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트럼프 2기’ 앞두고 미국 눈치 보기 끝낸 브라질, 중국과 경제 협력 맞손
Picture

Member for

1 month
Real name
안현정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

수정

시진핑 브라질 국빈 방문, 정상회담 예정
‘녹색 에너지 성장’ 정책 기조 유사
중국, ‘미국 뒷마당’ 내 영향력 확대 박차
지난해 4월 중국을 방문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리창 중국 총리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중국 국무원

그간 등거리 외교 노선을 취해 온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Luiz Inacio Lula da Silva) 브라질 대통령이 중국과의 밀착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을 앞둔 시점에 벌어진 일로, 국제사회는 미국이 브라질을 비롯한 중남미에서 갈수록 영향력을 잃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했다. 미국 주도의 국제사회 질서를 약화시키려는 중국은 중남미 국가들과의 경제 협력 확대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중국·브라질 수교 50년, ‘허니문’ 도래

17일(현지 시각)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은 룰라 브라질 대통령의 다자 협력 목표를 좌절시킬 공산이 크다”면서 “다만 룰라 대통령에게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의 관계라는 위안거리가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 주재 전 브라질 대사 또한 “중국과 브라질의 관계는 무역을 넘어 ‘허니문’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양국의 관계가 매우 우호적이라는 의미다.

룰라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브라질을 방문한 시 주석과의 회담을 앞두고 있다. 브라질과 중국의 수교가 올해로 50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식료품부터 인공위성에 수십 개의 무역 및 협력 협정에 서명할 계획이다. 앞서 미국 대선 과정에서 룰라 대통령은 “해리스가 승리하면 미국의 민주주의가 훨씬 더 안전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등의 발언을 하며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브라질의 균형추를 중국으로 옮겨가게 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최근 중국이 기술, 산업, 녹색 에너지 분야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브라질의 중국 밀착을 가속하는 요인이다. 자동차공장 노동자 출신인 룰라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브라질의 탄소 배출량을 대폭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중국이 지난해 브라질에 투자한 자금의 72%가 청정에너지 프로젝트에 투입됐을 정도로 중국의 투자 포트폴리오와 룰라 대통령의 정책 기조는 맞아떨어진다.

중국 입장에서도 브라질은 우군으로 확보해야 할 대상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즉시 중국에서 수입되는 모든 상품에 대해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이 때문에 중국은 수출 시장 다변화가 절실한 상황으로, 세계 9위 경제 대국인 브라질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이날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갈레앙 공군기지에 도착해 G20 정상회의 및 브라질 국빈 방문을 시작한 시 주석은 성명을 통해 “과거 4차례의 브라질 방문을 통해 30년간의 발전상을 직접 봤다”며 “중국과 브라질은 뜻을 같이하는 좋은 친구이자, 서로 협력하는 좋은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구 동·반구의 양대 개발도상국인 양국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뜻을 같이한다”면서 “최근 몇 년간 양국의 실용적 협력이 하나둘 결실을 봤고, 인문학적 협력과 전통적 우정이 새로운 활력으로 거듭났다”고 덧붙였다.

브라질과의 수교 50주년을 맞은 소회도 밝혔다. 시 주석은 “양국 관계는 중요한 역사적 순간에 서 있다”며 “룰라 대통령과 양국 관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물론, 우리의 공동 관심사인 국제 및 지역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눌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번 방문이 양국의 전략적 교류와 협력을 심화해 앞으로의 ‘황금 50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10월 24일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BRICS 정상회의에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앞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가운뎃줄 왼쪽 첫 번째) 등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16회 BRICS 정상회의 홈페이지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중국?

국제사회는 양국의 관계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 초 취임한 룰라 대통령은 그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등거리 관계를 모색하는 외교 노선을 취해왔기 때문이다. 일례로 중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 참여를 거부한 일을 꼽을 수 있다. 일대일로는 시 주석이 구상한 외교술로, 아프리카와 유럽, 중앙아시아, 중남미 등의 국가들과 경제협력을 통해 육·해상 실크로드를 재건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셀소 아모림 브라질 국제문제 특별고문은 “중국의 일대일로에 공식적으로 참여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중국 투자자들과 협력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브라질의 일대일로 불참 결정은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이 일대일로를 중국의 세력 확장 전략으로 간주, 우방국들의 참여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는 “브라질은 중국이 야심 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 프로젝트 사업 참여에 따른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며 “자국 경제의 회복력을 높이기 위한 최선의 경로가 무엇인지 정말로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에 미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한 브라질은 모호한 외교적 태도를 고수해 왔다. 다만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늘리는 방식으로 실익을 도모했다. 먼저 지난 6월에는 중국과의 무역에서 달러를 거치지 않고 양국 통화로 결제하는 협약을 맺었다. 중국에 콩과 철광석, 석유 등 원자재를 수출하는 브라질은 이 과정에서 달러화에 드는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시장조사기관 TS롬바드에 따르면 중국 내 브라질 제품 수요가 10% 증가할 경우 브라질의 2025년 국내총생산 (GDP) 성장률은 2%에서 2.6%로 오를 전망이다.

남아메리카 지정학적 가치 최대한 활용

이런 가운데 중국 기업의 브라질 진출도 잇따랐다. 지난 2021년 폐쇄된 포드 자동차 브라질 공장을 인수해 전기차 시장 공략에 나선 비야디(BYD), 2025년 남미 공장 신설 계획을 밝힌 장성자동차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해 시아 화 셩 제툴리우 바르가스 재단(FGV) 교수는 “오늘날 브라질과 중국의 관계는 5년 전, 10년 전보다 훨씬 공고해졌다”고 평가했다. 이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촉발된 미·중 무역 전쟁의 영향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양국의 관계가 한층 끈끈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견해다.

이같은 중국의 영향력 확대는 브라질은 물론 미국과 인접한 남아메리카 국가들에서 공통으로 포착된 현상이다. 로이터 통신에 의하면 세계 2위 구리 수출국인 페루를 비롯해 칠레, 아르헨티나 등이 중국의 주요 무역 상대국이 됐고, 미국은 이 지역에서 갈수록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 실제로 페루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량 격차는 트럼프 집권 1기와 바이든 행정부를 거치며 점차 벌어져 지난해 163억 달러(약 22조8,300억원)까지 확대됐다.

시 주석 또한 중남미 국가와의 경제 연대 강화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중국에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만큼 중남미 국가들과 손잡고 미국 주도의 국제사회 질서를 약화하겠다는 복안이다. 나아가 남아메리카의 지정학적 가치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리싱 광둥국제전략연구소 교수는 “(남아메리카의) 전략적 가치는 미국의 뒷마당이라는 점”이라고 짚으며 “이는 중국이 인도·태평양 일대에서 미국의 존재감을 견제하는 동시에 무역전쟁의 위험을 상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Picture

Member for

1 month
Real name
안현정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