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AI 발언 자제하던 팀 쿡 CEO, 생성형 AI 경쟁 참전 공식화 투자 대비 성과 낮은 자율주행 전기차 정리 후 AI로 급선회 팀 쿡, 연내 AI 관련 중대 발표 예고, 생성형 AI 공개 가능성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가 정기 주주총회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의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Break New Ground)”고 밝혔다. 애플카 개발을 중단하고 AI에 올인하겠다는 목표다. 애플은 그동안 AI라는 용어 대신 ‘머신러닝(ML)’이라는 용어를 써왔으나, 이번 주주총회에서는 ‘AI 기반(AI Powered)’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점이 주목된다. 10년간 공들여 온 자율주행 전기차(EV)인 '애플카' 개발을 포기한 애플이 AI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배경으로 AI 분야에서의 경쟁력 상실이 거론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연내 공개 예정인 '애플표 생성형 AI' 모델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팀 쿡, 온라인 연례 주주총회서 생성형 AI 투자 언급
28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쿡 CEO는 이날 온라인으로 열린 주주총회에서 “회사(애플)는 생성형 AI의 놀랍도록 강력한 잠재력을 보고 있으며, 이는 우리가 이 분야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는 이유”라며 “우리는 생성형 AI가 생산성, 문제 해결 등의 측면에서 사용자들에게 혁신적인 기회를 열어줄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밝혔다. 애플이 생성형 AI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는 사실을 공식화한 것이다.
애플은 아직까지 오픈AI의 챗GPT나 구글의 제미나이와 같은 생성형 AI 모델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쿡 CEO는 올해 AI와 관련해 중대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우리는 올해 하반기에 미래를 재정의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새로운 기술, 생성형 AI 부문에서 새로운 지평을 개척할 방법들을 공유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CNBC는 애플은 종종 6월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새로운 소프트웨어 제품이나 기능을 발표한다고 부연했다.
쿡 CEO는 또 현재 애플 제품들 가운데 △비전프로의 손 동작 추적 도구 △애플워치의 심박수 알림 등이 AI를 기반으로 재구성한 것이라며, 애플이 수년 동안 AI 기술을 연구·개발(R&D) 해왔다는 점을 부각했다. 그러면서 “AI는 일상적인 일부터 필수적인 일에 이르기까지 사용자들의 모든 작업 영역에 엮여 있다”며 “애플워치는 AI를 통해 사용자가 걷고 있는지 수영을 하고 있는지 자동적으로 감지할 수 있고 운동량을 추적하고, 아이폰은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현재 아이폰에 탑재된 음성비서 ‘시리(Siri)’를 생성형 AI를 바탕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한 키노트 앱에서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를 자동으로 생성하거나, 앱 개발 플랫폼인 엑스코드(Xcode)에서 AI가 코딩을 돕는 기능도 연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애플 직원들은 최근 생성형 AI 관련 기술 논문을 대거 공개하고 있다. 짧은 동영상에서 애니메이션 3D 아바타를 생성하거나, 정지 이미지에 애니메이션을 적용할 수 있는 도구가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다양한 오픈소스 기반의 AI 모델과 도구도 공개했다.
전기차 접고 AI 개발 뛰어든 배경은?
27일(현지시간) 발표된 애플카 프로젝트 중단 선언과 이번 AI 투자 확대 소식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가열되고 있는 ‘미래 먹거리’ 전쟁의 향방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애플이 전기차를 포기하고 AI로 돌아선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챗GPT가 몰고온 미래 테크 시장의 변화였다. 대세로 자리잡은 미래 기술인 생성형 AI 분야에서 애플이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태세 전환을 부추긴 것이다.
애플은 지난 2022년 11월 챗GPT가 등장한 이후, 구글·메타 등 주요 빅테크들이 생성 AI 경쟁에 앞다퉈 뛰어드는 와중에도 조용한 행보를 보였다. 이에 올해 초에는 생성형 AI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주가가 급등한 마이크로소프트(MS)에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여기에 최근 삼성전자까지 온디바이스 AI 스마트폰인 갤럭시 S24를 출시하며 앞서 나가자, 투자 대비 성과가 낮은 전기차 프로젝트를 정리하며 체질 개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시장은 애플의 결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애플카 프로젝트 중단 소식이 나온 27일 뉴욕 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1% 가까이 상승했다. 앞서 쿡 CEO가 이달 1일 실적 발표 뒤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말이면 AI 관련 흥미로운 발표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연내 생성 AI 모델을 공개하겠다”고 밝힌 만큼 지난 10년간 애플카에 투입했던 리소스를 AI에 공격적으로 투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오픈AI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또 다른 빅테크 공룡인 구글과 아마존도 AI 전쟁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특히 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을 뛰어넘는 분위기임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감원까지 단행하며 AI 투자를 천명하는 모습이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순다르 피차이 CEO는 “우선순위(AI)에 투자할 수 있는 역량을 모으려면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