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정신병 잡으려다 쓴맛 봤다" 챗GPT, GPT-5 외 모델 복구해 이용자 수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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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T-4o 돌아왔네" 韓 챗GPT 이용자 수 증가세 오픈AI, 'AI 정신병' 고려해 GPT-5 성격 조정 후 모델 단일화 출시 이후 이용자 불만 속출해, 결국 기존 모델 선택지 제공

오픈AI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가 한국에서 역대 최고 일일활성이용자(DAU)를 달성했다. GPT-5 출시 직후 형성된 비판 여론으로 인해 이용자가 일부 이탈했지만, 오픈AI가 기존 모델 이용을 허용하는 등 사후 대응에 착수하며 상황이 개선된 것이다.
韓 챗GPT 이용자 '역대 최대치'
22일 앱 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챗GPT의 국내 앱 DAU는 333만6,56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 출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 8일 GPT-5 공개 직후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던 이용자 수가 회복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이달 8일 316만 명 수준이었던 챗GPT의 DAU는 9일 292만 명, 10일 289만 명 등으로 미끄러진 바 있다. 새로운 모델의 차갑고 냉담해진 어투, 짧아진 답변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일부 이용자가 이탈한 결과로 풀이된다.
신규 모델의 이 같은 단점이 특히 두드러진 것은 사용자의 모델 선택권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간 챗GPT 이용자들은 목적에 맞게 모델을 전환할 수 있었다. 복잡한 작업에 'GPT-4o'를 선택하고, 부하가 낮은 작업에 'o4-미니' 등을 선택하는 식이다. 그러나 GPT-5 공개 직후에는 이 같은 선택권이 사실상 사라졌다. 챗GPT 이용 시 무조건 GPT-5가 기본 모델로 자동 배정되도록 조치한 것이다. 이에 일부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친숙하던 GPT-4o를 더 이상 고를 수 없다”, “대화가 딱딱해졌다” 등 불만이 터져 나왔다.

美 휩쓴 'AI 정신병' 논란
오픈AI가 GPT-5 모델의 성격을 조정한 배경에는 미국에서 새로운 사회 문제로 떠오른 'AI 정신병(챗GPT 정신병)'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들어 AI 기술이 보편화하며 AI를 말동무나 심리 상담 창구로 활용하는 이용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관련 시장 성장세 역시 가파르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AI 기반 정신 건강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11억3,000만 달러(약 1조5,800억원)에서 2030년에는 50억8,000만 달러(약 7조원)로 연평균 24% 성장할 전망이다.
문제는 우울증·불안증·대인기피증 등을 겪는 개인 등이 AI에 과도하게 의존할 시 각종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AI 챗봇 스타트업 캐릭터닷AI와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의 AI 스튜디오가 의료 자격 없이 정신 건강 상담을 한 혐의로 검찰과 의회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부모와 갈등을 빚던 10대 소년이 고민을 털어놓자, AI 챗봇이 “부모를 죽이라”는 섬뜩한 조언을 해 소송이 제기된 사례도 있었다. 이에 미국 일리노이주, 네바다주, 유타주 등은 정신건강 진료와 치료 목적으로 AI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나섰다.
오픈AI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최근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현지 기자 만찬에서 "1% 미만이지만 일부 이용자는 (챗GPT 등과) 건강하지 않은 관계를 맺고 있다"며 "법의학 정신과 의사를 고용해 이용자 (AI가)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GPT-5의 성격이 냉정하게 정확한 답만을 내놓는 방향으로 전환된 것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던 셈이다.
오픈AI 극약 처방 소용없었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이 같은 급작스러운 변화에 극심하게 반발했다. 지난 8일(현지시각) 올트먼 CEO가 참여한 미국 커뮤니티 기반 소셜미디어(SNS) 레딧(Reddit)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Ask Me Anything·AMA)' 세션에서는 GPT-4o를 다시 사용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GPT-5의 기능과 음성이 마음에 들지 않으며, 기존과 대화 맥락이 달라 그동안 쌓아 온 작업 내용이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부 사용자는 GPT-5가 '과로한 비서' 같다고 표현하며, AI의 질적 저하(enhittification)가 시작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오픈AI의 모델 라우팅이 속도·비용 최적화를 위해 경량 경로를 우선 적용하며 성능 저하가 발생했다는 추측도 제기됐다.
쏟아지는 질타에 당시 올트먼 CEO는 “플러스 구독자가 계속 4o를 쓸 수 있도록 검토 중”이라며 “장단점을 비교하기 위한 데이터를 더 수집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실제 현재 챗GPT 유료 구독자는 'GPT-4o'를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설정에서 '추가 모델 표시' 활성화 시 GPT-o3, GPT-4.1, GPT-5 Thinking mini 등 모델도 선택 가능하다. 올트먼 CEO가 GPT-5 출시 전 수개월간 강조해 온 통합 단일 모델 전략이 수일만에 실패로 돌아간 셈이다. 아울러 오픈AI는 사용자 피드백을 반영해 GPT-5의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며 품질 회복을 약속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