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 Home
  • TE분석
  • 돈도 못 버는데 영업비밀 공개 압박, ‘제2 딥시크’ 마누스도 ‘탈중국’
돈도 못 버는데 영업비밀 공개 압박, ‘제2 딥시크’ 마누스도 ‘탈중국’
Picture

Member for

10 months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연구원
Bio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국적 포기하는 중국 기업들
자국 내 제재·美 수출 제한 등 영향
규제 부담 적은 곳으로 이주 행렬

시진핑 국가주석이 '제2의 딥시크(deepseek)'로 주목하던 중국의 인공지능(AI) 서비스 '마누스(Manus)'가 최근 중국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갈등에 따른 지정학적 압박과 자본 조달 제약, 그리고 중국 내 강도 높은 규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번 사례는 AI 스타트업뿐 아니라 패션·전자상거래·태양광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확산되는 ‘차이나 엑소더스’ 움직임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특히 그롤벌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중국 차세대 기업들을 위주로 나타나는 분위기다.

‘마누스’ 개발사, 싱가포르로 본사 이전

18일 중국중앙통신을 비롯한 중국 주요 매체들 보도에 따르면, 마누스를 개발한 중국 AI 스타트업 버터플라이이펙트테크놀로지는 최근 위챗, 샤오훙수 등 중국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모두 삭제하고 싱가포르로 본사를 이전했다. 이들이 중국 사업을 접고 싱가포르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개발 인력 40명을 제외한 80여 명의 직원들을 모두 해고했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지난 3월 세상에 공개된 마누스는 '세계 최초의 완전 자율 AI 에이전트'로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AI 에이전트는 인간이 목표를 설정해 주면 인간에게 묻지 않고 자율적으로 판단해 능동적으로 과제를 수행하는 AI다. 공개 당시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최초의 AI'로 실리콘밸리에 딥시크 이상의 충격을 줬다는 평가를 받자 포브스 등의 외신들도 앞다퉈 보도했다. 특히 마누스가 AI 에이전트 성능 평가 기준인 'GAIA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오픈AI가 2월 출시한 딥리서치를 앞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에서는 '제2의 딥시크 모멘트'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이후 중국 정부는 직접 마누스 밀어 주기에 나섰다. 국영 언론이 처음으로 소개에 나선 데 이어, 버터플라이이펙트테크놀로지가 만든 AI 어시스턴트도 사용 허가를 내줬다. 같은 시기 베이징시 정부도 마누스가 이전에 출시한 '모니카 AI'의 중국어 버전이 중국에서 생성 AI 앱에 필요한 등록을 마쳤다고 발표했다. 이는 중국 정부의 챗봇 검열을 통과했다는 의미다. 중국에서는 생성 AI를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중국 사이버공간관리국(CAC)의 검열을 통과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CAC는 심사한 기업을 일괄적으로 발표하는데, 시 정부가 특정 회사의 결과를 따로 발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무료 사용 압박에 수익화 한계

버터플라이이펙트 측은 싱가포르로의 본사 이전을 두고 "운영 효율성 제고와 글로벌 전략 피벗"을 공식적인 이유로 내세웠지만, AI업계 전문가들은 이들이 단행한 '중국 손절'엔 지정학적 요인과 자본 압력이 주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미국 등 서방의 재정적 지원과 글로벌 서비스 개시를 위해서는 중국 본토를 떠나는 결정이 필수적이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5월 버터플라이이펙트는 미국 투자사 벤치마크캐피탈의 주도로 7,500만 달러(약 1조350억원) 규모 시리즈 B 투자 유치를 계획했으나, 미국의 ‘해외 투자 안보 프로그램’ 규제에 막혀 현재까지도 미 재무부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중국 AI 기술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는 프로젝트 투자를 원천 금지하면서 마누스의 미국 진출은 더욱 어려워졌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규제와 감시도 본사 이전을 택하는 데 한몫했다. 중국 정부는 생성형 AI 서비스 관리 방안을 통해 생성형 AI 콘텐츠에 핵심 사회주의 가치 반영을 요구하며, AI 챗봇 등 서비스 출시 전 관련 알고리즘을 정부에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한 컨설팅업체 창립자는 "이는 AI 개발자가 중국에 있는 경우 '자유로운 탐색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반면 싱가포르 등 해외는 중국과 달리 AI 규제가 덜 엄격하고 외국인의 회사 설립도 쉬운 편"이라고 짚었다.

중국 내부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데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사실도 해외 이전을 부추긴 요소로 지목된다. 중국에서 만든 서비스는 해외 서비스가 어려워 대부분 내수용으로만 활용되는 데다 정부의 압박으로 중국 내에서는 서비스를 무료로 개방해야 하기 때문이다. AI 서비스업계 특성상 데이터센터 등의 필수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지만 서비스로는 돈을 벌 수 없는 ‘적자산업 구조’인 셈이다.

中 기업들, 본사 해외 이전 ‘러시’

중국 기업들의 탈중국 움직임은 AI 기업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미·중 패권 경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긴장에 이른바 '워싱(washing·이미지 세탁)'을 선택하는 중국 기업의 수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패스트패션업계의 정상에 오른 중국의 패션 기업 쉬인(Shein)이다. 지난 2008년 설립된 쉬인은 2023년 본사를 싱가포르로 이전한 후 중국 난징의 기업 등록을 말소했다. 이후 아일랜드와 미국 인디애나주(州)에 지사를 설립하고 워싱턴DC에 로비대행 업체와도 계약했다.

이는 미국에서의 기업공개(IPO)에 대한 사전 작업이라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저렴한 상품을 앞세워 온 쉬인은 중국 내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값싼 섬유를 사용해 상품을 생산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 같은 의혹이 IPO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만큼 중국 기업 이미지를 최대한 탈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 대형 전자상거래 기업 핀둬둬(Pinduoduo)의 해외 쇼핑 앱 테무(Temu)는 본사를 보스턴에 설립했다. 핀둬둬도 본사를 중국에서 아일랜드로 옮기면서 중국 색깔을 뺐다. 전 세계 태양광 패널의 10%를 생산하는 중국 태양광 PV 제조업체 징코솔라(Jinko Solar)도 지난 2023년 생산시설을 중국 밖으로 이전했다.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대한 미국의 수출 규제를 우회하기 위한 조치다. 이 같은 움직임은 틱톡(TikTok) 모회사인 바이트댄스가 글로벌 시장용 틱톡과 중국 내수용 더우인(Douyin)을 나눠서 운영하면서 전 세계 이용자를 타깃으로 하는 틱톡만 탈중국 시키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틱톡은 지난 2022년 본사를 베이징에서 싱가포르로 이전한 상태다.

Picture

Member for

10 months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연구원
Bio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