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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이 이끄는 펀드 '솔로 GP'의 부상, 실리콘밸리 투자 지형 바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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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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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산업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기사를 쓰겠습니다. 경제 활력에 작은 보탬이 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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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VC 모델, 고금리 속 구조적 위기 직면
솔로 GP, 빠른 의사결정·낮은 고정비 강점
VC에 비해 높은 수익률과 운영 효율 입증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전통 벤처캐피털(VC) 모델이 한계에 직면하면서 이를 보완하는 새로운 투자 방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복수 파트너 체제의 전통적인 VC가 지배구조 리스크 등 구조적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적은 인력과 고정비 구조로 민첩하고 일관된 투자 의사결정이 가능한 ‘솔로 GP(Solo General Partner)’ 모델이 투자업계의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한 모습이다.

실리콘밸리 신규 펀드의 절반 이상이 솔로 GP

3일 벤처 전문 리서치기관 뉴이코노미스(New Economies)가 발표한 '2025년 솔로 GP 동향 보고서(The Solo GP Landscape 2025)'에 따르면 2020년 미국의 신규 펀드 운용사 중 솔로 GP의 비중은 극소수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신규 조성한 펀드의 절반 이상이 솔로 GP 형태로 설립됐다. 이러한 변화는 펀드 규모가 축소되고 운용 효율성과 투자 기준의 명확성이 중시되는 최근의 투자 환경 변화에 기인한다. 적은 인력과 낮은 고정비 구조를 가진 솔로 GP 모델은 전통적인 VC보다 더 빠르고 집중적인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솔로 GP란 전통적인 VC처럼 여러 명의 파트너가 함께 펀드를 운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한 명의 운용 책임자(GP)가 자신의 브랜드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외부 자금을 모아 단독으로 벤처펀드를 조성·운용하는 투자 방식을 말한다. 솔로 GP는 일반적으로 VC에 비해 적은 자본을 운용하며 초기 스타트업부터 시리즈 C·D 이상 성장 기업까지 폭넓게 투자한다. 또한 GP 한 사람의 의사결정으로 투자가 이뤄지기 때문에 기관 VC가 간과하기 쉬운 위험도가 높고, 파격적인 아이디어에도 과감하게 투자하는 전략적 유연성도 강점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미 여러 성공 사례가 등장했다. 엘라드 길(Elad Gil)은 2008년 엔젤 투자자로 활동을 시작해 에어비앤비, 코인베이스, 노션 등 유니콘 기업의 초기 투자에 참여했고 201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인 솔로 GP로 전환해 대형 펀드를 조성·운용하고 있다. 오렌 지브(Oren Zeev)는 자신이 설립한 지브 벤처스(Zeev Ventures)를 통해 공동 파트너나 투자심의위원회 없이 펀드 운용 전반을 혼자 책임지고 있다. 2024년 상반기 기준 지브 벤처스의 누적 운영 자산(AUM)만 20억 달러(약 2조7,600억원)로 솔로 GP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일관된 투자 기조에 수익률도 10% 이상 높아

몇 해 전만 해도 한 명이 모든 투자와 운용을 책임지는 솔로 GP 펀드가 복수 파트너 체제를 갖춘 VC보다 위험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한 명의 GP가 질병이나 사고 등으로 업무를 지속할 수 없게 될 경우, 펀드 전체가 흔들리는 '키맨 리스크'를 비롯해, 투자 활동에 필요한 네트워크와 자원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또한 VC의 설립과 운용에는 투자에 관한 판단과 의사결정 외에도 회계, 펀드레이징, 내부 프로세스 구축 등 다양한 업무가 필요한데, 이 모든 것을 혼자서 감당해야 한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됐다.

하지만 근래 들어 솔로 GP가 VC보다 더 위험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점점 힘을 얻고 있다. VC는 운영 체제의 특성상 파트너 간 갈등이나 이탈로 인해 팀이 해체되거나 전략이 흔들리는 지배구조 리스크가 오히려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에 반해 솔로 GP는 운용 인력의 변화가 거의 없고 투자 전략이 일관되게 유지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안정적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펀드 백오피스와 관리 업무를 아웃소싱하거나 자동화할 수 있는 인프라까지 발달해, 한 명의 GP도 충분히 효율적으로 펀드를 운용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

투자 성과 면에서도 솔로 GP는 경쟁력을 입증했다. VC 데이터 플랫폼 카르타(Carta), 프레킨(Preqin) 등에 따르면, 2020~2024년 미국 솔로 GP 펀드의 평균 내부수익률(IRR)은 30%를 넘어서며 같은 기간 VC 등 공동 운영(Co-GP) 펀드의 평균 IRR을 10% 가까이 상회했다.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미국 연금기금, 패밀리 오피스 재단 등 주요 기관 출자자(LP)도 솔로 GP 펀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보수적인 투자 방식을 고수해 온 미국의 주요 대학 기금들도 이미 다양한 솔로 GP 펀드에 출자한 바 있다.

솔로 GP 부상, VC업계의 '구조적 위기' 방증

전문가들은 솔로 GP의 부상이 단순히 새로운 투자자 유형의 확대가 아닌 VC업계가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해석한다. 실제로 최근 VC업계는 자금 유입 감소와 스타트업 밸류에이션 하락으로 인해 신규 펀드 결성과 기존 포트폴리오 기업에 대한 후속 투자 모두가 어려운 국면에 놓여 있다. 특히 고금리 장기화는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 비용을 직접적으로 높이고, VC의 신규 투자 여력까지 위축시키는 이중고를 초래했다.

회수 시장의 경색도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 시장 모두 활기를 잃으면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창구가 크게 줄었다. 지난해 1,300개가 넘는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중 엑시트에 성공한 기업은 40개에 불과했다. 엑시트가 어려워지면서 오랜 업력을 지닌 VC조차 펀드 만기 연장, 투자기업 구조조정 등 비상대책을 내놨고, 일부 VC의 경우 좀비VC가 되거나 자본잠식, 라이선스 반납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까지 나타났다.

이런 현상을 두고 업계에서는 기존 VC 모델 자체가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처럼 소규모 투자로 스타트업을 단기간에 크게 키워 수익을 내는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으면서 VC의 존재 이유와 역할에 대해 근본적인 의구심이 제기되는 것이다. 단순한 자본 공급자로서 경쟁력은 약화되고, 네트워크·전문성·창업자 지원 등 새로운 가치 창출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많은 VC가 방향성 상실과 전략 부재의 위기를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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