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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경쟁 중소기업 인피니트헬스케어의 기술을 침해한 A사에 시정을 권고했다. 이는 중소기업기술을 탈취한 기업에 대해 처음으로 시정권고 조치를 내린 것이다. 시정권고 사항은 ‘A사는 인피니트헬스케어의 소스코드를 사용하지 말고, 소스코드를 사용해 제작한 제품을 판매 및 유지보수하지 말 것’이다. 만일 A사가 시정권고 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는 기술침해 사실을 공표하고 유관기관 이첩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중소기업기술 침해 행위에 대한 첫 시정권고
중기부는 “중소기업 ㈜인피니트헬스케어의 ‘의료영상 장비’ 핵심기술을 침해한 경쟁기업 A사에 대해 침해 기술에 대한 사용금지 등 시정을 권고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는 A사가 인피니트헬스케어와의 계약 관계에서 취득한 핵심기술을 계약종료 후에도 파기하지 않고 무단으로 사용해 유사한 의료 장비를 개발했으며, 이를 통해 시중 병원을 상대로 영업, 판매하는 행위가 「중소기업 기술보호법」에서 정의하는 ‘중소기업기술 침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이번 행정조치는 스타트업을 포함한 중소기업의 기술탈취를 근절하기 위한 강력한 의지 표명"이라며 "상반기 중 범부처 합동의 스타트업 기술보호 지원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관련 법과 제도를 지속 보완하는 등 '중소기업 기술 탈취 근절'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인피니트헬스케어는 어떤 기업?
인피니트헬스케어는 글로벌 헬스케어 IT 기업으로, 전 세계 병원 및 의료기관에 의료영상 및 정보 솔루션을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2002년 필름으로 인화된 의료영상을 디지털화해 서버에 저장하고 모니터로 전송하는 솔루션 개발을 시작으로 의료영상 저장 전송시스템(PACS) 전문 기업으로 성장했다.
인피니트헬스케어는 현재 국내 PACS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이다. 특히 글로벌 헬스케어 산업 평가기관인 KLAS가 매년 시상하는 'Best in KLAS'의 PACS' 부문에서 총 12회 수상하며 글로벌 정상급 PACS 기업으로 도약했다. 특히 차세대 헬스케어 통합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어 향후 원격의료와 인공지능 헬스케어 시대를 선도할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인피니트 솔루션은 현재 서울대학교병원 등 전 세계 6,300개 이상의 병원과 의료기관에서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SK C&C와도 협업하여 SK C&C의 AI 솔루션을 X-ray, CT, MRI 등 다양한 의료영상기기에서 촬영한 영상을 디지털화하고 판독과 협진에 빠르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인피니트 팩스'에 탑재하기도 했다.
대기업-스타트업 간 기술탈취 문제도 빈번해
기술탈취나 도용의 문제는 원격의료 등 기술력이 핵심인 미래 첨단 산업에서 빈번하게 일어난다. 최근에는 롯데헬스케어와 스타트업 알고케어 사이에 불붙은 기술도용 논란이 대표적이다.
알고케어는 헬스케어 인공지능으로 영양·건강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지난 2월 알고케어는 롯데헬스케어가 사업 제휴를 빌미로 영양제 디스펜서 아이디어를 도용해 같은 제품을 출시했다는 민원을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제기했고, 이에 공정위는 관련 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현장 조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지난달 미국에서 진행된 CES 2023에서 알고케어 사태가 논란이 되자 관련 정부 부처들까지 조사에 나섰다. 중기부는 기술침해 행정 조사 전담 공무원을 알고케어에 파견해 피해 상황 조사에 돌입했으며, "(이번 사례를)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사례로 선정하고 법무지원단까지 지원해 대응을 돕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업계에서도 알고케어 사태와 더불어 불거진 이번 논란의 향방에 촉각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의료기기 스타트업 관계자는 “정부가 처음으로 중소기업기술 침해기업에 시정권고 처분을 내리면서 후속 규제 조치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정부의 개입에 대기업 등 투자에 관심을 보이던 기업들이 발표된 규제에 소극적으로 돌아설까 걱정이 많다"고 염려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