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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 등 기존 투자자에 2차 매각 추진 거래 성사 땐 기업 가치 695조원으로 껑충 비상장 테크 기업 중 세계 최고 '몸값' 예고

오픈AI가 기업 가치 5,000억 달러(약 695조원)로 평가받고 내부자 주식 매각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의 보유한 주식을 현금화할 기회를 제공하는 금전적 보상을 통해 인공지능(AI) 인재 이탈을 막기 위해서다. 메타 등 경쟁사들이 대규모 자금을 앞세워 인재 영입에 적극 나서자 특단 대책을 잇따라 내놓으며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8조원대 내부자 매각
17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오픈AI는 60억 달러(약 8조3,000억원)에 이르는 내부자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의 기업가치는 5,000억 달러로 평가된 상태로, 이번 가치가 확정될 경우 오픈AI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스페이스X'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지닌 스타트업으로 올라서게 된다.
이번 거래는 오픈AI 전·현직 직원들이 보유한 주식을 소프트뱅크, 스라이브 캐피털, 드래고니어 인베스트먼트 등 주요 투자자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앞서 블룸버그는 이달 5일에도 오픈AI가 같은 기업 가치로 내부자 주식 매각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협상은 초기 단계며, 매각은 소프트뱅크가 이끄는 400억 달러(약 55조5,000억원) 규모 자금 조달과는 별개로 추진된다. 지난 3월 400억 달러 자금 조달 당시 오픈AI의 기업 가치는 3,000억 달러(약 416조원)로 평가됐으나 불과 몇 달 만에 5,000억 달러로 껑충 뛰며 몸값을 높였다.
이번 지분 매각은 상장(IPO)이나 인수합병(M&A)을 거치지 않고도 직원들이 자사 주식을 현금화할 수 있는 ‘이차거래(Secondary Sale)’ 방식으로, 직원들에게 현금화 기회를 제공해 AI 인재 확보 경쟁에서 보상 수단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지분 거래에는 기존 투자자들은 참여할 수 없으며, 최소 2년 이상 근무한 현직·전직 직원만 참여 자격이 주어진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지난 7일 사내 메신저를 통해 “범용인공지능(AGI) 구축을 위해 헌신한 직원들의 노고에 감사한다”며 “시장 흐름에 맞춰 보상 체계를 재검토해 왔고, 앞으로도 회사가 성장하는 만큼 보상도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손정의 “10년 내 ‘꿈의 초지능사회’ 목표”
업계에서는 이번 지분 매각 과정에서 소프트뱅크가 최대한 많은 물량을 확보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오랜 기간 오픈AI 지분 인수에 강한 관심을 보여왔다. 이는 향후 10년 안에 인간 지능의 1만 배 수준에 해당하는 초인공지능(ASI)을 실현하겠다는 손 회장의 포부와 맞닿아 있다.
지난 6월 27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소프트뱅크그룹 정기 주주총회에서 손 회장은 "나는 ASI의 세계에 올인하고 있다(I am betting all in on the world of ASI). 10년 정도 뒤에는 ASI를 실현할 것"이라며 "소프트뱅크를 ASI 분야 세계 1등 플랫폼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그는 "ASI 시대는 승자독식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소프트뱅크가 구상하는 AI 전략은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첫째는 영국 팹리스(설계) 반도체 기업인 'Arm'과 '오픈AI'를 축으로 한 AI 서비스 산업이다. 손 회장은 이미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맞춤형 AI 비서 서비스 '크리스털 인텔리전스(Cristal intelligence)'를 선보였다. 크리스털 인텔리전스는 기업의 메일, 회의자료, 시스템 등 내부 데이터를 활용해 의사결정과 업무 효율화를 돕는 서비스로, 손 회장은 "전기가 있는 나라와 없는 나라만큼 큰 차이가 생길 것"이라며 "AI가 기업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맞춤형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둘째는 대규모 AI 인프라 구축이다. 현재 소프트뱅크는 오픈AI 등과 함께 5, 000억 달러(약 678조원) 규모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Stargate Project)'를 추진 중이다. 미국에 데이터센터와 이를 잇는 전력망 등 기반시설을 건설해 AI 산업의 도로망을 깔겠다는 계획이다. 손 회장은 "도로가 없으면 자동차 산업이 클 수 없는 것처럼, AI 인프라는 산업 경쟁력의 필수 요소"라고 강조했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반년 만에 공회전
다만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실현하기 위해선 미국 각지에 데이터센터를 세워야 하고 여기에 필요한 첨단 반도체도 필요하다. 더구나 소프트뱅크는 물밑에서 반도체 개발과 제조, AI를 탑재한 로봇 사업까지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5, 000억 달러라는 투자 계획은 전례가 없는 규모여서 자금 조달부터 난관에 봉착한 상황이다.
오픈AI와 소프트뱅크는 지난 1월 백악관 발표에서 '즉시 1,000억 달러(약 139조원) 투자'를 공언했다. 이어 2029년까지 총 5,000억 달러를 투입해 미국 전역에 10기가와트(GW) 규모의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짓고 일자리 10만 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발표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계획의 구체적인 진척은 거의 없다. 당초의 거창한 계획은 '올해 말 오하이오에 소규모 데이터센터 1곳 완공'으로 목표가 대폭 축소됐다.
스타게이트 계획의 차질은 미국의 AI 주도권 전략에도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의 경쟁을 의식해 AI 기반 시설 확대를 국가 총력전처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가장 상징적인 민관 합작 계획이 실행력 부족에 부딪히면서, 정부 정책 목표와 현실 사이의 거리를 드러내고 있다. 자연히 관련 고용과 기술 자립 목표 달성에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결국 이번 오픈AI 지분 매각에 소프트뱅크가 일선에 참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수단으로 기능할 것이란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