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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등으로 '알바'보다 월 수입이 적은 '사장님'이 늘어났지만, 정작 사용자 보수월액 규정으로 건강보험료는 더 많이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자영업자는 수천만원의 건강보험료를 더 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25일 국회 김상훈 의원이 국세청과 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2021년 '사용자 보수월액 간주 규정'에 따라 건보료를 납입한 자영업자는 100만4583명으로 조사됐다. '사용자 보수월액 간주 규정'은 직원을 고용한 자영업자가 사업장에서 가장 높은 임금을 받는 종업원보다 소득이 적을 경우 해당 직원의 임금(최고 급여액)을 기준으로 건보료를 내도록 하는 제도다.
소상공인연합회에 의하면 영세업장의 경우 사용자가 이익금을 가져가기는커녕 사업 존속을 위해 개인자금을 계속 투자하는 경우도 있어 '악법'이라는 평이 꾸준히 나왔으나, 건강보험공단은 자영업자 전용 보험가액 산출에 적절한 수치가 없다는 주장이다.
사장님은 월급 0원, 알바는 200만원, 그런데 사장님도 건강보험료는 200만원 알바 수준?
해당 규정을 적용받은 자영업자는 2017년 16만 4,863명에서 지난 2021년 19만 7,007명으로 늘었다. 한 해에만 20만 명에 달하는 자영업자가 자기 신고 소득보다 더 많은 직원 소득을 기준으로 건보료를 냈다는 의미다. 이들이 추가로 납부한 건보료는 5년간 3,594억원이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대상 자영업자의 신고소득기준 건보료는 942억원이었지만, 사용자 보수월액 간주 규정에 따라 758억원이 더 부과되면서 1,700억원에 이르는 건보료가 징수됐다. 이 경우 대상자 1인당 평균 기준으로 약 38만원의 건보료가 추가 징수됐다는 계산이 나온다. 경우에 따라서는 수천만원의 건보료를 더 내야 하는 자영업자도 있었다. 간주 규정 적용 사업장 18만 4,781곳 중 83.7%는 5인 미만 사업장이었으며, 5인 이상∼10인 미만 사업장도 12.6%를 차지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절세 등의 목적으로 소득을 일부 감추는 개인사업자가 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다수의 개인사업자가 손해를 보면서도 사업장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종업원 중 최고 급여액을 기준으로 건강보험료를 산정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주장이다.
김상훈 의원도 2022년 국정감사 중 "지난 5년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배달·플랫폼 비용 부담, 코로나19 충격 여파 등으로 직원보다 소득이 낮은 사장님이 많아졌다"며 "최근 자영업자 소득 파악률이 90%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 만큼 현실에 맞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자 및 배당소득을 포함한 금융소득에도 건강보험료 부과?
건강보험공단은 이자와 배당소득을 합쳐 연간 336만원을 초과하는 금융소득에도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현재는 낮은 세율로 분리과세 되는 연 1,000만원 초과∼2,000만원 이하 금융소득에만 건보료를 부과한다. 앞으로는 부과기준 금액을 낮춰 연 336만원 초과∼1,000만원 이하 금융소득에 대해서도 건보료를 매기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연 336만원(과세소득 기준)은 올해 9월부터 시행된 건보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에서 건보 가입자의 최저보험료(월 1만9500원)를 매기는 소득 기준 금액이다.
전문가들은 건강보험공단 재정이 악화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소득이 아니라 금융소득에까지 건강보험료를 책정하는 것은 건강보험 설립 취지에도 맞지 않다고 주장한다. 노동자들이 건강하게 일터에서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지원한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직장가입제도와 직장인이 아닌 일반 국민의 건강 및 복지 증진을 위한 지역가입자 제도 양쪽 모두에 해당되지 않는 소득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반면 이미 부동산 임대소득 등으로 종합소득세를 신고하는 임대업자의 경우 자산 가격에 연동해 건보료가 책정되고 있어 부동산 임대소득과 금융소득을 구분 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박도 나온다.
또한 소상공인, 일용근로자, 특수고용직 종사자(보험설계사·택배기사 등), 은퇴자 등이 속하는 지역가입자들에게 이미 소득 외에 재산과 자동차에도 보험료를 부과하고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보험료를 내지 않는 피부양자는 지난 7월 기준 1,793만 7,000명에 달하는데, 납부능력이 충분한 이들도 많다는 것이다. 무임승차자가 많아 공정성·형평성 논란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