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동아시아포럼] 출산율 0.75인데 ‘서울대 10개’ 만든다고?
Picture

Member for

9 months 2 weeks
Real name
김영욱
Position
연구원
Bio
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수정

대학 입학생 2040년까지 40% 감소
명문대 복제해 분산 배치한다는 발상
‘연구 중심 대학 육성 및 대학 차별화!’

본 기사는 The Economy의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한국의 출산율은 작년에 여성 1인당 0.75명으로 10년 만에 소폭 상승을 기록했다. 하지만 여전히 OECD 최하위인 데다, 대체율(replacement rate, 인구 유지를 위해 필요한 평균 자녀 수)에도 크게 못 미친다. 당연히 대학 진학자 수도 급격히 줄어들 전망이다.

사진=ChatGPT

인구학적 현실성부터 ‘부족’

인구 상황으로 볼 때 한국 정부의 ‘서울대 10개 만들기’ 공약은 말이 안 되는 측면이 있다. 거창한 목표처럼 들리지만 일단 계산이 따라주지 않는다. 한국의 2040년 대학 입학자 수는 260,000명으로 2023년의 440,000명에서 4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에만 정원을 채우지 못한 자리가 13,000개나 된다. 학생만 모자란 게 아니라 연구를 수행할 교수진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서울대 9개를 더 만들어 낸다는 것은 사실상 신기루를 좇는 일이다.

한국 대학 진학자 수 추이 및 예상(2023~2040년)

‘학벌 중심 사고’의 전형

서울대를 복사하면 그에 해당하는 대학의 위상이 만들어진다는 발상도 세계적인 연구 중심 대학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한 결과다. ‘탁월함’은 긴밀한 인재 네트워크와 글로벌에 연결된 박사 과정, 지속 가능한 연구개발 환경에서 나오지 건물과 예산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한국은 대학이 너무 많은 데다 각자의 역할도 명확하지 않다. 대부분의 연구개발도 대학보다는 기업에서 이루어진다. 그러잖아도 회소한 연구 자원을 흩어놓으면 무슨 좋은 결과가 있겠는가?

따라서 브랜드를 복제한다는 발상보다는 전략적인 집중을 생각하는 것이 맞다. 이미 글로벌 수준에 근접한 연구 중심 대학에 자금을 집중하고, 나머지는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대학 체계를 재편하는 것이다. 지역 혁신, 학생 교육, 응용 연구, 성인 교육 등 다양한 역할이 인구학적, 경제적 상황에 맞게 구조화될 때 한국의 대학 시스템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다.

연간 13조 들고 교수진 구성도 어려워

서울대를 9개 복제하려면 연간 13조 원의 예산은 물론 21,000명의 최상위 교수 자원이 필요한데, 이것도 현재 육성 시스템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한국은 연간 8,000명의 과학 및 공학 관련 박사를 배출하고 있는데 대부분 국가가 운영하는 연구소나 산업계에 흡수되고 있다. 해외의 석학을 모셔 오는 것도 어렵다. 올해 QS 세계 대학 순위의 ‘해외 교수진 비율’에서 400위 내에 든 한국 대학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나마 남은 인재들도 최근 정원이 늘어난 의대로 몰리고 있어 과학, 공학 분야 인력난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비용 예상(단위: 백만 원)
주: 2024년 서울대 총예산, 9개 대학 추가 예산, 총예산(좌측부터)

한국의 학생들은 PISA(국제 학생 평가 프로그램, 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와 같은 대회에서 발군의 실력을 뽐내 왔고 창조적 사고에도 강하다. 문제는 고등학교 시절의 총명함이 연구 역량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의 사교육 비용은 작년에 29조 원을 기록했는데, 대부분 입시 학원에 지출된다. 시험을 치르는 능력은 늘겠지만 독립적인 연구 역량이나 학문적 글쓰기, 실패에서의 회복력은 이곳에서 길러지지 않는다.

소위 명문대에 입학한 학생들 중에도 각자의 학문 분야를 추구하기보다 의대 진학을 위해 재수를 택하는 수가 늘고 있다. 지방 대학들과 비의과대학은 학생 모집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학교 수를 늘리기보다는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탐구 중심의 학습 방식과 비판적 사고를 기르고, 이론과 실습을 결합한 종합적 교과과정을 거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

연구 중심 대학 육성 및 대학별 차별화가 ‘대안’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존재하는 최상위 연구 중심 대학에 투자를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동시에 실무 교육과 산학 협력을 강화해 응용연구 대학을 키우고, 교수법 개선과 글로벌 협력을 통해 교육 중심 대학을 육성해야 한다. 해외 대학과 박사과정을 공동 운영하고, 박사후 연구원을 다수 배출하며 해외 석학들을 유치하려는 노력도 반드시 필요하다.

당초 서울대 10개 만들기 발상은 소수의 명문 대학들 때문에 지역 격차가 더욱 벌어진다는 문제 제기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이는 연구 자원의 공유와 원격 교육, 교수진의 이동 배치 등을 통해 해결할 일이다. 일부는 명문대의 분산이 수도권 집중을 해소할 것이라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명문대가 많다고 연구 성과가 저절로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출산율이 1을 밑도는 상황에서 서울대를 복제해 명문대를 전국에 보급한다는 발상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보다는 소수의 연구 중심 대학을 세계 수준으로 육성하고, 나머지는 명확하고 차별화된 역할을 수행한다는 원칙하에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것이 낫다. 성과는 학교 이름이나 순위가 아니라 해외 교수진 비율과 박사 배출 수, 연구의 질, 취업률 등으로 평가돼야 한다.

한국에는 10개의 서울대가 필요하지 않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en Flagships, One Mirage: Why Korea Needs Fewer Super-Universities and a System Reset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

Picture

Member for

9 months 2 weeks
Real name
김영욱
Position
연구원
Bio
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