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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기업들 탄소 중립 선언, “이윤 목적이라 더 믿을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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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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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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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부문 탄소 중립 선언, 기후 행동 ‘구원 투수’
대기업, 기관 투자자가 “리더십 발휘”
미래 탄소세 절감 위한 이윤 목적? “그래서 더 신뢰”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2016년 이후 전 세계 기업들의 탄소 중립화(Net Zero, 탄소 순 배출을 0으로 만드는 것) 선언이 급속히 증가했다. 일부는 이러한 공약을 그린워싱(greenwashing, 친환경을 가장한 마케팅 행위)으로 폄하하지만 이들이 탈탄소화로 가는 여정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 정책이 제한돼 있는 상황이나 지역에서는 더욱 그렇다. 수익성에 기초한 민간 부분의 주도가 공공 부문의 기후 대응 노력에 보완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CEPR

기업들 탄소 중립 선언 “봇물”

2015년 파리 협정(Paris Agreement)에서 2050년까지 글로벌 온실가스 순 배출을 0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후, 2016~2023년 기간 1,200개를 넘는 기업들이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 각국 정부들이 지속되는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설득력 있는 장기적 기후 정책을 내놓지 못하는 현실에서 주목할 만한 일이다.

기후 정책의 어려움은 두 가지 시장 실패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데서 비롯된다. 탄소 배출로 인한 환경 오염과 친환경 기술의 파급 효과(technology spillover, 기술 혁신의 대가가 개발 기업보다 전체 사회에 더 많이 배분됨)로 인한 투자 부족이 그것이다. 따라서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배출을 줄이기 위한 탄소세 시행과 친환경 혁신을 위한 보조금이 모두 필요하다.

하지만 두 가지 정책 사이의 불균형이 탈탄소화로 가는 길에 방해가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유럽은 친환경 혁신에 대한 지원보다 탄소세를 강조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2022년 발효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에 따라 제대로 된 탄소 가격 정책 없이 보조금만 우선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기업과 기관 투자자들이 의외의 구원 투수로 등장한 것이다. 일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익 추구 기업들도 미래 탄소세 절감 등의 경제적 동기 부여만 있다면 친환경 전환을 가속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대기업 및 기관 투자자, “구원 투수로”

기업들의 탄소 절감 공약은 기존의 손익 계산을 벗어나, 친환경 기술에 대한 과투자와 혁신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함으로써 본인들의 탈탄소화 비용을 절감하는 것은 물론 다른 기업들 비용을 낮추는 기술적 파급 효과까지 유발해 결국 산업 전반에 걸친 친환경 기술 도입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중소기업과 달리 대기업들은 시장 선도 기업으로 기능한다. 자료상으로도 2016~2023년 기간 대기업들이 소규모 기업들의 탄소 중립화 선언 동참을 지속적으로 유도한 것으로 나타난다. 예를 든다면 자산 가치 100억 달러(약 14조4천억원)를 넘는 기업들(대기업으로 정의)이 먼저 서약하고 중소기업들이 따라오도록 이끄는 식이다. 산업 내 추세가 아닌 기술적 파급 효과가 탈탄소화 투자를 견인한다는 이론과도 들어맞는다.

기업 규모 외에 ‘친환경 공동 소유’(green common ownership, 기후 목표에 동참하는 기관 투자자들이 소유한 기업들의 연합)도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 블랙록(BlackRock), 뱅가드(Vanguard), 스테이트 스트리트(State Street) 등의 기관 투자자들은 피투자 회사들이 탄소 배출을 줄이고 친환경 혁신 효과를 확대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다.

규모별 탄소 중립 선언 기업 수(누적)
주: 연도(X축), 누적 기업 수(Y축), 대기업(청색), 중규모(주황), 소규모(녹색), 최소 규모(검정)/출처=CEPR

기업들 공약, ‘친환경 보조금 약한’ 유럽에 더 큰 도움

이러한 기업들의 기후 공약은 정부 정책이 제한적인 영역에서 가장 효과적이다. 예를 들면 탄소세가 시행됐지만 친환경 보조금이 제한적인 지역의 경우 미래 탄소세를 절감하려는 기업들의 노력은 친환경 투자의 강력한 동기로 연결된다. 반대로 충분한 보조금이 지급되지만 탄소세가 없는 지역은 이미 친환경 기술 혁신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큰 효과가 없다.

흥미롭게도 민간 부분의 공약은 정부 정책의 신뢰성을 강화하기도 한다. 정부는 기후 정책 실행과 관련해 시간 불일치(time-inconsistency) 문제를 겪는데, 이는 기업들의 친환경 투자가 늘어날수록 미래 탄소세율을 내리려는 경향을 말한다. 당연히 정부 정책의 일관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민간 기업들이 더 많은 친환경 전환 책임을 떠맡을수록 정부는 덜 엄격한 탄소세 목표를 내세우면서도 기후 목표를 달성해 나갈 수 있다. 정부 정책의 신뢰가 강화되는 셈이다.

결국 민간의 참여가 정부 정책의 한계를 메꾸어 준다는 것인데 특히 탄소세가 강력히 시행되고 있지만 친환경 기술 보조금이 약한 유럽의 경우 기업들의 공약은 크나큰 힘을 발휘한다. 반면 미국은 강력한 보조금으로 인해 민간 부분의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탄소세에 대한 정치권의 지원도 부족해 기업들의 탄소 중립 선언 동기는 별로 없다.

수익성 기반 행동이라 “더 믿음직”

지금까지의 논의는 정책 입안자들에게 몇 가지 시사점을 준다. 가장 먼저 전환 리스크(transition risk, 지속 가능 경제로의 전환으로 인한 사업상의 리스크, 미래 탄소세 포함)가 기업들의 탄소 중립 선언의 가장 큰 동기부여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더 많은 기업이 탄소 중립을 선언할수록 덜 엄격한 정책을 가지고도 기후 목표 달성이 가능해진다.

또한 규제 당국은 반독점 규제와 기업 간 협력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친환경 공동 소유’가 반독점 이슈를 점화할 가능성도 있지만 기술적 파급효과를 촉진해 탈탄소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민간 부문의 참여가 정책의 한계를 메울 수 있지만 완전한 대체재는 아니라는 점도 알아야 한다. 그 효과성은 오직 미래 탄소 가격(carbon pricing) 정책에 달려 있다.

결론적으로 기업들의 기후 공약은 순수한 이타적 동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 재무 전망에 기반한 합리적 수익 극대화 전략에서 파생되는 것이다. 전환 리스크를 낮추고 기술적 파급 효과를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신뢰할 수 있다.

원문의 저자는 바이럴 아차리아(Viral Acharya) 뉴욕대학교(New York University) 스턴 경영대학원(Stern School of Business) 교수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Corporate climate commitments: A profit-driven strategy, not just empty promises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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