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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과잉 공급 직격탄 맞은 석유화학, 구조조정 속도 높인다

중국발 과잉 공급 직격탄 맞은 석유화학, 구조조정 속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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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업계 ‘실적 악화·생산 축소’ 시름
이사회 승인만으로 간이·소규모 합병 가능
상시화한 기활법, 산업 특성 고려는 과제로

중국의 과잉 공급 여파에 시름하는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본격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정부는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활법) 기준을 완화해 석유화학 업종에 적용하고, 선제적인 사업 재편을 유도하기로 했다. 다만 해당 법 적용을 위한 과잉 공급 판단 기준이 산업별 특성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지적 또한 쏟아지고 있어 개선이 필요한 실정이다.

실적 악화에 생산라인 멈춘 기업들

11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기 시흥시 한화오션 시흥 R&D캠퍼스에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산업경쟁력 강화 방안을 제시했다. 당초 9일께 열릴 예정이었던 관계장관회의는 계엄 사태 등으로 연기돼 이날 진행됐다. 최 부총리는 “불안한 국내 정치 상황에도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산업경쟁력 강화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멈출 수 없는 필수 과제”라며 “정부는 우리 기업과 국익을 지키기 위해 가용한 정책 수단을 모두 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먼저 정부는 석유화학 등 글로벌 과잉 공급에 직면한 업종에 대해 완화된 기활법 기준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과거 기활법에서는 장기 10년, 단기 3년 실적을 기준으로 과잉 공급 업종을 판단했는데, 올해 8월부터는 과거 20개 분기 및 최근 4개 분기를 비교하는 방식을 추가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석유화학산업의 인수·합병(M&A) 등 사업 재편 속도를 높인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완화된 기활법을 적용하면 간이 합병이나 소규모 합병 시 주주총회 의결이 아니라 이사회 승인만으로 가능하고, 기업 간 보유 주식을 교환하는 경우에도 양도차익에 대한 소득세와 법인세 납부를 주식 처분 시점까지 늦출 수 있다.

이번 방안은 경영난에 시달리며 대규모 생산라인의 가동을 중단하는 기업이 늘어난 데 따른 조치다. LG화학은 알코올을 생산하는 나주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으며, 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롯데케미칼도 여수 제2공장의 일부 라인을 멈췄다. 이들 기업의 실적도 악화 일로다. LG화학의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은 370억원 적자로 기록됐으며, 같은 기간 롯데케미칼은 무려 6,600억의 적자를 떠안았다. 유일하게 금호석유화학이 2,628억원의 흑자를 기록하긴 했지만, 그마저도 전년(3,238억원)보다 18% 넘게 줄어든 수준이다.

그리고 그 배경으로는 중국발 공급 과잉 문제의 심화를 꼽을 수 있다. 중국은 그간 국가 주도로 석유화학 산업에 대한 공격적인 시설 투자를 계속해 왔다. 특히 나프타, 에틸렌, 프로필렌 등의 범용 소재의 자급률은 100% 가까이 증가했다. 우리 석유화학 업계에는 견디기 어려운 악재일 수밖에 없다. 거대한 중국 시장이 사라진 것은 물론, 이제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범용 소재와 경쟁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판단 기준 등 재정비 필요성 대두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악조건 속에서 우리 석유화학 기업이 기활법 혜택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는 과잉공급 판단 기준 등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016년 처음 도입된 기활법은 기업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업 재편을 추진할 경우 이를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한시적 특례를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법, 세법, 공정거래법 등 관련 절차와 규제를 간소화해 주고 세제, 자금, 연구·개발(R&D), 고용 안정 등을 일괄 지원해 ‘원샷법’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문제는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해당 산업이 과잉 공급 상태에 있다는 것을 기업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생산시설 가동률과 재고율, 고용 대비 서비스 생산지수, 가격·비용 변화율, 기타 업종별 지표 등에서도 2가지 이상에 해당해야 한다. 산업별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일괄적 지표의 사용이 법의 실효성을 저하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석유화학 산업은 대규모 설비투자가 수반되는 자본 및 기술집약형 장치산업인 동시에 유가변동과 경기변동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특성을 가진다. 이에 일반적인 제조업 활용 지표인 가동률, 재고율, 비용 변화율 등을 과잉 공급 지표로 일괄 사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와 관련해 임기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업 재편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들이 기활법의 혜택을 용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과잉 공급의 판단 기준 확대가 필요하다”며 “산업별 특성이 반영된 과잉 공급 지표의 활용은 사업 재편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의 과잉 공급 업종 증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기활법 상시화로 기업의 예측 가능성↑

기활법은 애초 3년짜리 한시법으로 시작했다. 이후 2019년 한 차례 개정을 통해 5년간 연장돼 올 8월 일몰을 앞두고 있었다. 정부는 산업계 사업 재편을 돕기 위해 제정된 해당 법이 한시법으로 시작된 탓에 기업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이를 상시화하기 위해 애써 왔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22년 말 ‘기업주도 혁신 활성화를 위한 기활법 개정 등 사업재편제도 개선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당시 산업부는 기활법 상시화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검토하고, 상시화에 대한 제약 극복 방안을 함께 모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2020년 9월 발의돼 3년 넘게 국회에 계류하던 기활법 상시화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가까스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또한 법 적용 대상을 기존 산업위기지역 대응·신산업 진출 등에서 공급망 안정과 디지털 전환·탄소중립 목적의 사업 재편까지 확대했다. 간이합병 시 절차 간소화 등 일부에만 적용되던 상법·공정거래법 특례 범위는 모든 사업재편으로 넓어졌다. 해당 개정안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표됐고, 지난 7월 17일부터 시행됐다.

산업부에 따르면 기활법 시행 8년이 지난 올해 9월 말 기준 사업재편계획 승인 기업은 500개 사를 넘어섰으며, 일자리 2만5,000여 개와 신규 투자 38조원 창출 등 성과를 거뒀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 7월 신(新)기활법 시행, 9월 동남권 사업재편 현장지원센터 개소 및 지역은행과의 금융협력 체결 등 지원체계 보강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우리 기업과 산업 구조의 신속한 재편을 한층 속도감 있게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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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공백 장기화, 원전·방산 G2G 산업에 직격타

정부 공백 장기화, 원전·방산 G2G 산업에 직격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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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국정 공백 발생
K-원전·방산 수출, 탄핵 리스크에 흔들
공백 장기화될 시 산업 정책 추진 악영향
한국수력원자력이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체코 두코바니 원전의 전경/사진=한국수력원자력

우리나라 경제가 탄핵 정국에 빠지면서 현 정부가 성과로 내세웠던 원전과 방산 수출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국가 간 대형 사업일수록 외교적 신뢰가 중요한데, 계엄 후폭풍으로 대외 신인도가 떨어진 상황에 권력 공백마저 야기되면 대응 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체코 원전 협상단 방한

10일 산업통상자원부 따르면 체코 원전 협상단은 9일부터 4박 5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의 발주사인 엘렉트라르나 두코바니 Ⅱ(EDU II)를 비롯한 현지 규제기관 등이 대표단을 꾸려 한국수력원자력의 품질보증관리 체계를 점검하기 위해 방한한 것으로 전해졌다. 체코 협상단은 지난 9월 한 차례 한국을 방문한 데 이어 수시로 방한해 우리나라 원전 기술을 점검하고 있다.

현재 한수원은 내년 3월 체코전력공사(CEZ)와 최종 수주 계약 체결을 목표로 실무 협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 7월 한수원을 주축으로 한 민관 합동 ‘팀코리아(Team Korea)’는 24조원 규모의 신규 원전 2기(두코바니 5호기·6호기) 건설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당시 또 다른 2기의 추가 건설 수주 가능성까지 예상되면서 이번 선정의 사업 규모가 최대 40~50조원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왔다.

24조원 규모 수출 불안

하지만 현재 원전업계에서는 체코 원전 사업에 대한 회의론이 팽배한 분위기다. 국정 혼란으로 인해 원전 수출 계획이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체코 원전은 윤석열 정부에서 이룬 대표적인 외교 성과로 꼽힌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월 페트르 파벨(Petr Pavel) 체코 대통령과 가진 단독 정상회담에서 “최종 계약까지 직접 챙기겠다”고 말하면서 체코 정치인들과 만나 원전 최종 계약 지원을 당부하는 등 원전 세일즈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측에선 저가 수주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저가 수주 의혹은 터무니없는 얘기”라며 “정치 싸움에 원전 수출이 발목 잡히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최근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적재산권 분쟁에 따른 국가 간 협상이 중요한 상황에서 국정 리더십 공백에 대한 우려도 큰 상태다.

원전업계에 따르면 체코 정부도 우리나라 정치 상황이 혼란스러운 것을 인지하고, 원전 건설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과거 탈원전과 탈원전 폐기를 반복했던 사례를 들어 정권 교체 시 원전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체코 정부는 예정대로 내년 3월까지 최종 계약을 체결한다는 입장이지만, 한국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며 일정 조율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2 전차/사진=현대로템

방산도 비상계엄 유탄

계엄 선포에 따른 후폭풍으로 정부가 목표했던 K-방산 수출 200억 달러(약 28조원) 달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방산 거래 역시 주로 정부와 정부 거래로 이뤄지는 데다 규모도 크기 때문에 국가 간의 신뢰가 상당히 중요하다. 국가 간 방산 거래에서 국책은행을 통해 정부의 금융지원이 뒷받침되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최근 정치적 불안이 극심해지면서 국제 방산시장에서 한국기업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실제로 방산 관련 업무 전반을 총괄하는 국방부 장관이 공석인 가운데 해외 정상들은 연이어 K-방산 현장 방문을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방한한 사디르 자파로프(Sadyr Zhaparov)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은 KAI(한국항공우주산업주식회사) 생산 현장을 방문해 국산 헬기 수리온(KUH-1)의 수출에 관해 논의하려 했으나 취소하고 조기 귀국했으며, K-방산에 높은 관심을 보였던 울프 크리스테르손(Ulf Kristersson) 스웨덴 총리도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

연내 계약이 유력시됐던 폴란드 정부와의 K2 전차 추가 계약도 체결이 불투명해졌다. 현대로템과 폴란드 정부는 2차 계약의 일환으로 K2 전차 820대 추가 구매 협상을 진행 중이다. 1차 계약분 180대의 4배가 훨씬 넘는 물량으로, 계약 금액은 9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최근 폴란드 정부 측에서 협상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국내 기업들의 선전 속에 방산 수출 목표 200억 달러 달성을 향해 순항 중인 상황에서 예기치 못한 계엄 악재가 발생한 형국이다.

더 큰 문제는 현 상황이 장기화한 채로 트럼프 2기를 맞는 것이다. 당초 국내 방산 기업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임기가 시작되면 세계 방산시장이 재편되는 만큼 이 과정에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을 기대했다. 그런데 비상계엄 선포 이후 정부 신뢰도가 추락하자 이제는 소외될 것을 우려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게다가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의 혼란한 정치 상황을 이유로 자국 물자 우선 구매 정책인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기조를 강하게 주장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 방산 기업을 배제한 채 자국 중심의 방산 공급망 회복에 집중할 경우 국내 방산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축소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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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공백·정치 불안에 K-방산 ‘휘청’, 수출 차질 불가피

리더십 공백·정치 불안에 K-방산 ‘휘청’, 수출 차질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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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거래·교류에 제동 거는 주요국들
주요 방산 기업 주가 일제히 하락
방위사업법 개정안 등 ‘산 넘어 산’

정부의 리더십 공백에 따른 대외신뢰도 하락이 우리 방위 산업의 수출 전선에도 차질을 불러왔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와 곧바로 이어진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및 부결 등 연이은 정국 혼란이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한국 기업의 주가 가치를 낮게 책정하는 것)’를 부추기는 모습이다.

수출국 정치적 안정성과 대외신뢰도 중요

9일 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방산업계에서는 정치적 혼돈 상황과 관련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방산 수출의 경우 기술 보안, 외교관계 등 예민한 사안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만큼 이를 조율하고 정리하는 정부의 역할이 여타 산업에 비해 크기 때문이다. 무기를 수입하는 입장에서는 수출국의 정치적 안정성과 대외신뢰도 등을 의사결정의 주요 기준으로 삼는다는 의미다.

우려는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 3일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은 다음날 경남 사천에 있는 수리온(KUH-1) 헬기 생산 업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자파로프 대통령은 서울의 한 군 공항에서 수리온을 타고 사천까지 이동해 곧바로 도입을 논의할 계획이었지만 비상계엄이 선포되면서 4일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자국으로 돌아갔다. KAI가 추진하던 중앙아시아 헬기 수출 사업이 중요한 단계에서 걸음을 멈춘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 역시 추진 중인 주요 사업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이들 기업은 폴란드와 K2전차, K9자주포 양산 계약(2-1차) 과정을 밟고 있다. 예상되는 물량은 K9 180여 문, K2전차 150여 대분이다. 계엄으로 정치적 안정성을 잃은 만큼 수출 계약 체결이 지연되거나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해외 정부도 한국과의 무기 거래 및 교류에서 속도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최근 발표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의 동아시아 방문 계획에 한국은 포함되지 않았으며, 이달 5일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할 예정이던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도 일정을 연기했다. 이에 따라 당초 예정됐던 한국과 스웨덴 주요 방산 기업들의 교류도 불발됐다.

주요 방산 기업의 주가 하락 역시 가팔라졌다. 9일 정규 장 마감 기준 한화에어로의 주가는 전일 대비 1만9,000원(6.38%) 내린 27만9,000원을 기록하며 지난 8월 26일 이후 약 3개월 만에 최저가를 찍었다. LIG넥스원(-9.42%), KAI(-5.98%), 현대로템(-5.93%) 등도 주가 폭락을 피하지 못했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방산 수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국가 간 관계, 정부의 지원 등이다”며 “금융지원, 절충교역 등 정부가 주도적으로 해야 하는 사안이 많은데 정부의 역할이 이전과 같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가 하락의 배경을 설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자주포’/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K-방산 공급 속도에 제동

시장에서는 이와 같은 위기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합리적인 가격과 함께 우리 방산의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히던 빠른 공급 능력에 차질이 예상되는 탓이다. 실제로 한국은 미국과 러시아, 프랑스 등 주요 무기 수출국의 공급 능력과 비교해 그 속도가 매우 빠른 것으로 평가받는다. 일례로 2022년 7월 폴란드와의 대규모 계약에서 1차분인 K2 전차 10대, K9 자주포 28문을 납품하는 데는 불과 4개월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당시 독일과 한국을 두고 수입처를 고민하던 폴란드는 최대한 이른 시일 내 무기를 확보하기 위해 한국과의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수출은 우리 방산 기업의 매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올해 3분기 기준 방산 수출 비중은 △한화에어로 69% △현대로템 71% △LIG넥스원 20.2% 등이다. LIG넥스원의 경우 표면적 수치는 높지 않지만, 전체 매출의 상당 비중이 한화에어로, 현대로템의 수출 무기에 장착에서 비롯된 점을 감안해야 한다. 방산이 철강, 조선, 자동차, 반도체 등과 함께 우리 국가 경쟁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야당, 방위사업법 개정 필요성 강조

이런 가운데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무기 수출 국회 동의 관련 법률안 개정을 거론하며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김병주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해당 개정안은 정부가 방산 업체의 방산물자 수출을 허가하기 전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정부가 국회에 수출 허가 동의를 요구하면 국회는 비공개 심의 후 30일 안에 동의 여부를 결정하는 식이다. 다만 미국과 같이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거나 아랍에미리트(UAE) 등 국군을 파병한 국가는 법 적용에서 제외했다.

다만 이는 정부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이미 정부의 수출 통제를 받고 있는 산업의 특수성을 무시한 중복 규제법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방부는 “방산 수출의 국가 간 경쟁 구도 등을 고려할 때 수출 허가 절차의 신속한 행정 처리가 중요한 측면이 있다”면서 “정부 수출 허가는 국제관계, 외교상황 등 다각적인 검토를 거쳐 처리하고 있기 때문에 주요 방산물자의 수출 허가 전 국회 동의권을 신설하는 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도 반발이 이어졌다. 현행법에서도 정부 승인 과정이 빠듯한 실정인데, 30일 내 국회 동의까지 얻어야 한다면 사실상 수출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업계 관계자 및 전문가들의 일관된 견해였다. 결국 민주당은 문제의 법률안을 관련 상임위원회에 상정하지 않았지만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 또한 방산물자의 필요적 수출을 금지하는 내용의 방위사업법 개정안을 제시한 바 있어 무기 수출과 관련한 업계와 국회의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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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 정국에 우주개발 올스톱, 과학기술계 속앓이

대통령 탄핵 정국에 우주개발 올스톱, 과학기술계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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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대통령 위원장 맡은 국가우주위원회
계엄·탄핵 후폭풍에 이달 회의도 무산 전망
우주개발 주요 연구원장들 선출도 표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30일 경남 사천시 우주항공청 임시청사에서 열린 우주항공청 개청식 및 제1차 국가우주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이 본격화되면서 우주개발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당장 윤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가우주위원회 제3회 회의의 개최 유무와 일정도 불투명한 형세다. 장기간 수장 공백을 겪고 있는 과학기술계 기관들은 공백이 더욱 길어질까 속앓이를 하고 있다.

우주委 개최 불투명

9일 우주항공청과 우주 분야 학계에 따르면 당초 이달 말 열릴 예정이던 국가우주위원회 제3회 회의는 내년으로 미뤄질 전망이다. 국가우주위원회는 윤 대통령이 위원장을, 윤영빈 우주청장이 간사를 맡고 있는 우주 개발 관련 최상위 정책조정기구다. 민간에서는 방효충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가 부위원장을 맡았다.

국가우주위는 우주청 출범 직후인 지난 5월 말 윤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1회 회의를 열었고, 지난달에는 실무적인 안건을 처리하기 위한 2회 회의를 윤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개최했다. 이달 말 열릴 예정이던 3회 회의는 윤 대통령이 다시 참석해 차세대발사체 개발 계획과 달 착륙선 개발 계획 등 굵직한 우주 개발 관련 안건들을 다룰 예정이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곧바로 이어진 탄핵 정국으로 인해 국가우주위원회 3회 회의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우주청과 국가우주위원회 관계자들은 공식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사실상 이달 말 개최가 어렵다고 보고 있다. 내년 초로 미뤄도 언제 열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게 관계자들 전언이다.

공백 장기화할 듯

더군다나 윤 대통령 외에 국가우주위원회 당연직 위원인 국방부 장관, 행정안전부 장관 등 여러 정무직 공무원 자리도 공백이다. 정상적인 회의 개최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더불어 우주개발의 핵심 연구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천문연구원의 신임 원장 선임 절차도 중단됐다. 이상률 항우연 원장과 박영득 천문연 원장은 임기가 각각 지난 3, 4월에 끝났음에도 새 원장 선임이 늦어지면서 반년 넘게 원장직을 연장하고 있다.

앞서 정부출연연구기관 원장 선임을 진행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지난 8월 두 기관의 원장 선임 공고를 내고 10월에는 원장 후보를 3배수까지 추렸지만 이후 두 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다. 출연연 원장 선임을 위해서는 대통령실에서 인사 검증 등을 진행해야 하는데, 탄핵 정국 이후 대통령실의 업무 자체가 마비된 상황이라 언제 선임 작업이 재개될지 가늠하기 힘들다.

한 우주 스타트업 대표는 “우주청이 5월에 발표한 우주개발계획은 구체적인 내용 없이 제목만 나열한 수준이어서 기업 입장에서 앞으로의 사업 계획을 정하려면 이번 국가우주위원회에서 나올 결과가 중요하다”며 “위원회 자체가 표류하면서 우주 기업들의 불확실성도 커진 상태”라고 말했다.

아포피스 탐사선 가상이미지/사진=한국천문연구원

'아포피스' 탐사 좌초 위기

이런 가운데 우주청이 주요 미션으로 제시했던 '아포피스(Apophis)' 탐사도 예산 문제로 좌초될 위기다. 아포피스는 지름 370m의 소행성으로, 2029년 4월 지구에서 3만2,000km까지 가까워진다. 지구를 도는 정지궤도 위성 고도인 3만6,000km보다 가깝다. 앞서 정부는 한국이 탐사선을 보내 주도하는 첫 소행성 탐사 대상으로 아포피스를 꼽고 천문연 중심으로 아포피스 탐사 사업을 추진했지만 2022년 4월 예비타당성예타 조사에서 탈락했다. 성공 확률과 비용 대비 효율이 낮다는 판단이었다.

잊혀졌던 아포피스가 재부상한 건 올해 5월 우주청이 개청하며 발표한 '우주항공청 정책방향'에서다. 우주청은 정책방향에서 아포피스 탐사를 검토하겠다고 명시했다. 아포피스 탐사를 위한 기술 개발 과정 자체가 한국의 우주 기술 역량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지난 8월 말 우주청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업무보고한 내용에 아포피스는 빠져 있었다. '소행성 탐사 등 우리나라 역량과 수요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우주탐사 임무 발굴'이라고 모호하게 적혀있을 뿐이었다. 같은 달 우주청이 공고한 2024년 우주항공분야 신규 프로젝트 탐색연구(R&D) 기획과제에도 우주청이 개청하며 꼽은 임무 중 하나인 '제4라그랑주점(L4) 탐사 선행연구'는 포함됐으나 아포피스 관련 연구는 찾을 수 없었다. 이에 대해 천문연 관계자는 "우주청이 최근 발표한 업무 자료에 아포피스 탐사 내용이 빠져 있다는 것은 관련 예산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학계는 예상했다는 분위기다. 한국이 탐사선을 개발해 아포피스를 탐사하려면 적어도 2027년에는 지구를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2022년 예타 탈락 당시 적지 않은 천문학자들은 "2023년부터 탐사선 개발을 시작해야 했다"면서 "예타 탈락으로 탐사 기회가 아예 사라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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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경제, 내년 日 제칠 것" 재편되는 아시아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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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아시아 서열, 인도 중심으로 재편될 것"
인도 경제 성장세 뚜렷, 현지 사업 확대하는 韓 기업
시장 잠재력, 미·중 무역 갈등 상황 등이 성장 견인 

인도가 아시아 경제의 중심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인도의 높은 시장 잠재력, 미·중 무역 갈등 상황 등을 고려한 기업들이 속속 인도 시장에 진입하면서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기관에서는 차후 인도가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주요국을 꺾고 가파른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급성장하는 인도 경제

이코노미스트는 5일 발간한 '2025 세계대전망'을 통해 내년에는 아시아의 ‘서열’이 재편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2010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올라섰듯, 내년에는 인도가 일본을 뛰어넘어 아시아 두 번째 경제 대국이자 세계 4위 경제 대국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인도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경제의 3.37%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일본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한 비중은 4%대였다. IMF는 일본과 인도의 명목 GDP 차이가 2023년 6,400억 달러(약 914조2,100억원)에서 올해 1,730억 달러(약 247조1,200억원)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으며, 내년에는 인도(명목 GDP 전망치 4조3,398억 달러)가 일본(4조3,103억 달러)을 제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도와 중국의 성장 격차 역시 점차 두드러지고 있다. 인도는 2021년 회계연도(당해 4월~이듬해 3월) 9.7%, 2022년 7%, 2023년 8.2% 등 최근 수년간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한 반면, 중국은 같은 기간 8.4%, 3%, 5.2%의 성장률을 나타내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코노미스트는 “인도의 인구수는 이미 중국을 추월했다”며 “경제 성장률 역시 향후 몇 년 동안 중국보다 2~3%P 더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기업 속속 인도行

인도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도 줄줄이 인도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995년 대기업 최초로 인도 시장에 진출한 뒤 30년간 꾸준한 투자를 이어 왔으며, 현시점 현지 가전·스마트폰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삼성전자는 인도 스마트폰 시장 22.8%를 점유하며 선두 자리를 지켰다.

LG전자는 1997년 뉴델리 인근인 노이다에 인도 법인을 설립한 이후 현지에 연구개발(R&D)부터 생산·판매를 아우르는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현재 냉장고·세탁기·TV 등 현지 가전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가전 인기에 힘입어 LG전자 인도 법인의 실적도 꾸준히 성장하는 추세다. 2023년 LG전자 인도 법인 매출은 전년 대비 17% 증가했으며, LG전자 전체 매출에서 인도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3.5%에서 2022년 3.8%로 늘었다.

현대차, 포스코 등 다수의 국내 주요 기업도 인도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10월 인도법인 HMI(Hyundai Motors India)를 현지 진출 28년 만에 인도 증시에 상장했고, 같은 달 포스코는 인도 1위 철강 회사인 JSW와 철강, 이차전지 소재, 재생에너지 분야 사업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포스코와 JSW는 해당 MOU 체결에 따라 인도에 일관제철소를 합작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한편, 핵심 사업 분야에서 다양한 사업 기회를 함께 발굴하고 그룹 차원의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인도 시장의 '매력'은?

이처럼 국내 기업들이 인도 시장 공략에 힘을 쏟는 배경에는 인도의 ‘시장 잠재력’이 있다. 인도는 글로벌 경제 둔화 기조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며 가전, 자동차, 물류 산업 등의 ‘기회의 땅’으로 급부상했다. 2009년만 해도 GDP 기준 세계 10위권 밖이었던 인도 경제는 2010년 ‘글로벌 톱 10’에 진입했고, 2022년에는 미국, 중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5위 경제 대국에 올랐다. 세계 경제 둔화로 수출 주도 성장이 어려워진 가운데, 강력한 내수와 투자가 경제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중 무역 갈등 확대 역시 국내 기업들의 인도 진출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정학적 리스크를 우려한 다수의 기업이 중국의 대체 시장으로 인도를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중 무역 갈등이 본격화한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중국의 대미 수출은 153조원 감소한 반면, 인도태평양 주요 5개국의 대미 수출은 192조원 증가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시장 전문가는 "지정학적 긴장으로 중국에 투입됐던 자본이 속속 인도로 이동하고 있다"며 "아시아의 경제 중심축이 동아시아에서 남아시아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인도 시장 상황을 무조건 낙관적으로 볼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인도의 성장세가 이 같은 시장의 후한 평가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인도 통계청은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인도의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5.4%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는 2022년 4분기(4.3%)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와 관련해 아난타 나게스와란 인도 재무부 수석 경제 고문은 "경기 둔화의 대부분은 제조업 부문에서 비롯된 것으로, 일부 국가의 과잉 생산에 따른 가격 덤핑이 인도 제조업을 어렵게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3분기 인도의 제조업은 전년 동기 대비 2.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 2분기 성장률은 7%였다. 민간 소비 역시 전년 동기 대비 6% 늘어나는 데 그치며 성장세 둔화에 영향을 미쳤다. 2분기 민간 소비 증가율은 7.4%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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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포터' 기아 '봉고', 경기 불황에 판매량 반토막

현대차 '포터' 기아 '봉고', 경기 불황에 판매량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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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하면 ‘봉고’마저 안 팔린다
‘자영업자의 발’ 내수 침체에 판매↓
경유차 단종도 판매 하락에 영향
포터2/사진=현대자동차

내수 침체가 현대자동차의 1톤(t) 화물트럭 ‘포터’ 판매량까지 뒤흔들었다. 포터는 지난 2022년만 하더라도 국민 세단 그랜저를 제치고 내수 판매 1위에 올랐던 차종이지만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판매량이 크게 줄어든 모습이다.

포터 판매량, 전년比 49.4% '뚝'

4일 현대차에 따르면 11월 포터 판매량은 4,682대로 전년 동월(9,255대)과 비교해 49.4% 급감했다. 포터의 판매 감소는 11월만의 현상이 아니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포터 판매량 합계는 6만3,82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9만1,622대)보다 30.3% 감소했다. 포터는 코로나19 팬데믹 때인 2020~2022년에도 매년 9만 대 이상 팔린 스테디셀러다. 하지만 현 추세대로라면 포터의 올 한 해 판매량은 7만 대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의 1t 트럭 ‘봉고’ 역시 판매량 급감을 피하지 못했다. 올해 11월 봉고 판매량은 3,083대로 지난해 11월(5,855대)에 비해 47.3% 쪼그라들었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판매량도 3만8,041대에 그쳐 작년 동월(5만9,104대)에 비해 2만 대 이상 감소했다.

이에 현대차는 최근 노조와 3·4분기 노사협의회를 통해 이달 임직원의 가족, 계열사, 협력사 등을 대상으로 1t 트럭 포터를 대규모 할인 판매하기로 합의했다. 앞서 기아도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9의 판매가 부진하자 이와 비슷한 'EV9 홍보단' 특별할인을 실시한 바 있다. 당시 EV9의 할인율은 최대 30%로, 할인금액은 약 2,000만원에 달했다. 현대차도 포터에 비슷한 할인율을 내걸 것으로 예상된다.

포터조차 구매 못 할 정도로 불황

올 들어 현대차와 기아의 국내 자동차 전체 판매대수가 전년에 비해 10%가량 줄어들긴 했지만, 포터와 봉고만큼 큰 폭으로 줄어든 차종은 거의 없다. ‘서민들의 발’이라고 불리는 1t 트럭은 웬만한 경기 불황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 차종으로 알려져 있다. 경기가 나빠지면 포터나 봉고를 구매해 자영업에 나서는 서민들이 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최근의 포터 수요 감소는 현재 불황이 심각한 상황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포터조차 구매하지 못할 정도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상황이 나쁘다는 얘기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경기가 좋지 않더라도 자영업을 하려는 사람이 계속 유입된다면 포터 판매는 줄지 않는다”며 “하지만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경제 활동을 아예 포기하는 서민들이 늘어나고, 이로 인해 포터 수요가 줄어드는 것이 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 식자재 납품업자는 “음식점이 잘되지 않으니 일감이 줄고, 그러다 보니 최근 이 일을 그만둔 동료가 많다”며 “물류가 줄어드니 1t 트럭 수요도 줄어드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봉고3 EV/사진=기아자동차

디젤 모델 없애자 판매량도 급감

환경규제 강화로 포터 경유 모델이 사라진 것도 신차 판매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 시행된 대기관리권역법 개정안에 따라 대기관리권역 내 소형 화물 트럭이나 어린이 통학 차량 등은 디젤 차량으로 운행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현대차·기아는 포터와 봉고 등 1t 트럭 디젤 모델 생산을 종료하고, 지난해 말부터 액화석유가스(LPG) 모델을 대체 투입했다. 디젤 모델 단종으로 1t 트럭 구매자 입장에서는 LPG, 전기로 선택권이 좁혀진 것이다.

1t 트럭 구매를 희망하는 소비자가 개정안 시행에 앞서 지난해 디젤 모델을 서둘러 구매한 것도 판매 감소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최근 1t 디젤 트럭 구매를 원하는 일부 소비자들이 신차 대신 연식과 주행거리가 짧은 중고차를 찾는 경우도 늘고 있다.

소비자들이 LPG, 전기 트럭 구매를 기피하는 것은 연료 충전의 불편함이 크다. 화물 운송업 특성상 연비와 힘이 좋고 주유가 편리한 디젤 모델 선호도가 높다. LPG 모델의 경우 과거에 비해 주행 성능을 크게 보강했지만, 디젤보다 연비가 떨어지고 충전소도 적은 편이다. 이와 관련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1t 트럭의 경우 출력과 연비 등을 이유로 LPG차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 않다"면서 "포터 전기차 모델의 경우에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긴 하지만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가 200㎞대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전기 모델 역시 한때 영업용 번호판 무상 발급 혜택으로 인기를 얻었으나, 초기 구매자를 중심으로 짧은 주행거리로 인한 충전소 이용의 불편함이 대두되며 수요가 급감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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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K철강 '中 초저가'에 휘청, 정부 잠정관세 칼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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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싼 가격에 中 철강 수입, 작년 연간 수입량 넘어서
잠정관세 부과 통해 긴급조치, 산업피해 기간 축소 전망
브라질·칠레 중국산 철강에 관세, 콜롬비아 업계도 정부 압박
스마트 고로인 포항제철소 제2고로에서 쇳물이 나오고 있다/사진=포스코

중국산 철강의 덤핑(저가 밀어내기) 공세로 국내 철강업계에 어려움이 지속되자 정부가 중국산 철강에 대해 '잠정 덤핑방지 관세'를 추진한다. 잠정 덤핑방지 관세는 반덤핑 조사가 시작된 후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미리 임의부과하는 관세다. 통상 덤핑 제소부터 최종결론까지 1년 이상 걸리지만 잠정 덤핑방지 관세가 부과되면 그 기간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

정부, 덤핑방지 관세 부과 검토

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무역위원회는 중국산 저가 후판(두께 6㎜ 이상인 강판)에 대해 잠정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검토에 착수했다. 무역위원회는 지난 7월 현대제철이 반덤핑으로 제소함에 따라 지난 10월 4일 산업피해 조사에 돌입했으며 이르면 내년 1월 예비판정을 통해 잠정 덤핑방지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는 중국의 철강재 과잉생산과 공급으로 중국산 철강제품이 국내로 유입되면서 한국 철강업계에 위기감이 고조된 데 따른 조치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10월 중국에서 수입된 철강재는735만5,000톤으로 2022년 대비 37.3% 급증했다. 수입량이 많은 후판의 경우 올해 1~10월 115만7,800톤으로 1년 전보다 7.35% 늘었고, 2년 전보다 80.5% 급증했다.

또 중국산 철강재는 국산보다 가격이 10% 이상 저렴하고, 후판의 경우 국산보다 25% 이상 저렴해 국산 철강업체의 영업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양상이다. 중국산 저가 철강제품의 유입 여파로 현대제철은 포항 2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은 45년 만에 멈췄다. 포스코그룹도 지난 7월 포항제철소 제1제강공장을 폐쇄했다.

여기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중 무역갈등 여파로 미국이 실제 중국에 대해 보편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중국 경제가 더 어려워져 철강 공급 과잉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다만 중국산 철강 가격이 워낙 낮아 덤핑방지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국내 철강업체들이 생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그 어느 때보다 부처 내부에서 위기감이 크다”면서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가능한 모든 조치를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테인리스 코일/사진=포스코

EU, 긴급 보호조치 강구

중국산 철강 덤핑 공세에 따른 위기는 우리나라만이 겪는 문제가 아니다. 세계 2위 철강기업인 유럽 아르셀로미탈은 지난달 말 프랑스 북부 랭스와 드냉 지역 공장 두 곳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내년 4월부터는 감원을 시작하고, 6월까지 생산을 완전 중단하기로 했다. 노동조합 측이 반대하고 있으나 회사 측은 “중국산 철강재가 자국 불황 때문에 더욱 낮은 가격에 수출되면서 더 이상 영업을 이어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독일 티센크루프스틸도 지난달 25일 전 직원 2만7,000명 가운데 40%에 달하는 1만1,000명의 인력을 감축한다고 발표했다. 티센크루프스틸은 연간 생산량을 현재 1,150만 톤에서 870만~900만 톤으로 줄이고, 업무를 효율화해 수년 내 인건비를 평균 10%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뒤스부르크 지역 자회사인 크루프마네스만 제철소를 매각할 예정이며, 500여 명이 근무하는 크로이츠탈아이헨 공장도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유럽철강협회 유로퍼(Eurofer)와 유럽 각국 정부는 유럽연합(EU)에 산업 보호조치를 요청하고 있다. EU는 이미 지난달부터 수입 철강, 시멘트 등에 이산화탄소 배출에 비례한 관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세 1단계를 도입했으나, 2026년까지 부담금을 징수하지 않고 생산 과정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고하기로 했다. 그 사이 중국 철강이 밀물처럼 밀려들어 유럽 시장에서 수입 철강 점유율이 27%까지 치솟았다. EU가 중국산 볼트 압연강판 도금강판 등에 수십%의 관세를 부과했지만, 중국 내수 불황과 환율 등의 영향으로 중국산 철강이 더 낮은 가격으로 각국 시장에 침투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이 전 세계에 수출한 철강재 규모는 10.1%, 전년 동월 대비 40.8% 증가한 1,118만 톤에 달한다. 중국이 올해 들어 10월까지 수출한 철강재도 전년보다 23.3% 늘어난 9,189만 톤으로 집계됐다. 연말까지는 1억 톤을 넘겨 2016년 이후 최대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유로퍼는 성명을 통해 “시계가 이미 열두 시를 지난 다급한 상황”이라며 “즉각적인 조치가 없으면 유럽 제조업 기반이 사라질 위기”라고 경고했다.

인도·중남미도 中 저가품 수출 공세에 보복 관세

인도도 최근 수입이 증대하는 중국산 철강제품에 대해 잠정 덤핑관세 부과를 추진하고 있다. 인도 제철기업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중국산 철강의 인도 시장 점유율이 30%에 육박하면서 인도 철강업계는 정부의 더욱 적극적인 개입을 요청해 왔다. 중국산 철강에 더욱 높은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문도 끊이지 않았다.

실제 시장조사기관 GMK센터에 따르면 인도는 2023·2024 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에 830만 톤의 압연강재를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38.1%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인도의 철강 수출은 전년 대비 11.5% 증가한 750만 톤을 기록했다. 올해 4~5월에는 110만 톤의 압연강재를 수입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9.8% 증가한 것으로, 5년래 최대 규모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는 "인도는 2023·2024 회계연도에 철강 순수입국이 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중남미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브라질의 경우 지난해 중국산 철강 수입은 전년 대비 50% 급증한 반면 국내 생산이 6.5% 감소하는 등 업계 타격이 현실화했다. 콜롬비아 철강협회(Camarero·카마레로)도 국내 철강생산 감소 원인을 저가 철강 수입으로 판단해 관세를 5%에서 20∼25%로 높일 것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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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산업 육성에 15조원 수혈” 정부 대책에도 업계 반응 ‘미지근’

“반도체 산업 육성에 15조원 수혈” 정부 대책에도 업계 반응 ‘미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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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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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반도체 생태계 지원 강화 방안’ 제시
“보조금 외면, 무책임에 가까워” 비판도
미 상무부는 인텔에 15조원 보조금 약속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월 27일 경기 성남시 한국반도체협회에서 열린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정부가 국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을 대폭 확대한다. 지난 6월 발표한 ‘반도체 생태계 지원 방안’에 이은 후속 대책이다. 다만 업계는 기업에 대한 직접 투자가 빠졌다는 데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정책금융에 방점, 기업 부담 완화 효과 미미

27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경기 성남시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반도체 생태계 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내년 반도체 전 분야에 대출, 보증, 보험 등 14조원 이상의 정책금융을 공급하는 내용이 골자다.

먼저 정부는 반도체 기업의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율을 높이기로 했다. 국가전략기술은 기본적으로 대·중견기업 15%, 중소기업 25% 등의 투자세액공제율이 적용되는데, 이를 더 확대한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와 국회는 대·중견기업 20%, 중소기업 30% 등으로 5%p씩 공제율을 상향하는 방안을 유력 검토 중이다.

또 산업은행의 반도체 저리 대출 프로그램(4조2,500억원)을 비롯해 설비 및 R&D 투자 대출, 보증료 감면 및 보증 비율 상향, 수출대금 미수령액 손실 보상 등으로 다각도 금융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이를 위해 1,200억원 규모의 신규 반도체 생태계 펀드를 조성하고, 연내 200억원 규모의 시스템 반도체 상생 펀드 투자도 추진한다.

아울러 정부는 1조8,000억원에 달하는 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 송전선로 지중화 비용의 절반 이상을 분담하기로 했다. 최 부총리는 “해외 주요국이 첨단산업 주도권을 잡기 위해 유례없는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고 진단하며 “우리 정부도 가용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업계 분위기는 냉담하다. 주요 경쟁국이 시행하는 보조금 직접 지원이 빠지는 것은 물론, 앞서 발표된 지원책을 다시 읊는데 그쳤다는 평가다. 산은의 지원방안은 지난 6월 발표된 26조원 규모 반도체 산업 종합지원 방안에 이미 포함됐고, 나머지 금액 역시 내년에 계획된 여러 정책금융 프로그램 중 반도체 분야로 들어가는 부분을 합산해 발표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김현재 연세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이 없으면 도태되는 것은 한순간인데, 직접 보조금 등을 망설이는 것은 심각한 무책임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세액공제로도 충분한 규모의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보조금 형태의 직접 지원은 신중한 입장”이라며 “업계와 정치권, 연구기관의 의견을 잘 알고 있고, 단계적으로 판단해 지원할 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다면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알맹이 빠진 생태계 종합지원

정부는 앞서 6월 지원책 발표 이후 반도체 금융지원을 위한 발걸음을 서둘러 왔다. 먼저 7월에는 산업은행에 현금 1조원, 현물 1조원 등 총 2조원을 출자해 저리대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설비·R&D 등 국내에 신규 투자하는 기업을 지원하려는 취지로, 금리는 일반 대출에 비해 대기업은 0.8%~1.0%, 중소·중견기업은 1.2%~1.5%가량 낮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7월 초부터 10월 15일까지 17개 사에 설비투자 자금 8,248억원이 지원됐다.

반도체 생태계 펀드 조성에도 돌입했다. 오는 2027년까지 1조1,000억원 규모로 조성될 해당 펀드는 지난 8월 1호 투자를 승인했다. 투자기업은 코아시아세미코리아로, 총 200억원 투자를 통해 인력 충원과 해외영업 확대를 추진 중이다.

10월에는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을 관통하는 국도 45호선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를 완료했다.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 설계·공사 등 후속 절차를 신속히 이행해 오는 2030년 개통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용인 국가산단과 일반산단의 통합 복선관로 역시 예타 면제를 의결했다. 당시 정부는 “앞으로도 반도체 생태계 종합지원 방안의 신속한 추진을 지원하고, 투자 단계별 애로 요인을 발굴하는 등 보완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美 정부, ‘기술 개발·보조금 지급’ 기업과 적극 맞손

이같은 정부의 노력에도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줄곧 보조금 지급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기술 패권 전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는 보조금 지급이 가장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미국은 반도체법(CHIPS Act) 제정으로 73조원 규모의 보조금과 대출 및 보증 재원을 마련했고, 일본은 반도체산업 기반 긴급강화 패키지를 통해 15조원 규모의 제조시설 보조금 재원을 조성했다. 주요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 방안이 기업에 대한 직접 지원을 확대하는 데 방점을 뒀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가장 최근에는 미국 상무부와 인텔이 108억 달러(약 15조820억원) 규모 보조금 지급에 최종 합의하기도 했다. 26일(현지 시각) 인텔은 “일부 보조금이 반도체법 아래에서 이뤄져 의회 요구에 따라 감액됐다”고 설명하며 이같은 사실을 전했다. 줄어든 보조금 규모는 6억4,000만 달러(약 8,940억원) 수준이다.

앞서 미 상무부와 인텔은 올해 3월 반도체법에 따른 양해각서 초안에 서명한 바 있다. 해당 양해각서는 미국 내 신규 반도체 생산 시설과 신규 공정 개발을 위한 85억 달러(약 11조8,700억원)의 보조금 지급을 비롯해 향후 5년간 최대 250억 달러(약 34조9,100억원)의 세액공제 등 내용이 담겼다. 인텔은 이후 9월 미 국방부 요구에 따라 기밀 정보 저장을 위한 시큐어 인클레이브(Secure Enclave) 기술을 개발, 이를 반영한 반도체를 미국에서 생산 및 설계하기 위한 보조금인 30억 달러(약 4조1,900억원)를 추가 확보했다.

인텔은 미 상무부와 합의에 따라 향후 10년간 1,000억 달러(약 139조7,500억원)를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시설과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이는 지난 3월 양해각서에 명시된 ‘5년간 1,000억 달러’에서 다소 완화된 조건이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는 “미국 기술과 제조업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한 양당의 강력한 지지는 향후 미국의 장기적 경제 성장과 국가 안보에 중요한 역사적 투자를 끌어냈다”고 평가하며 “인텔은 향후 수년간 미국 내 사업을 확대해 이런 공공의 우선순위를 실천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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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쌀 과잉생산 악순환, 관리 비용만 연 3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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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소비 20년 새 30% 줄었는데
공공비축량은 2008년 수준
초과생산 구조 전면 개혁해야

더불어민주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농업 관련 4법을 국민의힘 반대 속 강행 처리했다. 넘치는 쌀 때문에 매년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지만 야당은 현실에 눈감은 채 더 강력히 정부 수매를 밀어붙이는 모습이다.

양곡관리법 강행, 쌀 생산 부추기는 촉매제

2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1일 민주당 등 야당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단독 의결했다. 개정안의 골자는 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고, 양곡시장 가격이 평년 가격 미만으로 하락하면 차액을 정부가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야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 강행 처리는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음에도 민주당은 1년 만인 지난 4월 남는 쌀을 회수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문제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형적인 쌀 산업 구조를 바로잡을 수 없다는 데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내년에 쌀 재배면적 중 8만 ㏊(핵타르)를 줄이려고 추진 중인데 (남는 쌀 의무 매입 시) 어느 농가가 쌀 생산을 줄이려고 하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쌀은 과잉생산되고 예산을 수천억 원씩 들여도 쌀값을 못 잡는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개정안이 타 작물로의 재배 전환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봤다. 현재 농식품부는 쌀 대신 논콩과 같은 전략 작물을 재배하는 농업인에게 직불금을 지급하고 있다. 쌀이 아닌 다른 작물로의 전환이 쌀 과잉생산을 막으면서 장기적으로 농가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야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생산을 더 부추기는 촉매제인 셈이다.

쌀 매입·관리 예산 3년간 8조원

현재 정부가 쌀을 사들이고 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은 가히 천문학적이다. 올 한 해에만 최소 3조1,858억원이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농식품부는 당초 올해 양곡 매입·관리비로 2조7,460억원을 책정했다. 공공비축쌀뿐만 아니라 수입쌀을 구매하고 관리하는 데 사용하는 비용이다. 지난 3년간 정부가 쌀을 사들이고 관리한 비용은 8조원을 넘는다. 농식품부의 양곡 매입·관리비와 시장 격리 비용을 합하면 2021년 1조9,500억원에서 2022년 3조1,194억원, 2023년 3조569억원으로 크게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시장에서 격리하는 쌀 비용은 별도다. 올해 정부는 구곡(지난해 생산된 쌀) 20만 톤을 시장 격리하는 데 4,398억원을 투입했다. 올해 생산된 신곡 20만 톤도 시장 격리 예정이어서 추가 비용이 투입된다. 통상 신곡은 구곡보다 1.2~1.5배 비싸기 때문에 최소 5,277억원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쌀 소비량에 맞춰 비축량을 조정하기 위해 2005년부터 도입된 공공비축제는 유명무실이다. 2016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공공비축제도 운영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는 "제도 도입 당시 비축 물량은 국제기구인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권고를 참고해 소비량과 연계되도록 설정했으나 매년 비축 물량은 쌀 소비량 감소 추세를 반영하지 못하고 2008년 이후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4kg으로 제도 도입 당시인 2005년 80.7kg에 비해 30.1% 감소했지만 올해 공공비축량 45만 톤은 2008년 비축 물량인 40만 톤보다 많다.

이에 대해 서세욱 인천대 교수는 "소비량은 굉장히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데 쌀값을 어느 정도 유지해 주니 벼 재배 농가 같은 경우 계속 재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 논리에 의해 가격이 형성되지 않으면 유지가 불가능하다"며 "가격 격차를 결국 재정으로 다 메꿔야 한다는 소리가 되는데, 재정을 언제까지 투입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해도 햅쌀 5만6,000톤 초과생산

정부는 올해도 햅쌀이 5만6,000톤가량 남을 것으로 예측하고, 이보다 14만4,000톤 많은 20만 톤을 수매해 시장에서 격리하는 방식으로 쌀값 하락을 방어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와 별개로 공공비축미 36만 톤도 매입한다는 방침이다. 또 정부와 농협은 올해 벼 매입 자금을 작년보다 9,000억원 늘려 4조3,000억원 지원한다. 이 가운데 정부 지원액이 1조3,000억원, 농협 지원액이 3조원이다.

아울러 정부는 벼 매입 자금을 받은 산지 유통업체가 의무 매입물량을 연내 사들이도록 지도를 강화할 예정이다. 이 밖에 산지 유통업체의 저가 판매에 따른 시장 교란 행위를 지속 점검하고, 부정 유통 단속 기간을 연말까지로 한 달 연장하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쌀 공급 과잉으로 인한 산지 가격 하락 문제를 막기 위해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벼 재배 면적 감축을 위해 각 시도에 감축분을 배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박수진 농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은 이날 서울에서 열린 양곡수급안정위원회에서 "구조적 공급과잉 문제를 반복하지 않도록 벼 재배 면적을 조정하고 품질 위주의 생산 체계로 전환, 신규 수요 창출 등의 내용을 포함한 '쌀 산업 근본대책'을 이달 중 마련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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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셈법 복잡하게 만드는 친환경, ‘미래 먹거리 아니면 미래 걱정거리’

건설업계 셈법 복잡하게 만드는 친환경, ‘미래 먹거리 아니면 미래 걱정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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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 수익성↓, 수익 모델 다각화 추세
바이든 정부 정책 기조 따라 ‘친환경 바람’
해외 시장 겨냥한 신사업 노선 수정 불가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이 목전으로 다가오며 국내 산업의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현 정부와는 정반대의 정책 기조를 시사하면서 일부 기업의 향후 사업 계획에도 차질이 예상되고 있어서다. 사업에 투입되는 자금이 상대적으로 크고, 장기 프로젝트가 주를 이루는 건설 사업은 더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주택 사업 ‘올인’ 끝났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건설사들은 수익 모델 다각화에 한창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한 가운데 공사비 상승까지 맞물리며 정비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진 탓이다. 주택 시장 침체가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현상 유지를 넘어 미래를 대비하는 전략적 판단으로, 주택 시장보다 경기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에너지 사업 등에 건설사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양상이다.

최근 리야드-쿠드미 송전선로 건설공사 수주 소식을 알린 현대건설이 대표적 예다. 해당 공사는 신재생 에너지 그리드 산업의 핵심으로 주목받는 초고압직류송전선로 사업으로, 그 규모만 1조원대에 달한다. 대우건설은 탄소 저감 조강형 콘크리트를 개발해 현장 타설에 적용한 실적을 바탕으로 건설사 가운데 처음으로 탄소 저감 성과를 인정받는 ‘탄소 크레딧’ 인증을 추진 중이며, 롯데건설은 탄소 저감 기술 및 친환경 모르타르 개발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

중견 건설사들도 상황이 비슷하다. 분양 시장이 활성화한 지역 내 대규모 정비사업은 주로 대형 건설사들이 차지하기 때문에 중견사들은 SOC 사업 참여 비중이 큰데, 최근 SOC사업 예산이 축소되면서 수익다각화를 미룰 수 없게 된 것이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기존 SOC 인력을 에너지, 플랜트 등 다른 사업 분야로 분산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추세”라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SOC는 정부 또는 공공단체 공급자가 제공하는 설비나 서비스 관련 시설류를 의미한다.

문제는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후 친환경 정책을 폐지하면 친환경·재생에너지를 신사업으로 추진하던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시장 진출 사업 여건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 내내 조 바이든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폐기하는 반(反) 친환경 정책 기조를 피력한 바 있다. 친환경 에너지 설비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물론 정책 투자 축소 또한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는 한국 기업의 에너지 전환 속도를 늦추는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와 관련해 한 건설사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보조금 등 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건설사들 입장에서는 이제 투자 초기 단계로 성과가 나오는 시기인데 미국의 정책 방향에 따라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미국 내에서 신재생에너지 관련 발주는 줄어들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정책이 시행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책 방향을 지켜보고 후행하는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속도 붙은 친환경 체질 개선

국내 건설업계에 친환경 열풍이 분 건 바이든 행정부에 들어서면서부터다. 2021년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은 탄소 중립을 수반한 100% 신재생에너지 경제를 이루기 위해 4년 동안 2조 달러(약 2,800조원)를 신재생 인프라에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국내에서도 대형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친환경 체질 개선에 돌입하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가장 먼저 삼성물산은 석탄 관련 시공 및 투자를 전면 중단하는 탈석탄 방침을 전격 선언했다. 이어 주력사업인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 및 저장시설, 신재생에너지 등을 중심으로 친환경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소형모듈원자료(SMR)를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물론 플랫폼 사업,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시장까지 진출하면서 차세대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SK건설은 SK에코플랜트로 이름을 바꾸면서 친환경 사업 부문을 신설, 안재현 당시 대표가 직접 이끌었다. 안 전 대표는“ESG는 시대적 요구이자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새로운 축”이라고 정의하며 친환경 “친환경·신에너지 사업 전개로 순환경제를 실현하고 국내 사업을 기반으로 아시아 거점 국가에 밸류체인(생산·서비스 가치 창출 연결망)을 구축, 아시아 전역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GS건설, 현대건설 등이 배터리 재활용, 태양광 발전소, 스마트팜, 자산운용 등 다양한 신사업에 적극 진출했고, 이들 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규모 채용을 진행했다.

미국과 유럽 사이, 노선 정해야 할 때

이처럼 대형 건설사들이 체질 개선을 서두른 배경에는 국내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있다. 주요 건설업체의 매출에서 주택사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절반이 넘는데, 이런 경우 분양 경기가 좋을 때는 안정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시장 침체기에서는 실적에 비상이 걸리기 때문이다. 많은 건설사가 친환경 체질 개선과 동시에 해외 진출을 서두른 이유기도 하다.

삼성물산은 지난 7월 루마니아 SMR 프로젝트 기본설계(FEED) 참여를 확정 짓고 글로벌 SMR 시장 공략에 속도를 높였다. 미국의 플루어, 뉴스케일, 사전트 앤 룬디 등 글로벌 엔지니어링 기업 3개 사와 루마니아 SMR 사업의 FEED를 공동 진행하는 방식이다. 루마니아 SMR 사업은 세계적으로 SMR 개발에 가장 앞섰다는 평가를 받는 뉴스케일 기술을 기반으로 기존 도이세슈티 지역에 위치한 석탄화력발전소를 462메가와트(MW) 규모의 SMR로 교체하는 사업이다. 상업 운영 목표 시점은 2030년이다.

현대건설은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단지에 대형원전 2기를 추가로 신설하는 프로젝트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유럽 진출을 가시화했고, 대우건설은 베트남 스타레이크시티 조성 사업을 진행 중이다. 스타레이크시티는 30억 달러(약 4조1,750억원) 규모의 장기 도시개발 프로젝트로, 2062년 완공 예정이다.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도 SMR 사업 확장과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다만 이같은 적극적 행보는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으로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신재생에너지를 비롯한 친환경산업 및 도시 재생에 적극적인 유럽과 화석연료 시대로의 회귀를 시사한 미국 사이에서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한 건설사 임원은 “최근 몇 년간 국내 건설사들이 ESG 경영, 탄소중립 등을 내걸고 태양광, 풍력,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막대한 투자를 해오고 있는데, 트럼프 당선인이 전면 배치되는 정책을 펼치게 되면 어느 정도 간접적인 영향은 있을 것”이라며 “결국 화석연료, 천연가스, 원전 등 전통 에너지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등 사업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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