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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은행들, 개발도상국 대상 달러 대출 축소 “위안화 국제화 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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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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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고금리에 달러 대출 감소
통화 스와프·CIPS 연계 결제 증대
신흥 시장 중심 '탈달러화' 거점 확보

중국 은행들이 아시아 개발도상국에 대한 미국 달러 대출을 줄이고 위안화 표시 대출을 늘리고 있다. 이는 미국 달러의 지배력에 도전하려는 중국의 오랜 노력이라는 점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공으로 평가된다. 과거 일대일로 투자자로서의 위상에서 벗어나, 이제는 신흥국의 재정 파트너로 전환 중인 중국의 전략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이다.

위안화, 저렴한 조달 비용 앞세워 영향력 확대

17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연구에 따르면 2022년 1분기부터 2024년 2분기 사이 아시아 신흥국에 대한 달러 대출은 1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중국 은행들이 위안화 대출로 전환한 영향이 크다. 이같은 변화는 미국과 유럽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금리를 인상하면서 달러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한 것이 부분적인 원인이다. 위안화 대출은 달러보다 훨씬 저렴해 차용국들에 경제적 이점을 제공하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불안정한 무역 정책으로 인한 달러에 대한 국제적 신뢰 하락도 위안화의 영향력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 전략은 주로 위안화를 무역 결제 통화로 사용하는 것을 장려하는 데 집중돼 있다. 중국은 인민은행의 디지털 화폐(e-CNY) 해외 사용 촉진, 홍콩을 통한 주식 및 채권 거래 허용 등 다양한 방식으로 위안화 수요를 늘리고 있다. 이 중 아프리카는 위안화 국제화의 중요한 시험장이다.

최근 이집트,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국가들은 통화 스와프, '판다 채권(Panda Bond)' 발행 모색, 중국 유니온페이 서비스 확대, 그리고 국경 간 은행 간 결제 시스템(CIPS)을 통한 위안화 결제 촉진 등 중국과의 위안화 기반 무역 및 투자 협정을 잇달 체결하고 있다. CIPS는 국제은행간통신망(SWIFT)의 대안으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법적 관할권 밖에서 국경 간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중국의 노력을 반영한다.

대규모 차관 상환 시점 도래, 일대일로 참여국들 채무 압박

국제사회에서 위안화의 위상은 미국 정부가 원조에서 발을 빼면서 한층 높아졌다. 미국 정부의 관련 전담 기구로서 오랫동안 해외 원조 사업을 맡아온 국제개발처(USAID)는 예산을 대폭 줄였고 현재 그 빈 자리는 중국이 채우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주 윌리엄 & 메리 대학의 '에이드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2001~2023년 미국은 대외 원조에 1조2,400억 달러(약 1,725조원)를 지출한 것에 비해 2000~2021년 기준 중국은 1조3,400억 달러(약 1,864조원)를 쓰며 1위 원조국으로 거듭났다.

중국의 대외 원조비는 특히 투자와 인프라 건설을 통해 중국과 세계를 연결하겠다며 2013년 시진핑 주석이 내놓은 대표적인 외교 정책인 '일대일로 이니셔티브(BRI)'에 따라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18년에는 중국판 USAID인 '중국 국가국제발전합작서(CIDCA)'를 설립하고 대외 원조 활동을 공식화했다.

중국의 대외 원조 모델은 미국과는 전혀 다르다. 에이드데이터에 따르면 2012~2021년 기준 미국이 제공한 원조는 약 80%가 상환을 기대할 수 없는 보조금 형태였으나, 중국의 원조에서 보조금은 3%에 불과했다. 대신 중국은 주로 대출이나 수출 융자 형태로 제공하며 개발도상국들의 최대 공식 채권국이 됐다.

이 같은 대외 대출은 올해 들어 본격 상환 시점을 맞고 있다. 호주 로위연구소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한 해에만 75개국이 총 220억 달러(약 30조원)의 대중 부채를 갚아야 한다. 중국은 2012~2018년 BRI 차관을 집중 공급하며 순자본 제공자 역할을 했으나, 이후 신규 대출보다 상환이 많아지면서 순자금 유출국으로 전환된 상태다. 2023년 기준 중국에 순상환을 기록한 개발도상국은 60개국으로, 이는 2012년의 세 배가 넘는 수치다. 특히 120개국 중 54개국은 중국에 갚는 돈이 서방 채권국 모임인 파리클럽 전체에 상환하는 금액을 넘어섰다.

본토 투자자 역외채권 접근성 확대

중국 정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최근 본토 투자자들의 홍콩 채권시장 투자 통로인 '난샹퉁'(南向通·southbound trading) 참여기관을 확대하는 등 역외채권 투자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이 역시 위안화 국제화 노력의 일환으로 자본통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지난 8일 중국인민은행과 홍콩증권선물감독위원회는 홍콩에서 열린 자이취안퉁(債券通·Bond Connect) 연례 포럼에서 난샹퉁을 증권사, 펀드사, 보험사, 자산관리전문가 등 비은행 기관에도 개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은행 투자자들이 난샹퉁에 참여하게 되면 이를 통한 역외채권 투자한도도 늘어나게 될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현재 5,000억 위안(약 95조원)인 난샹퉁 연간 거래 한도를 1조 위안(약 190조원)으로 늘리는 방안과 관련해 초기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투자한도 확대는 지금까지 난샹퉁 거래에서 제외됐던 비은행 금융기관에 연간 최대 5,000억 위안의 쿼터를 부여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베이샹퉁에는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한도를 두지 않았으나 난샹퉁에는 하루 200억 위안(약 3조8,000억원), 연간 5,000억 위안의 거래 상한선을 설정해 자본 유출을 막아왔다. 블룸버그는 중국 당국의 이러한 움직임이 금융 시장에서 양방향 자금 흐름을 확대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궁극적으로는 위안화의 국제적 매력을 높일 수 있다고 짚었다. 그간 중국 당국은 위안화 가치 안정을 위해 투자자본의 유출입을 엄격히 통제해 왔다. 하지만 최근 약달러 추세로 부담을 덜게 되자 국제통화로서 위안화의 매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지목됐던 자본통제 수위를 낮출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난샹퉁 투자한도가 확대될 경우 역외 위안화 표시 채권 수요가 늘어나면서 딤섬본드(외국기업이 홍콩에서 발행하는 위안화 표시 채권) 시장이 활성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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