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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경제 전문가들이 ‘침묵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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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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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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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수정

경제 전문가들, 증거 나와도 의견 수정 미루는 성향
‘일관성 없거나 무능하다는 평판’ 피하려는 시도
전체 의견에 수렴하려는 성향도 ‘한몫’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이코노미스트와 애널리스트, 컨설턴트, 경제학자 등 전문가들의 거시경제 예측은 필수적이다. 정책 당국과 기업은 통화 정책과 예산 설정, 투자 계획 등 중요 의사 결정 시 이들의 예측에 깊이 의지한다. 하지만 모두를 궁금하게 하는 점이 하나 있다. 왜 전문가들은 오랜 기간 침묵하다 갑작스럽게 좀 과도해 보이는 예측을 내놓는 것일까?

사진=CEPR

경제 전문가들, 새 데이터 나와도 ‘바로 수정 안 해’

변수가 발생할 때마다 바로 예측을 수정하지 않고 침묵하는 경제 전문가들의 행동은 얼핏 보면 게으름이나 민감성의 결여로 느껴진다. 하지만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들의 예측 뒤에는 무능해 보이지 않기 위한, 전략적이고 합리적인 신중함이 숨어 있다.

실제로 경제 전문가들은 새로운 데이터가 제시될 때마다 그들이 이미 제시한 의견을 바꾸지 않는다. 당연하다. 일관성 없거나 지나치게 민감해 보이기 싫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차분히 기다리다 확실한 증거나 나왔을 때만 의견을 수정한다. 평판을 긍정적으로 유지하려는 이들의 노력을 ‘합리적 무대응’(rational inactio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물론 전문가들도 개인적인 의견과 공식적 예측이 다를 수 있다. 새로운 데이터를 접할 때마다 내면의 믿음이 바뀔 수 있지만 공식적 의견은 신중하게 숙고하느라 한참을 보내는 것이다.

‘합의된 의견’에 수렴하려는 성향도 관측

이들의 행동 뒤에는 전략적 고민도 숨어 있다. 혹시나 모두가 동의한 의견에서 빗나간 예외(outlier)를 주장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동료들의 평균적인 전망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고 느낄 때만 의견을 조정하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가끔은 이러한 의견 조정이 도를 지나쳐 신규 데이터가 제시하는 정도를 넘어서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과잉 대응’(overreaction)도 반드시 비합리적인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참고 기다리다 업데이트가 불가피하다고 느끼면 오히려 과감한 수정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들의 행동 패턴은 실제 연구에서도 증명된다. 최근 한 연구는 블룸버그 경제 전망(Bloomberg’s Economic Forecast) 패널 데이터를 활용해 전문가들이 미국의 연말 인플레이션을 예측하는 패턴을 분석했다. 관련 자료가 매달 제공됨에도 대부분의 전문가는 연간 4~6번 정도만 의견을 조정했다. 특정한 달에 의견을 조정하지 않은 조사 대상자가 전체의 60%에 달했고 이러한 경향은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더해졌다.

전문가들의 의견 조정 확률 변화
주: 연말까지 기간(월)(X축), 의견 조정 확률(Y축)/출처=CEPR

그리고 전망을 조정할 때 합의된 의견 쪽으로 수렴하는 모습도 보였다.

합의된 의견과의 차이와 조정 확률 간 상관관계
주: 합의된 의견과의 차이(X축), 조정 확률(Y축), 상향 조정(적색), 하향 조정(분홍)/출처=CEPR

한편 의견을 바꿀 때 과도하게 수치를 상향 조정하는 현상도 관측됐다.

예측 조정 및 예측 오류 간 상관관계
주: 상관계수(Y축), 연말까지 기간(월)(X축), 전체 예측(적색), 예측 조정(검정), 예측 조정+수치 정리(극단적 수치나 비일관적인 의견 배제)(분홍), *상관계수가 -에 머물러 있는 것은 실제보다 과도한 상향 예측을 의미/출처=CEPR

실제 의견 바뀌어도 ‘공식 표명 미루는 경향’

연구자들은 현실 세계에서 보이는 경제 전문가들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기 위한 예측 모델을 만들었다. 이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내적인 신념을 베이지안 학습(Bayesian learning, 더 많은 데이터나 증거를 통해 예측을 업데이트) 방식을 사용해 수시로 수정하기는 한다.

전문가들의 내적 믿음과 공식 의견(시뮬레이션)
주: 연말까지 기간(월)(X축), 인플레이션 예측치(Y축), 실제 인플레이션율(검정), 내적 믿음(녹색), 공식 의견(청색), 100명의 전문가 공식 의견(회색 실선)/출처=CEPR

하지만 공식적인 의견을 바꾸는 것은 행동에 대한 대가와 비용(revision cost)을 가늠한 후다. 여기서 비용은 실제 들이는 노력이나 시간일 수도 있고 신뢰성이나 평판에 대한 것일 수도 있다. 또한 해당 모델에서도 전문가들의 예측은 점점 합의와 가까워졌다.

소속 조직에 따라서도 ‘패턴 달라’

그런데 예측 행동에 존재하는 패턴은 개인 차원에서 끝나지 않는다. 금융 기관, 은행, 컨설팅 업체, 대학교 등 전문가들이 소속된 조직에 따라서도 각기 다른 패턴이 관측된다. 먼저 금융 기관과 컨설팅 업체는 고객의 기대를 맞춰야 하는 부담 때문인지 예측 수정에 개의치 않고 합의된 의견에 적극적으로 수렴하려 한다. 반면 대학 소속의 전문가들은 업데이트 횟수도 적고 다수의 의견에 맞추려는 노력도 덜 한다. 독립성과 학문적 열정을 중시하는 문화 때문으로 보인다.

기관 유형에 따른 예측 조정 영향 요소(금융 기관=1)
주: 금융 기관, 은행, 컨설팅 업체, 대학(좌부터), 조정에 대한 부담(Fixed revision cost), 합의된 의견과의 차이에 대한 우려(Strategic concerns), 내부 의견에 대한 확신 부족(Private signal noise)(위부터)/출처=CEPR

이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은 가정이나 소규모 기업 등 다른 조직에도 적용이 가능할 것이다. 물론 의견 수정에 작용하는 제약 조건은 다를 수 있지만 개인적인 믿음과 표현된 의견이 다를 수 있다는 근본적인 발상은 동일할 것이다.

그렇게 공식적인 의견이 평판이나 이미지 때문에 영향을 받는다면 정책 당국은 어떻게 전문가들의 진짜 믿음을 가려낼 수 있을까? 연구에 따르면 간단한 두 단계만 거치면 된다. 먼저 전문가들이 침묵한 기간을 빼고 예측치를 수정한 기간만 골라낸다. 그리고 그들이 합의에 근접하기 위해 조정한 의견을 다시 수정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그들의 내면에 존재하는 실제 믿음에 가까이 다가가는 한편, 전문가들의 뜬금없는 과한 의견이 ‘합리적 무대응’에서 비롯됐음도 깨닫게 될 것이다.

원문의 저자는 아이작 발리(Isaac Baley) 폼페이 파브라 대학교(Pompeu Fabra University) 부교수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Lumpy forecasts: Rational inaction in professional forecasting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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