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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풍에 그친 BYD 한국 진출, 中 전기차 인식·차종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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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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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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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돌풍’ 예고한 BYD, 韓서 찬바람
美·EU 관세 장벽 속, 수출 전략도 막혀
과잉 생산, 가격 경쟁, 재정건전성 등 과제 산적
지난 1월 16일 오전 인천 중구 상상플랫폼에서 열린 '중국 BYD 승용 브랜드 런칭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전기차 아토 3 등 차량이 공개되고 있다/사진=BYD코리아

중국 전기차 제조사인 BYD가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생각만큼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낮은 데다, 전기차 수요 둔화가 이어지는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韓 상륙 BYD, 수입차 중 14위

14일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카이즈유에 따르면 BYD의 올해 상반기 국내 시장 판매량은 1,337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14위 성적이다. 일부 초고가 브랜드를 제외하면 볼륨 모델(대량 판매 차종)을 판매하는 업체 중에서는 혼다, 푸조 등과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BYD의 국내 시장 진출은 1월이었지만, 환경부의 보조금 산정이 지연되면서 본격적인 고객 인도는 4월부터 시작됐다. BYD는 지난 4월 국내에서 543대를 팔아 단일 트림 수입차 가운데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으나, 6월 판매량은 220대로 급감했다.

BYD가 국내에 상륙한 올해 초만 해도 완성차업계에서는 BYD가 국내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킬 것이란 전망이 있었다. 이미 BYD가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사로 올라선 데다, 배터리 기술력도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가 많았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BYD도 올해 한국 시장에서 1만 대 이상을 판매하겠다는 내부 목표를 세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BYD가 국내 시장에서 힘을 못 쓰는 이유는 판매 모델이 단 한 종에 불과해 소비자 선택지가 적었고, 중국 자동차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불신이 컸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BYD는 올해 상반기 국내에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아토3만 판매했다. 국내에서는 중형 세단과 중형 SUV의 수요가 많아 아토3가 돌풍을 일으키기엔 역부족이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아토3는 현대차의 코나 일렉트릭, 기아 EV 등 국내 경쟁 모델보다 약 1,000만원 저렴하게 판매되지만, 현대차·기아가 공격적인 할인 판매에 나서자 가성비의 장점도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한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BYD는 지난달 중국 시장에서 과잉 생산 문제로 재무 구조가 악화돼 판매 가격을 30% 넘게 할인했다. 자국에서 싼값에 파는 차를 한국에서 현대차·기아와 큰 차이가 없는 가격에 판매할 경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성장세도 주춤, 공장 야근 취소하고 생산량 줄여

BYD의 부진은 한국 시장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 전체로 넓혀봐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중국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BYD의 생산 증가율은 4월 13%에서 5월 0.2%에 그치며 둔화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춘제(중국의 설 명절) 연휴로 인해 일주일간 공장 활동을 중단했던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올해 4월과 5월의 평균 생산량은 지난해 4분기의 월평균 생산량보다 29% 낮다.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몇 달 동안 BYD가 중국 내 일부 공장의 야간 근무를 취소하고 생산량을 최소 3분의 1 이상 줄였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조치는 매출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자 비용 절감을 위해 최소 4곳의 공장에서 이뤄졌으며, 일부 신규 생산 라인 구축 계획도 중단됐다고 전해진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전기차 시장의 치열한 경쟁과 수요 둔화로 인해 재고가 누적되자 생산 전략 조정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BYD는 지난해 총 427만 대의 차량을 판매했는데, 이는 대부분 중국 내 판매에 집중됐다. BYD는 전년 대비 약 30% 증가한 550만 대를 올해 판매량 목표로 설정했다.

공격적 확장, 무너지는 유통망

목표 달성을 위해 BYD는 올해 무려 30%의 가격 인하를 단행하며 점유율 확보에 나섰지만, 이는 장기적인 시장 건전성을 갉아먹는 자해적 행위로 평가된다. 실제 지나치게 낮은 가격은 시장 전체의 마진을 무너뜨리고, 결국 중소 제조사들이 대거 도산하거나 인수합병(M&A)을 강요받는 구조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가격 전쟁은 생존을 위한 필사적인 전략이 아닌 지속 불가능한 포퓰리즘적 전술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협력 업체들의 마진을 희생하면서까지 가격을 낮추는 이면엔 투자자와 정부에 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단기 전시효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동시에 BYD의 재무 건전성에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GMT리서치 등 다수 시장조사기관은 BYD가 공급망 금융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으며, 매출 채권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장부상 부채를 숨기고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이른바 ‘그림자 부채’가 실제로는 공식 수치를 훨씬 초과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만약 시장 상황이 급변하거나 협력 업체가 현금 결제를 요구하는 시점이 온다면, BYD의 유동성 위기는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는 기업 단위의 문제가 아닌, 전기차 산업 전체의 금융시스템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여기에 수출 전략에도 제동이 걸렸다. 그간 중국 전기차 산업의 성장 전략은 내수 확대와 더불어 수출 주도형 모델에 기반했지만,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고율 관세 부과는 이 전략을 차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주요 선진국 시장에서의 진입이 제한되면서 과잉 생산된 물량은 신흥시장으로 몰리거나 중고차나 렌트 시장 등 내수에 강제 흡수되고 있는 양상이다.

결국 수출 길이 막힌 중국 전기차들은 국내 시장에서 다시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고, 이로 인해 브랜드 간 감가상각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중국 브랜드 차량의 중고차 가치 하락 속도는 한국이나 일본보다 훨씬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 속 파산한 딜러 및 제조사의 자산이 헐값에 매각되면서 중고차 시장을 더욱 저가화시키고 있다. 이는 결국 생존한 제조사들에도 부담으로 작용해 중국 전기차 시장 전반의 가격 왜곡과 신뢰 저하를 동반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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