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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드쇼어링’으로 동맹국 투자 필요성 증가 ‘정보 투명성’이 새로운 ‘투자 장벽’으로 기업 투명성 제고가 ‘정책 1순위’
본 기사는 The Economy의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지정학적 갈등과 경제 문제가 하나로 뭉치며 각국 정책 당국과 투자자들의 최우선 순위가 된 것이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이다. 무역과 투자를 동맹국으로 재배치하는 전략을 뜻한다. 하지만 정치적 친밀도나 다른 문제에 상관없이 투자를 가로막는 요인이 새롭게 등장했는데, 바로 정보 불투명성(information opacity)이다.

동맹국 투자 증가하니 ‘정보 불투명성’이 문제
유엔무역개발회의(이하 UNCTAD)가 발간한 2025년 세계 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해외직접투자(foreign direct investment, 이하 FDI)는 조세 피난처 등으로 흘러간 자금을 빼면 전년 대비 11% 줄었다. 조정 전 전체 규모는 나빠 보이지 않지만 실질적인 투자가 감소한 이유는 중요한 추세 하나를 보여준다.
디지털 검열이 강화되고 온라인상의 자유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점점 더 많은 투자자가 ‘불투명성’을 꺼린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투명성이 낮은 국가에 투자했을 때 발생하는 비용이 10년간 세 배나 증가했다. 이제 시장은 리스크 못지않게 불투명성에도 반응한다.
과거에 물리적 거리와 관세가 글로벌 투자 장벽을 상징했다면 지금은 정보 불균형이 가장 높은 장애물이다. 분석에 따르면 10단계로 된 투명성 등급에서 한 등급만 내려와도 해당국에 요구되는 추가 수익률(investment premium)이 0.52% 올라간다. 이는 한동안 대세이던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프리미엄보다도 높다. 멀거나 불안정해서 싫은 게 아니라 잘 몰라서 두려운 것이다.

주: 개발 투자, 인수합병, 현지 계열사 수(좌측부터)
중국, 유럽 해외직접투자 유치 ‘급감’
작년에 미국 기업들이 해외 이익잉여금을 현지에 재투자하는 비중이 높았음에도 중국으로의 FDI는 순유출을 기록했고 EU로의 자금 흐름도 왜곡을 바로잡으면 24% 감소한 결과를 보여준다. 강력한 정보 공개 규정과 투명한 보조금, 신뢰할 수 있는 사법 제도를 가진 나라들이 투자금 확보 경쟁을 이끌고 있다.
UNCTAD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발표한 FDI 흐름과 인터넷 자유 점수 및 지정학 리스크 지수를 통합해 분석하면 놀라운 상관관계가 입증된다. 디지털 자유 지수가 5점 하락하면 해당국의 다음 해 신규 개발 투자가 7% 감소한 것이다. 데이터 흐름이 막히면 투자 흐름도 중단된다는 엄연한 사실을 보여준다.
심지어는 프렌드쇼어링을 통한 대표 성공 사례도 정치적 동맹으로 연결된 투자의 한계를 보여준다. 말레이시아의 페낭(Penang)에 위치한 기술 허브는 2023년 128억 달러(약 17조5,00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한 바 있지만 대부분 기존 기업에 의한 것이었다. 신규 투자자들에게는 디지털 개방성 점수가 높은 멕시코와 베트남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 것이다.

주: 미국(좌측), 중국(우측), 개발 투자, 인수합병, 현지 계열사 수(좌측부터), *미국이 정치 동맹국에 더 많이 투자하고 있음을 나타냄
‘기업 정보 투명성 제고’가 ‘1순위’
투자 추이의 변화는 기업뿐 아니라 교육 현장의 대응도 요구한다. 학생들은 기존 국제 무역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투자 장벽에 대응하는 법을 익힐 필요가 있다. 이는 실시간 리스크 평가와 출처 확인 기술, 인공지능(AI) 기반의 데이터 분석을 포함한다. 특히 글로벌 제조 중심지인 몬테레이(Monterrey, 멕시코의 도시), 첸나이(Chennai, 인도의 도시), 쿠알라룸푸르 등에 소재한 대학들은 외국어와 데이터 분석력을 키우는 프로그램을 보강해야 한다.
한편 투자 가뭄은 해당 지역 대학의 예산 문제와 직결된다. 이미 유럽의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바덴뷔르템베르크(Baden-Württemberg, 독일의 주)나 카탈루냐(Catalonia, 스페인 자치령) 소재 대학들의 연구개발 예산이 위협받고 있다. 정책 당국은 토지 이용과 세금 공제, 근로자 이동성 등에 관한 명확하고 입증 가능한 데이터를 공개하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는 규정 준수를 위한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와 학문 발전을 위한 생명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회 기반 시설과 ‘동급’
프렌드쇼어링은 불가피한 현상인데 굳이 투명성 강화를 강제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전쟁이 아닌 규제 불투명성이 개발도상국 정치 위험 지수 하락 원인의 70%를 차지한다는 엄연한 자료가 있다. IMF(국제통화기금)도 투명성이 가장 낮은 국가가 투명성 개선을 통해 얻는 것이 가장 많다고 밝힌 바 있다.
에스토니아는 러시아와 인접해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당한 데도 정보통신 거버넌스(e-governance) 개선을 통해 FDI를 14%나 끌어올린 바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 추산에 따르면 조달 플랫폼 디지털화에 드는 비용은 GDP(국내총생산)의 0.06%로 많은 국가들이 투자 유치를 위해 사용하는 비싸고 불투명한 면세 기간(tax holidays) 제공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그렇다면 정책 당국은 기업의 정보 공개와 인센티브를 연계해야 한다. 실제 소유주와 ESG(환경, 사회, 지배 구조 지표) 데이터를 호환 가능한 플랫폼에 공개하는 회사에만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 투자 협정은 반드시 글로벌 투명성 기준을 따라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프렌드쇼어링은 지정학적 안전장치 수준을 떠나 성장 전략으로 바뀔 수 있다.
시장이 이미 불투명성까지 반영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봉쇄가 임박했다는 소문 하나로 대만에서 110억 달러(약 15조원)가 빠져나간 사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투명성에 대한 지나친 요구가 빈국들을 힘들게 한다는 주장을 하려면 그 가난한 나라들이 최소한의 투명성 개선으로 GDP의 0.4%까지 FDI를 확대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라.
글로벌 투자 환경은 투명성을 도로나 광대역망 등의 기반 시설과 동급으로 취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Friendshoring in the Dark: How Information Deficits, Not Distance, Are Rewriting Global Investment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