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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 운행 거리 8,700㎞ 달해
스페인 마드리드-미국 보스턴 운행 시작
환승객 의존도 높은 허브 공항 타격 불가피
몸집을 줄이고 비행 거리·시간을 늘린 에어버스 A321XLR 비행기가 상용화를 앞둔 가운데, 전 세계 허브 공항의 영향력이 약화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항공연결성이 우수하기로 손꼽히는 인천공항 또한 여파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비효율적 여행 루트 단축 가능
23일 (현지 시각)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는 에어버스 A321XLR이 지금의 비행방식을 바꾸고 영국 히드로 공항을 비롯한 전 세계 초대형 공항의 지배력을 약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6월 파리 에어쇼에서 첫 공개된 에어버스 A321XLR은 기내 통로가 1개뿐이고 차체도 작은 단통로기임에도 장거리 운행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A321XLR은 2017년 상업 운항을 시작한 A321neo의 진화형 모델로, 기존 모델에 연료탱크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비거리를 늘린 LR 버전의 후속작이다. 최장 운행 거리는 8,700㎞로 영국 런던과 인도 델리를 연결한 것보다 길고, 비행시간은 최대 11시간에 달한다. 텔레그래프는 이같은 특성이 대형 항공기를 채우기 어려운 소형 공항에서도 먼 목적지로의 운항이 가능하다는 이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에서도 여행객들의 A321XLR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먼 거리를 이동할 때 대도시 공항을 경유하는 기존의 비효율적 여행 루트를 단축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항공 분석가 닉 커닝엄은 “대부분의 여행객은 주요 허브를 거치지 않고 2차 도시에서 2차 도시로 바로 비행할 수 있다면 훨씬 더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에어버스는 이미 항공사들로부터 500건 이상의 XLR 주문을 받았다. 스페인 이베리아항공은 XLR의 첫 고객으로, 지난 14일 마드리드에서 미국 보스턴으로 운항을 시작했다. 이베리아 항공 외에도 미국의 국책 항공사 아메리칸 항공, 인도의 인디고 항공, 미국 저비용 항공사 제트블루, 호주 콴타스 항공 등이 A321XLR 고객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인천공항 환승 여객, 올해만 500만 명 훌쩍
반면 연결 항공편 승객에 크게 의존하는 대규모 허브 공항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동북아시아 최대 허브 공항으로 꼽히는 인천공항도 예외는 아니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 통계에 의하면 올해 1월부터 이달 16일까지 인천공항을 거쳐 간 국제선 환승여객은 521만1,662명으로 코로나19 이전 규모의 100.1% 수준으로 회복했다. 인천공항 국제선 환승여객은 팬데믹 기간인 2021년 33만1,412명까지 급감했다가 2022년 139만3,553명, 2023년 456만3,379명으로 회복세를 그려 왔다.
이처럼 해마다 늘어나는 환승 수요에 발맞춰 인천공항은 ‘항공연결성’에 중점을 두고 운영 중이다. 그 결과 지난해 국제공항협회(ACI) 아태·중동 지부에서 발표한 ‘공항 연결성 지수 분석’결과 아태·중동 지역 100개 공항 중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카타르 도하에 이어 항공연결성이 가장 우수한 공항 3위로 꼽히기도 했다. 연결성 지수는 각 공항의 취항 도시 수, 항공편 운항 횟수, 환승 연결성에 초점을 맞춘 항공편 스케줄 등을 분석해 이 공항을 이용할 때 얼마나 많은 도시에 보다 신속하게 연결될 수 있는가를 나타낸다. 주로 공항의 허브화 수준을 평가하는 척도로 사용된다.
관건은 ‘안전성’
이런 가운데 에어버스사에는 신형 모델의 안전성 확보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기존 모델인 A321neo에서 치명적 결함이 발견되면서다. 이는 에어버스가 지난해 말 일부 항공사에 납품한 ‘운항승무원 항공기 운용 교범(Flight Crew Operating Manual·FCOM)’ 중 ‘일시적 비정상 절차(Temporary Abnormal Behaviors)’ 항목을 통해 고지된 내용이다. 해당 교범은 “A321neo 항공기가 특정 조건에서 복행을 시도할 때 비행제어컴퓨터(FMGC)가 초기화(reset) 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정 조건이란 △비행기가 ILS(계기착륙시스템)나 GLS(위성항법착륙시스템)를 사용해 착륙하다가 △비행기가 지면에서 15m(RA 50ft)까지 접근한 뒤 복행(착륙을 포기하고 비행기를 다시 상승하는 절차)을 실시할 때 △비행기 옆면에서 바람이 초속 약 6m(Crosswind Component 12kt) 이상 세게 부는 경우다. 운항제어컴퓨터는 비행기의 이륙부터 착륙까지 속도와 고도 경로, 항공기 고장이나 안전에 영향이 있는 각종 사항들을 제어·관리하고 조종사에게 이를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컴퓨터를 말한다.
에어버스는 상기와 같은 조건에서는 A321neo의 운항제어컴퓨터가 초기화될 수 있다고 언급하며 이 경우 각종 자동조종장치를 사용하지 말고 수동으로 항공기를 조종할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운항제어컴퓨터가 초기화된 상황에서 내비게이션 시스템(비행기가 미리 설정한 항로를 자동으로 따라가는 기능)을 다시 작동하려고 시도할 경우 입력해 놓은 경로 정보가 완전히 삭제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