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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악성 민원에 칼 빼든 경기도 “모든 통화 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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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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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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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민원 20분 경과 시 면담 종료
소수 인원 반복적 업무 방해
“정신적 충격에 휴직·면직까지”

앞으로 경기도청에 전화를 걸면 전화 내용을 녹음한다는 안내와 함께 모든 통화가 녹음된다. 또 전화를 받은 공무원이 통화 내용을 근거로 악성 민원이라고 판단한 경우, 통화 시작 20분이 경과한 후에는 일방적으로 면담을 종료할 수 있다. 각종 악성민원으로부터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궁극엔 공공 서비스의 질적 향상이 목적이다.

민원인·공무원 상호 존중 문화 조성

18일 경기도는 이날부터 청사 내 모든 전화에 자동 녹음 기능을 실행한다고 알렸다. 수원 경기도청사는 물론 의정부 북부청사, 소속기관 등의 전화도 모두 녹음된다. 민원인이 전화를 걸면 담당자와의 연결 전 녹음 사실이 안내되고, 이후 연결된 통화 내용 전체가 자동으로 녹음되는 방식이다. 이전까지는 민원 응대 과정에서 녹음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서는 경우 담당자가 직접 전화기의 녹음 버튼을 눌러야만 해당 통화 내용을 녹음할 수 있었다.

경기도는 이번 조치와 관련해 민원인의 폭언 등을 녹음하지 못해 각종 위법행위의 증거자료를 수집하지 못한 사례가 다수 발생한 데 따른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달 29일에는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법적으로 민원 통화 전체를 녹음 및 보관할 수 있게 됐다. 해당 시행령 개정으로 통화 녹음은 물론 지자체별 전화 면담 권장 시간 설정도 가능해졌다.

경기도는 1회당 민원 통화 면담 권장 시간을 20분으로 설정했다. 권장 시간이 초과한 경우 담당자는 민원인 등에 해당 사실을 고지한 뒤 면담을 중단할 수 있다. 김춘기 경기도 열린민원실장은 “민원인과 공무원 상호 간 공감과 상호 존중의 문화 조성을 위해 함께 노력이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민원 공무원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의도적 업무 방해, 제재 수단 절실

악성 민원인들로 인한 공무원들의 피해는 비단 경기도와 전화 면담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일부 민원인이 의도적으로 공무원의 업무에 지장을 주기 위해 단시간에 대량의 민원을 신청하는 등 피해 사례가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정보공개청구 건수는 총 354만6,822건으로, 이 가운데 상위 10명이 청구한 건이 82만7,160건으로 전체의 23.3%를 차지한다. 일부 민원인이 의도적으로 담당 공무원의 업무를 방해해 일반 민원인들에게도 피해를 끼쳤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보공개는 민원처리법상 민원의 한 종류에 해당한다. 하지만 그간 민원처리법상 의도적으로 업무에 지장을 주기 위해 단시간에 대량의 민원을 신청하는 행위에 대한 별도의 제재가 없어 악성 민원 창구로 악용되는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 올 1분기(1∼3월)에도 전체 정보공개청구 57만4,112건 중 29.1%인 16만6,983건을 상위 10명이 청구했다.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는 기관은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등 총 2,900곳에 달한다. 정부의 온라인 정보공개청구 포털 사이트에 접속한 후 해당 기관의 리스트를 선택하면 동일한 내용의 민원 1건을 동시에 2,900곳으로 보낼 수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악성 민원인들은 이를 매일 반복하는 방식으로 대량의 정보공개를 청구하곤 한다”고 설명했다.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은 이와 같은 배경에서 신속 추진됐다.

업무 스트레스 호소, 무고한 희생으로

악성 민원의 폐해는 공무원 사회를 넘어 사회적인 문제로도 주목받았다. 법령 또는 상식적 기준에서 처리가 어려운 악성 민원에 시달린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까지 발생하면서다. 악성 민원과 소위 ‘신상 털기’에 시달리다 지난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포시청 9급 공무원 A씨가 대표적 예다. A씨는 김포시내 도로 포트홀 공사로 차량 정체가 극심해지자 갖은 민원에 시달렸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비하 댓글과 신상까지 공개됐다. 결국 A씨는 자신의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며 지역사회 전체가 충격에 빠졌음은 물론이다.

일선 현장의 공무원들은 악성 민원을 겪고 나면 우울증 등 정신적 충격은 물론 휴직과 면직 등 다양한 후유증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행안부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공무원 응답자 중 99%가 악성 민원에 대해 고소, 고발 등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81%는 모욕성 전화와 반복 민원 및 과도한 자료요구 등 업무방해 행위에도 제한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 17%는 악성민원의 발생 원인으로 공무원 보호장치의 부족을 꼽았다. 나아가 악성 민원은 공무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려 공공 서비스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현장에서 보다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촉구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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