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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브렉시트 경험으로 본 그렉시트의 경제적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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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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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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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이후 현실로 드러난 경제적 비용
재정 지원 기반의 회복 사례로 부상한 그리스
가상 시뮬레이션 통해 재조명되는 그렉시트 논쟁

본 기사는 The Economy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시나리오인 ‘그렉시트(Grexit)’는 2010년대 초반 유럽 재정위기 속에서 격렬한 논쟁 중 하나였다. 실제로 2015년 그리스 국민투표 직전까지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현실화될 뻔했다. 이후 그리스는 유럽연합(EU)의 재정 지원과 개혁을 바탕으로 경제 회복에 성공했고, 그렉시트 논의도 점차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브렉시트 이후 누적된 경제 손실이 수치로 드러나면서, 유로존 탈퇴가 남긴 비용에 관한 관심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특히 2025년 현재는 브렉시트의 실증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렉시트 시나리오를 보다 현실적인 조건에서 재평가할 수 있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이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사진=ChatGPT

수치로 본 브렉시트의 비용

영국의 EU 탈퇴는 실질적인 경제 손실을 남겼다. 영국 예산책임청(Office for Budget Responsibility, OBR)에 따르면, 브렉시트 이후 무역 감소로 인해 수출입 비중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5% 줄었고, 이로 인한 생산성 손실은 4%에 달한다. 이는 1990년대 이후 기술 발전으로 달성한 연평균 생산성 향상의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 유럽개혁센터(Centre for European Reform, CER)는 브렉시트로 인한 GDP 손실을 5.5%로 추정하며,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매년 약 400억 파운드(약 71조4,000억원)의 세수를 잃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 차원의 충격도 뚜렷하다. 옥스퍼드대 무역 통합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많은 수출기업이 EU 시장에서 철수하거나 수출량이 급감했다. 영국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5년 4월 기준 상품 수출은 전월 대비 8.8% 감소했고, 이는 브렉시트 이후 큰 낙폭 중 하나였다.

2024년 그리스 RRF 보조금 vs 브렉시트로 인한 영국 세수 손실(단위: 십억 유로)
주: 그리스 및 영국(X축), 금액(Y축)

2025년 그렉시트 시뮬레이션

브렉시트의 실증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상의 그렉시트를 시뮬레이션할 경우, 예상 피해는 훨씬 크다. 2024년 기준 그리스의 수출입 비중은 GDP 대비 80%로, 영국(62%)보다 더 높다. 브렉시트 당시 영국의 무역 집약도 하락 폭인 15%를 그리스에 적용하면, 그 영향은 약 19.3%로 확대된다.

여기에 더해, 그리스는 유럽연합의 회복 및 복원력 기금(Recovery and Resilience Facility, RRF)으로부터 180억 유로(약 26조1,000억원)의 지원을 받았고, 이는 총 RRF 예산 360억 유로(약 52조2,000억원)의 절반에 해당한다. 이 지원은 GDP의 약 8%에 이르는 공공투자를 가능하게 했고, 2024년 실질 성장률 2.3% 달성에도 기여했다. 하지만 유로존 탈퇴 시, 이 재정 지원은 즉시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그리스의 국가채무는 GDP 대비 161.9%에 달하며, 이 중 65%는 EU 공식 채권자로부터 낮은 금리로 차입한 것이다. 탈퇴 이후에는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하고, 이에 따라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연간 이자 부담은 약 11억 유로, 2.5%포인트 오르면 약 28억 유로(약 1.3%의 GDP)까지 늘어난다.

이러한 요소들을 종합하면, 가상의 그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첫해에만 GDP의 8~10%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브렉시트로 인한 손실보다 훨씬 크며, 그리스가 지난 10년간 달성한 경제 성장분을 한 해 만에 상쇄할 수 있는 수준이다.

2024년 그리스 및 영국의 무역 개방도(단위: %)
주: 그리스, 영국(X축), 총무역액 (수출 + 수입)의 GDP 대비 비율(Y축)

제도적 기반이 낳은 결과의 차이

브렉시트와 그렉시트를 비교할 때 가장 중요한 차이는 제도적 기반이다. 유럽연합은 2015년 이후 재정 여건이 취약한 회원국에 대한 지원 체계를 제도화했고, 그리스는 이를 통해 투자 등급 복원과 국채금리 안정이라는 성과를 이뤘다. 만약 지금 유로존을 떠난다면, 이처럼 신뢰를 바탕으로 구축된 정책적 안전판을 잃게 되는 셈이다.

일부에서는 자국 통화로의 복귀가 관광과 농산물 수출에 유리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유럽중앙은행(European Central Bank, ECB)은 2024년 보고서에서 가격 경쟁력은 환율보다 공급망 효율 개선에 더 크게 좌우된다고 분석했다. 관광 수입 역시 가격보다는 공항·교통·숙박 등 인프라 수용 능력이 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으며, 인프라 투자 없이 이뤄지는 통화 평가절하는 오히려 물가 상승 압력만 키울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브렉시트 충격이 팬데믹으로 과장됐다는 반론도 있지만, 영국 예산책임청은 코로나19 영향을 제거한 상태에서도 생산성 손실이 여전히 4%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브렉시트가 독립적인 구조적 비용을 수반했음을 보여주는 근거다.

다음 탈퇴 논의에 대비한 정책 설계

그렉시트가 재조명되는 지금, 가장 중요한 질문은 '유로존을 떠나면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되는가?'다. 2025년 기준으로 재분석한 시뮬레이션은 그 대가가 과거보다 훨씬 커졌음을 보여준다. 단순히 통화를 바꾸는 문제를 넘어, 시점과 제도적 환경이 탈퇴 결정의 결과를 좌우한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향후 어떤 도시에서 탈퇴 논의가 다시 불거지든, 그 논쟁은 지금 우리가 구축하는 정책과 제도 위에서 전개될 것이다. 준비는 이제부터 시작돼야 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Lessons from the Exit That Never Happened: Why Brexit’s Price Tag Should Reshape the Grexit Debate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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