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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관세가 일자리 보호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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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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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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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관세 시행 후 ‘제조업 고용 인구 정체’
‘글로벌 공급망 의존’이 주요 원인
국내 기업 생산비 부담만 가중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난봄 미국 정부는 대부분의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물리고 전기차, 반도체 등 민감한 상품군에 대해서는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명분은 미국의 일자리를 보호한다는 것이었지만 수개월이 지난 후 미국 제조업 고용 현황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미국 관세, ‘국내 일자리’ 도움 안 돼

지난 7월 미국의 제조업 고용 인구는 1,270만 명으로 관세 발효 전과 거의 동일한 수치를 나타냈다. ‘상호주의’나 ‘일자리 되살리기’ 같은 정치적 구호에도 생산 시설 고용률이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비밀은 오늘날 제조업 경제의 구조에 숨어 있다. 관세는 보호무역 장치로 기능하기보다 미국 공장들이 의존하는 해외 투입물의 비용을 높이는 데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

그러니까 관세가 ‘유치산업’(infant industry)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은 최종재의 디자인, 생산, 선적이 국내에서 이루어지던 시절의 얘기다. 하지만 이제는 자동차부터 태양 전지판까지 대부분의 미국 제품들이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한다. 핵심 소재와 반조립품, 전자 부품까지 모두 해외를 통하는 상황에서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고용을 촉진하는 게 아니라 비용을 올리고 수요를 억누르는 결과로 이어진다.

생산비 높이고 수요는 약화

가장 최근의 사례를 보자. 2018~2019년 기간 관세 전쟁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관세 대부분이 미국 수입 물가에 반영돼 기업과 가구의 비용을 상승시켰다. 보호 산업으로 지정된 분야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고 쳐도 최종 생산 단계를 담당하는 대부분의 산업이 비용 상승과 수요 하락의 부작용에 힘들어했다.

미국 제조업 고용 비중 추이

그리고 같은 현상이 올해 다시 일어나고 있다. 단위 노동 요구량(unit labor needs, 일정 단위 생산에 필요한 노동 시간)이 단기적으로 고정된 상황에서 관세가 밀어 올린 생산 비용은 소비자가로 직결된다. 매출이 줄면 생산과 고용도 함께 위축된다.

중국 희토류 광물 무기화도 미국 관세가 낳은 부작용이다. 중국은 희토류 제련과 특수 자석 생산을 독점하다시피 하는데 이는 자동차, 친환경 에너지, 국방 분야에 필수적인 투입물이다. 지난 4월 중국 정부는 미국 관세 대응 조치로 해당 광물에 대한 수출 통제를 시행해 미국의 공급망 문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 미국은 국내 업체를 통한 제련 및 자석 생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지만 수요를 따라잡으려면 수년의 시간이 걸린다.

주요 10개국 제조업 부가가치 추이(단위: 십억 달러, 2015년 기준)
주: 프랑스, 멕시코, 영국, 이탈리아, 인도, 한국, 독일, 일본, 미국, 중국(좌측부터)

글로벌 공급망 의존도 높으면 ‘역효과’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자동차다. 가장 길고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하는 데다, 가격 민감도가 매우 높은 고객을 상대하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미쓰비시 자동차는 미국 관세로 인한 비용 상승을 원인으로 수익 전망을 1/3 가까이 축소하는 동시에, 소비자가를 올리고 판매 인센티브를 깎아 수익률 하락에 대비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관세로 인한 연쇄 효과는 자동차 대리점과 공급업체, 미국 공장 전반에 확산하고 있다. 구매자들이 주저하고, 매출이 줄면서 미국 내 생산도 감소한다. 부품 공급처를 국내로 옮기는 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투자와 규제 승인에 수년이 걸리는 일이 다반사다.

물론 한정적이지만 예외가 있기는 하다. 공급망이 단순하고, 해외 투입물 비중이 작고, 수요가 안정적인 국방 산업이나 의료용품 등은 일정 정도 혜택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전략 산업’으로 일컬어지는 전기차 배터리와 반도체 등은 글로벌 투입물들이 가장 복잡하게 얽혀 있는 분야다. 이들 산업에서 관세는 잘해 봐야 포괄적 산업 정책 시행까지 시간을 벌어줄 수 있을 뿐이다.

관세보다 핵심 생산 시설 투자가 ‘답’

제조업 일자리가 정말 걱정된다면 미국 정부는 투입물에 관세를 매기는 일을 멈추고 생산 시설 투자를 늘려야 한다. 이는 중간재 수입물에 대한 관세 면제 및 환급 조치를 통해 미국 기업들의 생산비 상승을 막는 일을 포함한다. 또한 희토류 제련부터 배터리 공급망까지 병목이 되는 산업 분야에 공공 자금 투입과 규제 안정성을 통해 민간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

미국 내에서 관세를 찬성하는 이들은 공정성과 상호주의, 안보 및 자생력을 내세운다. 실제로 중대한 우려 사항이 맞지만 관세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은 아니다. 공식적 무역 협상과 필요 산업에 대한 투자, 공급망 다변화만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결론적으로 관세는 목표하는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없다. 비용을 올리고 수요를 약화하며, 공급망에 부담만 가중할 뿐이다. 미국 고용 인구 정체가 2019년에 이어 올해 다시 발생한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ariffs Don't Hire: Why Input Taxes Shrink Factory Payrolls in a Networked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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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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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