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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분노 산 스위스, 39% 관세폭탄에 부랴부랴 수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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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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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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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 후 "성의 안 보여" 즉석 인상
양국 장관들이 합의한 내용 무시
스위스, 미국산 에너지 구매 검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위스산 수입품에 39%의 고율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품수지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성의를 보이지 않은 스위스 대통령에게 화가 나 스위스산 수입품에 대해 39%의 관세폭탄을 부과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스위스 관세 31→39%

3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31일 스위스 시각 오후 8시에 양국 대통령이 전화통화를 했다고 보도했다. 당시는 트럼프 대통령이 설정한 무역합의 시간까지 10시간이 남은 상황이었다. 합의가 불발될 경우 스위스는 31%의 상호관세가 부과될 예정이었다.

이 통화에서 양국 정상의 무역수지에 대한 인식 차이가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통화에서 연간 400억 달러(약 56조원) 수준인 스위스의 대미 상품수지 흑자를 집중적으로 문제 삼으면서 "스위스가 미국으로부터 돈을 훔치는 것과 마찬가지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스위스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카린켈러-주터(Karin Keller-Sutter) 스위스 대통령은 뚜렷한 제안을 내놓지 않았고, 이에 격노한 트럼프 대통령은 해 몇 시간 후 스위스에 대해 8월 7일부터 39%의 상호관세율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발표는 8월 1일 협상 시한을 몇 시간 앞두고 나온 것으로 개인적 정치적 갈등을 겪고 있는 브라질(50%)과 무역 규모가 미미한 시리아(41%)나 미얀마, 라오스(40%) 다음으로 높은 관세 폭탄이다. 스위스는 유럽연합(EU·15%), 영국(10%), 일본(15%) 등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가 날벼락을 맞았다.

모든 수입품 관세 0%인 스위스에 관세 폭탄

실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책은 스위스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기조다. 스위스 실무진과 미국 측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USTR)는 이미 7월 초 무역합의 초안을 마련했고, 스위스 정부도 이를 7월 4일 승인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승인은 요식행위에 가깝다고 오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스위스는 트럼프와의 막판 통화를 통해 미국 대통령의 직접 승인이 없이는 어떤 합의도 최종이 아님을 절감했다”고 전했다.

지난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이 32%의 관세 부과를 발표했을 때도 미국에서 약 5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스위스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켈러-수터 대통령은 관세 부과 발표 직후인 3일 “미국의 계산법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보복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관세율 인하를 위해 미국과 협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켈러-수터 대통령의 절제된 발언과 달리 스위스 정계는 분개했다. 스위스에 부과된 관세가 EU 20%, 영국 10%보다 크게 높았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해 스위스와 무역 적자가 385억 달러(약 56조 원)에 달한 것을 토대로 관세율을 정했다. 1,400여 스위스 기술기업 단체 스위스멤의 장-필리프 콜 부국장은 “완전히 자의적인 관세다. 우리는 모든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의 논리는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위스는 미국 내 외국인 투자국 중 여섯 번째며, 연구개발(R&D) 부문에서는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주로 로슈(Roche)와 노바티스(Novartis) 등 스위스 제약 대기업들의 투자 덕분이다. 미국과의 상품 무역 흑자는 주로 스위스 내에서 제조된 화학제품 및 의약품 수출, 그리고 금 거래에 기인한다. 지금까지는 이들 품목이 관세에서 면제돼 있었다.

스위스 "협상안 수정하겠다"

이런 상황에서 스위스산 상품에 실제로 39% 관세가 적용될 경우, 관세율이 15%에 불과한 유럽연합(EU) 국가들보다 훨씬 불리한 입장이 된다. 특히 스위스 수출의 약 60%를 차지하는 제약 산업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지 않아도 트럼프 행정부가 약값 인하를 강하게 요구하는 가운데, 관세와 정책 압박이 겹쳐 스위스 제약업계는 이중고에 처했다. 당초 합의안 초안에는 스위스 제약사들의 미국 수출품에 대한 관세 면제가 포함돼 있었지만,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이를 부인했다. 그는 “이제 의약품에도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 내 생산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스위스 정부는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해 기존 협상안을 수정하겠다는 의향을 나타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기 파르믈랭(Guy Parmelins) 스위스 경제장관은 3일 스위스 공영방송 RTS와의 인터뷰에서 4일 연방 내각 특별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파르믈랭 장관은 "미국 대통령이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를 완전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면서 "일단 그것이 명확해지면 어떻게 할지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간이 촉박하고 (상호관세 발효일인) 7일까지 무언가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는 있지만 (미국에) 선의를 보이고 우리 제안을 수정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르믈랭 장관은 추가 제안 옵션으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구매 약속, 스위스 기업의 대미 투자 확대 등을 거론했다. 파르믈랭 장관은 "EU도 LNG 구매를 약속한 바 있다. 스위스 역시 LNG를 수입하고 있어 협상 여지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실질적인 협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미국이 무엇을 기대하는지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할 수도 있다"며 "그것이 협상 지속의 충분한 기반이 되려면 미국 측 기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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