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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가전략기술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하 ‘국가전략기술육성특별법’)’이 여야 이견 없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28일 밝혔다.
해당 법안은 국가적으로 중요도가 높은 국가전략기술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특별법이다. 국가전략기술은 국가 경제, 외교·안보, 신산업 창출 등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기술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첨단 모빌리티, 차세대 원자력, 첨단 바이오, 우주항공·해양, 수소, 사이버보안, 인공지능, 차세대 통신, 첨단로봇·제조, 양자 등 총 12개 분야에 해당한다.
국회와 정부는 기술주권 확보를 위한 초격차 전략기술 육성을 핵심 국정과제로 설정해왔다. 특히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다수가 관련 법안을 최초로 발의하며 특별법 제정을 추진한 바 있다.
신속하고 과감한 연구개발(R&D)에 초점
정부는 이번 특별법을 통해 국가전략기술을 전주기 차원에서 육성하기 위해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먼저 국가전략기술 선정과 국가전략기술 육성 기본계획 등 주요 정책사항에 대해 대통령 직속 기구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의 심의를 거쳐 정책에 반영하기로 했다. 또 연구개발(R&D)을 전담할 국가전략기술 정책센터를 지정해 정책 추진에 집중할 계획이다.
우수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기 위한 시도도 눈에 띈다. 먼저 4대 과기원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을 대상으로 국가전략기술 특화교육기관을 지정·육성하고, 해외 우수인력 유치를 위한 시책을 추진한다. 특히 기업공동연구소 등을 설립하며 연구개발 성과가 산업계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대표 거점 연구기관을 둘 방침이다.
그 밖에도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정보보호 조치를 강화하고 국방·안보 및 국제 협력에도 힘쓴다. 국가전략기술 연구과제 중 일부를 보안과제로 분류해 국방·안보 분야로 활용 가능성이 높은 기술에 대해 민·군 협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아울러 국제 공동연구 등의 전략적 국제협럭을 지원해 국익 증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글로벌 주도권 확보에 나선다.
지난해 미국·일본 등 선진국 따라 발표된 ‘국가전략기술 육성방안’
이번 특별법은 지난해 10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진행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발표된 ‘국가전략기술 육성방안’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법안으로 풀이된다.
당시 정부는 미국, 일본 등의 국가가 기술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법률 제정에 나선 점을 해당 방안을 내놓은 배경으로 꼽았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 8월 ‘반도체와 과학법’을 제정하며 반도체·인공지능·양자기술 등의 전략기술에 5년간 약 330조원 투자를 진행하겠다 밝혔고, 일본 역시 ‘경제안전보장법’을 제정하며 우주·양자·바이오 등 주요 전략기술에 대해 총 5,000억 엔 규모의 기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내세운 ‘국가전략기술 육성방안’ 역시 12대 국가전략기술 분야의 R&D투자 확대가 주요 골자다. 특히 5세대 이동통신 오픈랜, 양자컴퓨팅, 혁신형 소형 모듈 원자로 등 시급성이 높은 기술개발에 새롭게 2,651억원을 투자하며 단순한 양적확대가 아닌 전략적 연구개발을 통해 미래성장과 기술주권 확보를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세금만 투입하면 R&D 성과 나올 거란 ‘착각’
한편 이번 특별법 제정에 따라 기술패권 경쟁에서 성과를 내겠단 정부의 계획에 비판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실제 현장에선 정부 출연연구기관이 내놓은 특허기술 대다수가 실제 기업들이 사이에서 외면받는 등 허점투성이기 때문이다.
2021년 대한변리사회는 특허등급 평가시스템을 통해 19개 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 특허청에 등록한 384건의 특허를 분석했다. 변리사 446명이 출연연이 출원한 특허의 유효성, 범위, 강도 등의 기준으로 10개 등급으로 나눈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출연연 특허 가운데 ‘5~6등급 특허’가 57.8%로 절반을 넘어섰다. 사실 업계에서 5~6등급 특허는 기업이 사들일 만한 이점이 전혀 없는 무늬만 특허인 수준으로 평가한다.
이는 국민의 혈세가 들어가는 국가 연구개발 사업이 그만큼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내 변리사는 “세금만 투입하면 연구개발이 잘될 거라 믿는 정부의 단순한 생각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비판과 함께 “정책이 제시한 일정 기준 등의 명목만 갖추면 연구 지원비가 나오는 정부기관의 구조적인 문제 해결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