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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회복 기로에 선 SK, 11번가 살려줬던 5,000억 이번엔 갚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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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months 1 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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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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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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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스퀘어, 11번가 2차 콜옵션 행사 시기 도래
FI 참여 국민연금, 11번가에 4,000억원 묶여
업계 "신뢰 회복 위해 행사 쪽으로 기울 것"

SK스퀘어의 11번가 2차 콜옵션 행사 기간 도래가 임박하고 있다. 2023년 말 한 차례 권리를 포기했으나, 이번에는 실제로 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콜옵션 행사가 의무는 아니지만 1차 행사 포기로 시장 신뢰를 잃은 데다, 국민연금 자금 수천억원이 물려 있는 만큼 SK 측이 어떻게든 사태를 매듭지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행사 금액이 변수다. 재무 부담이 여전히 그룹 전체를 짓누르고 있는 가운데, 대승적 의사 결정이 나올지 주목된다.

FI 지분 콜옵션 행사 여부 2년 만에 다시 결정

2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11번가 최대주주인 SK스퀘어는 올해 4분기 중 11번가 재무적투자자(FI) 지분에 대한 콜옵션(주식매도청구권) 행사 여부를 다시 결정해야 한다. 지난 2018년 11번가는 SK플래닛에서 독립한 뒤 나일홀딩스컨소시엄(국민연금·H&Q코리아·MG새마을금고)으로부터 기업공개(IPO)를 조건으로 5,0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하고 지분 18.18%를 내줬다.

당시 주주 간 계약에는 콜앤드래그(경영권 지분 매도 요구권) 옵션이 포함돼 있었다. 2023년 9월 30일까지 IPO를 완료하지 못할 경우 SK스퀘어가 FI 지분을 되살 수 있는 콜옵션을 행사하고, 이를 행사하지 않으면 FI가 SK스퀘어 몫을 포함한 전체 지분을 제3자에 매각하는 드래그얼롱(동반매도청구권)을 발동할 수 있도록 한 구조다.

당시만 해도 IPO 무산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았고, SK그룹 역시 상장 무산 시 반드시 콜옵션을 행사해 투자자들의 자금 손실을 막겠단 입장을 FI 측에 밝혔기 때문에 이런 계약이 가능했다. 실제 SK 측은 당시 “사실상 풋옵션에 가까운 조건”이라며 FI들을 설득해 이 같은 계약을 맺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풋옵션을 넣으면 회계상 부채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미래에 반드시 갚아야 하는 돈이 되기에 투자 유치가 아닌 빚으로 계상된다. 반면 콜앤드래그 조건으로 투자를 받으면 일부만 부채로 반영하는 게 가능하다.

그러나 SK스퀘어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미국 아마존과의 사업 협력 등 신사업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IPO가 좌초됐다. FI 유치를 주도했던 경영진도 교체된 상황이었다. 결국 약속과 달리 SK스퀘어 이사회는 수펙스추구협의회 논의도 거치지 않고 단독으로 1차 콜옵션 행사 시기였던 2023년 11월 권리를 포기했고, FI들이 드래그얼롱을 행사했다.

11번가 매각 2년째 표류, 인수 매력 ‘뚝’

SK스퀘어가 콜옵션 행사를 포기한 이후 FI 주도로 11번가의 강제 매각 절차가 진행되고 있으나, 인수 희망자가 없어 2년 가까이 표류 상태다. 당초 큐텐 등이 원매자로 거론됐지만 무산됐고, 지난해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는 오아시스가 11번가 인수에 관심을 보이며 접촉했으나, FI가 기대한 가격과 오아시스가 제시한 금액 사이의 간극이 커 성사되지 않았다. 지난해 발생한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도 양측 협상에 찬물을 부었다.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대금 정산 지연으로 촉발된 해당 사태를 기점으로 ‘이커머스 기업의 가치를 좀 더 엄격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는데, 결과적으로 11번가에 불리한 변수가 됐다.

이런 가운데 SK스퀘어가 다시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시기가 오는 10월 도래한다. 이번 콜옵션 행사 여부는 전적으로 SK스퀘어의 선택에 달렸다. 2023년 한 차례 포기했던 전례가 있는 만큼 이미 FI들의 신뢰를 잃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실제로 당시 자본시장에서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 사이에선 현재 SK그룹 전체가 FI들에게 외면당하고 계속 알짜 자산을 매각하고 있는 이유도 당시 SK스퀘어가 FI들에게서 지분 매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 이번에는 일부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콜옵션 행사로 방향이 잡힐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11번가가 팔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데다 최근 SK이노베이션이 SK온 FI들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지분 전량을 매입하기로 하는 등 시장의 시선을 신경 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금이다. SK스퀘어가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투자 원금과 3.5% 내부수익률(IRR)을 더한 6,300억원을 상환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전액 현금 상환은 어렵다는 관측이 비등하다.

2년 전 콜옵션 행사를 거부했을 당시 근거로 내세웠던 배임 문제도 있다. 당시 SK스퀘어는 11번가의 현 기업가치를 고려할 때 5,500억원으로 지분 18.18%를 되살 시, 회사에 대한 배임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는 SK스퀘어 입장에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논리다. 이에 시장에서는 결국 SK그룹이 11번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FI 입장에서는 대기업인 SK의 신용도를 믿고 콜앤드래그 조건을 수락했던 것이니, SK가 책임지고 상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 돈 대거 묶인 11번가, SK 책임 막중

더욱이 11번가의 FI에는 국민연금이 포함돼 있다. 국민연금은 11번가에 직간접적으로 4,000억원을 투자했다. 구체적으로 2018년 SK그룹이 투자자 유치할 때 3,500억원을 직접 투자했고,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통한 간접투자로 500억원을 투입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투자한 단일 프로젝트 펀드(투자 대상을 정해놓고 출자자를 모집하는 펀드) 중 최대 규모다.

만약 SK가 11번가의 원매자를 찾아 경영권 매각에 성공한다면 국민연금은 원금과 이자를 상환 받을 길이 열리게 되지만, 반대로 SK가 경영권 매각에 실패하거나, 콜옵션 행사를 재차 포기할 경우엔 또다시 수년 동안 원금 회수길이 막히게 된다. 가뜩이나 국민연금은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돌입으로 RCPS 투자금 회수가 불투명해진 상황인데, 11번가의 투자금까지 묶이게 될 경우 투자 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부상할 것이란 지적이 적지 않다.

국민연금이 지난 5월 단일 펀드에 1,000억원 이상 출자하지 않겠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불확실성이 큰 국내 대체 투자를 줄이는 대신 해외 크레딧 투자 비중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렇듯 국민연금의 11번가 투자 실패 사례가 단순한 손실을 넘어, 연기금 투자 전략 자체를 제약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SK의 책임도 막중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이미 SK는 그룹 상장 계열사들의 주요 주주이기도 한 국민연금의 신뢰를 크게 잃었다. 실제로 대규모 투자 유치 이후에도 자금난을 겪던 SK온은 지난해 추가 자금 조달을 타진했으나 난항을 겪었다. 이에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SK E&S와 합병을 추진했는데 이때 국민연금은 반대표를 던졌다. 이외에도 국민연금은 SK그룹 리밸런싱 관련 거래에도 추가로 참여하지 않고 있다. 추가적인 자금 조달 필요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국내 자본시장 큰손인 국민연금과 척지는 분위기는 SK그룹으로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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