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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부터 '부모급여'가 신설돼 만 0세 아동을 키우는 가정에 월 70만원, 만 1세 아동 가정에는 월 35만원이 지급된다. 2024년부터는 신생아 가정 지원금은 월 100만원으로 확대된다.
1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제4차 중장기 보육 기본계획'에 '부모급여' 항목을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향후 5년(2023∼2027년) 보육서비스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이번 4차 계획은 합계출산율(0.81명) 역대 최저의 저출산 상황에서 '영아기 종합 양육 지원'과 '보육서비스 질 제고'에 중점을 두고 국가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부모에게 '급여'가 지급된다고?
가장 놀라운 항목은 당장 내년부터 만 0세 아동, 1세 아동이 있는 가구에 각각 월 70만원과 월 35만원이 '급여' 형태로 지급된다는 것이다. 현재 지급되고 있는 월 30만원의 영아수당을 확대하는 것이다. 어린이집을 이용할 경우 50만원을 차감해 20만원이 지급된다. 신생아를 키우는 어머니들이 50만원을 위해 아이들을 직접 키울 유인을 제공하는 차원이다.
만 1세 아동부터는 월 35만원으로 '급여'가 내려가지만, 어린이집을 이용하면 지금까지처럼 월 50만원 보육료가 지원된다. 2024년부터는 만 0세에 월 100만원, 1세에 50만원으로 상향 조정될 예정이다. 내년에만 합계 2조3,600억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기타 어린이집 확대, 아이돌봄서비스 시간 확충 등이 포함되었으나, '부모급여'에 누리꾼들의 반응은 뜨겁다. 그간 여성가족부가 수십조원을 써도 해결하지 못했던 출산율 문제가 다시 언급되는 중이다. 인터넷 언론 및 커뮤니티, SNS 등에서 집계한 빅데이터 기반의 키워드 분석에서는 '부모급여'와 '지급'이 바로 연관 검색어로 등장했다. 이어 '육아 정책', '출산율' 등이 함께 언급되는 모습이 보인다.
헝가리 출산 장려 정책과 유사
그간 전문가들은 여성가족부의 '여성'에 초점을 맞춘 정책보다 직접적으로 '출산'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가장 유사한 예시로 인구감소에 시달리던 헝가리가 이주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자녀 출산 시 대출이자 면제, 2명 이상 출산 시 대출액 1/3 탕감 등의 전격적인 조치를 취한 부분이 국민들 사이에 여러 차례 언급된 바 있다.
UN은 지난 2019년 헝가리의 2020년 인구가 970만 명, 2050년에는 850만 명으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중부 유럽 대부분의 국가가 비슷한 사정에 처해있는 가운데, 일부 국가들이 이민자들에게 문을 열었으나, 인근 국가에서 이민을 오기보다는 아프리카 난민들과 중동의 이주민들이 대거 이민 신청서를 내면서 사회 문제로 대두된 바 있다. 2019년 2월, 정책 발표 당시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헝가리인 아이가 필요합니다'라는 캐치를 내걸고 재정지원이 포함된 패키지를 제시했다.
2019년 11월, 헝가리 중앙 통계청(KSH, Központi Statisztikai Hivatal)은 놀랄만한 통계수치를 공개하였다. 정책 시행 예고 이후 불과 반년, 시행 이후 겨우 3개월이 지난 상황이었던 2019년 9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혼인 건수가 20% 이상 증가했다는 것이다. 1989년 공산체제에서 자유시장으로 체제전환 이후 최고 기록이다. 오르반 총리의 이른바 ‘가족 인센티브 프로그램’이 2019년 7월 1일부터 시행되었고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은 ‘결혼한 부부’이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헝가리 정부는 가족의 탄생이 자연스레 출산율을 높일 것이라며 정책 효과에 고무되었다.
'부모급여'가 한국에 미칠 파장
전문가들은 헝가리와 유사한 점이 많은 만큼, 한국에서도 재정적인 지원이 포함된 정책이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2007년 시행된 러시아의 출산수당 지원 정책은 단기간 출산율이 높아지는 효과를 보았지만, 이후 재정적 불확실성으로 자녀를 더 낳지 않아 출산율은 곧 제자리로 돌아갔다.
실제로 각국 별로 저출산 문제의 원인은 다양하다. 헝가리의 정책과 같이 단기적으로 출산율을 높이는 정책도 반드시 동반되어야 하지만 노동시장의 구조나 사회, 경제적 차별과 격차 또한 저출산의 원인이 된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자칫 러시아처럼 예산만 버리고 실질적인 효과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여성가족부의 지난 20년간의 정책 대부분에 대해 국민들이 냉소를 보내는 것도 같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