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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수지 16개월 만에 11억 달러 흑자, 수출보다 수입 감소가 더 큰 ‘불황형 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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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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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무역수지가 1년 4개월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다만 지난달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어든 영향으로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다. 하반기에도 세계 경제와 교역이 제한적인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지난해 이어 올해에도 무역적자가 이어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관세청, ‘6월 수출입 현황’ 발표

관세청이 17일 발표한 '2023년 6월 월간 수출입 현황(확정치)'에 따르면 전년 동월 대비 수출은 6.0% 감소한 542억 달러(약 68조7,039억원), 수입은 11.7% 감소한 531억 달러로 무역수지는 11억 달러(약 1조3,943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월간 무역수지는 지난 2월 53억 달러(약 6조7,214억원), 3월 47억 달러, 4월 27억 달러, 5월 22억 달러를 기록하며 올해 들어 적자 규모가 감소해 왔다.

다만 수출은 지난해 10월 이후 9개월째 하락 중이다. 6월 한 달 수출은 542억 달러로 500억 달러를 상회했지만, 기저효과(2022년 6월은 역대 6월 수출액 최대)로 인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상반기 전체로 보면 부진은 더욱 두드러진다. 올해 상반기 수출은 3,071억 달러(약 389조3,413억원)로 전년보다 12.4% 감소했고, 수입은 3,336억 달러로 7.7% 감소했다. 이에 따라 상반기 무역수지는 264억 달러(약 33조4,804억원) 적자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109억 달러 적자보다 적자 폭이 심화됐다.

품목별 수출입을 살펴보면 주요 수출 품목 가운데 승용차(60.7%), 선박(96.2%), 자동차 부품(4.5%) 등은 증가했고, 반도체(-28.0%), 석유제품(-40.5%), 무선통신기기(-16.7%) 등은 감소했다. 특히 반도체 수출은 11개월 연속 감소한 반면, 승용차는 12개월 연속 수출이 증가했다.

수입의 경우 에너지 관련 품목의 감소세가 눈에 띈다. 주요 수입 품목 가운데 승용차(75.0%), 제조용 장비(1.0%), 비철금속광(6.4%) 등이 증가한 반면, 원유(-28.6%), 기계류(-0.3%), 가전제품(-4.7%) 등은 감소했다. 또한 주요 수입대상국 가운데 유럽연합(EU)(16.4%), 베트남(2.9%) 등은 증가했고, 중국(-16.7%), 중동(-21.6%), 미국(-18.3%), 일본(-4.4%), 호주(-32.7%) 등은 감소했다.

정부의 예상보다 빨랐던 흑자 전환

이번 무역수지 흑자 전환은 당초 정부의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났다. 지난 5월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은 기자간담회에서 "하반기에는 확실하게 월별 무역수지가 흑자로 전환될 텐데 그 시기는 8~9월이 될 것"이라며 "최근 반도체 전망이 안 좋게 나왔지만 늦어도 9월에는 월간 흑자가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하반기 반등을 예상한 이유는 올해 반도체 경기 저점을 2~3분기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특히 두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재고가 크게 높아진 상태였다.

실제 삼성전자의 1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재고자산은 54조4,196억원으로, 재고자산 회전율도 지난해 4.1회에서 3개월 만에 3.5회로 낮아졌다. 또 SK하이닉스는 재고자산이 17조1,822억원이었으며, 재고자산 회전율은 2.4회에서 1.6회로 느려졌다. 회전율이 감소했다는 것은 그만큼 재고가 매출로 연결되는 기간이 늘어난다는 의미로 결국 부진이 지속되고 있음을 뜻한다.

반도체 시장이 저점인 것과는 별개로 시장 전반이 개선될 가능성을 낮게 보는 분석도 나온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반도체 상황이 더 나빠질 수가 없어 5월 저점이라는 건 동의하지만, 하반기 회복과 관련해 개선될 만한 요인이 보이지 않아 개선 자체에 대해서는 불투명하다”면서 “최근 반도체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거나, 감산의 효과 등이 나타나고 있지 않다. 반도체 수요 자체도 전 세계적으로 많지 않아 하반기에 회복된다는 게 어려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월별 수출액 및 증감률/출처=관세청

지난해 부정적이었던 올해 전망, ‘무역수지개선 흐름 이어갈까

전문가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 무역수지 적자에 이어 올해에도 무역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해 왔다. 특히 한국무역협회는 지난해 12월에 미·중 갈등을 비롯한 대외 여건의 악화로 올해 수출과 수입이 동반 감소함에 따라 무역수지 138억 달러(약 17조4,956억원) 적자를 전망한 바 있다.

당시 구자열 무역협회 회장은 무역의 날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 대유행과 러-우 전쟁 여진이 계속되고, 통화 긴축으로 세계 경제가 빠르게 하강 국면에 진입하고 있기 때문에 내년 무역환경은 올해보다 더 어두울 것”으로 전망하면서 올해 수출, 수입 전망치를 지난해 각각 4.0%, 8.0% 줄어든 6,624억 달러(약 839조9,232억원), 6,762억 달러로 제시했다.

올해 상반기 무역수지가 264억 달러(약 33조4,752억원) 적자를 기록 중인 가운데, 이러한 전망이 맞아떨어지기 위해선 하반기 무역수지 흑자가 지속돼야 한다. 그러나 올해 수출 규모가 지속 감소세인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에만 100억 달러(약 12조6,800억원) 이상의 흑자를 유지하긴 어려워 보인다. 하반기에도 세계 경제와 교역이 제한적인 회복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러-우 전쟁의 장기화와 자국우선주의적 신통상규범이 EU 등 주요국으로 확산되면서 통상환경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상반기까지 수출 호조세를 견인한 자동차 수출이 반도체 공급난 해소로 인해 줄어든 친환경차 대기수요와 고금리로 인한 소비자 구매력 등으로 동반 하락하면서 수출 성장세 둔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에너지 도입단가 하락으로 수입의 두 자릿수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무역적자 폭은 지속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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