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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중국 일대일로, 태평양 부채 위기 속 지속 가능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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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months 1 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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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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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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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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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도상국 외채 상환 부담 확대, 2025년 중국 상환액 정점
태평양 도서국, 자연재해와 협소한 세수로 부채 취약성 심화
일대일로 지속 가능 조건은 투명 계약·보조금·채무 완화

본 기사는 The Economy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2023년 개발도상국의 외채 상환액은 1조4,000억 달러(약 1,983조원)에 이르렀다. 이 중 이자만 4,060억 달러(약 575조원)로 20년 만의 최고치다. 보건과 기후 대응 같은 필수 지출마저 압박을 받을 만큼 부담이 커졌다.

이 부채 구조에서 중국은 핵심 채권자로 부상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2013년 출범시킨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BRI)는 아시아·아프리카·태평양을 잇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 전략이다. 중국의 국책 금융기관들이 항만·철도·발전소 건설을 위해 대규모 차관을 제공하면서, 많은 개발도상국의 대외 부채가 중국과 직결됐다.

2025년에는 그 압박이 더 커진다. 개발도상국들은 중국 국책 금융기관에만 350억 달러(약 50조원)를 갚아야 한다. 이 가운데 가장 가난한 75개국이 220억 달러(약 31조원)를 부담한다. 작은 나라들의 연간 사회간접자본이나 공공서비스 예산이 한 번에 소진될 수 있는 규모다.

사진=ChatGPT

재정 압박은 곧 주권 문제

태평양 도서국(Pacific Island Countries, PICs)의 상황은 특히 취약하다. 사이클론 같은 자연재해가 매년 GDP의 2~3%를 앗아가고, 예산의 한순간 유출만으로 도로 보수·전력 공급·통신망 유지가 차질을 빚는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군사 거점이 아니라 국가 재정이다. 서방과 다자 금융기관이 오랫동안 대출과 원조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해 온 것처럼, 중국의 일대일로도 자금을 매개로 한다. 차이는 조건 공개 여부다. 중국 차관은 사업 세부 내용이 불투명한 경우가 많아 채무 재조정 과정에서 불확실성을 키운다.

이 때문에 큰 재해가 닥치면 단순한 부채 문제가 곧바로 주권 문제로 이어진다. 따라서 어느 쪽 자금이든 인프라 투자는 단기간의 시설 완공 여부가 아니라 수십 년간 재정적 자립에 기여하는지를 기준으로 평가돼야 한다.

스리랑카 사례와 교훈

스리랑카의 경험은 이를 보여준다. 흔히 중국 차입이 경제를 무너뜨렸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실제로는 국제금융시장에서 발행한 국채가 더 큰 부담이었고, 2021년 말 기준 중국 부채는 전체 공공 외채의 20% 수준에 그쳤다. 위기의 근본 원인은 대규모 감세, 외화 부족, 코로나19로 인한 관광 붕괴, 글로벌 금리 인상 등 복합적 요인이었다. 특정 국가만 탓하는 것은 위험을 가린다. 계약이 불투명하고, 상환 기간이 짧으며, 수익성이 낮은 구조 자체가 위기를 키운다.

자주 인용되는 함반토타항 사례도 마찬가지다. “중국이 빚 대신 항만을 가져갔다”라는 통념과 달리, 스리랑카는 외화 확보를 위해 항만 운영권을 중국 기업에 임대한 것이고 기존 대출 상환은 계속 이뤄졌다. 잘못된 투자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강제 압류는 아니었다. 교훈은 명확하다. 상업적 운영 계약과 국가 보증을 분리하고, 안보 관련 조항이 금융 조건을 흔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실제 권력은 여론이 아니라 계약 조항에서 갈린다.

안보 협정과 인프라 경쟁

중국의 태평양 전략도 변화하고 있다. 1930년대 일본이 군사력으로 거점을 확보했다면, 오늘날 중국은 경찰 협력, 디지털 인프라, 인적 교류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솔로몬제도가 2022년 중국과 안보 협정을, 2023년 경찰 협정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중국은 해저 케이블 같은 통신망에도 집중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경제 기반이 아니라 전략 자산으로 간주된다.

재정 지원 방식도 바뀌었다. 대규모 차관 중심에서 보조금과 소규모 프로젝트로 무게를 옮겼다. 2024년 피지 바누아레부 도로 개선 사업에는 1억3,500만 달러(약 1조9,100억원)가 투입됐다.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이 제공한 최대 규모 보조금이다. 솔로몬제도와 바누아투에서도 유사한 지원이 이어졌다. 보조금은 단기 채무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중국에 관한 호의와 교역 기반을 강화한다.

이런 흐름은 다른 파트너에도 압박으로 작용한다. 중국이 자연재해 취약 지역에 대규모 보조금을 투입하면, 기존 협력국들도 유사한 조건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프라 경쟁의 무게가 채무 부담에서 서비스 품질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2013~2024년 중국의 태평양 지역 금융 공여 구조 변화(단위: 백만 달러)
주: 연도(X축), 약정 금액(Y축)/대출(진한 파랑), 보조금(연한 파랑), 총 약정 금액(회색)

시험대는 성장의 재정

통가 사례는 현실을 보여준다. 외채는 GDP의 38%에 달하고 절반 이상이 중국 부채다. 상환 부담은 2024년 GDP의 3.5% 수준으로 치솟았고, 2027년까지 높은 수준이 이어질 전망이다. 여기에 자연재해가 겹치면 재정은 즉각 흔들린다. 결국 인프라 투자가 진정한 성과로 평가받으려면 단순한 건설 실적이 아니라 국가 재정을 장기적으로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어져야 한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태평양 지역 경제 보고서(Pacific Economic Update)도 같은 우려를 제기한다. 태평양 지역 성장률은 2023년 5.8%에서 2024년 3.6%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해 위험과 협소한 세수 기반이 부채 취약성을 높이고, 투자 여건도 미온적이다. 반면 통신망 확충과 기후 대응에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일대일로는 신규 자금 유치액보다 상환액이 더 큰 ‘순유출’ 구조여서, 재해 직후 신속한 지원이 없다면 채권자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스리랑카의 교훈이 다시 확인되는 대목이다.

태평양 도서국의 대중국 부채 상환과 공교육 지출 비교(단위: %)
주: 국가-통가, 사모아, 바누아투, 피지, 솔로몬제도(X축), GDP 대비 비율(Y축)/대중국 부채 상환(남색), 공교육 지출(회색)

지배를 만드는 재정 설계

계약의 투명성은 모든 차관과 원조의 기본 원칙이다. 그러나 기밀 조항이나 정책은행·상업 대출의 불분명한 구분은 주요 20개국 협의체(G20)에서 채무 재조정을 늦추는 원인이 돼왔다. 태평양 도서국이 부채 현황을 공개하고 조달 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하며 독립적 비용 대비 효과 검증을 시행한다면 위험은 줄어든다. 이는 특정 국가를 견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재해 발생 시 채권자와의 협상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하고 정치적 특혜를 차단하기 위한 장치다. 투명성은 주권을 지키는 기반이다.

또한 인프라 투자는 단순한 도로나 항만 건설 성과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국가 재정을 안정시키고 공공서비스 기반을 넓히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설은 완공돼도 경제적 효과는 제한적이고, 빚 부담만 늘어난다.

비판과 증거

일대일로 차입이 경제를 무너뜨린다는 단순한 비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스리랑카 사례가 보여주듯, 위기의 핵심은 국제 국채와 재정 운용 실패였다. 중국 자금은 압박을 더 했지만, 시스템 자체가 여러 지점에서 흔들린 결과였다. 문제를 잘못 진단하면 해법도 빗나간다. 필요한 것은 특정 국가를 겨냥한 비난이 아니라, 모든 차입에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 기준이다. 계약을 공개하고, 사업 수익을 현실적으로 예측하며, 재해 충격에 대비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또 다른 반론은 서방도 오랫동안 자금을 무기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는 점이다. 호주가 경찰학교를 세우든, 중국이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든 핵심은 국기 색깔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재해가 닥쳐도 예산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원격 지역에 통신망·장비·인력이 제공되는지 여부다. 그래야 안보 협정이나 해저 케이블 같은 외형적 협력이 실제 안전망으로 작동한다.

마음속 전진기지

데이터가 말하는 결론은 분명하다. 전 세계 부채 상환은 사상 최고치에 이르렀고, 중국에 대한 상환은 2025년에 정점을 찍는다. 태평양에서는 매년 반복되는 폭풍이 GDP의 2~3%를 앗아가며 작은 경제에 상시 세금처럼 작동한다. 돈은 앞으로도 군사력 못지않게 권력을 투사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기회도 있다. 중국이 일대일로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려면 재해 취약 지역에 대한 보조금, 투명한 계약, 공정한 채무 완화가 필수적이다. 서방이 진정한 대안이 되려 한다면 같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세기를 가를 전진기지는 항구나 군사 기지가 아니라, 위기 때도 흔들리지 않는 재정 규칙과 투명한 합의다. 주권은 외부 자금이 아니라 스스로 설계한 제도적 기반에서 나온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Money Without Soldiers: The Belt and Road' Base Camps' in the Pacific and the Sri Lankan Test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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