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딥파이낸셜] 남미 중심 확장하는 ‘스테이블코인’
Picture

Member for

9 months 1 week
Real name
김영욱
Position
연구원
Bio
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수정

국가 간 연간 거래액 ‘547조 원’
인플레이션 영향 없어 ‘중앙은행 통화보다 신뢰’
투명성, 안정성 높이면 ‘장점 더 많아’

본 기사는 The Economy의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아르헨티나 상점들이 기존 가격표를 떼고 스테이블코인(stablecoin, 자산 가치가 법정화폐 등 기준 자산에 고정되는 암호화폐)과 연결된 QR 코드로 대체하는 것은 기술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2023년 한 해에만 아르헨티나의 스테이블코인 거래 규모는 1,500억 달러(약 205조원)로 기타 실시간 결제 앱 전체를 능가한다. 중앙은행 통화보다 달러화 연동 암호화폐를 더 신뢰하는 현상이 남미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사진=ChatGPT

아르헨티나 거래액만 ‘205조 원’

편리성이나 투기 목적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생존이 걸린 문제다. 어마어마한 인플레이션이 가처분 소득을 매 순간 무너뜨리는 현실에서, 기존 통화를 미국 달러에 고정된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꾸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모바일 앱을 통해 24시간 거래도 가능하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남미 국가들의 통화정책 기반이 바뀌고 중앙은행의 통제력이 도전을 받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원래 암호화폐 투자자들을 위해 설계됐지만 지금은 모두의 통화로 자리 잡았다.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이제 페소화를 해외 계좌로 옮기는 대신 달러화에 고정된 토큰(token, 암호 화폐)으로 교환한다. 언제든 접근 가능하고 인플레이션의 영향도 받지 않는 스테이블코인은 정부의 허가도 없이 아르헨티나 경제의 ‘달러화’(dollarization)를 촉진하고 있다.

국가 간 거래액도 ‘547조 원’ 넘어

높은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의 국가 간 연간 거래액은 4,000억 달러(약 547조원)를 넘어섰다.

스테이블코인 국가 간 거래 규모(단위: 십억 달러) 및 증가 요인
주: 거래 규모 추이(좌측), USDC(적색), 테더(청색) / 증가 요인(우측), 송금 국가(Sending country), 수취 국가(Receiving country), 인플레이션, 인지도, GDP 증가, 환율 변동성(좌측부터)

특히 아르헨티나는 작년 토큰화(tokenized, 실물 자산을 디지털 토큰으로 전환) 달러 규모가 국가 전체 수입액의 28%와 맞먹는다. 올해 주요 남미 경제권에서 암호화폐 구매액의 40%를 스테이블코인이 차지할 정도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은 전체 통화 공급량의 8~14%, 5~9%를 각각 구성하고 있는데, 이 정도면 금리 정책까지 흔들 수 있는 규모다.

스테이블코인 현황
주: 종류, 시가총액(단위: 십억 달러), 연동 자산 비중(%), 연동 자산 시가총액 비중(%)(좌측부터) / 미국 달러(USD), 유로(EUR), 위안(CNH), 원자재(Commodity), 엔(JPY), 기타(Other), 암호화폐(Crypto), 파운드(GBP)

유동성 고갈 및 통화정책 마비 ‘대비해야’

하지만 글로벌 금융 거래에 적용되는 ‘동일 위험, 동일 규제’(same risk, same regulation) 원칙을 남미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일례로 와이오밍(Wyoming)에 위치한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체는 연준(Federal Reserve)에 준비금을 예치하고 감사 결과도 투명하게 공개하겠지만,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핀테크 기업은 자본 및 신용 면에서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당연히 사람들은 해외 토큰에 몰리고, 이는 자국 은행 시스템에서 유동성을 고갈시켜 주권국으로서의 통제력까지 약화할 수 있다.

최근 미국은 지니어스법(GENIUS Act, 스테이블코인 관련 포괄적 규제 조항)을 통과시켜 발행 업체에 은행업 인가를 가능하게 했다. 유럽도 미카 프레임워크(MiCAR framework, 암호화폐 자산에 대한 통일된 EU 시장 규칙)를 제정해 발행 기준을 강화한 바 있다. 이러한 조치들이 달러화 토큰에 대한 선호를 더 강화해, 자체 규제에 나서야 하는 남미 정부들은 마음이 바쁘다. 게다가 기존 금융 규제 수단은 전혀 효과적이지 않다.

따라서 선진국 시스템을 그대로 베끼기보다 남미 현실에 맞는 전략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이를테면 스테이블코인을 세제에 통합하고, 준비금 현황을 실시간으로 공개하며, 토큰화 국채를 시험적으로 발행하는 것이다. 칠레는 이미 토큰화 예금을 시행해 해외 예금을 국내로 다시 불러들이는 등 추가 규제 없이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교육 과정 반영도 필요

그리고 스테이블코인은 거시경제에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 차원의 신뢰 형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을 처음 접하는 브라질 학생들은 공식적인 교육보다는 지인들의 안내와 시범을 통해 사용법을 배운다. 디지털 분야에서의 숙련도가 금융 교육과 행동에 점점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추세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대학들은 기존의 경제 모델에서 벗어나 ‘블록체인 분석’이나 ‘디지털 계약 위험’, ‘데이터 변조 여부 감사’(Merkle tree audits) 등의 과목을 추가해 교육 과정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학생들의 USDC(미국 달러에 고정된 스테이블코인의 일종) 사용이 늘어날수록 대학의 예산과 비용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경영학이나 법학, 컴퓨터 과학 전공에는 블록체인 분석과 규제 준수 등을 선택이 아닌 필수과목화해 급변하는 디지털 금융의 현실에 학생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존의 중앙은행 발행 통화든 스테이블코인이든 이용하는 화폐의 가치를 정확히 판별할 수 있는 시민을 키워내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투명성, 편리성, 안정성 늘리며 ‘적응해야’

연동 화폐 변동이나 자본 유출의 위험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USDT나 USDC와 같은 스테이블코인은 글로벌 금융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놀라운 적응력을 보이고 있다. 지역 경제 내로 순환돼 중소기업 및 담보 대출은 물론 핀테크 플랫폼을 통한 친환경 프로젝트에도 활용되고 있다.

따라서 스테이블코인 도입 여부를 따져 볼 시간에 어떻게 하면 빠르게 적응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현명하다. 중앙은행들은 디지털 통화 및 채권 발행, 준비금 적립 투명화, 현지 실정에 맞는 신원 확인 기준 마련 등을 통해 권한과 역할을 강화할 수 있다. 변화에 저항하기보다는 나름 지니고 있는 도구를 가지고 투명성과 편리성, 안정성을 늘리는 쪽이 바람직해 보인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When the Ledger Speaks Louder Than the Mint: Stablecoins, Sovereignty, and the Pedagogy of Trust in Latin America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

Picture

Member for

9 months 1 week
Real name
김영욱
Position
연구원
Bio
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