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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금융시장 구조를 흔드는 투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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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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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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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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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거래 환경에 따른 신속한 투자자 반응
시장 구조보다 결정적인 투자자 구성
변동성 대응 위한 설계·교육·규제 정비

본 기사는 The Economy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2023년 3월 9일, 실리콘밸리은행(SVB)은 단 하루 만에 420억 달러(약 55조원)의 예금이 빠져나갔다. 전체 예금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창구가 아닌 스마트폰과 온라인 뱅킹을 통해 실시간으로 인출이 이뤄졌다. 같은 시기, 미국 주식시장에서 개인 투자자의 거래 비중은 20.5%까지 치솟았다. 이는 2019년 대비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로, 한동안 시장을 주도해 온 헤지펀드를 넘어선 비중이다.

표면적으로는 서로 다른 두 사건처럼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하나의 흐름을 공유한다. 시장 변동성이 '어디서' 발생했느냐보다 '누구로부터' 촉발됐는지가 더 중요해졌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레버리지나 유동성 부족 등 기술적 요인이 핵심 원인이었지만, 이제는 투자자의 성향과 반응 속도가 시장 충격의 중심에 있다. 특히, 실시간 거래가 가능한 펀드 구조는 빠른 대응을 중시하는 투자자를 끌어들이고, 그들의 집단적 행동이 시장을 움직이는 ‘행동 기반의 피드백 고리’를 만든다. 시장 충격의 출발점이 바뀌면서 금융정책도 새로운 접근이 요구된다. 상품 구조나 거래 메커니즘만 들여다보는 기존 방식으로는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투자자 반응을 따라잡기 어렵다. 이제는 구조 그 자체보다, 그 구조가 어떤 투자자를 유입시키는지가 더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사진=ChatGPT

투자자 반응이 만든 시장 충격

시장 불안이 확산될 때마다 펀드 구조는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중 대표적인 문제는 ‘유동성 미스매치’다. 투자자는 언제든 환매를 요청할 수 있지만, 펀드는 거래가 어려운 비유동성 자산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 자금 회수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변동성의 직접적인 원인이 구조 그 자체라기보다는, 그 구조가 끌어들이는 투자자 구성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펀드 설계 방식에 따라 유입되는 투자자 특성이 다르고,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시장에 반응하느냐에 따라 동일한 충격에도 시장의 움직임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환매 시 일정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스윙 프라이싱(swing pricing) 구조는 장기 보유를 전제로 한 연금 가입자처럼 안정성을 중시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하다. 반면 ETF처럼 실시간 매매가 가능한 상품은 알림이나 뉴스에 즉각 반응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주로 찾는다. 실제로 미국 증시에서 하루 평균 168억 주가 거래되는 가운데, 이 중 약 34억 주가 개인 투자자 몫이다. 시장이 얼마나 출렁일지를 가늠하려면 ‘가격’보다 ‘보유자’를 보는 것이 더 중요해진 셈이다. 펀드 구조는 단순한 자금의 통로가 아니다. 구조는 곧 투자자 집단을 결정하고, 이들이 위기 상황에서 어떤 집단적 행동을 취하느냐에 따라 시장 반응의 강도와 양상이 결정된다. 외부 충격이 동일하더라도, 그 충격을 받아들이는 집단에 따라 시장은 전혀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

디지털 플랫폼의 확산은 이런 경향을 더 강화시키고 있다. 과거에는 투자 심리가 실제 거래로 이어지기까지 시간 차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 간극이 사실상 사라졌다. SVB 뱅크런은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의 예금 유출이 단 하루 만에 벌어진 사례였고, 특정 종목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자 순식간에 주가가 요동치는 ‘밈 주식’ 현상도 이제는 낯설지 않다. 시장은 투자자의 집단 심리에 실시간으로 반응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단순한 기술적 장치나 구조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금융 시스템이 시장 반응 속도에 대응하려면, 상품 구조는 투자자의 행동 특성과 반응까지 고려한 방식으로 설계돼야 한다.

시장 반응, 데이터로 드러나다

2023년 3월 한 달 동안, 미국 내 22개 은행에서 하루 기준 5배 이상의 예금이 빠져나가는 급격한 자금 이탈이 발생했다. 하지만 실제로 영업을 중단한 곳은 두 곳에 불과했다. 다행스럽게도 디지털로 촉발된 뱅크런이 시스템 전체를 무너뜨리진 않았지만, 시장의 심리적 불안은 분명히 존재했다. 같은 시기 미국 증시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168억 주로, 전년 대비 43% 증가했다. 하지만 실현 변동성은 11% 증가에 그쳤다. 거래는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이는 펀더멘털보다 심리에 의해 주도된 장세였다는 뜻이다.

ETF 및 뮤추얼펀드의 미국·유럽 채권·주식 투자 운용자산 추이(단위: 조 달러)
주: 연도(X축) 채권 및 주식 운용자산 규모(Y축)/유럽 자산 ETF(진한 파랑), 미국 자산 ETF(진한 빨강), 유럽 자산 뮤추얼펀드(연한 파랑), 미국 자산 뮤추얼펀드(연한 빨강)

데이터 분석도 이를 뒷받침한다. 2024년부터 2025년까지 회전율이 높은 종목 200개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온라인상에서 ‘공포’나 ‘탐욕’ 관련 키워드가 급증할 경우, 15분 이내에 개인 투자자의 시장가 주문이 평균 4.6% 늘었다. 감정의 변화가 곧바로 거래로 이어지고 있다는 증거다. 예금 흐름도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예금 유출 상황에서 실시간 정보 공개 여부에 따라 차이가 났다. 예금 흐름을 투명하게 공개한 은행은 그렇지 않은 은행보다 평균 1.2%포인트 낮은 유출 속도를 보였다. 차이는 작아 보이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은행 파산까지의 시간을 하루이틀 더 벌어줄 수 있는 유의미한 수치다. 정보 공개가 불안을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해도, 유출 속도를 늦춰주는 완충 장치로 기능한 것이다.

구조와 투자자가 시장을 흔든다

ETF는 구조에 따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달라진다. 최근 주목받는 유형으로는 커버드콜형과 버퍼드 아웃컴형이 있다. 커버드콜형 ETF는 주식을 보유한 채 일정 가격에 팔 수 있는 콜옵션을 함께 매도해, 주가가 오르지 않더라도 프리미엄을 통해 수익을 확보한다. 반면 버퍼드 아웃컴형 ETF는 하락장에서 손실을 일정 수준까지 제한하는 대신, 상승장에서의 수익은 일정 수준까지만 허용하는 구조다. 두 상품 모두 고수익보다는 손실 회피를 우선하는 투자자, 특히 은퇴자나 보수적인 자산가를 주된 타깃으로 삼는다.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중시하는 이들 수요에 힘입어 시장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2025년 중반 기준, 두 유형 ETF의 총 운용자산은 1,200억 달러(약 166조원)에 달하며, 이 중 대표 상품인 JEPI는 400억 달러(약 55조원)를 굴리고 있다. 결국 구조 설계의 성패는 '어떤 투자자가 그 안에 들어와 있느냐'에 달려 있다. 시장의 충격 흡수력도 설계 자체가 아니라, 설계와 투자자 구성이 맞물릴 때 비로소 작동한다.

개인투자자 및 기관투자자 뮤추얼펀드의 주간 자금흐름 변동성 분포
주: 개인투자자 및 기관투자자 뮤추얼펀드 (X축), 주간 자금흐름 변동성 비중(Y축)

교육 없이는 설계도 무력하다

상품 구조가 아무리 정교하더라도, 투자자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2023년 OECD 조사에 따르면, 39개국 성인 중 금융상품을 비교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26%에 불과했고, 수익률 변화율을 계산할 수 있는 비율도 3분의 1에 그쳤다. 단순히 이론을 가르치는 것보다, 실제 시장 반응을 몸으로 느껴보는 ‘체험형 교육’이 더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안전한 고수익’을 강조하는 ETF 광고 영상이 SNS에서 확산될 때, 실제로 해당 종목에 어떤 주문이 몰리는지를 시뮬레이션으로 직접 보여주는 방식이다.

실제 사례도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증권거래소(Johannesburg Stock Exchange, JSE)는 2024년, 2,000명의 개인 투자자에게 분산 투자 관련 메시지를 주 1회 발송했다. 그 결과, 실현 변동성이 0.09%포인트 줄었다. 이는 투자자 나이 기준으로 약 2년의 경험 축적 효과와 맞먹는다. 매사추세츠주의 커뮤니티 칼리지에서도 수업에, 유동성 대시보드를 도입한 결과, 정보 탐색 역량이 18% 향상됐다. 작아 보이는 변화지만, 수백만 명에게 동시에 적용되면 시장 전체의 스트레스를 완충하는 효과가 생긴다.

사람을 품은 구조가 해답이다

시장 구조만 바꿔서는 불안을 막을 수 없다. 중요한 건 그 구조 안에 누가 들어와 있느냐다. 투자자의 행동이 시장을 흔들고, 결국 그 움직임이 변동성을 만든다. 이제 시장 안정성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중심에 둔 설계에서 출발해야 한다. 행동 특성을 반영한 상품 구조, 투자 심리를 다루는 현실적인 교육, 실시간 대응이 가능한 규제가 함께 작동할 때, 시장은 충격을 견딜 수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https://economy.ac/research/2025/07/20250760413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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