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테크] 인도 ‘퇴출 장벽’이 ‘진입 장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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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부진한 제조업 성장 망해도 회사 정리 어려운 ‘제도적 허점’ 분명한 ‘진입 장벽’으로 작용
본 기사는 The Economy의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인도는 글로벌 제조업 중심이 되기 위한 노력에서 인센티브 및 관세 운용상의 허점과 기술 인력 부족 문제를 드러내 왔다. 이에 더해 인도에 진출한 기업이 어려워졌을 때 쉽게 문을 닫기 어렵다는 점도 기업 및 투자 유치에 크나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인도, 사업 망했는데 ‘문 닫기도 어려워’
기록상으로는 진전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새로 도입한 ‘기업 정리 촉진 센터’(C-PACE) 덕에 지불 능력이 있는 기업들이 자발적 폐업을 원할 때 석 달 정도면 모든 과정을 마칠 수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동일한 절차에 499일이 걸렸었다.
하지만 고전하는 기업들이 인도의 파산 절차를 거치려면 이야기가 180도 달라진다. 기한이 330일로 법에 명시돼 있지만 전체 과정이 2년을 끄는 경우는 흔하고, 때로는 800일을 넘기도 한다. 여기에 올해 한 철강 회사의 구조조정 판결을 대법원이 번복하는 일까지 생기며 법적 판결의 최종성(finality)에 대한 의구심도 생겼다.

주: C-PACE에 의한 자발적 기업 정리, C-PACE 이전 자발적 정리, 파산법(법적 목표), 파산법(실제 평균)(위부터)
기업 정리 지연, 인도 제조업 성장 ‘장애물’
기업 정리가 지연되는 것은 토지와 기계, 자본의 빠른 재활용을 막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또 신규 기업의 진입을 막기도 한다. 사업 실패에 이어 퇴출을 위해 긴 시간을 법정에서 보내야 한다면 누가 선뜻 투자를 결정할 수 있겠는가? 실제로 기업 정리 절차의 장기화는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도의 GDP 대비 제조업 비중이 12~13%에서 맴도는 이유도 이러한 장애물 때문이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인도가 노동집약적 제조업에서 뒤처지는 이유는 높은 비용과 낮은 기술 수준, 저조한 수요 때문으로 알려졌지만, 공장 폐쇄나 인력 감축을 지나치게 복잡한 과정으로 만드는 제도적 문제가 함께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근로자와 성장을 희생시키는 방식으로 자신을 보호할 수밖에 없다. 직원 수를 정부 규제를 피할 수 있는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단기 고용 계약 및 자동화에 지나치게 의존한다. 인도가 소수의 정규직과 다수의 비공식 노동자로 고용 시장이 이분화된 결정적인 이유다.
느린 파산 절차는 차입 비용도 올린다. 은행과 투자사들은 기업 회생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을 알고 높은 수익률 및 이자를 요구하거나 아예 발을 빼 버린다. 기업 정리가 쉬운 국가일수록 신규 기업의 진입이 활발하고, 산업 회전율(churn of businesses)이 높으며, 생산성이 높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파산 상태에 몰린 기업들에 자원이 갇혀 있으니 경제 성장이 부진할 수밖에 없다.
신규 기업 ‘진입 장벽’으로 작용
인도의 기업 정리 절차는 역설적이다. 기업이 지불 능력을 갖췄다면 ‘기업 정리 촉진 센터’를 통해 빠르고 깔끔하게 처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정작 정리가 필요한 부실기업들은 시스템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 기업인은 성공이 아닌 실패를 겪을 수도 있지만 최소한 정해진 정리 절차를 밟을 수 있다면 위험을 걸고 사업에 뛰어들 수도 있다. 하지만 수년간의 법정 다툼과 자산 가치 하락이 기다리고 있다면 어떻게 모험을 걸 수 있겠는가?
여기서 중국은 참고할 만한 비교 대상이다. 중국에서 소규모에 부채가 없는 기업들은 간소화된 절차에 따라 40일 이내에 등록 취소가 가능하다. 물론 복잡하고 긴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다수지만 간단하고 복잡한 사례를 구분하는 것만으로도 사법적 부담을 줄이고 기업가 정신을 북돋울 수 있다.
인도 제조업, ‘시간 얼마 없어’
인도는 ‘기업 정리 촉진 센터’를 통해 적어도 중앙화된 디지털 시스템이 정리 절차에 드는 시간을 극적으로 줄일 수 있음을 경험했다. 이제 이것을 파산 절차에 적용하면 된다. 엄격한 기한 준수와 전문성 있는 재판부, 디지털 증거 자료의 인정 등을 통해 지연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인도에는 중차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공급망의 변화로 인도가 글로벌 제조업에서 중국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아무리 인센티브를 쏟아부어도 투자자들이 기업 정리 과정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다면 투자 유치는 쉽게 이뤄지기 어렵다.
대책은 화려한 정책이 아니다. 파산 절차에 대한 확실한 마감 기한을 설정하고, 법원 판결의 최종성을 보장하며, 디지털 원스톱 정리 절차를 인도 전국에 보급하면 된다. 기술에 치우친 대책으로 보이지만 산업의 역동성을 되살리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산업 내에서 더 많은 실험이 행해지고, 자산의 빠른 재배분이 가능해지며, 생산성이 향상되고, 궁극적으로는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
기업 정리 절차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는데 어떻게 산업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Make Exits Cheap, Make Entry Bold: India’s Hidden Tax on Manufacturing Ambition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