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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호재에 몸값 높아진 중소형 조선사, 자금 조달·회수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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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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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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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황 개선·실적 회복 기대감에 IPO 연이어
대한조선, 수요예측·일반청약 예정
기자재 에스엔시스·선박 케이블 티엠씨도 상장 준비
대한조선 해남조선소 전경/사진=대한조선

국내 조선 산업 호황으로 몸값이 뛴 중견 조선소들이 자금 회수·조달에 나서는 모습이다. 조선업 ‘슈퍼 사이클’ 기대감과 실적 회복세가 맞물리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진 상황에서 기업 가치를 시장에서 높게 평가받을 수 있으리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케이조선 매각·대한조선 IPO 추진

1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케이조선은 하반기에 새 주인을 찾는 것을 목표로 주관사 선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매각 대상은 유암코·KHI 컨소시엄이 보유한 케이조선 지분 99.58%다. 케이조선은 주관사를 선정할 때 재계 순위 30위권 내 기업에 매각하는 걸 조건으로 내건 것으로 전해진다.

케이조선은 과거 STX조선해양 시절 수주 잔량 기준 세계 4위까지 올랐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10년 넘게 채권단 관리와 법정관리를 거쳤다. 2021년 KHI·유암코 컨소시엄이 2,500억원에 인수했고, 4년 만에 다시 매물로 나왔다. 작년에는 매출액 9,347억원, 영업이익 112억원을 기록하며 8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매출액 규모가 비슷한 대한조선은 오는 11일부터 17일까지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앞서 대한조선은 지난달 24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절차에 착수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공모 예정 주식 수는 총 1,000만 주며 희망 공모가는 4만2,000~5만원이다. 공모가 기준 예상 시가총액으로 1조6,181억~1조9,263억원을 제시했다. 지난 2022년 KHI는 산업은행으로부터 대한조선을 2,000억원 정도에 인수했는데, 3년 만에 10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대한조선은 2014년 조선업 구조조정 여파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가 이듬해 기업회생절차를 종결했다. 이후 2022년 KHI에 인수되면서 기업 정상화에 속도를 냈다. 법정관리를 졸업한 지 10년 만에 증시 입성을 나서는 셈이다. 최근 대한조선은 설계 최적화 역량과 내재화된 생산 체계 등을 바탕으로 실적이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1조746억원으로 전년 대비 3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또한 1,582억원으로 340% 늘었다. 이에 부채비율도 2023년 374%에서 2024년 198%로 대폭 개선했다.

기자재 업체들도 증시 입성 출사표

조선 기자재 업체들도 잇따라 상장에 나서고 있다. 선박 기자재 전문 기업 에스엔시스는 오는 28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희망 공모가 2만,7000~3만원으로, 대표 주관사는 신한투자증권이다. 에스엔시스는 2017년 조선업 불황 당시 삼성중공업에서 분리 독립한 회사다. 삼성중공업은 에스엔시스 지분 19.98%를 보유한 최대 주주지만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지난해 매출 1,381억원, 영업이익 155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각각 30%, 20%씩 증가했다.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공장 증설과 친환경 시스템, 중국 현지 생산 체계 구축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선박·해양용 케이블을 제조하는 티엠씨도 연내 상장을 목표로 IPO 준비에 들어갔다. 송현그룹 계열사인 티엠씨는 2023년 영업이익과 순이익 턴어라운드에 성공하면서 실적이 뒷받침되는 데다 최근 업황 회복세가 본격화하면서 상장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선사들이 3년 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면서 티엠씨 역시 꾸준한 실적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현재 티엠씨는 코스피와 코스닥 두 가지 시장 진입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외형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코스피행도 충분히 검토할 만한 상황이다. 지난해 매출액 3,756억원, 영업이익은 108억원, 당기순이익은 92억원을 달성했다. 티엠씨 매출액은 2022년부터 꾸준히 3,000억원대를 상회하기 시작했다. 지난 2021년 2,811억원에서 2022년 3,357억원, 지난해에는 3,756억원을 기록하는 등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가 가져온 K-조선 호재

조선 관련 기업들이 앞다퉈 자금 조달 및 회수에 나서는 데는 실적이 좋아진 상황에 맞춰 시장에서 제대로 된 기업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으리란 기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하반기 미국의 조선·해운산업 부흥 정책이 국내 조선 관련 기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일례로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종 서명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OBBB)은 미국 조선 산업을 강화하기 위해 국방부 장관에게 예산을 배정했다. 시장에선 조선 인력 육성과 전투함 구매를 위해선 한국을 포함한 우방국 소재 조선사와의 협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미국과 협력 관계가 있는 조선소나 기자재 업체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미국의 중국 조선업 견제도 국내 기업엔 호재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오는 10월 14일부터 중국 기업이 운영하거나 소유한 선박에 톤(t)당 50달러의 입항 수수료를 징수하고, 이를 2028년까지 t당 140달러까지 매년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외 국가의 기업이 운영하는 선박이라 해도 중국에서 건조했으면 t당 18달러를 내야 한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에 해외 선주·선사들이 LNG선 등 2척의 중국 발주를 포기하고 한국 발주(HD현대미포)를 결정했다”며 “미국의 대중 견제에 따른 수혜가 계약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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