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지난 6월 말 '카카오헤어샵' 운영사인 와이어트 투자자들의 지분을 되사면서 약 520억원의 투자금을 돌려줬다. 앞서 카카오의 후광효과만 믿고 와이어트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카카오가 지난 2021년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헤어샵 철수를 발표하자 투자금 회수를 요구해 왔다. 이번 결정에 따라 카카오의 사업 철수에 속도가 붙을지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헤어샵’ 지분 526억원에 다시 사들인 카카오인베스트
지난 14일 발표된 ‘2023년 카카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분기 말 카카오헤어샵 운영사 와이어트의 지분을 24.19%에서 38.92%로 늘렸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021년 와이어트에 투자한 한국투자파트너스, IBK기업은행, 키움증권, 어니스트벤처스 등 기관 투자자들이 풋옵션을 행사함에 따라 이들 지분 14.73%를 다시 사들였다.
이번에 되사들인 지분의 주당 가격은 34만4,828원으로 투자유치 당시 주당 가격(31만8,734원)보다 약 8% 높은 수준이다. 이번 매입에 약 526억원의 자금을 쏟아부은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카카오로부터 200억원을 단기 차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연말 기준 카카오인베스트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22억원에 불과했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외부 투자자의 피해보상이 마무리된 만큼, 2년 전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약속한 ‘카카오헤어샵 철수’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당시 김 센터장은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골목상권 침해 사업은 반드시 철수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기관투자자들, 2년 전 ‘헤어샵’ 운영사 와이어트에 480억원 투자
1998년 설립된 뷰티샵 고객관리 솔루션 기업 와이어트는 2015년 카카오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카카오헤어샵 운영을 시작했다. 이후 다수 사모펀드와 투자조합 등에서 투자를 받았고 2021년에는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카카오 계열사와 협업을 통한 기업공개 진행을 전제로 48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관투자자 투자 유치 이후 불과 두 달도 안 돼 카카오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터졌다. 그 중심에는 미용실 최초 예약 시 업주에게 25%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갑질' 정책으로 비난받던 카카오헤어샵이 있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갑질 논란이 번지자, 카카오는 결국 헤어샵 서비스를 접고 와이어트 등 계열사를 정리에 나섰다. 카카오톡 ‘더보기’ 탭에서 카카오헤어샵이 빠졌고, 서비스명에도 ‘카카오’라는 명칭이 삭제됐다.
이에 카카오의 성장성을 믿고 와이어트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카카오 철수에 지난해부터 투자금 회수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대주주인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매각 후 상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와이어트의 새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해 5월 1,000억원에 헤어샵 서비스 매각을 추진한 바 있지만 실패했다. 카카오의 이름값이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헤어샵의 몸값과 매출이 현저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매각 기한으로 약속된 지난 6월 말까지 새 주인이 나타나지 않자 기관투자자들은 풋옵션을 행사했다. 카카오 관계자에 따르면 와이어트 지분 추가 매입 결정은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내려졌으며, 향후 서비스 철수 및 구조조정 등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카카오 측은 “철수하기로 한 카카오헤어샵 기존 투자자 보호를 위해 이번 매입을 결정했다”며 입장을 밝혔다.
‘골목상권 침해’ 딜레마에 적극 진출 망설이는 플랫폼 기업들
카카오가 헤어샵 등 소상공인 예약·관리 시장에서 철수하자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온 플랫폼이 있다. 바로 중고거래 플랫폼이자 국내 대표 ‘골목 앱’으로 꼽히는 당근마켓이다.
당근마켓은 지난달 동네 미용실·네일샵 예약을 할 수 있는 기능을 새롭게 선보였다. 사용자는 기존 당근마켓 앱을 통해 근처 지역 미용실과 네일샵에서 담당 전문가와 원하는 시간을 선택해 예약할 수 있다. 해당 기능은 자영업자 수요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을 거쳐 전국적으로 서비스를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소규모 운영이 대부분인 뷰티 업종 사장님들이 손님 확보와 일정 관리를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기능을 추가했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소상공인 예약·관리 시장의 성장성을 긍정하는 분위기지만 플랫폼 기업들은 적극적인 진출을 망설이고 있다. 앞선 카카오 사례에서 봤듯 대다수 기업이 ‘골목상권 침해’라는 딜레마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현재 네이버는 지역의 미용실은 물론 음식점·숙박업소·놀이공원 등 여러 업종의 예약 및 주문 시장에 진출했지만 낮은 수수료율과 더불어 일부 서비스는 무료로 운영 중이다. 당근마켓 역시 이번에 새로 선보인 예약 서비스도 무료로 진행되며 애초에 자체 결제 기능도 도입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