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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모호한 법령으로 ‘GDP 5% 피해’ 투자 축소 및 혁신 지연 초래 유럽 성장 ‘주요 걸림돌’로 부상
본 기사는 The Economy의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탈리아가 법적 모호함 때문에 입는 경제적 손실이 GDP(국내총생산)의 5%에 해당하는 연간 1,100억 유로(17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이탈리아의 공공, 민간 부문 연구개발비를 모두 합친 것보다 크다. 기업들이 규제나 법령이 명확해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투자가 늦춰지거나 축소되고 혁신이 지연되는 일이 벌어진다.

‘법적 모호함’으로 인한 경제 손실 ‘178조 원’
법적 모호함이 미치는 영향은 단순하면서 파괴적이다. 투자자들은 지금 실행하고 추후 법적 해석과 상충하는 결과에 직면하거나 규제가 정리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데, 갈수록 기다리는 쪽을 택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정책적 불확실성’이 유럽의 성장을 가로막는 주범이 되고 있다고 경고한다.
투자자들에게 시장 불확실성은 익숙한 개념이지만 법적 불확실성은 그렇지 않다. 모호한 법령과 뒤늦은 지침, 종잡을 수 없는 집행은 ‘무대응’(inaction)을 합리적 대안의 하나로 만든다. 유럽중앙은행에 따르면 불확실성에 직면한 기업들은 투자를 2.5%P만큼 줄이는 경향이 있고, 이러한 불확실성이 악화하지 않았다면 2022년 EU(유럽연합) 기업 투자는 0.42%P 더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투자 ‘축소 및 지연’으로 연결
법적 모호함의 영향이 가장 큰 영역은 세무와 노동, 경쟁법 등인데, 이들 모두 자본 투자 관련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분야다. 기업들은 앞서 나가지 않고 다른 기업이나 산업의 눈치를 보기도 한다. 특히 디지털 및 지속 가능 보고 의무에 대한 누적된 규제가 명확한 행동 지침을 제공하지 않아 기업들의 규정 준수 비용을 높이고 있다.

주: 질적 수준(좌측), 신규 법령(실선), 헌법(점선) / 단어 수(우측)
통념은 ‘두고 봅시다’(wait and see)를 반복하는 리더들을 비웃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최적화된 대응일 경우가 많다. 연구에 따르면 지연으로 인한 비용이 크지 않고, 실행의 법적 리스크가 높을 때는 기다리는 것이 향후 대응력을 키우는 방법일 수 있다. 특히 법이 사후에 명확해지거나, 장비 투자나 계약, 채용 등의 조치를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리고 이는 현재 유럽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불확실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 기업의 투자 확률은 4.5%P 낮아지고 투자를 줄일 확률도 3%P 높아진다. 이러한 기업들의 의사결정이 쌓여 경제 성장의 구조적 걸림돌로 작용한다. 문제는 유럽이 지금 디지털화와 친환경 전환, 방위 산업 공급망에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대기업 지원, 중소기업 핍박’ 부작용
물론 이것이 유럽만의 문제는 아니다. 올해 들어 공식 통계의 신뢰성에 대한 도전이나 오락가락하는 관세와 같이 미국의 정치적 혼란에서 비롯된 불확실성이 유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탈리아의 2분기 GDP는 관세 위협으로 인한 무역 흐름 축소로 이미 0.1% 줄어들었다.
이탈리아의 경제 정책 불확실성 지수(Economic Policy Uncertainty Index)는 지난 4월 246점으로 최고를 기록한 이후 아직도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와 EU 집행 위원회는 규제 과잉과 정치 불안정을 인플레이션과 함께 투자 저하의 주요인으로 꼽았다.
이탈리아에서 법적 불투명성은 법무팀을 갖춘 기존 대기업을 지원하고 혁신 잠재력을 가진 중소기업을 핍박하는, 뜻하지 않은 산업정책으로 기능한다. 변하기 쉬운 법 해석을 따라갈 자원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이 연구개발 투자를 꺼리면서 이탈리아 전체의 연구개발비 비중은 유럽 평균을 밑돌고,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주: *짙은 색일수록 판결 불일치 확률이 높음
복잡한 법보다 모호한 법이 ‘더 문제’
작년에는 건설 산업이 성장 중임에도 장비 투자가 줄어 장기 생산성에 대한 우려까지 더하고 있다. 법적 분쟁과 외부 충격이 겹치면서 올해 경제 성장률은 작년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경제는 복잡함은 수용할 수 있지만 모호한 법체계에서는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법적 모호함은 인적 자본 투자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대학 및 직업 훈련 기관도 조달 및 재정 지원 관련 규정이 언제 바뀔지 몰라 프로그램 확대나 교과과정 업데이트를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불확실한 연구개발비 세제 혜택이나 보고 의무도 산학협력을 망치는 원인 중 하나다.
정책 당국은 문제 해결을 위해 복잡한 법령 도입 시 사례에 기반한 명료한 지침을 제공하도록 하고, 규제를 준수한 기업들이 소급적 재해석에 따른 불이익에 처하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 또 신규 법안이 적용되면 기존 규제가 자동으로 폐기되는 ‘규제 제한’을 도입할 필요도 있다.
모호한 법체계는 이탈리아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식적인 설명보다 법안이 앞서 쌓이는 모든 국가에 해당할 수 있다. 기업들이 한결같이 ‘두고 보기’를 실천한다면 경제는 어떻게 되겠는가?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When laws speak with riddles, markets are silent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