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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기업 정보 공개 간소화로 중소기업 신용 위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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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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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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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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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 정보 공개 간소화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 미비
투자자·규제 당국, 정보 부족을 금융 리스크로 간주
정보 공시는 금융 접근성을 지탱하는 기반

본 기사는 The Economy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2016년, 이탈리아 소규모 기업들이 재무 정보 공개를 간소화하는 제도를 선택했지만, 기대했던 비용 절감은 없었다. 대신 은행의 신뢰를 잃었다. 이탈리아 중앙은행(Bank of Italy) 연구에 따르면, 해당 제도를 도입한 기업은 2019년까지 신규 은행과의 거래 가능성이 17% 낮아졌다. 이는 표준편차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상당한 감소 폭이었지만, 운영비 절감 효과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같은 시기 투자자들은 더 많은 정보를 요구했고, 이탈리아와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규제 당국도 공시 의무를 강화했다. 이제 시장은 정보 공개 부족을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금융 리스크로 본다. 기업들이 정보를 공개하기를 꺼리는 관행은 결국 자본 접근 비용을 높이는 부메랑이 된다.

사진=ChatGPT

공시는 규제 부담이 아닌 금융 인프라

기업 재무 정보 공시는 여전히 행정적 부담으로 여겨진다. 서류만 늘어난다는 인식 속에, 공시를 줄이는 게 효율적인 경영으로 포장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탈리아 사례는 그 통념을 깨뜨렸다. 공시는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담보가 부족한 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은행이 리스크를 판단하는 핵심 기반이다. 재무 정보가 빠지면 신용이 돌지 않는다. 간소화 보고는 기업의 운영비를 줄이지 못했지만, 은행과의 신용 연결은 뚜렷하게 약화됐다. 이런 결과는 규제당국의 정책 판단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제 ‘규제 비용 절감’만 강조할 게 아니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신용 접근성 악화’도 비용으로 계산해야 한다.

이탈리아 사례가 보여준 금융 제약

2016년 제정된 법은 일정 규모 이하의 기업이 ‘노타 인테그라티바(nota integrativa)’를 생략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문서는 기업의 전략, 비용 구조, 투자 계획, 적용 회계 기준 등을 설명하는 자료다. 보고 간소화를 택한 기업들은 운영 역사가 길고, 생산성이 높은 곳이 많았다. 외부 자금 의존도가 낮고, 지방은행과 거래하는 비중도 높았다. 이들은 ‘정보 제공을 줄여도 괜찮다’라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보고서를 간소화한 기업은 은행과 신규 거래를 맺을 가능성이 17% 낮았다. 기존에 은행 거래가 있던 기업은 영향이 적었지만, 처음 은행 관계를 시작하려던 기업들은 벽에 부딪혔다. 또한 보고 간소화를 택한 기업은 외부 투자자에게 회사를 넘기거나 지분이 바뀌는 속도도 둔화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현상은 완화됐지만, 그사이 발생한 자금 조달 공백은 치명적이었다. 특히 금리가 높고, 금융시장이 보수적으로 움직이는 환경에서는 더 큰 부담이 됐다.

2015년 이후 연도별 기업 소유 구조 변화
주: 관측값 (X축), 소유 비중 변화율(Y축)

은행과 투자자가 보여주는 ‘정보 부족 피로’

은행만의 문제가 아니다. 투자자들 역시 정보 공개가 부족한 기업을 리스크로 보고 있다. PwC의 2024년 글로벌 투자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다수의 투자자는 기업에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공시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지속가능성과 전략에 대한 정보는 핵심 요구로 떠올랐다.

세계적으로 시행된 감사 가운데 3분의 1은 감사의 부실이 드러났고, 영국에서 파산한 기업의 4분의 3은 감사에서 경고조차 나오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최소한의 공시만 해도 된다’라는 믿음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준다.

미국 회계감독위원회(Public Company Accounting Oversight Board, PCAOB)는 감사인의 책임을 넓히고 투명성 지표를 도입하려 하고 있으며, 투자자 단체들도 이를 지지한다. 딜로이트와 플레처의 지속가능성 보고 프로젝트, 카본 트래커(Carbon Tracker)의 2025년 웨비나 등도 현 감사 관행으로는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기업이 정보를 적게 공개하려면 이제 그 정당성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시대다.

2015년 이후 연도별 최소 한 개 거래 은행 보유 확률
주: 관측값(X축), 거래 은행 보유 확률(Y축)

투명성의 실행 전략

공시의 초점은 더 이상 ‘할지 말지’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방식으로 빠르고, 믿을 수 있고, 비교할 수 있으며 감사에도 대비된 정보를 제공할지가 관건이다. ‘CERTA’ 프레임워크는 절차 표준화, 문서화 강화, 명확한 소통, AI·지속 감사 도입, 독립 감사위원회의 권한 강화 등을 제시한다. 은행과 투자자가 정성적 맥락을 중시하는 지금, 실시간 감사와 이상 징후 탐지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관리자에게는 지배구조 개편이 필요하다. 감사위원회는 숫자의 정확성만이 아니라 기업이 내놓는 설명이 충분한지도 점검해야 한다. 정책당국은 표준 서식, AI 기반 탐지 시스템, 중소기업용 XBRL, 지속가능성 분류체계 등 공시 도구의 고정비를 낮춰 공시 부담을 줄이면서도 정보의 질을 높이는 역할을 해야 한다.

기업 규모에 맞춘 투명성

EU의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 CSRD)은 비재무 공시를 중소기업까지 확대하고 있다. 이에 대한 올바른 대응은 ‘정보 생략 허용’이 아니라, 간결하면서도 핵심이 담긴 표준 서식 제공이다. 전략, 리스크, 회계 기준, 지속가능성 정보를 은행과 투자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탈리아 금융감독당국은 중소 은행의 내부통제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기계 판독이 가능한 공시는 은행이 필요한 정보를 더 정확히 확인하도록 도와 리스크 관리 효율을 높인다. 이런 방식은 기존 체계를 보완해 신뢰를 높이고, 관계 중심 대출이 다시 비공식 정보에만 의존하는 상황을 막는다.

예상되는 반발과 대응

‘투명성은 비용에 비해 효과가 낮다’는 주장은 여전히 나온다. 그러나 이탈리아 사례는 공시를 간소화했지만, 비용은 줄지 않고, 은행 신뢰와 자금 접근만 더 어려워졌음을 보여줬다. 감사 품질이 낮은데 공시만 늘려서 무슨 의미냐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감사 실패 사례는 오히려 더 나은 공시와 감사 투명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시켜 준다.

소규모 은행은 관계 기반 정보로 평가하니 공시는 덜 중요하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간소화 보고는 중소 은행이 많은 지역에서 더 자주 쓰였지만, 신규 거래에서는 여전히 신용 제약이 나타났다. 관계 기반 정보만으로는 위험을 꺼리는 시장에서 해답이 되지 못한 것이다.

정책당국은 공시 축소가 가져오는 금융 비용을 수치로 제시해야 한다. 이런 계산을 감사위원회 보고서에 포함시키면, 기업은 막연한 판단이 아니라 근거 있는 수치로 공시 수준을 결정해야 한다.

공시를 비용이 아닌 담보로 봐야

설명을 줄이면 규제 부담이 줄 거라 믿었지만, 실제 비용은 줄지 않았다. 대신 은행 거래가 끊기고 기업 인수도 멈췄다. 전 세계 투자자들도 반복되는 감사 실패를 보며 같은 교훈을 얻고 있다. 투명성은 신뢰이고, 신뢰는 곧 자본이다. 이 문제는 추상적인 거버넌스 논의가 아니라 수치로 입증된 자금 조달의 제약이다.

해법은 감사인이나 규제당국을 비난하는 데 있지 않다. 투명성을 표준화하고 디지털화해 기업 운영의 핵심 자산으로 만드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을 낮추려면, 공시를 줄이는 선택이 결국 더 큰 금융 비용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명확히 해야 한다. 생략된 한 문장은 결국 더 비싼 이자율로 이어진다. 이제 이 현실을 법과 제도, 감사 체계 전반에 반영해야 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When Firms Cut Words, Banks Cut Credit: Why Audit Resistance Is Now a Direct Threat to Capital Access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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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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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