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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방화범에서 순식간에 소방수로? 국민연금 ‘전략적 환헤지’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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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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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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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조원 상당 환헤지 물량 풀리나
국민연금-외환당국 통화스와프 단계적 확대
“정책 실패에 세수 동원 안 될 일” 지적도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 발동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환율 하락을 이끌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시장을 뒤덮는 모습이다. 최대 500억 달러 규모의 환헤지 물량이 시장에 풀릴 것으로 알려지며 원·달러 환율 하락에 무게가 실린 것이다. 해외투자 비중을 늘려가고 있는 국민연금은 달러 수급 불안정을 막아야 한다는 점에서 외환당국과 공감대가 형성됐다.

해외투자 자산 10%까지 전략적 환헤지 가능

3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윤경수 한국은행 국제국장은 전날 “국민연금 내부 결정에 따라 곧 국민연금에서 환헤지 물량이 풀릴 전망”면서 “이 부분이 환율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환헤지(換+Hedge)는 투자나 수출, 수입 등 외국환으로 이뤄지는 거래를 할 때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에 대비해 환율을 현재 시점의 환율에 미리 고정하는 조치를 말한다.

국민연금이 환헤지 물량을 시장에 푼다는 것은 내부 판단에 따라 정해놓은 일정 기준보다 환율 수준이 높으면 해외자산의 일부를 선물환을 통해 매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 국민연금은 차익을 거둘 수 있고, 달러 매도로 환율 하락 효과도 노릴 수 있다.

국민연금은 해외투자 자산의 최대 10%까지 전략적 환헤지 실시가 가능하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자산이 4천828억 달러임을 고려하면, 최대 482억 달러(약 70조원) 규모의 환헤지 물량이 시장에 풀릴 수 있는 것과 같다. 국민연금은 지금까지 전략적 환헤지를 발동한 전례가 없다.

전략적 환헤지 외에도 국민연금은 외환당국과 체결한 통화 스와프 계약에 따라 외환당국이 해외자산 매입에 필요한 달러를 직접 공급하는 작업에도 조만간 나설 방침이다. 이는 달러 수요를 줄여 환율의 하방 압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정치권의 움직임도 환율 안정을 이끌 것이란 게 한은의 설명이다. 윤 국장은 “지난달 말 여야 대표가 만나 국정협의체 가동에 합의하고, 헌법재판관 2명도 임명됐다”면서 “시장 참여자들에게 불안 요소로 작용했던 한국 정치의 불확실성과 긴장이 다소 완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환율 상승 주범에서 게임체인저로

매년 해외투자 규모를 확대하고 있는 국민연금은 외환 수급 불균형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점에서 환율방어가 필요한 외환당국과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외환당국과 국민연금이 2022년 시작된 통화스와프의 만기와 거래 한도를 거듭 늘리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통화스와프는 둘 이상의 국가 또는 기관이 특정 시점의 환율에 따라 필요한 규모의 자금은 상대방과 교환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최초 계약 당시 정한 환율로 원금을 재교환하는 거래를 의미한다.

그간 국민연금은 원·달러 환율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달러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해외 투자를 위해 외환시장 내 달러를 대규모 매입하면서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외환당국과 국민연금의 통화스와프를 두고 국민연금의 해외투자가 달러 가치 상승을 부추겼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과 같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기도 했다.

국민연금이 시장을 통하지 않고 외환을 조달하게 되면서 외환시장의 수급 안정화는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 이에 양측은 2022년 첫 계약 당시 100억 달러로 시작한 통화스와프 거래 한도를 350억 달러, 500억 달러로 단계적 증액했다. 이어 지난해 말에는 외환스와프 거래를 2025년 말까지 연장하고, 한도를 기존 350억 달러에서 650억 달러로 늘렸다.

통화스와프 거래 대상 정부로 확대

문제는 외환당국의 통화스와프가 한국은행의 외환보유고로 제한됐던 당초 출발과는 달리 통화안정을 위한 별도의 장치인 외국환평형기금까지 범위가 확대됐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은 2023년 4월 이사회에서 통화스와프 거래가 가능한 기관으로 ‘한국은행’뿐 아니라 ‘정부’까지 추가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국민연금 운용 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전문가들은 즉각 우려를 표했다. 세수를 기반으로 조성된 기금이 당초 목적과 다른 용도로 활용될 경우, 이를 통해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한국은행 부총재보를 지낸 강태수 카이스트 초빙교수는 “앞으로 설혹 정부가 외국환평형기금 보충 목적으로 채권을 발행해도 시장이 당국 의도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고 꼬집으며 “정책 실패를 무마하려는 ‘눈 가리기 잔기술’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기획재정부는 당장 국민연금과의 대규모 스와프가 예정된 게 아닌 만큼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통화 안정을 위한 ‘이중 안전판 구축’ 관점에서 보면 당초 목적에서도 크게 위배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에 대비해 향후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사전적으로 준비하는 차원”이라며 “당장 외국환평형기금과 국민연금 간 스와프가 예정된 것은 아니지만, 필요시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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