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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카셰어링 업체 그린카의 모회사인 롯데렌탈이 국내 카셰어링 업계 1위인 쏘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롯데렌탈은 이재웅 쏘카 창업자가 설립한 에스오피오오엔지(소풍)와 SK로부터 잇따라 지분을 매입해 사실상 쏘카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에 일각에선 롯데렌탈이 쏘카의 경영권을 노리고 지분을 매입하고 있단 분석을 내놓고 있다.
쏘카 2대 주주로 올라선 롯데렌탈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의하면 지난달 31일 롯데그룹의 렌터카 전문기업인 롯데렌탈은 SK가 보유한 쏘카 지분 17.91%를 전량 매입한다는 내용의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롯데렌탈은 계약 조건에 따라 이달 14일과 내년 9월 13일 두 번에 걸쳐 587만2,450주를 절반씩 매입하게 된다. 매입 가격은 각각 약 661억원으로 주당 가격은 2만2,500원이다.
이에 앞서 롯데렌탈은 지난달 22일 쏘카 대주주 중 하나인 소풍의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지분 3.2%가량을 추가 확보하기도 했다. 이로써 지분 인수가 마무리되는 내년 9월이 되면 롯데렌탈은 쏘카 지분의 32.91%의 지분을 취득해 쏘카 2대 주주 자리를 확정 짓게 된다.
다만 롯데렌탈의 소액주주들은 “롯데렌탈이 쏘카 최대 주주로부터 경영권을 넘겨받는 것도 아닌데 너무 오버페이한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주식 매매거래가 성사된 지난달 31일, 쏘카의 종가가 1만6,110원으로 마무리돼 거래가인 2만2,500원에 한참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롯데렌탈에서 내년 9월 2차 취득 시 쏘카 주가가 현 주가보다 하락하더라도 그대로 주당 2만2,500원에 인수하겠다고 밝혀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심지어 주가가 더 오를 경우에는 잔량 매수가액을 해당일 이전 3개월간의 주가 평균을 기반으로 정하기로 해 주당 인수가가 더 오를 수도 있는 상황이다.
쏘카와의 협업으로 모빌리티 산업에서 역량 강화 꿈꾸는 롯데렌탈
반면 VC 관계자들은 롯데렌탈이 쏘카의 지분을 작년 8월 상장 당시 공모가 2만8,000원보다 저렴한 가격인 2만2,500원에 매입했다는 점에서 '그리 나쁘지 않은 오버페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오히려 국내 카셰어링 시장에서 쏘카가 갖는 입지와 사업 노하우, 향후 롯데렌탈이 취득하게 될 경영권 확보 가능성 등까지 고려했을 때 '이번 지분 매입은 롯데렌탈의 묘수'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롯데렌탈의 쏘카 지분 매수는 그룹 차원의 모빌리티 사업에 대한 육성 의지가 반영된 결정"이라며 "향후 쏘카와의 협업을 통해 젊은 층 고객을 렌탈 고객으로 전환하고, 쏘카의 플랫폼 기술을 단기렌탈에 접목하려고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쏘카의 노하우를 비용절감에 활용하고, 궁극적으로 롯데렌탈의 풀라인업과 쏘카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그룹 내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통한 고객 충성도 강화가 목표”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롯데렌탈은 SK와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하며 '종합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 역량 강화'를 내세운 바 있다. 최진환 롯데렌탈 사장은 “자회사인 그린카의 실적 개선을 위해 쏘카와 적극 협력하겠다"며 "구체적으로 쏘카 회원 1,300만 명을 롯데렌탈의 장기렌터카 잠재 고객으로 연결하고, 쏘카가 보유한 모두의 주차장·일레클 등의 차량 이용부가 서비스와 제휴를 맺어 고객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렌탈의 큰 그림?
눈여겨볼 점은 롯데렌탈의 지분율과 쏘카 최대주주 연합과의 지분율 차이가 고작 1.56%P에 불과하단 사실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롯데렌탈이 사실상 쏘카의 경영권 인수를 염두에 둔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롯데렌탈의 타법인출자 현황에 따르면 롯데렌탈은 올해 2분기 말 기준 상장사 1곳, 비상장사 10곳 등 총 11개의 회사에 투자하고 있다. 이 출자회사 목록은 경영참여·일반투자·단순투자로 구분되는데 이중 쏘카는 경영참여 회사 목록에 등재돼 있는 상태다.
또 롯데렌탈은 지난 3월 쏘카의 최대주주인 에스오큐알아이(소쿠리), 소풍과 최대 5%의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풋옵션 계약을 맺은 데 이어, 현재 1.8%가량의 추가 풋옵션을 기다리고 있다. 심지어 소쿠리와 소풍이 제3자에게 쏘카 지분을 매각할 경우 롯데렌탈이 우선매수권을 갖는다는 계약도 맺은 바 있다.
이같은 상황에 한 전직 IB 관계자는 "롯데렌탈이 최대주주로 등극하기 위해서 필요한 지분은 2% 남짓"이라며 "그 정도 수준은 대주주와의 협상 없이 시장에서의 지분 매입만으로도 충분히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한편 쏘카는 롯데렌탈의 쏘카 인수 가능성을 무마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박재욱 쏘카 대표는 “쏘카 경영진은 최대주주와 함께 책임경영을 한층 강화하겠다”며 우회적인 경영권 방어에 나섰다. 쏘카의 한 관계자 역시 “롯데의 이번 투자로 대주주의 지위 변동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2대 주주인 롯데렌탈과의 협력을 통해 서로의 기업가치를 높이고, 국내 모빌리티 시장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