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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미·중 경쟁 속 한국은 공급망 다변화, 필리핀은 해양 억지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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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months 1 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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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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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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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남중국해 압박 대응 위해 EDCA 거점 확대·해양 억지 강화
한국, 중국 의존 완화 위해 공급망 다변화·한·미·일 협력 심화
두 동맹, 진영 선택이 아닌 기능별 대응 전략으로 재편

본 기사는 The Economy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2024년 여론조사에서 필리핀 국민의 91%가 중국의 영유권 분쟁에 불안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65%는 매우 우려한다고 응답했다. 이 수치는 ‘미·중 경쟁’ 같은 추상적 표현보다, 동남아 민심과 정책 변화를 더 분명히 보여준다.

이 불안은 실제 사건에서 비롯됐다. 최근 2년 동안 중국 해경은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선박에 물대포를 발사하거나 고의 충돌을 일으켜 부상과 선박 파손을 초래했다. 2025년 8월 초에도 스카보로 암초 인근에서 충돌이 발생하자 마닐라는 즉각 중국을 규탄했다. 이에 필리핀은 미국과의 안보 협력을 강화했다. 미군의 순환 배치와 물자 전진 배치를 허용하는 ‘방위협력확대협정(Enhanced Defense Cooperation Agreement, EDCA)’ 거점은 9곳으로 확대됐고, 상당수는 대만해협과 스프래틀리 군도를 겨냥한 위치에 있다. 동시에 사상 최대 규모의 ‘발리카탄’ 연합 훈련을 열어 합동 작전 능력을 높였다.

사진=ChatGPT

기능별 동맹으로의 전환

국제 정세는 흔히 동맹국들이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구도로 설명됐다. 그러나 필리핀과 한국의 선택은 서로 다른 조건과 필요에서 나온다. 필리핀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회색지대 압박을 직접 맡는 최전선 국가다. 따라서 시급한 과제는 해양 억지력과 치안 역량 강화다. 반면 한국은 북한의 포병 위협에 상시 노출돼 있으며, 안보는 미국의 확장억제에 의존한다. 동시에 무역과 산업은 중국 중심의 제조망과 깊이 얽혀 있다.

결과적으로 양국의 동맹 전략은 기능별로 나뉜다. 필리핀은 미군 순환 배치와 해·공역 감시 능력에 집중해 중국의 ‘살라미 전술’을 차단한다. 한국은 한·미·일 3자 협력과 공급망 재편을 통해 중국 의존을 줄인다. 특히 흑연, 양극재 전구체, 레거시 반도체 같은 핵심 소재와 부품에서 중국 의존을 축소하는 것이 핵심이다.

시점도 중요하다. 2023~2025년 중국의 강압 전술은 더 노골화됐고, 같은 시기 한국의 수출 통계와 미국의 산업 규제 변화는 기업들이 중국 의존 구조를 재점검하게 만들었다. 이를 단순히 ‘미국 대 중국’ 구도로만 해석한다면 정책 자원의 배분을 그르칠 수 있다.

2024년 중국 영유권 분쟁에 대한 필리핀 및 한국의 국민 우려 수준
주: 국가-필리핀, 한국(X축), 응답률(Y축)/매우 우려(진한 파랑), 다소 우려(연한 파랑), 총 우려(진한 회색), 우려하지 않음(연한 회색)

필리핀의 증거: 기지 철수와 회색지대 압력

필리핀은 과거 미군 기지 철수의 대가를 치렀다. 1991년 상원이 새 방위조약을 거부하면서 1992년 수빅과 클라크 기지가 폐쇄됐다. 불과 3년 뒤 중국은 필리핀 배타적경제수역 내 미스치프 환초에 구조물을 세웠고, 2012년에는 스카보로 암초를 사실상 장악했다.

이후 필리핀은 영구기지 대신 ‘동맹 인프라 재건’으로 대응했다. 2014년 체결된 EDCA는 미군의 순환 배치와 전진 배치를 허용했고, 2023년에는 카가얀·이사벨라·발라박 등 4개 거점이 추가됐다. 2023~2024년 중국 해경의 공격 사건은 이 구조의 긴급성을 확인시켰다. 이에 2024~2025년 발리카탄 훈련에는 1만4,000~1만6,000명이 참가해 합동 타격, 물류, 상륙 억지를 집중 훈련했다.

역사는 단순한 메시지를 전한다. 미군을 철수시켰을 때는 중국의 강압이 뒤따랐고, 접근을 다시 열자 억지력과 투자도 돌아왔다. 이는 이념이 아니라 기능의 교훈이다.

서울의 줄타기: 중국 의존 경제, 미국 중심 안보

한국은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긴밀히 연결돼 있지만, 안보 기반은 미국에 더 깊이 의존한다. 한반도에는 약 2만8,500명의 미군이 주둔하며 북한 억지를 담당하고 있고, 2023년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서 한·미·일 3자 협의체, 정보 공유, 합동훈련이 제도화됐다.

경제 지형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20년간 최대 수출국이던 중국은 2023년 말부터 2024년 초 사이에 미국에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같은 해 한국의 대중 수출은 약 20% 감소했고, 전체 수출에서 중국 비중은 20년 만에 처음으로 20% 아래로 내려갔다. 중국이 한국산 중간재를 자국산으로 대체하면서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반면 AI 메모리 수요 확대가 수출 감소세를 일부 완화했다.

정책적 시사점은 분명하다. 안보에서는 억지력과 3자 협력을 유지하면서, 경제에서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핵심 품목과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

2018년 대비 2023년 한국 수출의 중국·미국 의존도 변화(단위: %)
주: 국가-중국, 미국(X축), 총수출 비중(Y축)/2018년(진한 파랑), 2023년(연한 파랑)

루손섬에 쏠리는 미국의 투자

최근 미국의 추가 안보 투자가 한국보다 필리핀에 집중되는 이유는 ‘해양’이다. 카가얀과 이사벨라의 EDCA 거점은 대만해협 충돌 시 바시 해협을 통제할 수 있는 위치에 있고, 발라박은 스프래틀리 군도의 남서쪽 접근로를 차단한다.

2024년 7월 미국은 필리핀 군과 해경에 5억 달러(약 6,800억 원) 규모의 안보 지원을 약속했다. 양국 공동성명은 남중국해 어디에서든 필리핀 군과 해경이 공격받을 경우 상호방위조약이 적용된다고 명시했다. 같은 해 발리카탄 훈련을 통해 합동 해상 타격과 방공 훈련을 확대했다. 이는 고정 기지보다 순환 배치와 분산 전략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한국은 한반도 억지와 기술 협력에서 필수적이지만, 중국의 해양 압박이 집중되는 최전선은 루손섬에서 팔라완까지 이어진다. 미국의 추가 자금이 필리핀에 우선 투입되는 배경은 이 지리적 현실에 있다.

필리핀은 해양, 한국은 공급망

필리핀과 한국 모두 중국 의존의 수익이 줄고 있지만 맥락은 다르다. 필리핀은 이미 미국이 최대 수출국이며, 중국은 주로 수입과 전자 조립용 부품에서 중요하다. 이에 따라 필리핀은 EDCA를 기반으로 물류 인프라를 확충하고, 국방 관련 투자를 유치하며, 미국·일본 자본을 해양 기반 시설로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한국은 산업정책 차원의 부담이 크다. 배터리 핵심 소재 상당 부분을 중국이 공급해 왔는데, 흑연과 음극재·양극재 전구체에서 특히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흑연 수출 통제와 미국의 해외우려기관(Foreign Entity of Concern, FEOC) 규정이 겹치면서 한국 배터리 산업의 취약성이 드러났다. 따라서 한국의 전략은 탈중국이 아니라 위험 완화다. 배터리 소재를 현지화하거나 우방국에서 조달하고, 반도체 고객을 다변화하며, 미국 세제 혜택을 활용하는 식의 다층적 접근이다.

예상되는 반론과 그 한계

일각에서는 필리핀과 한국을 단순 비교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필리핀은 매일 해상에서 압박을 받지만, 한국은 핵무장 북한과 세계 기술시장을 상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협의 성격이 다르기에 노출에 맞는 대응이 필요하다.

또 다른 비판은 필리핀 내 미군 활동이 긴장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중국의 압박은 EDCA 확대 이전부터 이미 거세졌고, 필리핀이 자제했는지와 무관하게 지속됐다. 오히려 해경까지 상호방위조약 적용 대상에 포함시킨 조치가 오인 가능성을 줄였다.

중국 시장을 자극하면 안 된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여론과 무역 데이터는 다른 흐름을 보여준다. 필리핀 국민 다수는 중국과의 분쟁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중국의 수입대체로 수요가 줄고 있는 반면 미국 수요와 AI 반도체 수요가 수출 감소세를 완화했다.

미국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그러나 캠프 데이비드 이후 제도화된 3자 협의 절차, 정례화된 동맹 훈련, 지속적 자금 투입은 선거 주기를 넘어서는 연속성을 보장한다. 현명한 선택은 억지력 강화와 위험 완화를 병행해 외교적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경계에서 전략으로

필리핀은 1991~1992년 미군 철수 후 미스치프 환초와 스카보로 암초를 잃었지만, 동맹 협력을 복원해 순환 배치·분산 전략·합동 억지를 마련하며 억지력과 투자를 되찾았다. 한국은 북한의 위협과 중국 중심 제조망 의존이라는 이중 과제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핵심 소재와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면서, 한·미·일 3자 협력으로 억지력과 위기 대응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정책 결정자들은 두 흐름을 연결해야 한다. 필리핀은 EDCA를 활용해 해경·감시·민간 회복력을 강화하되 공격 전초기지가 되는 것은 피해야 하고, 한국은 관세·보조금을 구조적 다변화로 전환하되 중국과의 실용적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진영이 아니라 자국의 필요와 기능에 맞는 대응이 두 동맹국을 덜 흔들리고 더 협력 할 수 있게 만들며, 자국 조건에 맞는 평화를 구축하게 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wo Paths to the Same Shore: The Strategic Significance of Manila's Hard Lesson and Seoul's Narrow Ledge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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