효에 걸려 소멸 위기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패소에도 무대포인 이유 - 채권 소멸시효
통상 음악 저작권료 등 채권 소멸시효는 10년이지만 단기소멸시효를 적용할 경우 과거 3년까지만 인정된다. 한음저협 또한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될 경우 새로운 징수규정을 고수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다각도로 대응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음저협 관계자는 “실제 일부 국내 대형 OTT 사업자들은 협의에서 소멸시효를 언급하며 저작권료 감액을 요청하기도 했던 만큼, 일부 사업자는 소멸시효를 원용하고자 무리하게 행정소송을 끌어가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는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당황스러운 것은 영세사업자인 척하며, 정당한 저작권료를 어떻게든 내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국내 대형 OTT 사업자들이고, 정작 우리나라 중·소규모 OTT 사업자들은 자발적으로 성실히 저작권료를 납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현재 한음저협과 음악 이용허락 계약을 맺은 것은 넷플릭스뿐이다. 웨이브,왓챠 등의 OTT 서비스 업체들은 모두 한음저협과 계약하지 않은 채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까지도 계약이 돼있지 않은 상태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OTT는 신생 서비스이기 때문에 음악 저작권료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었다. 이에 OTT 업계는 2006년 도입된 '방송물 재전송 서비스 규정'에 따라 매출의 0.625% 수준의 저작권료를 지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음저협의 입장은 다르다. 당시 징수규정이 지상파 콘텐츠 다시보기 서비스를 위한 것이었으며 지나치게 낮게 책정돼 재협상이 필요하다며 넷플릭스와 맺은 2%대 징수율을 제시했다. 그러나 OTT 업계는 2%대 징수율을 따를 경우 수익성이 나빠진다고 맞서고 있다. 실제로 문체부가 결정한 저작권사용료율은 1.5%로 넷플릭스보다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국내 OTT업계는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따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음저협과 OTT 업체의 갈등은 법적공방으로 이어졌다.
미디어업계 - 음악 저작권자 간 반복되는 분쟁에 피로감 가중
전응준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최근 음악저작(인접)권 관련 분쟁사례를 들며 방송사·IPTV·OTT까지 미디어업계와 음악 저작권자 간 분쟁이 매번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대표적 사례가 OTT 서비스를 보유한 LG유플러스·KT-문체부 간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 승인처분취소 소송건이다. KT·LG유플러스는 문체부가 개정안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절차적·실체적 위법성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문체부가 OTT에 대해서만 과도하게 차별적인 음악사용료율을 부과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케이블 TV와 IPTV는 각각 0.5%, 1.2%의 요율이, 방송물의 경우 0.625%의 요율이 적용되고 있다. 원고 측은 "수정 승인처분의 재량권을 일탈하고 평등원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지난 10월 "개정안은 합법"이라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원고인 IPTV사업자 측의 패소 판결을 내렸다. 전 변호사는 이는 과거 기준에 매여있다고 짚었다.
그렇다면 적정 사용료 요율 산정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전 변호사는 "징수규정 승인과정 단계에서부터 신탁관리단체와 이용자 간의 사용료에 관한 직접적인 교섭이 이뤄져야 한다"며 "즉 저작권자와 OTT 사업자가 사용료에 관해 직접 협상이 가능하도록 OTT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장준영 쿠팡 전무는 "한음저협은 열악한 사업자를 잡아 개별 협상을 하거나 자본력이 풍부한 해외 사업자와 먼저 협상해 이를 토대로 징수규정 개정안을 만든다"며 "나머지 사업자들에는 규정에 따를 것을 요구하고 개별 사업자가 거부하면 소송으로 이어진다"고 토로했다. 한음저협이 만든 '징수규정 개정안'이란 게임 판에서 사업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규칙을 따라야 한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방송업계의 '블랙아웃(송출 중단)'처럼 OTT에서도 최종 이용자인 소비자가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짚었다. 노동환 웨이브 팀장도 "2주간 이틀에 한 번 꼴로 만나 단체협상을 진행했지만 문체부가 내놓은 유권해석조차도 한음저협이 부정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며 "한음저협은 형사고소도 남발하고 있다. 단체를 관리하는 문체부가 재승인 제도 등을 도입해 제재할 필요성이 있다"고도 촉구했다.
저작권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 한국저작권위원회 역시 고충이 크다. 김혜창 한국저작권위원회 본부장은 "문제는 저작권료에 대한 권리자와 이용자 간 시각차가 크다는 것"이라며 "이해당사자들이 모여 논의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한다"고 밝혔다. OTT 사업자는 동일한 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방송사가 재전송하면 0.625%를 적용하고 OTT 사업자가 전송하면 2.5%를 적용하겠다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국내 OTT 사업자는 2% 대 요율의 근거를 입증하라고 요구하고, 음저협은 0.625%는 너무 낮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이는 결국 국내 OTT의 저작권 사용료 요율이 해외 OTT와 달라야 하는가에 대한 타당성 논의로 연결된다.
전범수 한양대 정보미래사회학과 교수는 "국내 미디어 시장이 글로벌 시장으로 편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와 글로벌을 나눠 보는 게 맞는지, 아니면 통합해서 현실적 대안을 찾는 게 맞는지 고민이 중요한 것 같다"며 "OTT를 (다른 미디어와 비교해) 저작권에서도 이를 동일하게 연결할 수 있을지 정체성의 문제가 혼재돼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