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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는 지난해 12월 18일(현지시각) 탄소배출권거래제(ETS) 개편을 위한 집행위원회·이사회·의회 간 삼자 합의가 타결됐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EU의 2030년 탄소배출 감축 목표치는 2005년 배출량 대비 43%에서 62%로 상향됐다.
이번 개편은 탄소배출 규제를 이전보다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탄소배출권 거래제 개편을 주도한 피터 리제 의원은 “오늘은 기후 문제에서 중요한 날”이라며 “1990년부터 2022년까지 감축한 온실가스보다 4배나 많은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기업끼리 할당 배출권 사고파는 탄소배출거래제(ETS)
기후변화 및 사회구조 변화로 인해 지속가능경영·ESG 경영 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높아지는 시대다. 이에 따라 Emissions Trading Scheme의 약자인 ‘탄소배출거래제(ETS)’가 심심치 않게 들리는 상황이다.
한국환경공단의 설명에 따르면, ETS는 ‘정부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연 단위 배출권을 할당하여 할당범위 내에서 배출행위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할당된 사업장의 실질적 온실가스 배출량을 평가해 여분 또는 부족분의 배출권에 대하여는 사업장 간 거래를 허용하는 제도’를 뜻한다.
쉽게 말해 각 사업장이 정부가 할당한 범위 내에서만 탄소를 배출할 수 있고, 만약 이를 넘거나 남는 배출량에 대해선 다른 사업장과 거래할 수 있는 제도다.
2015년부터 배출권거래제 시행한 한국, 배출량은 오히려 늘었다?
EU 등 탄소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한 대표적인 국가들의 배출량은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그렇다면 2015년 처음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한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기후환경단체 ‘플랜1.5’가 지난 2015년부터 2021년까지 배출권거래제 대상에 해당하는 약 450개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해당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6억7,960만 톤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5년 대비 12.3% 늘어난 수치로 배출권거래제 시행 초창기보다 오히려 3,566만 톤이 증가했다.
더 큰 문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기업이 오히려 더 이득을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내 산업부문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상위 3개 기업인 포스코, 현대제철, 삼성전자 등이 배출권거래제 1·2차 계획기간 동안 배출권을 팔아 벌어들인 수익이 약 5,643억여원에 달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표적인 온실가스 저감 정책으로서 배출권거래제의 역할은 매우 미미했고, 제도 운용에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도입 이후 꾸준히 배출권거래제 개편해온 EU, 한국도 본받아야
국내 배출권거래제가 유명무실하게 된 배경에는 제도 초기 과도한 온실가스 배출허용 총량과 배출권 무상할당 비율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사실 어떤 제도든 새롭게 도입되면 허점이 존재할 수밖에 없지만 비슷한 제도의 개편을 수차례 이어오며 탄소배출 감축 의지를 확실시 보여주고 있는 EU 등의 국가와 비교하면 안일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지난해 6월 EU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하며 이에 대한 중간목표로 ‘핏포55(Fit for 55)’를 내세웠다. 이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최소 55% 감축을 진행하겠다는 목표로 이와 함께 연이은 ETS 개편을 추진해왔다. 또, 2026년부터는 ETS 내 무료 할당제(free allowances)에 대해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히며 추가적인 제도 개편을 지속하고 있다.
앞으로 국외에서 유통되는 한국 상품의 수출경쟁력이 하락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2027년부터 EU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을 도입하게 되면 한국에서 수입하는 물품에 대한 수입 가격이 두 국가 간의 탄소배출권 가격의 차이만큼 상승하게 된다. EU와 같이 탄소배출 규제가 강한 나라가 한국의 상품을 수입할 때 그 상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배출된 탄소량을 따져 관세를 부과하기 때문이다.
현재 EU의 발전업종 유상할당 비율은 100%에 이른다. 그에 비해 한국은 고작 10% 수준에 불과하다. 미래 수출경쟁력이 뒤처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율을 상향하는 등 제도의 개편과 기업의 협조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